누군가 여러분에게 간장과 케첩이 혼합되어 역겨운 액체를 마셔보라고 권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습니까? 역겨움이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라고 말하면서 학문의 발전에 기여하는 마음으로 이 액체를 가능한 한 많은 양을 마셔줄 것을 부탁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간장과 케첩이 섞였다고?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는 맛이겠죠. 프린스턴 대학교의 에밀리 프로닌(Emily Pronin)과 동료들은 이런 역겨운 액체를 마셔야 하는 실험에 153명의 학생들을 참여시켰습니다. 


학생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었는데, 첫 번째 그룹은 이 액체를 곧바로 먹어야 한다면 얼마를 마실지 결정해야 했죠('현재의 나'를 위한 결정). 반면, 두 번째 그룹은 오늘밤으로 계획된 실험이 연기되어 다음 학기에 실행될 거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때가 되면 얼마를 마실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미래의 나'를 위한 결정). 세 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이 액체를 자신이 아니라 다른 학생이 실험에서 마실 양을 결정하라고 요청 받았죠('타인'을 위한 결정). 학생들은 1작은큰술, 1큰술, 1/4컵, 1/2컵, 1컵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과학의 발전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양을 선택해 줄 것을 부탁 받았습니다.





학생들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학생들은 '현재의 나'보다는 '미래의 나'에게 역겨운 간장-케첩 음료를 더 많이 '먹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당장 음료를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대략 2큰술 정도 마실 수 있다고 했지만, 다음 학기에 자신이 먹어야 할 경우에는 반 컵 분량에 가까운 음료를 마시겠다고 답했습니다. 타인을 위해 음료의 양을 결정할 경우에도 역시 반 컵 정도의 음료를 할당했습니다.


이 결과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는 사실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간장-케첩 음료는 지금도 역겹고 다음 학기에도 똑같이 역겹습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역겨움에 대한 내성이 생길 리 없습니다. 하지만 실험의 결과는 사람들이 '미래의 나'가 그런 역겨움을 더 잘 참아내리라 믿는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에 비해 무엇이든 잘 참아내고 잘 극복하는 이상적인 대상으로 막연히 떠올린다는 것이죠. 또한 '미래의 나'를 위한 결정과 '타인'을 위한 결정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는 실험 결과는 우리가 '미래의 나'를 낯선 타인과 동일시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미래의 나'를 '나'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죠.


확인을 위해 프로닌은 낙제 받을 위험에 처한 동료학생 A를 위해 공부를 도와줄 수 있는지 학생들에게 묻는 후속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이 중간고사 기간에 수행되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타적인 결정과 이기적인 결정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죠. 프로닌은 학생들에게 "바로 A를 도와줘야 하는데 몇 시간이나 도울 수 있는가?('현재의 나')"라고 물었고, 다른 학생들에게는 "A를 다음 중간고사 기간에 도와줘야 한다면 몇 시간이 도울 수 있는가?('미래의 나')"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현재의 나' 조건의 학생들은 27분을 도울 수 있다고 말한 반면, '미래의 나' 조건의 학생들은 85분이나 도울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학생이 A를 도와야 한다면 몇 시간이나 도와줄까?"라는 '타인' 조건의 질문을 받은 학생들은 120분이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답했죠(하지만 '미래의 나' 조건과 비교했을 때 통계적인 차이는 없었음).


"100분의 1의 확률로 50달러에 당첨될 수 있는 복권을 지금 받을 것인가, 아니면 65달러에 당첨될 수 있는 복권을 2.5개월 후에 받을 것인가?"를 묻는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현재의 나' 조건일 때는 46퍼센트만이 2.5개월 후에 복권을 받겠다고 말한 반면, '미래의 나'와 '타인' 조건일 때는 공히 74퍼센트가 복권을 나중에 받겠다고 답했습니다. '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에 비해 만족을 지연시키며 더 잘 참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는 뜻이었죠. '미래의 나'는 '타인'처럼 먼 존재로 여긴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사람들은 '미래의 나'를 이상적인 존재로 상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재의 나'가 하지 못한 일을 '미래의 나'는 잘 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내일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시간이 많아지고 없던 능력이 생겨나며 열정이 솟아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나'는 어떻게든 해낼 것이라고 사람들은 막연하게 믿어 버리죠. '미래의 나'는 사실 '현재의 나'와 별로 다르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개인적 차원에서 '미루는 습관'의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 프로닌의 실험은 의미가 있지만, 기업이라는 조직에 시사하는 바도 큽니다. 크고 작은 프로젝트 계획을 수립할 때 혹은 중장기 전략을 세울 때 '미래의 조직'을 이상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래가 되면 '다 이루어지겠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이 어떻게든 해결되겠지.'라고 막연한 기대를 겁니다. 사실 '미래의 조직'이 '현재의 조직'보다 더 나아진 상태라고 보장하지 못하는데도 말입니다. 이는 '지금은 간장-케첩 음료를 2큰술 밖에 못 먹지만 그때가 되면 1/2컵이나 마실 수 있을 거야.'란 생각과 다를 바 없습니다. 만약 '미래의 조직'을 이상화하는 편향에 빠지면 프로젝트 계획이나 중장기 전략이 허황된 '장미빛'으로 가득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일정을 아주 빠듯하게 잡는다든지, 기대효과를 부풀린다든지 하겠죠. 돌발변수나 예상되는 리스크에 대한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고 그저 '잘 되겠지'란 근거 없는 낙관주의만 난무할 겁니다.


'미래의 조직'은 '현재의 조직'에 비해 더 체계적이고 더 경쟁력 있으며 더 일사불란한 조직일 거라고 믿는 순간, 오늘 여러분이 수립하는 크고 작은 계획들은 태생적인 리스크를 잉태하는 꼴입니다. 그 계획들을 실행할 '미래의 조직'의 실태를 냉철하게 판단할 때 현실성 있는 계획이나 전략이 수립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미래의 조직'은 '현재의 조직'과 별다를 것이 없으니까요.



(*참고논문)

Emily Pronin, Christopher Y. Olivola, Kathleen A. Kennedy(2008), Doing Unto Future Selves As You Would Do Unto Others: Psychological Distance and Decision Making,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Vol.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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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안에 두 가지 대안이 있을 때 우리는 흔히 각각을 1안과 2안으로 명명한 다음 보고서에 담습니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대개 자신들이 희망하는 대안을 1안이라고 부르고 원하는 것과 다른 상황이 펼쳐질 때를 대비하여 2안을 설정하곤 합니다. 보고서에 한 가지 대안만 담으면 '여러 조건을 검토했는가?'란 질책을 받을까 우려하여 큰 틀에서 1안과 다를 바 없고 '2% 부족한' 2안을 억지로 만들어 끼워 넣는 일도 사실 비재합니다. 이런 관행(?)을 이미 알고 있는지 의사결정자들도 대개 2안보다는 1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험상 2안이 선택되는 경우는 별로 없죠. 만일 1안이라 명명된 대안에 2안이란 이름을 붙이고, 반대로 2안을 1안이라 명명한 후에 두 대안을 동일한 비중으로 의사결정자에게 제시하면, 십중팔구 1안이 선택될 겁니다.


첫 번째로 제시되는 1안이 더 자주 선택되는 까닭은 자신들이 희망하는 대안에 1안이란 이름을 붙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진화 속에서 첫 번째 위치에 오는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심리가 우리의 뇌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나 카니(Dana R. Carney)와 마자린 바나지(Mahzarin R. Banaji)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처음에 오는 대안을 더 자주 선택한다는 사실을 밝히며 이같이 주장합니다.





카니와 바나지는 123명의 참가자들에게 두 개의 팀 중 어느 팀에 참여하기를 원하냐고 물으며 '해들리의 팀'의 팀원 사진을 먼저 제시하고 '로드슨의 팀'의 사진을 그 다음에 보여주었습니다. 또 두 명의 자동차 영업사원 '짐'과 '존', '리사'와 '로리'의 사진을 각각 차례로 보여주고 누구에게서 자동차를 구매하고 싶은지도 물었죠. 참가자들은 대개 처음에 제시된 헤들리의 팀, 짐, 리사가 두 번째로 제시된 로드슨의 팀, 존, 로리보다 '더 낫겠다'고 뚜렷하게 연관 짓는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모양과 크기가 똑같은 두 개의 풍선껌을 순서대로 보여주고 207명의 참가자들에게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 알아본 후속실험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초 내에 선택하라고 하자 참가자들 중 62퍼센트는 처음에 보여진 풍선껌을 택했습니다. 두 번째 풍선껌을 택한 참가자들이 38퍼센트였으니, 사람들은 첫 번째 대안을 1.6배나 선호했던 겁니다. 하지만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생각한 다음 선택하라고 하자 51퍼센트 대 49퍼센트로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시간적 압박을 주면 1안을 더 많이 선택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두 개의 대안이 제시될 경우에도 첫 번째 대안이 더 많이 선택될까요? 카니와 바나지는 얼굴 인상이 비슷하게 평가되고 동일한 죄를 저지른 두 명의 범죄자 사진('짐'과 '존')을 참가자들에게 차례로 제시하고 즉시  '누가 가석방될 자격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어떤 사진이 제시되든 첫 번째로 제시된 범죄자가 더 가석방될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카니와 바나지는 첫 번째 대안을 선호하는 경향이 안전한 것과 위험한 것을 빨리 구별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생겨난 진화의 산물이라고 말합니다.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생사의 순간에서 두 번째로 오는 대안까지 고려하겠다고 여유를 부렸던 조상들은 진화의 대열에서 제거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의미죠. 카니와 바나지의 연구는 위급한 상황에 처한 기업들이 처음에 '떠오른' 전략을 충분한 검토 과정 없이 바로 실행할 오류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점을 넌지시 경고합니다. 2안이 제시되어도 1안 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죠. 위에서 살폈듯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대안들을 살피면 '첫 번째 선호 경향'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볼 때,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오히려 '전략적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마냥 지체해서도 곤란하겠지만 급히 실행해도 곤란합니다.


또한 매우 위급하고 매우 어려운 상황일수록 1안과 2안을 비슷한 비중으로 검토해야 하며 전략을 수립하는 자들도 1안을 떠받칠 목적으로 2안을 제안하지 말아야 합니다. 1안과 2안은 질과 양 차원에서 동등해야 합니다. 1안과 2안이란 타이틀이 아니라 전략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타이틀을 다는 것도 하나의 팁이겠죠.


'1안보다 나은 2안이 없다', '늘 1안이 선택된다'란 관행이 늘 벌어지는 현상이라면, 1안이 2안보다 좋아서(그런 경우도 있지만)가 아니라 '첫 번째 선호'라는 편향에 빠져있는 탓일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Dana R. Carney, Mahzarin R. Banaji(2012), First Is Best, PLoS ONE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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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어떻게 행동할지 머리 속에서 미리 시뮬레이션해 두면 그냥 앉아서 미래가 다가오길 기다리는 것보다 대체적으로 실수할 위험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원하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분도 익히 아는 바입니다. 기업에서 매번 수립하는 여러 종류의 전략이나 실행계획들은 바로 이런 목적으로 존재하죠. 

그런데 미래에 벌어질 일이나 취할 행동들 중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또 어떤 것들은 부정적인 느낌을 전달합니다. 고객의 구매 패턴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거나 우리의 전략이 경쟁사의 마케팅 효과를 상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예상되는 경우, 미래를 상상하고 그에 따라 전략을 수립하는 사람의 머리 속은 온통 장미빛 미래로 가득하겠죠.

반면 애써 연구하여 출시한 제품이 성장 궤도를 타기는커녕 소비자의 관심조차 얻지 못하거나 내부적인 역량의 한계로 인해 전략 실행이 더딜 가능성이 존재하리라 본다면, 당연히 전략가의 마음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려질 겁니다. 주도면밀한 전략가라면 미래의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이 장미빛인지 회색빛인지에 감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각각을 동일한 비중으로 면밀하게 살핀 후에 역시 동일한 노력을 기울여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고 다시 떠올릴 때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것에 더 끌리는 편향이 존재한다는 칼 쉬푸나르(Karl K. Szpunar)와 동료들의 연구 결과는 미래를 바라보는 전략가들이 당혹스럽게 만들기 충분합니다. 쉬푸나르는 보스턴 대학교 학생들 48명에게 과거 10년 간의 기억 속에서 110개의 특별한 장면을 떠올려보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 다음,인물(자신 이외의), 장소, 특정 물건이 반드시 들어가도록 각 장면을 간단하게 기술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달에 스티브와 함께 베스트 바이란 상점에서 새 아이팟을 샀다. 비싼 가격이었지만 그럴 만했다." 라고 써야 했죠. 쉬푸나르는 학생들이 제시한 110개의 정보를 기초로 인물, 장소, 물건을 무작위로 섞어 90개의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를테면 "데이비드 - 월마트 - 담배"라는 식이었죠.

일주일 후 쉬푸나르는 학생들을 실험실로 다시 불러 미리 무작위로 만들어 놓은 90개의 조합을 차례로 제시했습니다. 학생들은 '긍정적으로', '부정적으로', '중립적으로'라는 꼬리표가 하나씩 달려 있는 조합을 본 후에 꼬리표의 내용대로 향후 5년 내에 일어날 일을 상상해야 했습니다. "데이비드 - 월마트 - 담배"란 조합에 '부정적으로'란 꼬리표가 붙었다면 "데이비드와 함께 금연 장소인 월마트 매장 내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매장 관리 직원에 의해 쫓겨날 것이다"란 식으로 미래를 부정적으로 상상하도록 한 것입니다.

90개의 조합에 대하여 이렇게 미래를 상상한 직후(10분 후)에 학생들 중 일부는 쉬푸나르로부터 갑자기 '기억력 테스트'를 하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1일 후에 기억력 테스트를 하겠다는 말을 역시 갑자기 들었죠. 쉬푸나르는 앞서 제시한 각 조합에서 한 가지 요소를 지운 다음(예를 들어 "데이비드 - _____ - 담배") 지워진 내용이 무엇인지 맞혀보라고 학생들에게 요청했습니다. 

학생들은 90개의 조합 속에서 지워진 내용이 무엇인지 잘 맞혔을까요? 10분 후에 테스트 받은 학생과 1일 후에 테스트 받은 학생 중 누가 더 기억을 잘 해냈을까요? 당연히 10분 후에 바로 테스트 받은 학생들이 빈칸의 내용을 맞혔습니다. 하지만 쉬푸나르의 관심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긍정적으로 미래를 상상할 때와 부정적으로 미래를 그릴 때의 기억력 차이가 있는지를 보고자 했습니다.

10분 후에 테스트 받은 학생들은 조합에 달려있던 꼬리표의 내용에 따른 기억력의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1일 후에 테스트 받은 학생들은 긍정적으로 미래를 그리라고 요구 받았던 조합의 내용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35% 정도)이 발견됐습니다. 학생들은 부정적으로 미래를 상상해야 했던 조합의 내용은 상대적으로 기억을 못했습니다(25% 정도만 기억). 중립적인 미래를 그리라고 한 조합에 대해서 학생들은 중간 정도의 기억률을 보였죠.

왜 부정적인 미래의 디테일을 더 빨리 망각하는 걸까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 실험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아마 기억과 관련된 우리 뇌의 생리적 한계 때문이라고 추측됩니다. 우리가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할 때 '그래도 그때가 좋았어'라고 말하며 부정적인 기억을 덜 떠올리는 이유와 동일한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짐작됩니다. 

어찌됐든, 부정적인 시나리오보다 긍정적인 시나리오의 내용을 더 잘 기억해낸다는 쉬푸나르의 실험은 전략가가 미래의 여러 상황을 머리 속에 그리고 대응전략을 수립할 때 긍정적인 시나리오에 끌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우울한 회색빛 시나리오보다는 장미빛으로 반짝거리는 시나리오를 기대하고 그것에 대비하는 데에 힘을 더 쏟을 거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정적인 시나리오의 내용을 더 빨리 망각하기 때문에 그것이 야기할 리스크를 시의적절하게 최소화시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제 경험상, 시나리오 플래닝의 결과물로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의사결정자들에게 제시하면 그들은 가장 최선의 시나리오(장미빛 시나리오)가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처음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뿐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의 영역에서 멀어집니다. 심지어 의사결정자들은 어떻게 하면 장미빛 시나리오가 일어나도록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보입니다. 시나리오는 컨트롤이 불가능한 외부환경의 거대한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네들의 조치를 통해 원하는 시나리오를 유도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편향에 빠지지 않은 채 중심을 잘 잡을 줄 아는 전략가는 미래가 긍정적으로 보이든 부정적으로 느껴지든 간에 항상 동일한 비중으로 세부내용을 검토하려고 대비해야 합니다. 과거의 일이든 미래의 시나리오든 부정적인 것을 더 빨리 망각한다는 인간의 심리를 염두에 둔다면 회색빛 미래를 애써 무시하며 장미빛 미래에 헛된 기대를 거는 오류를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나치면 안 되겠지만 일부러 회색빛 시나리오를 잊지 않으려고 되새기는 것도 필요하겠죠. 긍정적인 미래만 보려는, 부정적인 미래는 쉽게 망각하는 편향을 주의하기 바랍니다. 장미빛 미래가 품고 있는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참고논문)
Memory for Emotional Simulations:Remembering a Rosy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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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으면 보수적이 된다   

2012. 4. 2. 10:08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죠. 고객의 취향이 빠르게 변화하는 데다가 우리가 가진 제품으로는 그 취향을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갑니다. 게다가 기존 경쟁사는 미리 그런 변화를 감지했는지 적절한 시기에 신제품을 출시해서 앞서 나가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지금까지 누리던 경쟁력이 한순간에 사라질 위험에 처했습니다.

회사는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합니다. 헌데 임원들이 오랜 시간 머리를 싸매고 만들어낸 전략은 왠지 어디서 많이 본 듯 느껴집니다. 매년 의례적으로 수립하는 사업계획서의 내용에 긴급함과 위기감을 강조하는 형용사와 부사가 여기저기 경고를 나타내는 빨간 딱지처럼 덧붙여진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듭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전략은 찾아보기 힘들고 기존의 사업을 기존의 방식대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말 밖에는 없습니다. 다들 CEO의 입만 쳐다 보며 말입니다. 사실 이 상황은 가상의 사례가 아니라 모 회사에서 직접 목격한 것입니다.

많은 기업들은 이렇게 갑작스러운 변화를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이루도록 요구 받으면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지만 결국 기존의 것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기존의 제품, 기존의 방식, 그리고 기존의 구조 속에서 용인되던 기득권을 밑바닥에서부터 파괴하고 혁신하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에도 긴급 대책 전략은 현상(status quo)을 '열심히 유지'할 것임을 강하게 드러낼 뿐입니다. '더 열심히 영업 활동을 하겠다',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출근하겠다', '시장 조사를 지금보다 더 자주 하겠다', 'KPI 타겟을 더 높이겠다' 등 열심히 하겠다는 말처럼 보수적인 것도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 위급하고 시간이 별로 없을 때 이렇게 보수적인 전략에 머물고 마는 걸까요? 그 근본적인 이유는 스콧 아이델만(Scott Eidelman) 등이 수행한 실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컴퓨터 모니터 상에 사회적인 이슈와 관련된 50개의 용어를 떠오르게 하고 실험 참가자들에게 그것을 지지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이때 참가자들 중 절반에게 시간적인 압박을 가했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550밀리초) 용어를 보여주고 빠른 시간 내(1550밀리초)에 답하도록 한 것이죠. 반면 다른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용어를 스크린 상에 오래 보여 주고 충분히 생각한 후에 답하게 했습니다. 이 과제를 수행한 후 연구자들은 보수주의를 뜻하는 단어 25개와 자유주의를 나타내는 25개 단어를 참가자들에게 제시하고 지지 여부를 7점 척도로 응답하도록 요청했습니다.

분석 결과, 시간의 압박을 받은 참가자들의 '보수주의적 성향'이 시간을 충분히 활용한 참가자들에 비해 높게 나타났습니다. 즉 시간에 쫓기면서 버튼을 눌러야 했던 참가자들이 보수주의적인 단어를 더욱 지지했습니다. 반면 '자유주의적 성향'은 시간의 압박 여부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시간적인 여유 없이 중요한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기업들이 혁신적으로 사고하기가 심리적으로 매우 어려움을 단적으로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아이델만 등은 시간적인 압박 조건 뿐만 아니라 '인지적인 부담'이 가중되는 조건 하에서도 사람들이 보수적인 성향이 높아짐을 또 다른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15분 동안 사회적 인식에 관한 자료를 완성해야 했는데, 참가자 중 절반은 자료를 완성하는 동안 테이프에서 재생되는 소리의 톤(tone) 변화가 몇 번 있었는지를 동시에 세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인지적인 압박을 받아야 했던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보수주의적인 성향이 높아지고 자유주의적인 성향은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여기 저기에서 대처해야 할 과제들이 한꺼번에 다가오는 상황에서 조직의 전략이 혁신적인 것과 거리가 멀어지고 그저 열심히 하겠다는 쪽으로 경도된다는 경험적인 사실이 실험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아이델만의 실험을 요약하면 시간적 압박과 인지적 부담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덜 하도록 만들고 생각을 덜 하게 되면  보수주의적 성향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생각이 없으면 보수주의자가 된다는 말로 간단히 정리가 됩니다. 하지만 아이델만은 이 실험의 결과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면 곤란하다고 말합니다. 즉 '보수주의자들은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라고 여기면 안 된다는 것이죠. 아이델만은 이 실험이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짧은 생각이 사람들을 현상에 머무르도록 만든다는 것으로 실험의 의미를 제한합니다. 자유주의자들도 자신들의 이데올로기가 시간적 압박과 인지적 부담에 의해 쉽게 손상된다는 의미로 이 실험을 해석하면 곤란하겠죠. 아이델만의 말처럼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경험, 역사, 가치 등을 통해 이루워진 다차원적인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에 쫓기고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터질 때 조직의 브레인들은 생각을 깊게 하지 못하고, 그런 조급함은 보수적인 성향을 자극하여 그저 더 많이 더 열심히 하겠다는 전략에 머물게 만듭니다. 혁신에 힘을 쏟을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그저 발등에 떨어진 불만 끄려 합니다. 하지만 끄려고 할 때마다 발등의 불은 몸 전체로 번지고 맙니다. 위급하고 대처해야 할 과제가 많을 때 오히려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려고 혁신의 기회를 탐색해야 합니다. 시장의 구조가 변하고 고객의 취향이 예전과 판이하게 다른 마당에, 경쟁자와 고객이 모두 떠난 빈 터에서 더 많이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는 아무 소용 없습니다. 

보수주의자들이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조직의 경영자와 직원들이 아무 생각 없으면 보수주의자가 되어 스스로 현상에 머무르려는 보수주의적 경영의 피해자가 됩니다. 여러분의 회사가 내놓는 전략이 풀빵 찍어내듯 매번 비슷하다면 아무 생각없는 사람들에 의해 아무 생각없이 조직이 흘러간다는 의미일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지금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Low-Effort Thought Promotes Political Conservat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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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록스는 오랫동안 복사기 업계의 강자로 군림하며 복사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제록스는 복사기로 창출한 막대한 여유자금을 가지고 IBM이 장악하고 있던 대형 컴퓨터 업계로의 진출을 모색하면서 IBM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 그들은 엄청난 자본을 쏟아 부으며 공세를 펼쳤지만  IBM의 강력한 반격에 타격을 받아 큰 손실을 떠안은 채 대형 컴퓨터 시장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더 큰 손실이 제록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록스가 대형 컴퓨터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려고 분투하는 동안, 제록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캐논이 잠시 비어있던 복사기 시장을 치고 들어와 업계의 1인자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제록스가 입은 손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제록스는 원래 퍼스널 컴퓨터 기술 분야에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제록스 산하의 팔로알토 연구소를 견학하며 마우스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기술 등을 베껴 갈 정도였다. 하지만 IBM이 장악한 대형 컴퓨터 시장에 마음을 빼앗긴 탓에 퍼스널 컴퓨터 분야의 엔지니어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를 당했고 그 때문에 스티브 잡스의 애플로 대거 이직해 버렸다. 한 번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대형 컴퓨터 시장의 진입 실패, 복사기 시장의 지배력 상실, 차세대 컴퓨터 시장의 기회 상실 등 무려 3가지의 커다란 손실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 책 ‘손자, 이기는 경영을 말하다’는 제록스의 패착이 병법 중의 가장 저급한 책략인 공성(攻城)을 채택한 것에 있다고 말한다. 엄청난 여유자금만을 믿고 무턱대고 덤볐다가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얻은 제록스를 ‘손자병법’을 쓴 손무가 평가 내린다면 “어쩔 수 없을 때 써야 할 공성 전략을 쓴 제록스는 하수 중의 하수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인천상륙작전의 영웅, 맥아더 장군도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희생이 아니라 전략을 통해 전과를 올렸다”라고 말하며 자원을 소모하면서까지 승리를 도모하려 했던 제록스 경영자의 무지를 꼬집을 것이다.
 
우리는 기업 간이 경쟁을 전쟁으로 곧잘 묘사한다. 군사학에서 쓰는 말인 전략(strategy)이나 전술(tactics)이란 말이 경영에서 오히려 더 많이 쓰이고 수많은 비즈니스 전략들의 기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군사전략가의 이론과 맥을 같이 한다. 헌데  비즈니스계의 경쟁은 곧 전쟁과 같다는 생각 때문인지 경쟁사를 향해 격렬하게 공격을 감행하는 것을 경쟁의 전형적인 이미지로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손자병법은 개별 전투에 관한 ‘필드 매뉴얼’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잘 이기기 위한 방책, 즉 전략의 방향을 제시하는 지혜의 결정체이다. 

손무는 이 책을 통해 이 시대의 불확실성을 헤쳐 가는 경영자들에게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승리 모델이다”라고 조언한다. 손자병법의 철학을 올바로 이해하고 기업 간의 경쟁에 적용하려면 이 의미를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 저자는 싸우지 않고 온전히 이기는 가치를 손자병법의 최상의 지향점으로 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적 방도로 지승(知勝), 전승(戰勝), 선승(先勝)으로 구체화하여 설명한다. 지승은 경쟁의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이긴다는 것이며, 전승은 전쟁에서 싸워 이긴다는 것이며, 선승은 싸우기 전에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먼저 만들어 놓고 이긴다는 뜻이다.
 
제록스가 IBM을 상대로 무모한 공성전을 벌이느라 무주공산이 된 복사기 시장을 점령한 캐논은 손자병법이 제시한 전승의 방책 중 출기(出奇) 전략을 제대로 활용한 대표적 사례이다. 제록스의 기본전략은 방대한 직판 체제와 대형 복사기 임대 센터를 갖추고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캐논은 가격이 비싸고 사용하기 복잡한 대형 복사기 부문에 집중하던 제록스의 전략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갔다. 캐논은 복사기 부품을 표준화하여 복사기 가격을 낮추었고, 임대 방식이 아니라 중개상을 통한 판매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직영점과 임대 센터 유지에 들어가는 막대한 운영비용을 제거해 버렸다. 또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복사기를 제작함으로써 고객층을 복사기 담당부서가 아니라 회사 경영진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캐논은 제록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출기 전략을 경영의 용어로 풀면 ‘차별화 전략’이다. 캐논은 차별화를 통해 제록스가 지배하던 시장의 경쟁 규칙을 자기편에 유리하도록 바꿈으로써 제록스의 강점을 약점으로 만든 출기 전략의 전형을 보여준다. 강력한 경쟁자를 상대하려는 도전자는 관례를 깨뜨리는 방법으로 돌파 기회를 잡아야 하며 그러한 사고를 가져야만 현재의 경쟁 구도와 경쟁자의 우위를 뒤집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공법의 올바른 의미는 경쟁자가 지닌 A라는 강점에 A라는 전략으로 상대한다는 것(제록스의 IBM 공격 사례)이 아니라, A'이라는 변형되고 차별화된 전략으로 기습한다는 것(캐논의 사례)이라 말할 수 있다.
 
차별화 전략인 출기는 상대방의 약한 부분을 공략하라는 ‘격허(擊虛)’ 전략과 종종 함께 맞물려 돌아간다. 손무는 “깃발이 정렬된 군대와 싸우지 말고, 기세가 당당한 진영을 공격하지 말라”라고 말하면서 경쟁자가 우세를 점한 부분에 저돌적으로 공격하지 말고 취약한 점을 탐색하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캐논이 그리 했듯이 차별화의 초점을 경쟁자의 ‘강점 뒤에 숨은 약점’에 두라는 의미이다. PC제조업체인 컴팩(Compaq)의 최대 강점은 촘촘한 유통망이었다. 컴팩은 이 강점을 바탕으로 전 세계로 제품을 확산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강점은 필연적으로 약점을 담고 있었다. 델(Dell)은 촘촘한 유통망 때문에 최종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기 어렵다는 강점 속의 약점을 간파했다. 델은 중간 판매망 없이 최종 소비자에게 맞춤화된 PC를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1990년대 말에 이르러 최대의 PC판매업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강점의 배후에는 항상 숨기고 싶은 약점이 존재함을 간파하는 것이 격허 전략이고, 그런 약점에 기반하여 우리의 제품 가치를 차별화하는 것이 출기 전략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손자병법은 ‘집중(集中)’의 가치를 역설한다는 점에서 리더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고전이다. 군사전략가인 클라우제비츠는 “전략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간단한 준칙은 병력 집중이다. 우리는 이 원칙을 엄격히 따르고, 믿을 만한 행동 지핌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경쟁에서 그만큼 집중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병력을 분산시키면 전선이 길게 형성되고 상대방이 공격하기 좋은 허점이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들도 여러 분야에 문어발을 뻗치거나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한다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2000년에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P&G의 구원투수로 임명된 앨런 래플리가 핵심 성장 동력을 4개 부문으로 설정하고 식품업을 과감하게 포기함으로써 P&G를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으로 이끌었고 위기로부터 구한 사례는 손자병법이 제시하는 집중의 가치를 여실히 보여준다. 래플리는 “CEO가 어느 분야를 포기할지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M&A만큼 중요한 문제이다”라고 말하며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힘든 과정과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라고 조언한다. 가능한 한 많은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경영자들은 “전략의 본질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올바로 선택하는 데 있다. 전략은 곧 버림의 예술이다”라고 말한 마이클 포터의 충고를 유념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출기, 격허, 집중 이외에 궤도(詭道), 임세(任勢), 주동(主動), 선지(先知), 오사(五事)라는 승리의 핵심 원칙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 원칙을 따르고 승리한 전쟁의 사례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의 사례를 함께 이야기하며 불확실성이라는 안개 속에서 경쟁자를 맞이해야 하는 리더들에게 바람직한 경쟁 전략이라는 나침반을 건네준다.
 
저자는 손자병법은 경쟁이 존재하는 영역이면 어디든지 적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가치라고 말한다. 또한 손자병법은 심오한 철학적 이치를 보여주고 풍부한 경험과 지력, 민첩한 임기응변 능력과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방도를 제시한다고 주장한다. 경쟁을 피할 수 없다면 이겨야 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손자병법이 담아낸 ‘이기는 방법’을 수용할 것을 주문한다.

그렇다고 손자병법은 경쟁 자체를 최고의 목적에 두지 않는다. 손무는 경쟁을 질질 끌지 말 것, 전쟁의 폐해를 항상 염두에 둘 것, 모든 결정은 이성적으로 판단한 후 내릴 것, 늘 차가운 머리를 유지할 것, 목숨 걸고 싸우려 들지 말 것을 충고한다. 손자병법의 가치는 탁월한 리더가 되려면 이렇게 승산 없는 경쟁을 피하고 승산 있는 경쟁에만 나서야 함을 역설하는 데에 있다. 손자병법의 지혜를 경영의 관점으로 정리한 이 책 ‘손자, 이기는 경영을 말하다’은 힘이나 돈이 아니라 지혜와 전략으로 경쟁자와 대결하려는 자에게 전승(全勝)을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 글쓴이 :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

(*이 글은 2012년 2월 29일자 교보문고 북모닝 CEO에 실린 서평임)
(*참고도서 : 손자, 이기는 경영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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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은 '버림의 예술'이다   

2012. 2. 21. 10:47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전 독일의 참모총장을 지낸 알프레드 폰 슐리펜(Alfred von Schlieffen)은 일명 '슐리펜 계획'을 전쟁 승리의 전략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독일은 서쪽의 프랑스와 동쪽의 러시아와 대치 중이었는데, 슐리펜은 상대적으로 군사력이 약하고 병력 소집이 더디던 러시아보다는 강대국인 프랑스를 신속하게 제압하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프랑스와 면한 서부 전선에는 79개 사단을 배치하고 러시아 쪽의 동부 전선에는 10개 사단만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거의 8대 1의 차이로 서부 전선에 병력을 집중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러시아로부터 반격을 당해 독일의 동쪽 지방(동프로이센)을 잃는다 해도 좋다는 과감한 결정이었습니다.

또한 슐리펜은 프랑스와 대치하기 위해 서부 전선에 투입한 79개 사단 중 68개를 전선의 북쪽에 두었고 나머지 11개 사단을 전선의 남쪽인 알자스, 로렌 지역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7대 1의 병력 집중도 차이는 슐리펜이 전쟁이 승리하기 위한 관건이 서부 전선의 북쪽(독일 입장에서 봤을 때 우익)인 지금의 벨기에 지역에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알자스, 로렌 지역이 산악지역이라 지형적 이점을 최대로 살리면 그만큼 병력을 적게 운용해도 된다고 판단했죠. 슐리펜은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직전인 1913년에 사망할 때 자신의 계획을 유언으로 남기기까지 했습니다. 프랑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독일이 승리하려면 병력을 분산시키지 말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에 집중 배치해야 한다고 그는 믿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슐리펜이 1906년에 퇴임하고 후임자로 임명된 헬무트 폰 몰트케는 슐리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많은 병력들이 프랑스와 면한 서부 전선의 북쪽으로 쏠려 있으면 러시아와 대치 중인 동부 전선이 약해질까 두려웠습니다. 독일군이 프랑스를 상대하는 동안 러시아가 급습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몰트케는 슐리펜이 중요도를 낮게 여겼던 동부 전선과 서부 전선의 남쪽 지역에 병력을 크게 보강하여 7대 1이었던 병력 집중도를 3대 1로 변경하는 조치를 취하고 말았죠.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서부 전선의 북쪽으로 프랑스를 공략하기로 했던 슐리펜의 계획이 옳았던 것으로 판명 났습니다. 서부 전선의 북쪽에서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의 반격을 뚫지 못한 채 마른(Marne) 전투에서 패해했고 독일군이 가장 원하지 않았던 참호전을 벌이며 서로 대치하는 국면이 형성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물론 학자들 사이에서 슐리펜 계획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합니다).

연합군의 입장에서 슐리펜 계획을 무산시킨 몰트케에게 감사할 일이지만, 병력을 분산시켜 모든 전선을 지키려 한 몰트케의 실패는 기업들의 전략 수립과 실행에 있어 '집중'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웁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입장처럼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기업일수록 전략의 집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신들의 강점에 자원을 최대한 집중하고 약점이 되는 부분은 무시하려는 배짱이 필요하죠. 시장 전체를 상대하려고 하기보다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세그먼트를 선택하고 나머지 세그먼트는 미련 없이 희생시켜야 승리의 돌파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적은 병력을 모든 전선에 고루 배치하면 방어력이 높아지키는커녕 경쟁자에게 취약한 부분을 더 많이 노출시키고 맙니다.

위험에 처하면 과감하게 버리기보다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확장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전략가들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단순한 전략을 결행합니다. 2000년에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P&G의 구원투수로 임명된 앨런 래플리가 핵심 성장 동력을 4개 부문으로 설정하고 식품업을 과감하게 포기함으로써 P&G를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으로 이끌었고 위기로부터 구한 사례는 집중의 가치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래플리는 “CEO가 어느 분야를 포기할지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M&A만큼 중요한 문제이다”라고 말하며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힘든 과정과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라고 조언합니다.

1997년 9월에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애플에 쫓겨났던 창립자 스티브 잡스를 임시 CEO로 복귀했습니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사업의 규모와 범위를 축소하는 일이었습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손을 잡고 첨단제품 개발에 나설 거라던 언론의 예상이 빗나가 버린 것이죠. 잡스는 경영전략가인 리처드 루멜트(Richard P. Rumelt)와 나눈 대화에서 "제품군이 너무 복잡했고 회사는 자금이 부족했습니다. 가족의 친구 중 한 명이 어떤 제품을 사야 하는지 저에게 물어볼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수많은 제품의 차이를 알 수가 없었던 거죠. 저도 명확하게 차이를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잡스는 여러 종의 데스크탑 PC를 하나로 줄이고 프린터와 같은 주변기기 부문을 없애버렸습니다. 또한 거래하던 여섯 개의 유통업체를 하나로 줄임으로써 까다로운 요구로 인해 제품 모델이 다양해지는 근본적 원인을 제거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버리기 전략'으로 잡스는 쓰러져 가던 애플을 회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려고 고집하는 경영자들은 “전략의 본질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올바로 선택하는 데 있다. 전략은 곧 버림의 예술이다”라고 말한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의 충고를 유념해야 합니다. 어떤 고객, 상품, 시장을 버릴지를 결정하는 일이 어떤 고객, 상품, 시장을 선택할 것인가란 문제보다 선결되어야 할 의사결정 사안입니다.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고전하다가 과감하게 메모리 사업을 철수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주력사업으로 전환시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인텔(Intel), 빅(Bic)과의 소모적인 경쟁을 피하기 위해 라이터 시장을 철수하고 면도기에 집중한 질레트, IBM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 슈퍼컴퓨터에 총력을 기울이 CDC, 휠체어에만 역량을 집중하는 모션디자인스, 검은 양말만 판매하는 블랙삭스닷컴 등은 전략의 집중이 거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의 성공 포인트임을 일깨웁니다.

무언가에 집중하려면 필연적으로 선택의 과정을 거쳐야 해야 합니다. 선택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select는 라틴어인 selectus에서 유래했는데, ‘어딘가로부터(from) 무언가를 분리해서(apart) 취한다’는 뜻을 지녔습니다. 선택이란 무언가를 취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집중이란 취해진 무언가에 모든 힘을 쏟아 붓는다는 의미겠죠.

중국 속담에 "크게 버려야 크게 얻는다"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규모가 작거나, 열세에 있거나,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에게 술리펜 계획 같은 '창조적 파괴'의 실행을 주문합니다. 창조적 파괴는 무엇을 얻을까란 질문보다 무엇을 버릴까란 진지한 고민에서 시작함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어려운 선택을 피하려는 리더는 전략은 버림의 예술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참고도서 : '손자, 이기는 경영을 말하다')
(*참고도서 : '전략의 적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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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정치의 흐름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총선에서 어느 당이 승리하느냐, 또 어느 당에서 대통령을 배출하느냐에 따라 경제 정책이 결정되고 정책의 실행 결과가 주식시장의 상승과 하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합니다. 대통령 후보들도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며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간단히 말해 정권이 주가로 대표되는 경제 흐름을 결정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습니다.

헌데 존 캐스티(John L. Casti)가 쓴 '대중의 직관(원제: Mood matters)'이라는 책을 읽으니 이런 통념과는 반대되는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그는 정권을 잡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동향이 주식시장을 좌우한다는 인과관계나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오히려 사회적 분위기의 측정지표라고 말할 수 있는 주식시장의 흐름이 정권의 향방을 결정한다는, 보통 사람들의 직관에 반하는 주장을 내놓습니다. 즉, 경제 흐름이 정권을 좌우한다는 뜻입니다.

캐스티의 주장은 애널리스트 로버트 프렉터(Robert Prechter)가 공개한 분석 결과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프렉터는 미국의 경우 "주식시장의 동향이 현직 대통령이나 여당이 승리하거나 패배할 가능성에 극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역사적으로 주식시장의 상승세일 경우에 현직 대통령이 압도적 승리(landslide)를 거두어 연임을 했지만, 주식시장이 하락세로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가까운 예로, 조지 부시가 앨 고어를 꺾으며(물론 가까스로 이겼지만) 재선에 성공할 때 다우존스 지수는 상승세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가 당선되면서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뀔 때는 주식시장이 침체된 상황이었죠.

아래의 그래프가 프렉터가 제시한 근거입니다.



주식시장의 흐름은 사람들이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느냐 비관적으로 보느냐, 사회를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라고 본다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회 분위기 형성에 기여했다고 여겨지는 지도자를 계속 두고 싶어한다는 것이 프렉터의 설명입니다. 반대로 주가가 연일 하락한다면 정책의 실패로 그런 상황에 일조했다고 생각되는 지도자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고 싶어한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특정 정책의 실행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욕구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정리합니다.

프렉터의 주장이 과연 우리나라에도 유효할까요? 그가 제시한 사례는 두 번까지 대통령의 연임이 허용되는 미국의 사례이지만, 5년 단임제인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1980년부터 2012년 1월까지 매월말의 코스피(KOSPI) 데이터를 구해보고, 역대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매핑했습니다. 아래의 그래프가 바로 그것입니다.



1980년부터 현재까지 정권의 교체는 두 번 있었습니다. 김영삼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로 이양될 때 한번,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권으로 이양될 때 또 한 번 있었죠. 먼저 김영삼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로 정권 교체가 될 때의 주식시장의 흐름은 프렉터의 주장을 대변합니다. 1994년에 정점을 찍은 주가가 1998년까지 하락하는 흐름이 여실히 나타났고 그에 따라 정권이 바뀌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넘어갈 때는 프렉터의 주장과는 다릅니다. 김대중 정부 초기에는 주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정권 후반부에는 크게 떨어졌죠. 그런데도 정권의 교체가 발생하지 않고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부를 승계했습니다. 미국으로 치자면 연임에 성공한 셈이죠.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이양될 때는 어떤가요? 노무현 정부 초기에는 주가가 574를 기록했지만 임기말에는 1711을 찍음으로써 크게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프렉터의 주장과는 달리) 정권이 교체되고 말았죠.

이로써 프렉터의 주장, 즉 사회 분위기의 대표 지표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이 흐름이 정권의 향방을 결정한다는 논리는 적어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옳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프렉터의 분석 결과가 미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다른 나라에 일반화하여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겠죠.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이 미국과 비교해 규모가 작고 역사가 짧아 인위적인 여러 가지 조치나 외생변수에 의해 크게 좌우됨으로써 사회 분위기를 대표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주식시장의 흐름보다는 국내총생산(GDP)이 사회의 분위기를 알려주는 지표로 더 낫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래의 그래프와 같이 1980년부터 2010년까지의 GDP 데이터를 대통령 재임기간과 비교해 봤습니다.


(*GDP는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위 그래프의 데이터는 인플레이션 효과를 제거하지 않은 것들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그래프를 보기 바랍니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를 들여다 본다는 의미에서는 환율과 인플레이션 효과를 무시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그래프를 보면 김영삼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이유는 김영삼 대통령의 임기말에 터진 IMF 환란 사태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전부터 GDP가 큰 폭의 하락세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회 분위기가 정권의 교체를 제법 오래 전부터 원했다는 것이죠.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이양될 때 GDP는 상승세에 있었다는 점, 그래서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또한 노무현 정부 말기의 GDP 하락세는 정권의 교체를 예고했던 신호탄으로 보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기록한 GDP는 2010년까지는 수치상으로 양호하나 2011년에 GDP 성장률이 둔화됐다는 점(2010년 6.2%에서 2011년 3.6%로)과 2012년 한 해의 경제 전망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 불안 요소입니다. 두고 봐야 알겠지만, 2012년 한 해의 주식시장의 흐름과 경제 지표가 2013년의 정권 교체 여부를 선행적으로 제시할지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예상을 해 봅니다. 프렉터의 주장에 근거하여 제시할 수 있는 가설은 "주식시장을 비롯한 경제 지표의 흐름이 정권 교체를 결정한다"입니다. 물론 현재까지 터진 정권 실세들의 비리와 앞으로 터질 또다른 비리들이 큰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죠. 아직은 어디까지나 '가설'입니다.

프렉터의 주장이 미국의 사례에 근거한 것이고 또 주가지수를 바탕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기에 우리나라에 꼭 들어맞는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프렉터의 주장은 실제로 정권이 바뀌느냐 유지되느냐의 문제로 수용하기보다는 사회가 낙관적인 분위기를 탈 때는 현재의 정권에 점수를 주고, 반대로 비관적인 분위기가 사회를 점령할 때는 정권 교체의 욕구가 크게 상승한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건이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가 사건을 만들어낸다는 프렉터와 래스티의 주장은 참신하고 흥미롭습니다. 그들의 자세한 주장을 들어보려면 앞에서 언급한 '대중의 직관'이란 책을 읽어보기 바랍니다. 사회 현상을 거꾸로 뒤집어 보는 방법으로 혜안을 얻을지도 모르니까요.

(*참고도서 : '대중의 직관')
(*참고기사 : Ask not what your candidate can do for the stock mark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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