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션을 낮추거나 없애세요   

2011. 4. 12. 09:00



심리학자 헨리 타이펠(Henri Tajfel)은 한 슬로베니아 친구가 유고슬라비아의 빈민촌에서 이주해 온 보스니아인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말하는 것을 듣고 실험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와 동료들은 자신이 소속된 집단(in-group, 내집단)과 소속되지 않은 집단(out-group, 외집단)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이 다른지를 실험을 통해 규명하기로 했죠. 타이펠은 영국의 브리스톨 시에 사는 14~15살 남자 학생 64명을 상대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은 수많은 점들이 찍힌 화면을 보고 정해진 시간 내에 점의 개수를 세어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점들이 많이 찍혀 있기 때문에 개수를 세는 일이 그리 녹록치는 않았습니다. 그런 다음 타이펠은 학생들을 실제의 개수보다 많이 헤아린 그룹과 실제의 개수보다 적게 헤아린 그룹, 이렇게 8명씩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이렇게 과대측정 그룹과 과소측정 그룹으로 구분했다고 학생들에게 알려줬죠. 하지만 타이펠은 학생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에 배정하는 트릭을 썼습니다. 점의 개수를 센 것과는 아무 상관 없이 그룹을 나눈 겁니다.



이렇게 그룹을 나누고 나서 타이펠은 학생들에게 돈을 주고 그 돈을 다른 학생들에게 배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시 받은 학생은 그 돈의 일부를 가져서는 안 되고 모두 배분해야 했죠. 이 때 그 학생은 자신이 돈을 배분해 줄 다른 학생이 내집단인지 외집단인지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의사결정은 철저하게 익명성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죠. 이를 통해 타이펠은 학생들이 내집단과 외집단에 대해 차별적인 결정을 내릴 것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할 겁니다. 실험 결과, 내집단 학생들에게는 돈을 더 많이 분배하고 외집단 학생들에게는 적게 분배하는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즉 과대평가 그룹은 과대평가 그룹에게, 과소평가 그룹은 과소평가 그룹에게 우호적인 의사결정을 내린 것이죠. 자신이 돈을 가질 수가 없었기에 어떻게 결정하든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집단에게 유리하도록 외집단을 차별한 겁니다. 그저 점의 개수를 많이 헤아리거나 적게 헤아렸다는, 의미 없는 구분에 의해서도 이런 차별이 발생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죠.

타이펠은 후속 실험을 통해 내집단을 옹호하고 외집단을 차별하는 경향이 '상대성'의 특징을 가진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그는 피실험자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하나는 '자기 집단에 11점을 주고 타집단에 7점을 준다' 였고, 다른 하나는 '두 집단 모두에게 17점을 준다'였습니다.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할 줄 안다면 두 집단 모두에게 17점을 준다는 옵션을 선택할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첫 번째 옵션을 선택한 사람들이 아주 많았죠. 6점이나 손해를 보면서도 자기집단을 타집단과 구분하려는 욕구가 크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실험이었습니다.

타이펠의 실험은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지금도 만만찮은 반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내집단과 외집단으로 분리하면 알게모르게 구성원들 사이에 불안과 긴장감이 조성되는데 이를 제거하면 내집단을 옹호하는 현상이 사라진다고 마이클 호그(Michael Hogg)라는 학자는 주장합니다.

그러나 타이펠의 실험에서 점의 개수를 단순하게 많이 세거나 적게 셌다는 최소한의 이유로 집단을 나눴는데도(이를 '최소집단'이라고 함) 내집단과 외집단 간의 차별이 명확해졌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집단을 구분할 만한 이유가 보다 그럴 듯하고 보다 논리적이라면(예를 들어 수학 문제를 잘 푼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으로 나누면), 외집단에 대한 차별과 고정관념, 그리고 내집단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이 분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의미 없는 '집단 구분'조차 구성원들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 실험은 기업에서 단위조직을 나누고 합치는 '조직도 그리기'에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업무의 효율과 효과를 따져 팀이나 사업부를 구분하는데, 이렇게 정해진 팀과 사업부가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기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전사적으로 볼 때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피해를 주는 경우가 왕왕 나타납니다. 여기에 냉정한 성과주의가 결합되면 단위조직 사이에 놓은 벽은 더 높아지기 마련이죠.

하다못해 사무실에 파티션(큐비클)을 설치하는 '작은 행동'에 의해서도 내집단과 외집단 간의 긴장감이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 보통 팀과 팀을 구분하기 위해서 앉은 상태에서는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파티션을 높게 설치하는데, 하루 종일 다른 팀 사람들의 얼굴을 보지 않은 채 퇴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팀 내부의 결속과 우의를 다지는 데 좋을지는 몰라도, 고작 몇 센티미터 높은 파티션이 팀 간의 협력과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요소로 자리잡는다면 파티션 설치에 들어간 비용보다 훨씬 큰 돈이 빠져나간다는 뜻이겠죠.

그렇다고 단위조직을 나누지 않고 '통으로' 조직을 관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쾌적한 근무환경을 위해 파티션을 설치하지 않을 수도 없겠죠. 문제는 집단 구분으로 인한 이득과 비용의 최적점을 찾는 일입니다. 지나치게 조직을 세분해서도 안 되고 지나치게 조직을 방대하게 가져가서도 안 되겠죠. 나이가 많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자리를 주기 위해서 기존의 팀을 쪼개 새로운 팀을 만들거나, 성과 측정을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팀을 세분하는 일은 팀과 팀 사이의 의사소통 비용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회사의 성과를 좀먹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병폐가 될 겁니다.

요즘엔 팀과 팀 사이, 개인과 개인 사이의 파티션을 없애거나 낮추고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도록 유리로 바꾸는 회사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업무의 필요에 의해 팀을 구분하되 팀 사이의 '물리적인 장벽'은 없앰으로써 팀 간의 협력을 도모하겠다는 뜻이겠죠. 여러분의 회사가 '팀 이기주의'로 만연해 있다면 파티션을 없애거나 낮추는 작은 조치만으로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릅니다. 타이펠이 점의 개수를 많이 셌느냐 적게 셌느냐는 사소한 차이로 집단을 구분해도 집단 간 차별이 발생했다는 것의 '역(易) 적용'이 되겠죠.

단위조직 구분의 최적점을 찾는 일. 이것은 늘 조직의 숙제였고 앞으로도 그러할 겁니다. 상황에 따라 최적점이 변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죠. 집단과 집단 사이의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일. 이것이 중용의 마인드를 가져야 할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이것이 어렵다면 당장 파티션부터 낮추거나 없애보면 어떨까요?
 
(*참고논문 :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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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나 유아적인 인간일까?   

2010. 3. 10. 09:00


동물학자 클라이브 브롬홀에 따르면,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고 문화와 문명사회를 이루게 된 생물학적 동력은 ‘유아화’라고 하는 인간의 진화 과정 속에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모두 어린 아이가 되는 워터파크


초원처럼 몸을 숨길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최대한 집단을 이루어 협동심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리고 협동심이 커지려면 공격적인 기질보다 유순한 성미를 갖춰야 하는데, 유순해지려면 좀더 '유아화(幼兒化)'되어야 하겠지요.

발생학적으로 유인원들의 태아는 직립보행에 유리한 골격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인간의 경우 유아화로 협동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아화의 표식인 '직립보행'이 진화를 통해 굳어졌다는 것이 브롬홀의 주장입니다.

브롬홀은 인간에게 진행된 유아화라는 진화 과정이 유전적인 요인과 주변환경에 의해 개인별로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래의 표와 같이 유아화의 정도에 따라 인간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래로 갈수록 유아화의 정도가 큽니다.

 유형  특징
 알파형  힘을 무릅쓰면서 권력을 추구한다.
 창의력이 적고 바람기가 많다.
 관료형  협동적이고 적절한 창의력을 가지고 있다.
 모범적인 가정을 꾸린다.
 네오형  호기심이 왕성하다. 순응성이 약하다.
 부모와 배우자에게 헌신적이고 의존적이다.
 울트라형  지극히 상상력이 풍부하다. 정서적으로 불안하다.
 동성애 경향이 크다. 예술성이 뛰어나다.

여러분이 조직을 구성할 때, 구성원들의 유아화 경향을 고려사항에 넣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직의 특성과 추구하는 바에 따라, 적절하게 4가지 유형의 인간형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품개발이나 신규사업 개발과 같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조직에 독재자적 성격의 알파형 구성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면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조직이 와해될 수도 있습니다. 

기존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할 부서에 제멋대로 행동하는 울트라형 직원을 배치하는 것은 조직이나 개인에게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릅니다. 유아화 정도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집단의 선호에 따라 특정 인간형만 집중 육성한다면, '순혈주의'에서 나타나는 폐해를 고스란히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직의 성공은 다양성의 확보와 그 조화에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자신의 유아화 유형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여러분이 관리자라면, 직원들이 얼마나 유아적일지를 생각하면서 조직 구성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 이 글은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유정식)'라는 책 홍보를 위해 일반에 공개된 부분을 수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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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우리팀 인력이 부족해요!   

2010. 1. 29. 09:23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의 문제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팀을 운영할 때 인력을 충분히 고용하지 못하는 것도 한 가지 문제입니다. 게다가 경쟁을 치열해져서 "할 일은 많은데 인력이 부족한 상태"로 겨우 버티는 조직도 있을 겁니다. 오늘은 팀의 적정한 인력 구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요즘엔 거의 모든 기업들이 팀제로 조직을 운영합니다. 정부 부처도 '구 행정자치부'를 필두로 팀제를 도입하더니 팀제가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죠. 팀제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조직 구성원에게 명확한 성과 목표를 주고 업무의 지향점이 그것으로 향하도록 만들기 위함입니다. 간단히 말해, 성과 지향의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기초 인프라가 팀제입니다.

(우리는 한 팀!)


그런데 팀제를 운영한다는 기업들 중 많은 곳이 기존의 부/과제 조직일 때와 비슷한 조직 구성을 유지하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이런 기업의 팀을 들여다 보면, 같은 팀인데도 성격이 서로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두 개 이상의 그룹이 발견되죠. 과거의 부/과제가 그대로 이어졌다는 증거입니다. 

예를 들어, 기획부를 기획팀으로 이름만 바꾸어 놓고 그 안에는 경영기획, 경영관리, 재무기획 등 서로 독립적인 업무, 서로 다른 성과 목표를 갖는 업무 그룹들을 여전히 존재하도록 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위인설관(爲人設官, 감투를 주기 위해 조직을 만듦)의 관행 때문에 조직이 이상한 형태가 돼 버리는 것은 모든 기업의 고민거리입니다.

하나의 팀 정원을 산정할 때는 일단, 독립적인 성과 목표를 부여 받은 직원들을 모아 개별팀으로 그룹핑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름만 팀인 기획팀을 경영기획팀, 경영관리팀, 재무기획팀 등 실질적인 팀으로 분화하라는 말입니다. 

이 때, 각 팀의 인력 규모는 적어도 3명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전형적인 팀의 인력 구성은 ‘팀장 – 시니어 – 주니어’로 구성되어야 하죠. 팀장은 팀 전체의 업무를 총괄하고 성과를 책임집니다. 시니어는 팀장을 보좌함과 동시에 팀 업무의 기획을 맡는 브레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주니어는 팀 업무를 실행하고 시니어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 3명이 업무의 효과와 연속성 및 전문성을 위해서 팀이 가져가야 할 최소한의 정원입니다. 인력 증가의 부담이 있더라도 이 3명은 팀의 최소 단위입니다.

규모가 작은 회사의 경우는 개별팀으로 나누려다 보니 팀당 인원이 1~2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서 독립적인 팀으로 분화하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업무가 유사한 인력끼리 모아서 적절한 크기의 팀을 구성해 팀장-시니어-주니어의 체계를 갖추기 바랍니다.

팀의 업무량을 3명의 인력으로 충당하지 못한다면, 시니어와 주니어를 단계적으로 1명씩 늘려나가는 방법을 취합니다. 증가되는 업무의 양이 기획 성격이 강하다면 시니어를, 실행/운영/보조 성격이 강하다면 주니어를 1명씩 증원하는 방법으로 팀의 정원을 구합니다. 만일 보조 업무의 양이 많은 팀일 경우는 주니어 대신 어시스턴트를 배치하도록 합니다.

이런 식으로 업무의 증가량에 따라 팀 정원을 산출하면 복잡한 업무량 조사를 하지 않아도 팀 정원을 상대적으로 손쉽게 산출할 수 있습니다. 단, 사전에 팀의 업무가 명확히 기술되어 있고 개인별 업무분장이 확실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전제사항이 있습니다. 또한 위인설관, 임의적 통폐합과 같은 관행을 타파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팀의 인력이 일정 규모를 넘어가면 팀장의 통솔이 어려워집니다. 통솔범위(Span of Control)는 ‘기획적’이며 프로젝트 방식의 업무 성격을 갖는 팀은 최대 7명 수준으로 하는 것이 좋죠. 팀장-시니어-주니어 인력 구성을  1-3-3 포메이션, 혹은 1-4-2 포메이션으로 정합니다.

행정적이고 운영적인 업무성격이 강한 팀(예:콜센타)은 최대 20명 수준으로 한계를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기업과 팀에 똑같이 적용되는 통솔범위의 크기는 없으니, 각 팀에 적절한 통솔범위를 찾기 바랍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팀장-시니어-주니어라는 틀이 유지되어야 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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