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자, 그들을 어떻게 할까요?   

2010. 12. 20. 09:00



연말에 개인평가와 조직평가를 하다 보면 나오는 말 중에 하나가 '무임승차'라는 단어입니다. 알다시피 이 말은 남들이 이루어 놓은 성과를 아무런 노력 없이 가져간다는 뜻입니다. 조직에는 이렇게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눈에 띕니다. "저 사람은 아무것도 안했는데 단지 우리 팀이라는 이유로 성과급을 받아가다니, 참 불합리하군"이라고 생각한 적이 아마 여러분에게 한 두 번쯤은 있으리라 짐작되네요.

무임승차는 모든 조직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까요, 아니면 조직관리(혹은 성과관리)를 잘못할 때 발생하는 경영의 실패일까요?



사회학자인 로버트 엑스텔은 이러한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해서 시뮬레이션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그는 먼저 가상의 사람들을 시뮬레이션 모델 속에 '살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상의 사람들이 이익의 크기에 따라 독립적으로 일하기도 하고 함께 일을 하기도 한다는 로직을 집어 넣었습니다. 혼자 일하냐, 모여서 일하냐의 문제는 개인에게 돌아갈 이익의 크기로 결정한다는 것이죠.

엑스텔은 모델을 현실과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개성의 차이를 부여했습니다. 그것은 열심히 일해서 높은 소득을 원하느냐(소득 중시자), 아니면 높은 소득보다는 개인적인 시간을 더 많이 원하느냐(개인생활 중시자)의 차이였습니다. 쉽게 말해 일과 생활(Work and Life) 중 어디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느냐의 차이를 개인들에게 부여한 것입니다.

이렇게 2개의 로직을 시뮬레이션 모델에 집어넣은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엑스텔은 살펴봤습니다. 예상대로 일을 열심히 하는 야심가(소득 중시자)들은 독립적으로 일할 때보다 같이 일할 때 더 많은 소득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기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모델의 로직상 그들은 높은 소득을 따라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개인생활을 중시하는 자들 사이에선 기업이 만들어지기 어려웠겠죠.

현실에서 잘 나가는 기업들은 거의 모두 뛰어난 아이디어와 강력한 실행력을 지닌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엑스텔의 시뮬레이션 모델은 이러한 현실의 모습을 잘 반영했습니다.

야심가들이 만들어낸 기업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점점 사람들을 고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고용된 사람 중에는 소득 중시자와 개인생활 중시자들이 섞여 있겠죠. 여기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됩니다.

기업이 작을 때는 한 사람이 조직에 기여하는 성과의 비율이 큽니다. 그래서 개인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이럴 때는 무임승차를 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놀면 조직성과가 급락해서 자신에게 돌아올 몫도 눈에 띄게 줄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업이 커질수록(즉 인력이 많아지면) 1명의 직원이 기여하는 비율이 작아집니다. 절대액은 같아도 상대적인 기여분(分)은 떨어지기 마련이죠.

바로 이때 야심 없는 자(개인생활 중시자)들은 상대적인 기여가 작기 때문에 자기가 일을 하는 척만 해도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사실을 간파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속임수를 써도 받아가는 연봉은 열심히 일할 때와 거의 차이가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죠.

이렇게 되면 무임승차가 유리한 전략이 되고 열심히 일하던 야심가들도 무임승차 전략을 모방하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열심히 일할 때보다 자신에게 높은 순이익(소득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뺀 값)을 보장하기 때문이죠.

엑스텔은 모델에 하나의 로직을 더 첨가했습니다. 사람들이 더 높은 소득을 벌 기회가 있다면, 독립적으로 일하거나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도록 한 것이죠. 그랬더니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즉 무임승차 전략을 채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기업을 이탈하기 시작했고, 기존의 기업에는 무임승차자들이 우글거리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엑스텔의 모델은 비록 단순한 몇 가지 로직에 의존한 시뮬레이션이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매우 비슷하게 나타낸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기업이 처음에는 열심히 일하는 소수에서 시작하다가, 규모가 커지면 무임승차자들이 점점 증가하고, 급기야 일 잘하는 사람들이 조직을 떠나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우리가 익히 아는 기업의 사이클을 모사하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했던 질문을 다시 해보겠습니다. 무임승차는 모든 조직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까요, 아니면 조직관리를 잘못할 때 발생하는 경영의 실패일까요? 대답은 '둘 다'입니다.

엑스텔의 실험은 무임승차자의 발생이 조직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어쩔 수 없는 현상임을 보여줍니다. 무임승차는 기업에 고용되는 직원들의 개성(태도)이나 역량 차이에서 비롯되는 필연이죠. 하지만 필연이라고 해서 조직관리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무임승차자의 증가를 차단하지 못하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고 조직에는 무능한 사람들만이 남는다는, 소위 '파킨슨의 법칙'이 현실로 나타나니 말입니다.

그러므로 무임승차가 이득을 최대화하는 좋은 전략이라는 인식이 퍼지지 않도록 적절하게 규제하거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이득이 돌아가도록 하거나,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는 것이 무임승차보다 좋은 전략임을 '넛지(nudge)'하는 조직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개인성과와 조직성과 중에 무엇이 먼저인가, 하는 중요한 질문이 떠오릅니다. 이 질문은 관리자들에게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무임승차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개인의 성과를 강조하다 보면 자신의 성과지표에 집착하는 이기적인 행동이 만연하여 협력이 미약해집니다. 그렇다고 협력을 권장하기 위해 팀이나 사업부 단위의 조직성과를 강조하다 보면 무임승차자를 용인하는 꼴이 되어 버립니다. 일종의 트레이드 오프인 셈이죠.

조직의 규모가 크면 소수의 무임승차자는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합니다. 엑스텔의 실험에서 봤듯이 그들의 발생을 막을 도리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자들은 개인성과를 우선함으로써 무임승차자를 뿌리 뽑겠다는 접근보다는, 협력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단위조직(팀이나 사업부)의 성과를 높게 인정하고 동시에 협력의 요소를 개인의 성과지표에 담음으로써 무임승차가 결코 유리하지 않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입니다.

요컨대 성과관리는 개인보다는 조직이 우선이라는 말입니다. 성공한 기업들이 보이는 경쟁력의 뿌리는 개인들의 협력과 자발적인 기여로부터 나옵니다. 그 협력을 훼손하거나 무임승차자들이 조직을 오염시키게 놔두는 기업은 협력으로 똘똘 뭉친 경쟁자의 공격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겠죠.

소수의 무임승차자를 그대로 두면서 협력을 권장하는 조직관리가 필요합니다. 무임승차자를 '발라내겠다'는 극단과, 무임승차자를 '방치하는' 극단 사이에서 적절하게 무게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이것 또한 경영의 중용이겠죠?

(*참고도서 : '사회적 원자', 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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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적고 느슨한 조직이 성공한다   

2010. 7. 16. 09:00

'슬랙(Slack)'이란 책을 완독했습니다. 느림과 여유를 가지고 조직을 관리해야 지속가능한 기업을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생각이 새롭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포스팅한 '노는 직원은 그냥 놀게 놔두세요'란 글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의 책입니다.

'더 많은 압박을 가하면 더 많은 아웃풋을 기대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란 신념에 가득 찬 리더라면, 이 책을 읽고 진정한 관리란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네요. 좀 급진적인 내용이 많은 책이기에 거부감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시각을 충전하는 데 더없이 좋은 책입니다.

책에서 좋은 문구를 만날 때마다 트위터에 글을 남겼습니다. 아래의 글들은 그 트윗들을 모은 것입니다. 많은 트위터 친구 분들이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책이 대체로 어떤 주장을 펼치는지 아래의 글을 보면 짐작이 될 겁니다. 하지만 맥락을 생략한 단편적인 트윗이기 때문에 오해하지 않으려면 꼭 책을 읽기를 권합니다.


(* 책의 문구를 그대로 옮긴 것도 있고, 주장하는 바를 정리한 것도 있다는 점을 알립니다.*)

SLACK (톰 드마르코, 인사이트)

"야근을 하는 관리자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기 때문이다"

"나쁜 관리의 제1법칙, 무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걸 더 많이 하라"

"나쁜 관리의 제2법칙, 관리자 자신이 만능선수가 되라"

"그저 돌아가면서 사장에게 보고하는 것은 회의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사장의 '사장다움'을 인정하고 축하하는 의식에 불과하다."

" '할 수 있다' 태도는 여러 기업에 만연해 있다. 이러한 태도는 리스크 관리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지식근로자들이 일하는 조직에서 건전한 경쟁과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다. 모든 내부경쟁은 파괴적이다"

"리더십의 시도가 실패하면 권한이 충분히 없었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리더십은 충분한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성공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조직에게 MBO는 마치 과거 공산주의 체제에서의 계획경제와도 같은 것이다"

"효율적인 기업일수록 리스크를 회피한다. 리스크를 회피하면 얻을 게 별로 없다"

"빈정거림, 비꼼, 비난, 개인적인 조롱, 공적인 자리에서의 굴욕, 분노, 상사의 짜증, 눈치 보기....이런 것들이 조직의 필수적인 변화를 가로막는 진정한 적이다"

"매일 야근, 납기의 과도한 단축, 프로세스 표준화에 대한 압박....이 모든 것의 근본원인은 바로 '두려움'이다"

"납기일이 빠듯해서 납기준수가 어렵다고 말하면, 인력을 있는대로 동원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많은 사람을 투입하면 납기가 오히려 늦어질 뿐이다"

"여러분의 회사가 두려움의 문화를 가진 조직이라면, 살아남은 관리자들은 죄다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일 것이다"

"나(저자)는 열심히 일하고 늦게까지 일하는 관리자에게 어떠한 감명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절대 바빠 보이지 않는 관리자들에게 훨씬 더 큰 감동을 받는다"

"프로젝트를 12개월로 계획했는데 18개월이 걸렸다면 '12개월로 타이트하게 계획했기 때문에 그나마 18개월 안에 끝난 거야'라고 말하면서 위안을 삼는다. 그런 사람들에겐 마음껏 비웃어주고 싶다"

"일정에 대한 책임은 일정을 못맞춘 하급자가 아니라, 일정을 수립한 관리자가 져야 한다"

"경험상 납기 단축을 강조하는 프로젝트들은 예외 없이 대실패로 끝났다. 그런 프로젝트는 빠져나가는 게 상책이다"

"직원들에게 야근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직원들은 알게모르게 '유휴시간(개인적인 용도로 보내는 시간)' 삽입으로 대응한다."

"직원들에게 압력을 가하면 일을 빨리, 그리고 많이 하리라 기대하는 생각은 노예들에게나 맞는 생각이다"

"지식근로자들에 대한 인센티브는 그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른다는 슬픈 고백일 뿐이다. 그런 인센티브들은 대개 하찮은 것들이다. 그런 것으로 이전과 현격히 다른 행동을 유도할 수 없다"

"기업의 건전한 자산으로 다른 산업을 기웃거리는 행동은 자기들이 가장 잘 아는 영역에서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증거다"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니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이용 당했다'고 느낀다는 점이었다"

"바쁜(busyness) 조직보다 신속한 반응(responsiveness)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라. 그러기 위해선 '여유(slack)'가 필수적이다"

"교육훈련이란 전문가의 속도보다 훨씬 천천히 새로운 것을 반복해보는 연습이다."

"신뢰성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줘야 남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는 말은 거짓이다. 상대방을 먼저 신뢰할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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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가 고향인 황소개구리는 1970년대 초반에 식용으로 쓰기 위해 우리나라에 수입됐습니다. 그러나 개구리 판매가 변변치 않자 1990년대 초부터 산과 호수 등 자연생태계에 무분별하게 버려졌지요. 그래서 전국의 저수지는 황소개구리의 천지가 됐습니다. 

이렇게 버려진 황소개구리는 한 번에 1만개 이상의 알을 낳는 엄청난 번식력과 뱀까지 잡아 먹는 포식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토종 생태계를 급격히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알다시피 개구리는 보통 뱀이나 물새가 천적인데, 길이 60cm에 1kg이 넘는 황소개구리는 천적들이 감히 공격하기 어려운 존재였습니다.

(업혀있는 개구리는 새끼가 아니라 일반개구리)


황소개구리 창궐이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자, 학생들이 황소개구리를 잡아오면 봉사 점수를 준다든지, 실업대책으로 황소개구리 잡기를 위한 공공근로사업을 벌인다든지, 환경부가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황소개구리 시식회를 연다든지 등 황소개구리 박멸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랬던 황소개구리가 요즘에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황소개구리 퇴치 운동이 효과를 발휘한 걸까요? 파충류 전문가인 심재한 박사는 황소개구리의 근친교배로 인해 열성유전자가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3명의 과학자가 연구를 진행했지요. 그들은 황소개구리의 서식지가 고립됐기 때문에 근친교배가 늘었다고 설명합니다. 각종 저수지 준설 공사, 하수도 정비 공사, 생태공원 조성 등 때문에 서식지가 격리됐던 거죠.

이 같은 지역적 격리는 황소개구리에게 근친교배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심재한 박사는 격리된 서식지에서 유독 기형 개구리가 많이 발견되는 현상이 발견된다고 말하면서, 황소개구리의 급감은 과잉번식에 의한 근친교배 때문에 유전적으로 환경 적응력이 떨어진 것이 주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합니다.

동물원에서도 근친교배의 위험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동물원에서는 개체 수를 늘리고 후대를 잇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근친간의 교배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서울 대공원에 사는 9살 난 암컷 호랑이는 99년부터 한 어미에서 태어난 오빠와 남동생과의 근친교배를 통해 모두 9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그 중 5마리가 폐사했다고 합니다.

또한,  국내 13개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호랑이 중 절반이 근친교배에 의해 태어났는데, 그것들 중 25%는 백내장, 사시, 신경이상 등과 같은 유전질환을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과학에서 경고하는 근친교배의 위험성은 기업에 고스란히 대입됩니다. 소위 순혈주의에 입각한 조직 운영이 기업에서의 근친교배에 해당합니다. 속된 말로 '자기네끼리 다 해먹는' 조직에서는 갈등이 적어서 무슨 일이든 합의가 잘 이루어지죠. 직원들끼리 의기투합도 잘 됩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지만 '출신성분 따지기', '자기 사람 챙기기', '경력사원 배척하기' 등이 암암리에 만연됩니다.

이것을 '우리 회사는 참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라고 잘못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잘못된 의사결정이라 해도 합의와 화합이라는 탈을 쓰면 훌륭한 의사결정으로 둔갑합니다. 박수치고 '으쌰으쌰'하면 잘 될 줄 압니다. 그러나 시장은 냉정합니다. 합의와 화합을 했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최악의 의사결정은 대개 갈등이 적은 회사에서 나옵니다.

다양성을 상실한 채 '자기 사랑'에 열중하다보면 환경 적응력이 떨어져 황소개구리처럼 순식간에 절멸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떻습니까?

(* 참고도서 :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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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 효과'를 조심하세요   

2010. 1. 22. 15:39

어제 올린 포스트에서 '망원경 효과'를 다뤘는데, 오늘은 그와 반대되는 '현미경(Microscope) 효과'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 또한 조심해야 할 효과입니다.

여러분이 두 개의 설계도 중 하나를 가지고 제품을 생산한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A설계도는 5개의 핵심부품을 근간으로 그려져 있는 반면, B설계도는 10개의 핵심부품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A든 B든 똑같은 기능을 만족하는 제품의 설계도입니다. 각 부품들이 핵심부품이기 때문에 하나만 잘못돼도 제품 전체에큰 영향을 미칩니다. 여러분은 이 중 어떤 설계도를 선택해야 할까요?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에펠탑을 잘 볼 수 없습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당연히 핵심부품의 수가 적은 A설계도를 선택할 겁니다. 그 이유는 부품의 수가 적을수록 시스템 전체의 오류가 낮기 때문일 겁니다. 만일 개별 부품의 신뢰도가 99.5%라고 한다면, 각 설계도에 의한 시스템 전체의 신뢰도는 다음과 같이 결정됩니다.


   A설계도에 의한 시스템 전체 신뢰도 
     = 0.995 의 5제곱 = 0.975  = 97.5%

   B설계도에 의한 시스템 전체 신뢰도 
     = 0.995의 10제곱 = 0.951 = 95.1%


부품의 갯수가 많아지면 시스템 전체의 신뢰도는 개별 부품의 신뢰도보다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를 기업의 조직 설계에 적용하면 가능한 한 조직을 심플하게 가져가는 것이 회사의 안정성을 위해 좋은 전략이라는 시사점을 얻습니다. 

그러나 실제 조직에서 이런 시사점을 망각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조직을 쪼개고 분리해서 단위조직의 크기를 작게 가져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대(大)사업부를 작은 사업부로 나눈다든지, 예전 같으면 '담당' 수준인 조직을 팀으로 구분하는 경우들이죠.

또한 '직무중심의 인사'라고 해서 개별직무의 가치를 따지고, 직무별 담당업무와 역량을 현미경을 들여다 보듯 가능한 한 미시적으로 설정하려 합니다. 그래야 직원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인사 컨설팅을 하고 있지만, 직무 중심 인사에 대한 회의를 많이 느낍니다.)

물론 잘게 나뉜 조직들이 각자 100%의 신뢰도를 가지고 업무에 종사한다면 회사 전체의 운영엔 아무 문제가 없겠죠. 하지만 조직이란 게 헛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서 누수가 발생하지 않는다 해도 99.5% 정도가 개별 단위조직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신뢰도입니다. 그러므로 심플하게 설계된 조직을 일부러 나누는 작업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회사 전체로 보면 신뢰도를 깎아 먹는 조치가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미시적인 관리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물론 개별 팀의 현재 신뢰도가 너무나 저조하다면(예를 들어 70%), 미시적 관리를 통해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회사 전체의 신뢰도도 높아지죠. 

하지만 현재 개별 단위조직들이 큰 문제 없는 신뢰도로(예를 들어 95%) 운영되는데, 그보다 더 잘 관리하겠다고 조직을 세분화했다가는 단위조직 신뢰도의 향상분보다는 시스템 전체의 신뢰도의 하락분이 더 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트레이드 오프(Trade-off)를 면밀히 따지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더 복잡한 시스템이면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능이 심플한 기계보다는 뭔지 모르겠지만 화려한 기능을 자랑하는 기계에 혹하고 말죠. 미시적 경영관리를 위한 툴들은 전략적인 판단력을 흐린다는 사실에 주의하십시오. 그것이 회사 전체의 효율과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지 따져보고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 무턱대고 들여왔다가 도입 안 하니만 못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더 잘 하려다가 조직 전체를 망치는 '현미경 효과'를 경계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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