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종류와 난이도, 관리자와 동료 직원들, 물리적인 업무 공간 등이 모두 동일한 조건이라 해도 업무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업무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어떤 불만을 가지는지 상관없이 자기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그마한 사안에도 불만을 떠뜨리거나 냉소적이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스토(B. M. Staw)는 이렇게 직무에 임하는 태도에 직원 각자의 기질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1969년과 1971년 사이에 이직을 했거나 경영진 교체를 경험했던 5천여 명의 직원들을 전국적으로 샘플링하여 조사한 결과로 이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직무만족도에 있어서 외부적인 근무조건도 중요하지만 직원 개인의 기질도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주장했던 것입니다. 



리차드 알베이(Richard D. Arvey)와 동료 연구자들은 스토의 연구 결과에 착안하여 '유전적인 요소'가 직무만족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다 심층적으로 규명하기로 했습니다. 알베이는 어렸을 때부터 따로 떨어져서 자란 34쌍의 일란성 쌍둥이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알다시피 일란성 쌍둥이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에 직무만족도에 유전적인 요인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를 연구하는 데 적합했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일란성 쌍둥이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의 복잡성과 신체적 조건이 비슷한 직업을 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모두 20개의 문항으로 직무만족도를 측정하게 하자 전반적으로 일란성 쌍둥이들이 각자 느끼는 직무만족도에서 뚜렷한 상관관계가 포착되었습니다. 


특히 20개의 문항 중에서 충분한 업무 시간, 독립적 업무 수행, 성취감, 판단의 자유 등 만족의 '내적 요소'에 해당하는 12개의 문항에서 상관관계가 높았습니다. 다시 말해 동일한 만족도 문항에 대해 일란성 쌍둥이들은 비슷한 측정값을 내놓았다는 뜻이죠. 급여, 작업환경, 고용의 안정성, 칭찬 같은 만족의 '외적 요소'에는 일란성 쌍둥이들 사이의 상관도가 미약했습니다.


알베이는 동일한 유전자를 지닌 일란성 쌍둥이들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직무에 느끼는 만족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서 유전적 요소가 직무만족도에 적어도 30퍼센트를 기여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30퍼센트라는 값이 그리 크지 않게 느껴지지만 외부적인 근무조건(업무 난이도, 관리자 및 동료, 물리적 작업환경 등)이 동일할 경우에 직원 개인의 'DNA'가 직무만족의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합니다. 


만족이라는 감정은 외부의 상황과 조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리고 상황과 조건을 해석하는 필터는 환경적인 요인보다는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상당히 좌우됩니다(물론 환경적 요인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황을 항상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나 긍정적으로 여기는 상황도 항상 냉소적으로 바라보려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참고논문)

Richard D. Arvey, Thomas J. Bouchard, Jr., Nancy L.Segal, Lauren M. Abraham(1989), Job satisfaction: Environmental and genetic component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Vol. 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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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A는 자기 일에 상당히 만족하는 직원인 반면, B는 맡은 직무에 만족하지 못할 뿐더러 회사에 불만도 많습니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둘 중 누가 더 성과가 높을 것 같냐고 질문을 던진다면, 여러분은 뭐라고 대답하겠습니까? 십중팔구 직무만족도가 높은 A의 성과가 당연히 좋지 않겠냐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대답은 '누구의 성과가 더 나은지 알 수 없다'가 되어야 옳습니다.

심리학자 네이선 볼링(Nathan A. Bowling)은 여러 연구 결과에서 도출된 데이터를 토대로 메타 분석을 실시하여 직무만족도와 성과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믿음은 잘못되었다고 말합니다. 직무에 만족한다고 해서 성과가 좋을 거라고 믿을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죠. 볼링은 1967년부터 2006년 사이에 출간된 109개의 논문을 면밀히 분석하여 이런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먼저 개인의 성격을 나타내는 5개의 특성(보통 Big 5 모델이라 불림) 때문에 직무만족도와 성과 사이에 관계가 있다고 잘못 알려진 것은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그가 경로분석(Path Analysis)를 통해 Big 5 특성을 고정시킨 후에 직무만족도와 성과 간의 관계를 살펴보니 의미 있는 값이 나오지 않았습니다(경로계수가 0.19에 불과). 이는 Big 5 특성이 직무만족도와 성과에 각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직무만족도와 성과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듯한 착시효과를 일으킨다고 볼 수 있는 결과입니다. 술주정뱅이 수와 목사의 수가 동시에 증가한다고 해서 둘 사이에 모종의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둘 다 인구의 증가라는 요인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죠.

또한 볼링은 자존감, 자기효능감(self-efficacy), 감정적 안정성, 통제감(locus of control) 등에 대해 구성원들이 자신을 평가한 자료들을 분석한 후에 동일한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 4가지 요소를 통제한 후에 살펴보니 역시 직무만족도와 성과 사이의 관계가 미약했습니다(경로계수 0.21). 그리고, 조직 내에서 느끼는 자존감(organization-based self-esteem)을 고정시켰을 때는 경로계수가 0.09에 불과하여 직무만족도와 성과 사이의 관계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직무만족도와 성과 사이에 서로 인과관계가 있어 보이는 이유는 제 3의 다른 변수들 때문이라는 것으로 볼링의 메타 분석을 요약할 수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직원들을 만족시키면 성과가 올라갈 거라 기대하면서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늘리고, 유연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고, 사무실 인테리어를 멋있게 교체하는 등 직원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실행에 옮깁니다. 허나 성과는 그렇게 한다고 해서 쉽게 향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조치들은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하지만 볼링이 지적했듯이 직무만족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여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볼링의 연구를 곡해해서는 안 되겠죠. 왜냐하면 설령 성과와 별 상관이 없다 해도 직무만족도가 비생산적인 행동, 이직률, 직원들의 지각과 결근 등에 중요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여러 학자들의 연구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자기 업무나 회사에 불만이 가득하지만 성과가 높은 직원들이 여러분의 조직에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들은 언젠가 회사를 나가거나 규칙에 반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조직의 장기적인 발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겠죠. 볼링의 연구는 장기적인 영향에 관한 것이 아니기에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합니다. 직무만족도를 올려 성과를 높이겠다는 단순한 생각이 틀렸음을 입증한 것으로만 그의 연구 결과를 수용해야겠죠.

볼링의 연구는 성과라는 것이 어느 하나의 조치만으로 쉽사리 도달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들이 얽혀서 산출되는 결과물임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성과관리는 일종의 예술인 듯 합니다. 원하는 수준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직무만족도와 같은 어느 한 가지 요소로 성과를 끌어 당기려는 단선적인 조치에서 벗어나 조직 전체를 조망함으로써 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과관리는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참고논문)
Is the job satisfaction–job performance relationship spurious? A meta-analytic exami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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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직장의 개념이 옅어지면서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한번 이상 이직을 하는 추세입니다. 동료들과의 갈등 탈피, 경력개발의 기회, 높은 연봉, 자아실현 등 이직을 하는 이유야 사람마다 각기 다르겠지만, 아마도 이직의 가장 큰 동기나 계기는 결국 기존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기존 직무에서 금전적으로나 비금전적으로 충분한 만족을 느낀다면 굳이 다른 직장을 찾아 나서는 힘겨운 여정을 감내할 이유가 없을 테니 말입니다. 이 때문에 이직율이 직원들의 직무만족도를 가늠하는 요소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여러 날 동안 어려운 절차를 거쳐 드디어 새 직장에 첫출근하는 날 아침,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찾아오는 설레임은 새로운 직무에 대한 만족을 기대하게 합니다. 그런 기대를 갖는 것만으로도 실제로 이직자의 직무 만족도는 입사 초기에 상승하곤 합니다. 설사 새로 들어온 회사가 예전의 회사보다 객관적으로 볼 때 힘든 근무 조건일지라 해도 새출발한다는 감정이 직무 만족도를 끌어올립니다. 텍사스 A&M 대학의 웬디 보스웰(Wendy R. Boswell)은 이런 현상을 깨가 쏟아질 정도로 각별한 신혼부부의 모습에 빗대어 '신혼 효과(Honeymoon Effect)'라 부릅니다. 

 


하지만 신혼부부의 열렬한 사랑이 오래 지속되는 법이 없듯이 이직자의 직무 만족도는 어느 순간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맙니다. 신혼 효과는 어느새 '숙취 효과(Hangover Effect)'로 바뀌어 입사한지 1년이 지나면 입사 초기에 가졌던 직무 만족도보다 떨어져 버립니다. 미국 남서부에 위치한 어느 공공기관의 신규 입사자 132명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연구를 수행한 보스웰은 이런 통념이 옳고 일반적일지 모른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보스웰은 신규 입사자들에게 입사 시점, 3개월 후, 6개월 후, 1년 후, 이렇게 총 4번의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입사자들은 여러 직무에 분포돼 있었는데 대부분 전문직무이거나 행정 직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었죠. 설문조사 항목은 크게 4가지였습니다. 첫 번째 항목은 새 직무와 옛 직장에서의 직무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 수준을 1점부터 5점까지의 척도로 각각 평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항목은 이직이 자발적인 이유 때문이었는지 해고 등의 비자발적인 이유였는지를 묻기 위한 것이었죠. 

보스웰은 경력개발의 기회 부여, 안정적인 급여와 복리후생 혜택 제공 등 세 번째 설문 항목에 포함된 18개의 세부항목을 통해 사용자(employer)가 입사자에 한 약속(commitment)를 잘 이행한다고 생각하는지의 여부를 측정했습니다. 네 번째 항목은 회사의 여러 제도, 직무의 내용, 업무 프로세스 등에 관하여 입사자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즉 얼마나 새로운 회사에 잘 적응했는지 보기 위한 항목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입사 후 3개월~1년 사이의 직무 만족도가 입사 시점의 값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헌데 흥미로운 점은 입사 시점부터 3개월까지는 만족도가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하다가 그 이후(6개월 후, 1년 후)에는 하락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보스웰은 사용자의 약속 이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회사 제도 등에 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에 기초하여 직무 만족도의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흥미롭게도 '숙취 효과'는 사용자의 약속 이행과 회사 제도에 관한 이해 정도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평균보다 1표준편차만큼 더 높게 평가한 사람들)에게서 크게 나타났습니다. 그들의 1년 간의 직무 만족도 변화를 그래프로 그려보니 포물선 모양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입사 후 3개월까지는 만족도가 상승하다가 그 이후로 뚝 떨어지기 시작하여 1년 시점의 만족도는 입사 시점의 만족도에도 미치지 못했죠. 초기에는 회사 측에서 제시한 좋은 조건들,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정도가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그 효과는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는 빛이 바래진다는 의미입니다.

사용자의 약속 이행과 회사 제도에 관한 이해 정도를 낮게 평가한 사람들(평균보다 1표준편차만큼 낮게 평가한 사람들)의 직무 만족도는 입사 시점부터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였고 그 후에 거의 변화가 없거나 변화폭이 작았습니다. 입사 후 1년이 지나면, 사용자가 약속을 잘 이행한다고 보든, 또 입사자가 회사에 잘 적응하든 간에 느끼는 직무 만족도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해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로써 입사 후 3개월 지나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면 허니문 기간이 종료되고 그 이후에는 직무 만족도가 하락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일지 모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이러한 직무 만족도 하락을 어떻게 막아야 할까요? 보스웰은 신혼 효과가 숙취 효과로 진행하는 패턴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놀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입사자에게 제시한 조건들과 약속 이행 여부, 입사자의 회사 적응 등에 특별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직무 만족도가 오르다가 저하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죠. 마치 새로 자동차를 구입하면 처음에는 누가 흠집이라도 낼까 애지중지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세차하기도 귀찮아지는 마음과 비슷한 일입니다.

관리자들은 입사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시점에 적절하게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금 직무를 명료하게 인식시켜 준다든지,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도전적 과제를 제시한다든지,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든지 등의 노력을 통해 입사자들이 직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대처해야 하겠죠. 또한 초기부터 입사자들에게 1년 내에 그러한 만족도의 변화가 있으리란 것을 솔직하게 알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입사자의 급격한 직무 만족도 저하를 예방하고 최소화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보스웰은 옛 직장에서의 직무 만족도가 새 직장에서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또한 지적합니다. 옛 직무에 부정적일수록 새 직무에 대한 만족도 저하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고, 옛 직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입사자일수록 새 직무에 대한 태도 변화가 별로 없으리란 점입니다. 따라서 경력 입사자의 경우 현 직무에 대한 만족도 뿐만 아니라 입사 전의 직무 만족도를 함께 평가해야 직무 만족도 조사로부터 올바른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보스웰의 연구는 이직을 계획하는 자들에게도 의미가 있습니다. 새로운 직장에서 느끼는 '새로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으니 너무 높은 기대를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경력개발이나 자아실현의 동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현 직장에서의 무료함과 낮은 만족도를 견디지 못해 이직할 경우에 또다시 그런 덫에 걸릴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직자들이 처음엔 높은 열의를 보이다가 1년이 지나면 타성에 젖은 듯한 모습을 보입니까? 이를 이직자 개인 혹은 회사의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호들갑을 떨기보다 입사자가 조직에 적응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할 때 올바른 해법이 나타납니다. '군기'가 빠지는 게 당연한 현상입니다.

여러분 조직에 방금 입사한 직원들은 어떨 것 같습니까? 


(*참고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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