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한 노인이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집 안에서만 은거하며 지낸 노인은 행색이 남루했고 어딘가 모르게 기이한 면모를 풍겼습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 사는 10살 짜리 철 모르는 꼬마들은 그런 노인을 놀려대기 일쑤였습니다. 아이들은 방과후 집으로 가는 길에 노인의 집 앞에서 노인의 이상한 면모에 대해 비웃곤 했습니다. 어느 날 오후, 노인은 밖에서 아이들이 자신을 가리키며 못생기고 바보 같은 대머리라고 크게 조롱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노인은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습니다. 그는 여느 날처럼 자신을 놀려대는 아이들을 앞마당에서 만났습니다. 노인은 "내일 너희들 중 누구나 여기에 와서 지금처럼 무례한 소리를 질러대면 각자에게 1달러씩 주겠다"라고 말합니다. 이 제안을 들은 아이들은 다음날에 노인의 집 앞을 찾아와 흥에 겨워 욕설을 마구 질러댔습니다.



노인은 그 소리가 듣기 싫었지만 꾹 참고 아이들 모두에게 1달러씩 나눠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내일도 오늘처럼 똑같이 와서 욕설을 퍼부으면 각자에게 25센트씩을 주겠다"라고 말합니다. 25센트라는 돈이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생각한 아이들은 그 다음날에도 노인의 집 앞에 와서 욕지거리를 해댔습니다. 노인은 군말하지 않고 약속대로 25센트를 아이들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너희들에게 1센트 줄 테니 내일도 와서 이렇게 해라."라고 말했습니다. "1센트라고?" 아이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더니 노인에게 "됐어요!"라고 말하고는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아이들은 노인의 집앞에 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노인을 욕하는 소리도 들을 수 없었죠.

이 짧은 이야기는 알피 콘(Alfie Kohn)이 쓴 "Punished by Rewards"에 소개된 일화를 약간 각색한 것입니다. 노인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즐거워서(?) 하던 행위에 돈으로 보상함으로써 아이들이 자신을 놀려대는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를 사라지게 만들고 '외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로 대체했습니다. 돈에 의해 유지되던 외적 동기는 노인이 1센트라는 푼돈을 주겠다고 말하자 이내 사라져 버렸고 아이들은 더 이상 노인을 욕하는 행위에서 재미를 찾을 수 없었던 겁니다. 노인의 이야기는 어떤 일에 대한 보상이 사람들의 내적 동기를 갉아먹을 뿐만 아니라, 보상이 줄거나 없어지면 흥미가 떨어져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꼬집고 있습니다.

우리 말에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말이 안 되는 속담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이제 살펴보니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미운 아이의 미운 짓에 보상을 하면 그 미운 짓을 할 내적 동기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니 말입니다.

많은 조직에서 어떤 행위와 성과를 권장하기 위해서 보상을 강화하고 구성원들의 보상 차이를 확대하는 방법을 쓰곤 합니다. 구성원들이 맡은 업무로부터 즐거움을 느끼도록 만들어 생산성을 높이기보다는 돈이라는 당근으로 유혹하면 더 열심히 일하리라 가정하고 기대합니다. 물론 이런 당근이 제시되면 구성원들은 전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려고 노력할 겁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회사가 어려워져 높은 보상을 유지할 수 없게 되거나, 평가 결과에 따라 상대적으로 차등이 돼 남보다 못한 보상을 받는 경우가 지속되면 아이들이 노인을 향해 느꼈듯이 회사에 대한 불만이 쌓이게 됩니다. 그러면서 맡은 업무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잃어버리고 말죠. 생산성은 답보상태이거나 추락하는 지경까지 이릅니다.

알피 콘은 "A를 하면 B를 주겠다"라고 말하는 방식의 보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A보다는 B에 집중해 버리는 역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일 잘 하면 돈을 주겠다"라는 보상 방식은 직원들에게 일보다는 돈이 더 중요하다는 엉뚱한 신호를 주는 꼴입니다. 또한 오로지 돈이라는 외적 동기에 의해 일의 즐거움을 확인 받도록 직원들을 조건화합니다. 그러니 직원들이 보상에 불만을 강하게 표하면 평가지표를 객관적으로 바꾸고(과연 객관적을 바꿀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차등 보상을 강화하려는 식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해법을 내놓으려고 하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조성하려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외면한 채 외적 동기를 강화하는 쉽고 빠른 대증요법을 가함으로써 직원들을 내적 동기가 사라진 '외적 동기의 노예'로 만들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도 보상이 직원들의 동기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보상은 돈을 벌려는 직원들이 동기를 높일 뿐입니다. 미운 아이에게 떡 하나를 더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상기하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Punished by Reward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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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이 조직의 성과 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많은 조직에서 차등 보상이 성과 창출을 위한 동기를 불어넣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의 성과가 제고되는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래서 성과가 지체되어 있거나 조직의 분위기가 침체될 때 차등 보상을 도입하거나 차등의 정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 합니다. 과연 차등 보상이 원하는 효과를 언제나 가져다 주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비법일까요?

캘리포니아 주립대 어바인 캠퍼스의 존 피어스(Jone L. Pearce) 등의 학자들은 미국의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을 대상으로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이 조직의 성과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연구를 1980년대 초에 수행한 바 있습니다. 사회보장국은 1978년에 제정된 행정서비스 개혁법에 따라 성과를 기반으로 한 보상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피어스 등은 차등 보상제도가 도입되기 전과 도입된 후에 조직의 성과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고, 차등 보상이 끼친 영향을 통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사회보장국 산하의 지역사무소들로부터 1977년부터 1982년까지의 성과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취합된 성과 지표는 모두 4가지 종류였습니다. 이 지표들은 지역사무소의 성과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들이었고 관리자 자신들의 차등 보상액을 결정하는 데에 40%나 반영되었기 때문에 관리자들 사이에서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었습니다. 높은 급여를 받기 위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죠.

1977년부터 1982년까지의 4가지 성과지표의 값을 살펴보니 모두 향상되는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패턴만 보면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제도가 조직의 성과 향상에 기여했다고 판단하기 쉽지만,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는 그러한 직관적 판단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피어스 등은 조직의 성과가 차등 보상을 도입하기 이전부터 향상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다시 말해, 차등 보상이 성과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통계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죠. 차등 보상을 도입했다고 해서 향상되고 있던 조직의 성과가 더욱 높아졌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4개 중 2개의 성과지표는 향상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1981년 이후에 나빠지는 패턴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피어스 등은 이 하나의 연구만으로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차등 보상의 효과를 증명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들은 차등 보상이 조직 성과에 기여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의 시사점이라고 말합니다. 차등 보상이 정말로 성과 향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른 요인과 떼어 놓고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사실 차등 보상 때문에 조직의 성과가 높아진 게 아니라, 조직의 성과가 높아지고 있기에 차등 보상을 실시할 금전적 여력이 있다고 보는 게 맞을지 모릅니다. 인과관계의 화살표 방향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이 연구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기도 합니다.

피어스의 연구 이외에 차등 보상이 조직과 개인의 성과 향상과 관련이 없다(그리고 오히려 성과를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많습니다. 직원들에게 차등 보상이라는 '당근'을 흔들어 대면 성과 향상을 위한 동기가 불끈 솟아오르리라 기대하는 것은 인간을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고 한낮 동물로 여기는 비인간적 경영방식일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평할 때는 '결코 돈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일을 할 때 돈보다도 다른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라고 말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때는 '돈을 차등해야 열심히 일하려고 할 거야', '돈만 많이 받으면 좋아한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자신은 고고하지만 타인은 돈 밝히는 속물일 거라 여기는 모양입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죠.

성과 향상을 위해 차등 보상을 도입하는 일은 성과가 지지부진한 진짜 이유를 덮어버리고 맙니다. 진짜 문제는 돈을 적게(또는 돈을 똑같이) 주기 때문이 아니라 업무의 본질 속에 숨어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경영자가 가져야 할 현명한 관점입니다.

직원들에게 당근을 흔들어대지 마십시오. 당근은 채찍과 다를 게 없습니다.

(*참고논문 : Managerial Compensation Based on Organizational Perfor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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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의견을 듣지 마라   

2011. 5. 18. 09:20



연봉제를 개선하기를 원하는 고객사를 방문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항상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직원들이 일을 잘하면 더 많은 연봉을 받기를 원한다. 남들보다 일을 잘 했는데도 똑같은 돈을 받는 것에 대해 불만이 크다. 그래서 합리적으로 평가가 이뤄져야 하고 그에 따라 일 잘하는 사람에게 차등적으로 보상할 필요가 있다." 라는 말입니다. "어차피 인건비 예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 잘하는 직원을 우대하는 게 당연하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는 '일 잘 하면 돈을 많이 주는 게 당연하다' 라며 이 말에 동의하는 분들이 제법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 그런 의견에 동의하는 이유는 '일 잘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높은 연봉을 받기를 원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을 못했는데도 일 잘하는 사람과 같은 연봉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결국 사람들은(직원들은) 차등 보상이 강화된 연봉제를 좋아하리라고 간주할 겁니다. 연봉제 개선을 요구하는 고객사 담당자들도 이런 가정(assumption)을 가지고 있죠.



여기서 한 가지 따져볼 게 있습니다. 진짜로 일 잘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높은 연봉을 받기를 원할까요? 당연히 그렇죠. 본인이 남들보다 뛰어난 기여를 했는데도 금전적이든 비금전적이든 돌아오는 보상이 같다면 힘이 빠지겠죠.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의 능력이 평균 이상이고 회사에 기여하는 바도 평균 이상이라고 여깁니다. 90% 이상의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 상위 10%에 속한다고 믿습니다. 

바로 지난 번에 이야기한 바 있는 '워비곤 호수 효과' 때문이죠. 요즘 화제가 되는 '나는 가수다'란 프로그램을 잠시 본 적이 있는데, "설마 내가 7위는 아니겠지"란 인터뷰 내용이 자주 등장합니다. 워비곤 호수 효과는 아주 일반적인 현상이죠. 스스로 자신의 능력이나 성과가 남들보다 못하다고 자평하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워비곤 호수 효과를 염두에 둔다면 직원들이 "일 잘 하는 사람에게 높은 보상을 주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은 "나는 남들보다 능력과 성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나에게' 높은 연봉을 주는 게 당연하다"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합니다. 차등 보상 강화를 선호한다고 말하는 직원에게 "보상을 차등화하면 당신이 남들보다 덜 받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괜찮냐?"라고 물어보면 잠시 생각하다가 "그래도 괜찮다"라고 대답합니다. 진짜로 괜찮아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남들보다 덜 받을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답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차등 보상을 선호한다고 말하는 직원들의 의견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차등 보상을 진짜로 시행해보면 오히려 예전보다 '평가지표가 객관적이지 못하다. 평가가 불투명하다'는 식의 불만이 더욱 가중될 뿐입니다. 성공은 자신의 능력 때문이고 실패는 남의 탓으로 돌립니다. 그래서 관리자들은 부하 직원들로부터 필요 이상의 비난을 받습니다. 자기들에게 나쁜 평가를 내렸기 때문에 자신이 남보다 적게 받는다며 모든 분노의 화살을 관리자들에게 한없이 쏘아댑니다.

관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차등 보상을 위해 부하직원들의 성과를 상대평가하는 일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을 듣습니다. 모두 고생한 직원들인데 '줄세우기'를 해야 하는 입장이 괴롭고 미칠 지경이라는 말도 하죠. 그들 중에는 일 잘하는 사람에게 높은 연봉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폐해가 크기 때문에 제도를 객관적으로(대체 객관적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고쳐야 한다는 딜레마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관리자들과 직원들 사이의 반목이 커지고 직원들 간의 협력은 깨지고 맙니다. 이러한 폐해는 일정 부분 '나는 능력이 평균 이상이니까 적게 보상 받을 리 없을 거야' 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차등 보상에 동조했기 때문에 나왔다고 봐야 옳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이런 지적이 불편하게 느껴지겠지만 사실이 그러함을 직시해야 합니다. 회사나 개인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높은 연봉을 받으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그리고 남들이 '능력 있는' 자신보다 같거나 높은 보상을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차등 보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아닐까요?

차등 보상을 도입한 350개 기업 중 83%가 회사 성과를 향상시키려는 본래의 목적을 매우 부분적으로 달성했거나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는 휴잇의 조사 결과(2004년)가 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워비곤 호수 효과에 현혹됐거나 남들 따라하다가 벤치마킹의 함정에 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인사부서에서 평가제도와 보상제도를 다시 뜯어 고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차등 보상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재설계되어 상황이 악순환에 빠집니다. 차등 보상이 회사 성과를 견인하는 데에는 미약한 수준이라서 더욱 높여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기 때문이죠.

인사 부서에서는 직원의 표면적인 의견만을 청취하고서 차등 보상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막을 줄도 알아야죠. 차등 보상이든 무엇이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는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합니다. 업의 특성상 직원들의 능력과 성과를 '개인 단위'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 차등 보상이 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장치인지, 나아가 성과 중심의 인사제도가 회사 성과 향상에 진짜로 기여하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그런 증거를 충분하게 확보한 후에 제도를 변화시켜야 하지, 직원들의 의견이 그렇다고 해서, 다른 회사가 다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인사제도의 트렌드가 그렇다고 해서 인사제도를 변화시켜서는 안 됩니다. 제도 도입으로 인한 효과와 비용을 엄밀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차등 보상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피해를 준다는 판단이 든다면 직원들이 (표면적으로) 원해도, 경쟁사가 도입한다고 해도 꿋꿋이 본래의 인사 철학을 고수하는 것이 옳습니다. 

때로는 직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직원들이 인사제도의 고객이지만, 고객이 옳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직원들이 차등 보상을 좋아하고 금전적 보상의 차이가 동기를 부여하며 높은 연봉이 인재를 끌어들이고 그에 따라 회사 성과가 높아질 거라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가정(assumption)입니다. 이 가정이 옳다는 증거는 매우 미약합니다. 가정이 아니라 확실한 증거(hard fact)에 근거하여 조직을 경영하는 일, 기업마다 업의 특성에 맞게 조직가치나 문화에 맞게 조직을 이끄는 일, 이것이 중용을 실천하는 경영의 마인드입니다.

(*참고도서 : '증거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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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직원에겐 적은 연봉을   

2010. 10. 20. 09:00


미 연방 항공청에 근무하는 심리학자들은 여객기에서 승객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관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특히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 승객들이 공포에 질려서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엉키는 현상(예를 들어 비상구 한 곳에만 집중적으로 몰리는 현상) 등을 연구하죠.

연구의 애로점은 그런 비상사태를 시뮬레이션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모의 실험에 참가한 '모의 승객'들이 '이것은 어차피 실험이잖아'라고 다들 알기 때문에 승객들이 서로 엉키는 혼돈스러운 모습이 연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애써 모의 승객들에게 '실제 그런 사태가 펼쳐졌다고 상상해달라'고 하며 분위기를 조성해도 막상 실험이 시작되면 무질서한 행동보다는 '예의 바른' 행동(예를 들어 노약자에게 길을 터주는 것과 같은)을 종종 나타냈죠.


연구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비상사태를 시뮬레이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트릭을 쓰기로 했습니다. 모의 탈출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수고료로 시간당 11달러를 받았는데, 연구자들은 비행기에서 가장 먼저 빠져나온 사람에게 그 두 배를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두 배라고 해봤자 시간당 22달러(약 26,000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과연 사람들이 그걸 받겠다고 서둘러 비행기를 빠져나오겠냐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험에 참가한 모의 승객들은 비상사태에 빠진 실제 승객처럼 행동했습니다. 난폭하게 서로 밀치는 것은 다반사였고 노약자를 배려하는 행동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물론 실제 비상사태 때와는 절박함이 적었겠지만 그와 비슷하게 혼란을 보였다는 점은 연구자들이 보기에도 특이할 만했습니다. 

어쨋든 '돈의 유혹'을 통해 비상사태를 시뮬레이션하는 실험은 그런대로 성공적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좀더 빨리 비상구로 빠져나가려는 욕구를 자극해서 실제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들의 연구 목적은 승객들이 무엇 때문에 탈출 동기를 자극 받느냐가 아니라, 탈출시에 난폭하게 변하는 승객들을 어떻게 질서 있게 신속히 탈출시키느냐에 있었기 때문이죠.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 각자의 성과에 따라서 기본급이나 성과급을 차등 지급 받는 연봉제가 이제 일반화되었습니다. 보상의 편차가 일정 부분 성과 창출의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생각은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든 팽팽 놀든 똑같은 월급을 받는다면 누가 과연 열심히 일을 하겠느냐고 주장하는 사람의 논리는 거부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반대논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성과 차등이 개인들의 이기적인 행동을 자극하기 때문에 직원들 간의 협조는 고사하고 서로 반목하게 만든다는 이유입니다. 위에서 제시한 모의 탈출 실험이 이런 논리를 뒷받침하는 사례일지도 모릅니다. 두 배라고 해봤자 겨우 22달러 밖에 안 되는 '성과 차등' 때문에 개인들 간의 배려는 싹 사라졌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차등 보상이 개인들 간의 이기심을 극대화하는 부작용이 있더라고 그 순기능을 모두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이기심이 일정 부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지탱해 온 힘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과제는 성과를 차등 보상하면서도 직원들 간의 협조를 통해 더 큰 성과를 달성하도록 유도하느냐입니다. 또한 그 방법은 개인의 목표보다 조직의 목표에 직원들을 어떻게 몰입시키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렇다면 성과 목표를 설정할 때나 측정할 때 '조직의 목표에 개인이 얼마나 기여를 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요컨대 '개인들의 성과들을 모두 모은다고 해서 조직 성과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개인이 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것이 조직의 성과에 기여한 바가 적다면 좋은 보상을 주지 말아야니다(우리나라는 정서상 열심히 일했다는 태도에 높은 점수를 주려고 하는데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오로지 개인 성과에만 초점을 맞춘 보상은 폭력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고 비행기를 빠져나간 사람에게 남들보다 두 배의 수고료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서로 난폭하게 밀치는 행동(개인 성과를 높이려는 시도) 때문에 비행기 전체로 보면 일정 시간에 빠져나온 승객의 수가 적더라고(즉 조식 성과가 낮더라도) 돈을 지급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성과 목표를 설정할 때보다는 측정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는 잘못된 관행입니다. 개인의 성과 목표가 조직 전체의 목표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기여를 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하여 설정할 일입니다. 개인의 성과 목표는 아래에서 위로(bottom-up)가 아니라 위에서 아래(top-down)으로 주어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물론 서로 합의가 이뤄져야 하죠.

모의 승객들에게 "여러분 모두 짧은 시간 안에 탈출을 완료한다면 수고료의 두 배를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모두 신속하게 탈출할 수 있을까요?"라고 주문했다면 아마도 사람들의 행동 양태는 우호적으로 바뀌지 않았을까요? 

성과 차등은 유효합니다. 단, 개인의 성과가 조직의 성과에 정렬(align)되지 않는다면 하지 않으니만 못합니다. 이기적인 직원(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에게 돈을 많이 주는 오류를 범하지 말기 바랍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기심을 자극하는 쪽으로 제도가 오용되면 안된다는 점이겠죠.

(* 사례 출처 : '심플렉서티', 민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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