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려면 책상머리에 앉아 머리카락을 잡아뜯으며 고민하지 말고 휴식을 취하거나 산책을 즐기라고 권합니다. 휴식과 산책을 통해 고민하는 문제를 의식의 영역에서 무의식의 영역으로 옮겨 놓음으로써 창의적으로 문제의 해법에 접근할 수 있는 무의식적인 '연결' 과정을 촉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사례로 뉴턴이 산책을 하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착안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사과가 관련됐는지는 여전히 논란이긴 하죠).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립대 산타 바바라 분교의 벤자민 베어드(Benjamin Baird)는 상식에 반하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창의적인 발상을 원한다면 단순히 앉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하기보다는 '생각없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베어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어떤 물건의 이름을 알려주고 그것을 얼마나 많은 용도로 쓸 수 있을지 물었습니다. 





그러고는 참가자들 중 한 그룹에게 컴퓨터 모니터 상에 간혹 나타나는 특정 숫자가 짝수인지 홀수인지 답하게 하는, '아무 생각없이 할 수 있는 일'을 시켰습니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에게는 특정 숫자 이전에 나왔던 숫자가 짝수인지 홀수인지 답하게 하는, '기억력이 요구되는 일'을 시켰죠. 마지막으로 세 번째 그룹에게는 12분 동안 그저 휴식을 취하라고 했습니다.


베어드는 이러한 '인큐베이션' 과정을 거친 다음 참가자들에게 다시 두 개의 물건을 알려주고 얼마나 많은 용도를 생각해내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아무 생각없이 할 수 있는 일'을 수행한 참가자들의 창의력 점수가 40퍼센트 넘게 향상되는 모습이 발견되었습니다. 상식과 달리 휴식을 취한 참가자들은 전혀 향상되지 않았고 '기억력이 요구되는 일'을 수행한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제에서 잠시 떨어지되 그저 휴식을 취하기보다는 기억력을 요구하지 않는 단순한 일을 하는 것이 문제 를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휴식보다는 산책이 창의적인 발상에 더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발을 옮기며 풍경을 감상하는 일은 두뇌에 부담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오감을 통해 다양한 자극을 받는 과정에서 여러 생각이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게 됩니다. 이런 '마음의 방랑(Mind Wandering)'이 창의적인 발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베어드가 아무 생각없이 숫자의 짝홀수 여부를 말하게 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마음이 이리저리 떠돌아 다녔지를 측정하자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보다 그 점수가 높게 나왔다는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베어드가 실험을 통해 권하듯이 머리를 쓰지 않아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난 후에 문제를 다시 바라보면 어떨까요? 그저 앉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요? 한번 여러분 자신을 실험해 보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Benjamin Baird, Jonathan Smallwood, Michael D. Mrazek, Julia W. Y. Kam, Michael S. Franklin, Jonathan W. Schooler(2012), Inspired by Distraction : Mind Wandering Facilitates Creative Incubation, Psychological Science, Vol.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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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창의력을 무엇보다 요구합니다. 제법 많은 회사에서 사훈이나 인재상에 '창의' 혹은 '창조'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고, 역량평가 항목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창의력입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창의력이 곧 경쟁력이라고 말하며 창의력을 함양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갖가지 교육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창의력이 직원들의 문제해결력을 높이고 창의력을 갖춘 인재들이 시장을 석권할 새로운 해법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믿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노력으로 얻어지는 창의력은 오직 기업에 이득만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닙니다. 창의력을 강조하고 독려하는 것이 직원들이 규정을 어기거나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대학의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와 듀크 대학의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창의력의 어두운 뒷면을 일련의 실험 결과를 통해 경고합니다.1) 지노와 애리얼리는 먼저 광고기획사를 다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창의력을 많이 요구 받는다고 생각하는 직원일수록 회사 물품을 집에 가져가 쓴다든지, 비용 정산서를 부풀려서 작성한다든지 등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를 더 많이 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엄밀한 방법으로 얻어진 결과는 아니었지만, 창의력과 부정행위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을 거라고 추측이 가능했습니다.





지노와 애리얼리는 통제된 실험실에서 창의력과 부정행위 간의 연관성을 면밀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실험에 참가하기로 한 99명의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가기에 앞서 온라인으로 자신의 지능과 창의력을 측정 받았습니다. 1주일 후, 실험실에 모인 참가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창의력과 지능을 평가하기 위한 테스트에 임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능을 평가하기 위한 문항들은 직관적으로 대답할 경우 오류를 범하기 쉬운 것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야구 방망이와 야구공은 합해서 1.10 달러이다. 야구 방망이는 야구공보다 1.00 달러 더 비싸다. 야구공의 값은 얼마일까?"란 문제였죠. 많은 사람들이 0.10 달러라고 잘못 말하지만, 정답은 0.05 달러입니다. 이런 류의 문제에 정답을 많이 말할수록 지능이 높다고 간주되었죠.


그런 다음, 지노와 애리얼리는 참가자들을 모니터 앞에 앉히고는 점들이 무작위로 찍혀 있고 대각선에 의해 두 개의 삼각형으로 분할된 정사각형을 1초 동안 보여주었습니다(아래 그림 참조). 


왼쪽 삼각형 안에 찍힌 점이 많은지, 오른쪽 삼각형 안에 찍힌 점이 많은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선택하게 하는 과제였죠. 두 삼각형 안에 찍힌 점의 개수가 확연하게 다르지 않을 경우 참가자들은 헛갈리기 쉽습니다. 지노와 애리얼리는 참가자들에게 왼쪽 삼각형을 선택하면 0.5센트를, 오른쪽 삼각형을 선택하면 그보다 10배나 많은 5센트를 주겠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답이든 오답이든 돈을 그렇게 지급하겠다는 것이었죠. 부정행위를 유도하는 장치였던 셈입니다. 어느 쪽 삼각형 안에 점이 많이 있든지 신경 쓰지 않고 무조건 오른쪽 삼각형을 선택해서 돈을 많이 챙겨도 무방했으니까 말입니다. 


지노와 애리얼리는 참가자들에게 이러한 '도트(Dot) 과제'를 200회 반복시킨 후에 창의력과 부정행위의 관계, 지능과 부정행위와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랬더니 창의력 점수가 높을수록 부정행위의 빈도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창의력과 부정행위 간에 뚜렷한 '정의 상관관계'가 존재했던 겁니다. 하지만 지능은 부정행위와 별 관련이 없었죠. 도트 과제 이외에도 두 가지 과제(자세한 내용은 논문 참조)를 더 실시했는데, 역시나 결과는 동일했습니다. 이 실험으로 창의적인 사람이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은 힘을 얻었습니다.


후속실험에서 '나는 창의적인 사람이다'라고 프라이밍될 경우에도 역시 부정행위의 가능성이 높아짐이 밝혀졌습니다. 111명의 참가자들에게 5개의 단어로 구성된 20개의 조합을 보여주고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을 만들라는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참가자들 중 절반은 창의력과 관련된 단어들이 포함된 문장을 접한 반면,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은 창의력과 관련되지 않은 중립적인 단어들로 과제를 수행해야 했습니다. 이런 조작을 통해 '나는 창의적인 사람이다', 혹은 '창의적이 되어야 해'라는 인식을 은연 중에 심어준 것이죠. 참가자들에게 도트 과제를 진행시켰더니 창의력과 관련된 단어로 자극을 받은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오른쪽 삼각형을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 이것은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창의적인 분위기에 자극 받을수록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부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르게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개인과 조직의 창의력을 유도하고 독려하는 정책과 문화는 조직의 환경적응력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창의력이 개인과 조직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효용과 복지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댄 애리얼리는 자신의 저서에서 "창의력 덕분에 우리는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할 기발한 해법을 생각해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창의력이 있기에 자신에게 유리하게 정보를 재해석하는 식으로 기존의 원칙이나 규칙을 왜곡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2) 창의력을 권장하되 창의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부정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유혹을 깨뜨릴 수 있도록 유념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창의적이되 긍정적이고 윤리적이어야 합니다. 창의력은 이득이 크지만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음을 염두에 두어야겠죠.



(*참고문헌)

1) Francesca Gino, Dan Ariely(2012), The dark side of creativity: Original thinkers can be more dishones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102(3)


2) 댄 애리얼리,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이경식 역, 청림출판,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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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생활을 하다보면 부하직원을 질책하고 화를 내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성정이 아무리 어질고 너그러운 사람일지라도 부하직원들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이해하고 웃어 넘기기란 힘든 일이죠. 부하직원이 잘한 일이나 잘못한 일에 대해 곧바로 개입하여 피드백해야 하고 누가 봐도 명백한 잘못이 있다면 적절하게 화를 내야 합니다. 부하직원의 육성과 조직에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천사표'를 포기할 줄 알아야 역량 있는 관리자라 말할 수 있죠.

하지만 좀더 유능한 관리자들은 자신이 화를 내는 행위가 상대방의 '빠릿빠릿함'이나 정확한 일 처리 능력을 높일 수 있겠지만 상대방의 창의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엘라 마이런-스펙터(Ella Miron-Spektor)와 동료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화 내는 상황을 접하게 하고서 그들의 창의력에 어떤 영향이 가해지는지 살펴봤습니다.



마이런-스펙터는 72명의 공과 대학교 학생들 에게 어떤 남성 고객이 영업 담당자(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을 들려주었습니다. 참가자 중 절반은 고객이 매우 심하게 화 내는 내용을 들었고,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은 특별한 감정이 섞이지 않은 대화를 들었습니다. 고객이 드러내는 감정의 차이 외에 대화의 다른 측면은 동일했죠. 대화를 청취한 후에 참가자들은 다시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그룹은 '헤브루 인사이트 문제'라고 불리는, 12개의 창의적인 문제를 풀어야 했고, 다른 그룹은 시스템적이고 분석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SAT(대입 자격 시험) 류의 문제 12개를 풀어야 했습니다.

각 그룹에게 25분의 시간을 주고 풀도록 한 결과, 전체적으로 참가자들은 창의적인 문제보다 분석적인 문제를 더 잘 맞혔습니다. 하지만 화 내는 대화를 들은 참가자들은 평범한 대화를 들은 참가자들보다 창의적인 문제를 못 푸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신 분석적인 문제는 더 잘 풀었죠. 분노라는 감정이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반면, 분석적인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화를 내더라도 분노를 직접적으로 나타내기보다 에둘러서 표현하거나 비꼬듯이 이야기할 경우에는 상대방의 창의력에 어떤 영향이 가해질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마이런-스펙터는 후속실험을 실시합니다. 그녀는 184명의 공과 대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화 내는 고객', '빈정대는 고객',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중립적인 고객'이 영업 담당자와 나누는 대화 내용을 각각 들려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빈정대는 고객은 "당신들의 서비스는 거북이만큼이나 빠르군요.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만 서비스를 하신다니, 그 시간은 직장인들에게 정말 완벽한 시간대로군요."라며 비꼬았습니다. 녹음 내용을 들려준 후에 마이런-스펙터는 참가자들을 창의적인 문제(관련 없어 보이는 세 단어의 연관성 찾기)와 분석적인 문제(의미 없는 두 문자열이 같은 것인지 맞히기)를 풀도록 했습니다.

'화 내는 고객'을 접한 참가자들의 문제 풀이 결과는 첫 번째 실험과 같았습니다. 그들은 '중립적인 고객'을 접한 참가자들보다 분석적인 문제는 더 잘 풀었지만 창의적인 문제는 잘 풀지 못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빈정대는 고객'을 접한 참가자들이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창의적인 문제를 더 잘 맞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분노를 중화시켜 전달하는 것이 상대방의 창의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물론 빈정대는 태도가 항상 지속되면 곤란하겠지만, 창의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창의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상대방에게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분노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에둘러 표현하는 방법이 효과적임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마이런-스펙터의 연구는 또한 상대방이 분석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할 경우에는 화를 표출하는 행위가 도움이 된다는, 약간은 불편한 사실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화를 내면 사람들은 잘 아는 쉬운 방법(하지만 창의적이지는 않은 방법)에 집중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죠. 그러나 화가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해서 항상 화가 나 있는 상태를 유지하거나 연출해서는 안 되겠죠. 이 연구는 단기적인 효과를 다루고 있을 뿐입니다. 일시적으로 분석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력이 향상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동기와 자존감을 저하시켜 성과가 떨어지고 만다는 것을 유념해야 하겠죠.

이 실험으로부터 우리가 찾아야 할 시사점은 화를 표현하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에둘러서 표현하는 것이 복잡하고 창의적인 문제를 다루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훼손시키지 않을뿐더러 단기적으로는 그들의 창의력을 높입니다. 여기에 약간의 유머가 가미된다면 더욱 좋겠죠. 유능한 관리자라면 이렇게 '화 잘 내는 팁'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유능한 관리자는 적어도 직원들의 창의적인 성과를 채근하려는 목적으로 화를 내서 일을 그르치지는 않을 겁니다.

여러분의 상사는 여러분에게 화를 '잘' 내고 있습니까?


(*참고논문)
Ella Miron-Spektor, Dorit Efrat-Treister, Anat Rafaeli, Orit Schwarz-Cohen(2011), Others' anger makes people work harder not smarter: The effect of observing anger and sarcasm on creative and analytic thinking,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Vol. 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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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직원은 승진하기 어렵다   

2012. 6. 15. 11:23


기업들은 리더에게 여러 가지 역량을 기대합니다. 특히 외부환경이 급변하고 고객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리더의 창의력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창의적인 리더가 그렇지 못한 리더에 비해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자극하고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직원들보다 창의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곧잘 제시하는 직원을 조직의 리더로 선발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죠.

하지만 어떤 직원이 창의적일수록 잠재적인 리더십 역량을 낮게 평가 받는다는, 그래서 승진에 불리하다는 다소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제니퍼 뮬러(Jennifer S. Mueller)와 동료들은 실험실에서의 연구와 실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뮬러는 194명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아이디어 제시자와 평가자로 구분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디어 제시자를 다시 둘로 나눠 한 그룹은 '참신하고 유용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도록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유용하지만 참신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생각하도록 했습니다. 아이디어 제시자들에게 주어진 질문은 "항공사가 승객으로부터 더 많은 매출을 끌어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였죠. 아이디어 제시자들이 평가자들에게 10분 동안 자신의 아이디어를 프레젠테이션하면, 평가자들은 아이디어의 창의성, 참신성, 유용성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제시자의 잠재적 리더십을 3가지 차원으로 평가했습니다.

통계 분석 결과, '참신하면서 유용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참가자들은 '유용하기만 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참가자들에 비해 평가자들로부터 더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잠재적 리더십 점수는 훨씬 낮게 받았습니다. 그리고 두 그룹의 아이디어 제시자 모두 역량과 인간적인 따뜻함에서는 동일한 평가를 받았죠. 이는 리더로 선발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곧잘 제시하는 사람이 불리한 상황에 처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기 때문은 아닐까 의심한 뮬러는 인도 중부에 위치한 다국적 정유 회사에 근무하는 346명의 직원을 연구 대상으로 설정했습니다. 뮬러는 346명 중 55명을 평가자로, 나머지 291명을 피평가자로 구분했습니다. 그런 다음, 평가자들에게 피평가자의 잠재적 리더십 역량과 창의력을 평가하도록 했죠. 

결과는 실험실에서의 결과와 동일했습니다. 성별, 근속년수, 교육, 내적동기 수준 등을 통제한 상태에서 분석해 보니 창의적인 성과를 낸다고 인식되는 직원일수록 잠재적 리더십 역량은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겁니다. 창의적인 리더를 요구하는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인 직원들은 리더로서의 잠재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아직까지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죠. 창의적인 사람은 현상 유지의 관성을 깨뜨리고 아직 증명되지 않은 아이디어들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임의적이고 불확실하며 불편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뮬러는 이런 고정관념 때문에 창의적인 사람들이 리더로서의 잠재력을 부정적으로 평가 받는다고 추측합니다. 뮬러의 연구는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현상을 추구하고 참신하기보다는 상투적인 아이디어를 고수하는 사람이 리더로 선발될 가능성이 높음을 경고합니다. 창의적인 리더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덜 창의적인 사람이 리더로 선호된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기업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민한 속도로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부정하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그들을 리더의 위치에서 알게모르게 제외시키려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일 겁니다. 또한 직원들도 리더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튀지 말고' 기존의 규율과 조직 논리를 따라야 한다는 점을 은연 중 깨닫고 있을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창의적인 리더를 원한다면서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을 리더로 선호하는 모순에 빠져 있지는 않습니까?


(*참고논문)
Recognizing Creative Leadership: Can Creative Idea Expression Negatively Relate to Perceptions of Leadership Potent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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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J. A. 체임버스(J. A. Chambers)는 창의력을 촉진시키는 교육 방법과 반대로 저해하는 교육 방법의 차이가 무엇인지 규명하기 위해서 각자의 영역에서 창의적인 성과를 거둔 화학자와 심리학자들에게 설문지를 돌렸습니다. 체임버스는 설문지를 통해 피설문자들 자신에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스승(교수)의 특성을 말해 달라고 요청한 다음, 답변을 분석하여 창의력을 촉진하는 스승의 특성과 창의력을 저해하는 스승의 특성을 구분했죠. 그 결과,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났습니다.



체임버스는 제자들의 창의력을 촉진시키는 교수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10가지로 정리했습니다.

1. 독립적인 개체로 존중한다.
2. 참여를 독려한다.
3. 롤모델이 된다.
4. 정해진 시간 외에도 상당한 시간을 같이 보낸다.
5. 탁월한 성과를 기대하고, 탁월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표현한다.
6. 열정적이다.
7. 동등하게 대한다.
8. 창의적 행동이나 결과물에 직접적으로 보상한다.
9. 재미있고 활기 넘친다.
10. 사람을 일대일로 대하는 데 뛰어나다. 



반면, 창의력을 저해하는 교수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8가지로 정리됐죠.

1. 의욕을 꺾는다.
2. 성격이 불안정하고 트집 잡거나 빈정거린다.
3. 열정이 부족하다.
4. 기계적인 학습을 강조한다.
5. 독단적이고 엄격하다.
6. 최신 경향을 따라가지 못하고 전반적으로 무능력하다. 
7. 관심 분야가 좁다.
8. 개인적인 시간을 함께 하지 않는다.



이 결과가 비록 창의력을 촉진시키거나 저해하는 교수의 특성을 연구한 것이고, 실험적 방법이 아니라 설문에 의존했다는 한계(다른 원인이 존재할 가능성)가 있긴 하지만, 회사 내에서 부하직원들의 창의력을 북돋우는 팀장과 창의력을 꺾어 버리는 팀장이 누구인지에 관해 힌트를 줍니다.

조직의 성공을 위해 창의력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이 시기에 부하직원들의 창의력을 고양시키는 팀장의 역량 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하는 바입니다. 위의 항목에 몇 개나 해당되는지 평가해 보거나,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 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의 팀장님들, 혹은 임원님들은 어떠하십니까?  여러분의 창의력을 북돋워 줍니까, 아니면 무참히 꺾어 버리곤 합니까?

(*참고논문 : College teachers: Their effect on creativity of students )
(*참고도서 : '창조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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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판사들은 흰 가발을 쓸까?   

2011. 10. 6. 09:00



싱가포르에서 판사에 임용된 어느 젊은이는 이런 의문을 가졌다. “왜 판사들은 하얀 가발을 쓰고 재판을 하는 걸까?” 그도 그럴 것이 싱가포르는 무척 더운 나라여서 가발을 쓰면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도 판사들은 두꺼운 법관복까지 입고서 하얀 가발을 쓰다니, 젊은 판사의 눈에는 그런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거니와 꽤나 신기하게 느껴졌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예전부터 그래왔기 때문에 모른다는 대답들뿐이었다. 
 
그는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왜 가발을 쓸까?” 알고 보니 싱가포르는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영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결론을 얻고서 ‘아하, 그렇군.’이라고 반응하며 더 이상 의문을 갖지 않았겠지만, 그 젊은 판사는 달랐다. 그는 다시 “그렇다면, 왜 영국에서는 판사들이 가발을 쓰는 걸까?”란 질문을 던졌다. 판사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서 하얀 가발을 썼다는 설이 있었지만 그가 알아낸 것은 의외의 사실이었다.



영국의 법관들은 대개 나이가 많았고 그 때문에 대머리들이 많았다. 게다가 영국의 법정은 천장이 높아서 매우 추웠다. 결국 하얀 가발은 권위의 상징물이 아니라, 그저 방한용이었던 것이다. 영국에서 추위를 견디기 위해 사용하던 가발을 적도 바로 위에 위치한 싱가포르에서도 써야 한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런 ‘관성’은 지독히도 생명력이 질겨서 아직도 싱가포르 법정에서는 가발 쓴 판사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책, ‘틀을 깨라’는 창조적 발상이 젊은 판사가 품은 ‘왜?’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왜 그것이 여기에 존재하는 걸까? 왜 그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끝없이 던지고 해답을 탐구하는 자가 창조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머리가 비상하고 공부를 많이 하고 견문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디어 창조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사실 이렇게 간단한 것이다. 
 
1960년대에 소련에서 달 표면에 무인 우주선을 보내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문제는 달 표면을 비추기 위한 전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전구의 유리가 달에 착륙할 때 발생하는 충격 때문에 깨지기 쉬웠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보다 강한 유리로 전구를 만들자’라는 것을 문제로 삼고 해법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쏟아 부은 그들의 노력은 어느 유명한 박사가 이렇게 한마디 문장으로 질문을 던지자마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왜 전구에 유리가 필요하죠?” 박사의 말은 과학자들에게 ‘유레카!’가 되었다. 유리는 전구의 필라멘트를 공기로부터 보호하고 그 안에 불활성 기체를 담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우주 공간은 어떠한가? 그곳엔 공기가 없다. 달 표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전구의 유리를 강화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 책 ‘틀을 깨라’에 소개된 이 사례 역시 ‘왜’라는 질문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운다. 문제의 해결은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기존의 틀, 규칙, 관행에 강한 의문부호를 다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창의력은 나와 상관없는, 똑똑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책 ‘틀을 깨라’는 ‘일의 성과를 높여줄 생각 뒤집기 연습’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사고의 관성과 한계를 깨뜨릴 여러 가지 접근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방금 언급한 ‘왜’의 생활화뿐만 아니라, 저자는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볼 것을 주문하면서 맥도날드의 사례를 소개한다. 맥도널드는 사업 초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매장 하나를 열려면 신축 비용에 인테리어 비용, 인건비 등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햄버거 하나를 팔아 남는 이윤을 고려하면 그 비용을 감당하기 벅찼다.
 
하지만 사장이었던 레이크록은 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았다. 그는 맥도날드를 패스트푸드 사업으로 보지 않고 부동산업으로 생각했다. 엉뚱하다고 손가락질 받을 만한 발상이었지만, 후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의 생각은 절묘하고 탁월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맥도날드 매장이 자리를 잡고 영업을 개시하면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주변에 다른 상점들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매장 주변의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추론했다. 그렇다면 맥도날드의 전략은 햄버거를 열심히 구워 파는 것이 아니라(물론 이 일도 중요하지만), 매장을 세울 주변의 땅을 미리 사두는 것일 될 터였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매장을 열고 영업을 개시하자 주변 땅값이 올랐고 맥도날드는 그 땅을 되팔아서 큰 이익을 얻었으며, 햄버거 사업에 재투자할 수 있었다. 패스트푸드 사업이라는 틀을 의도적으로 깨고 범위를 넓게 확장하여 다른 각도로 자신의 사업을 바라봤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아직도 ‘동종업계에 있는 경쟁자들은 어떻게 하지?’란 우물 안 개구리 식 사고에 갇혀 지내는 기업들은 맥도날드의 사례를 새겨둘 만하다.
 
경쟁자를 동종업계에 한정하지 않고 숲 밖으로 나가 숲을 내려다보려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회사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이런 질문에 보통 같은 업계에 있는 다른 회사 이름을 대기 일쑤다. 어쩌면 스타벅스가 아닐까? 여성들은 그 회사 매장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 자연스레 그 회사 제품에 대해 입소문이 나고 판매에 좋은 효과가 일어난다. 하지만 스타벅스와 같은 ‘수다떨기’ 대안이 생겨나면 그런 효과는 사라지고 마니, 스타벅스야말로 그 회사의 경쟁자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이키의 경쟁자는 아디다스나 푸마가 아니라 닌텐도라는 제목의 책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닌텐도 게임기에 정신이 팔려 집에만 있다 보니 밖에서 뛰어놀 때 필요한 운동화, 즉 나이키를 덜 신게 되기 때문이다. 산업 간의 벽이 사라진 요즘, 동종업계를 운운하며 그 좁은 영역 안에서 서로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시대에 뒤떨어진 경영방식이자 ‘게으른’ 사고방식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면, 요구르트 아줌마의 최대 경쟁자는 누구일까? 책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우리는 보통 문제를 해결할 때 엄정하고 이성적인 분석과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저자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창조적인 발상을 가능하게 만드는 동력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한다고 믿는 그 순간에도 사실 감정이 깊게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감정을 배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그래서 감정의 좋은 측면을 마음껏 발산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좋은 문제해결법이 될 수 있다. 
 
저자는 감정을 이용하는 실천적인 방법으로 PMI법을 제안한다.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볼 때 한번은 장점(Plus)을, 두 번째는 단점(Minus)을, 세 번째는 흥미로운 점(Interest)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좋아’ 혹은 ‘그것만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져’,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아’란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하다보면, 왜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뒤질 수밖에 없는지, 왜 우리의 서비스가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지 못하는지 등에 관하여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만날 매출 데이터와 고객의 인구학적 데이터를 분석해 봤자 매번 그 나물에 그 밥인 전략만 나올 수밖에 없다. 감정이 풍부하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드러난 감정을 찬찬히 고찰할 줄 아는 능력이 창조적 인간이 지녀야 할 또 하나의 덕목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문제를 해결하여 뛰어난 성과를 거두려면 자신을 가두고 있는 틀을 깨뜨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규칙의 틀, 확실함의 틀, 경쟁의 틀 등 우리의 머리를 꽉 움켜쥐고 있는 9개의 단단한 틀을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일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필자가 ‘런던에서 파리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던져 보니 모범답안이라 할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간다’란 답이 제법 많이 나왔다. 이렇듯 사람들은 재미삼아 던지는 퀴즈엔 곧잘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어렵고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쉽게 생각하는 데에 길이 있다.

(*글 : 북멘토 유정식)
(*오늘자 교보 '북모닝 CEO'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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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마사오는 일본의 '야마토 운송'의 회장이었던 인물입니다. 1971년에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사장이 된 그는 주력사업인 화물 운송 사업에서 택배사업 쪽으로 기업을 확장시킬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습니다. 당시가 1976년 무렵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택배 서비스가 처음 시도되는 사업인지라 택배 인프라를 어떻게 어느 정도로 구축해야 하는지가 관건이었죠.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택배 영업소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었습니다. 영업소가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운영비용이 과다하게 들 것이고, 그렇다고 적게 운영하면 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택배 서비스가 초기에 외면 당할 것이기 때문이겠죠. 결국 2가지 경우 모두 결과적으로 운영비용을 급증시킬 가능성이 컸습니다.



택배 영업소 수의 스위트 스폿(sweet spot)을 알아냈다 하더라도 어느 곳에 각각 영업소를 설치해야 하는 것도 오구라 사장의 고민거리였습니다. 그는 택배 서비스라는 한정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기로 합니다. 앞으로 설치될 택배 영업소처럼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네트워크를 '모방'하기로 합니다.

먼저 그는 택배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우편 집배국(우리나라의 우편물 취급소와 비슷한 조직)의 수를 확인해 봤습니다. 그 수는 5천 개가 넘었죠. 우편 집배국이 소포(택배의 대상이 되는)를 취급하긴 했지만, 다른 우편물을 더 많이 배달하기 때문에 택배 영업소 수는 5천 개나 될 필요가 없다고 오구라 사장은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에 그가 생각해 낸 전국 네트워크는 중학교의 수였는데, 그 수는 당시에 11,250개였습니다. 중학교는 보통 걸어서 통학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이용한 택배 서비스의 참고 대상이 되기는 어려웠습니다. 11,250개는 너무나 컸지요.

그가 마지막으로 참고한 대상은 경찰서였습니다. 생각해 보니 경찰서 만큼 딱 들어맞는 벤치마킹 대상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경찰서는 주민들의 안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구밀도와 거리를 잘 따져서 설치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경찰들은 관할지를 경찰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택배 차량의 이동 범위와 유사하다고 오구라 사장은 짐작했습니다. 그는 전국의 경찰서 수와 비슷한 규모로 1,200개의 영업소를 오픈했고, 영업소의 위치도 경찰서의 위치를 참조했습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된 오구라의 택배 사업은 승승장구하여 야마토 운송을 일본 유수의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사업 초기에 우편 서비스를 독점하는 정부의 운수성과 다툼이 있었지만 잘 견뎌냈고, 오구라 사장은 퇴임(1995년)한지 오래 됐지만, 존경 받는 일본의 경영자로 매번 오르고 있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우리는 의사결정 내리는 일을 힘들어 합니다. 의사결정의 기준을 참고할 대상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죠. 또한 익숙한 영역에서 사고의 범위를 한정시키기 때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지 못하는 경향도 큽니다. 인사이드 아웃(inside-out) 방식의 사고로는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시작하는 데에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오구라 사장이 했듯이, 운송사업 안에서는 아무것도 참조할 것이 없을 때는 아웃사이드 인(outside in) 방식의 사고방식을 통해 앞서가는 아이디어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택배 사업을 경찰서의 치안 활동에 대입할 줄 아는 사고를 통해 좋은 의사결정을 내린 것처럼 말입니다. 해답은 내부에 있을 경우도 있지만, 다른 곳에 이미 존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른 곳에서 이미 만들어 놓은 해답을 이쪽으로 빌려와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창조적인 모방이죠. (반대로 같은 분야에 있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빌리면 그것은 표절이나 특허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사람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않습니다. '다른 곳의 유'를 빌려와 '이곳의 유'를 창조하는 사람이 진정한 의미의 창의적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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