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을 항상 초과하는 이유   

2011. 4. 7. 09:00



여러분이 새로운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다고 상상해 보기 바랍니다. 아마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매출공식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빙빙 돌아가기 시작할 겁니다. '시장 수요의 10%를 점한다면 매출이 얼마 정도 나오고 이익이 대략 얼마 정도일거야'라며 사업을 시뮬레이션 해보죠. 만약 매출 시뮬레이션의 결과가 긍정적이라고 나오면 성공을 기대하면서, 또는 그런 기대를 가지고 싶어하면서 사업을 시작하겠죠. 절대 망하지는 않으리라는 확신과 함께 말입니다. 망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할 사람은 별로 없겠죠.

하지만 그런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소규모 사업의 3분의 2 이상이 4년 이내에 망한다는 통계를 안다면 사업을 시작할 때의 자신감이 지나치지는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계획 오류' 혹은 '과신 오류'는 종종 1% 이하의 성공확률을 90% 이상의 성공확률로 부풀리는 '뻥튀기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사업가로 하여금 도박에 가까운 의사결정을 내리게 만듭니다.



실패에 대한 확률을 인식할 때도 과신 오류가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 호가 발사 도중 폭발하고 말았는데, 사고가 있기 전 NASA는 그런 일이 발생할 확률이 10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항상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10만분의 1이란 확률은 우주왕복선을 매달 한 대씩 띄워 보낸다 해도 8333년에 1번 정도 일어나는 미미한 확률이었기에 NASA는 실패할 리가 없다며 자신만만했죠. 하지만 챌린저 호가 폭발하고 나서도 컬럼비아 호가 발사 도중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두 폭발 사이의 시간은 겨우 17년에 불과했습니다.

소요되는 비용을 추산할 때도 과신 오류가 심각하게 발생하는 일이 아주 많습니다. 특히 대규모 SOC 사업이나 프로젝트가 그러합니다. 호주 시드니의 명물 오페라 하우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원래 이 아름다운 건물은 1957년에 건립이 추진되었는데, 예산으로 책정된 금액은 700만 달러(호주 달러)였습니다. 그 돈으로 1963년까지 완공한다고 계획을 세웠죠. 하지만 실제로 들어간 돈은 얼마였을까요? 당초 예산의 15배나 되는 1억 200만 달러가 소요되고 말았습니다. 건립 규모를 대폭 축소했는데도 말입니다.

바로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설계한 안토니오 가우디는 1886년에 이 성당을 착공하면서 10년만에 완공할 수 있다고 호언했지만, 아직까지 건립 중이라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습니다. 착공한지 무려 140년이 지난 2026년에야 완공이 예상된다고 하네요. 보스턴 시 당국이 도시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심차게 시작한 '빅 딕(Big Dig)' 프로젝트는 1982년부터 계획에 들어갔는데 처음에 추정한 사업비는 60억 달러였지만, 완공된 2006년에는 무려 150억 달러에 육박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신 오류'가 잘못된 의사결정과 예측을 낳은 예는 이것 말고도 아주 많습니다. 아마 여러분의 주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다니던 대학에서 원형가속기를 건설할 당시 총사업비로 750억 원 정도가 책정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완공일을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사업비는 당초 예산보다 2~3배가 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과신 오류'가 발생하는 걸까요? 왜 예산을 항상 오바하고 말까요? 그것은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의도적으로 혹은 자신도 모르게 실패의 확률을 적게 추산하고 비용을 적게 예측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나쁜 것'을 축소해서 말하고 '좋은 것'을 과장해야 계획이 통과되기 때문이겠죠. 돈이 많이 들고 기간도 오래 걸릴 거라고 말하면 누가 계획을 통과시켜줄까요? '기획을 위한 기획'일 때 과신 오류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과신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측할 수 있는 것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을 잘 구분해야 과신 오류로 인한 잘못된 의사결정과 계획을 막을 수 있습니다.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은 여러 번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절차와 방법이 어느 정도 규격화된 것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 건설과 같은 프로젝트는 업체들이 수십 번 동일한 프로젝트를 해봤기 때문에 공사기간이나 소요공사비 예산을 어느 정도 맞춥니다(물론 처음에 공사비를 낮게 책정해서 아파트 조합원을 설득하고나서 나중에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높이는 편법을 쓰는 경우가 허다하긴 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은 대개 처음 해보는 일들입니다. 오페라 하우스 건립도 보스턴의 빅 딕 프로젝트도 과거에는 해보지 않은 새롭고 낯선 프로젝트입니다. 참고할 만한 경험이 없다는 소리는 그 프로젝트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모른다는 말과 같습니다. 불확실성이 큰 요소가 분명히 있음에도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있을 리 없다'라고 오인하기가 딱 좋죠.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처음 해보거나 과거의 경험과는 다른 사업(프로젝트)을 진행할 때는 과신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스스로 경계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처음에 세운 기간과 비용이 타당한지를 검토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물어야 합니다. 또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안 터져나올 불확실성을 미리 살펴보고 대비하기 위해 준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의사결정자나 프로젝트 수행자들이 '나는 과신 오류에 빠지기 쉬운 인간이다'라고 겸손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또한 중용이죠.

일본 대지진의 후폭풍이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나라 전역에 방사능이 섞인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황사까지 섞이면 '황사능 비'라고 말하더군요. 이 비는 일본 당국이 원전 사고에 대해 '우리가 혼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라고 자만했던 탓에 내리는 '과신 오류의 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도서 : '생각의 오류', '보이지 않는 고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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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의 '의사소통 단절 이론'   

2011. 2. 15. 09:00



1986년 1월에 발사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발사 후 73초만에 공중에서 폭발했습니다. 이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은 추위에 갈라진 오링(O-ring) 때문이었지만, 그 결함을 알고도 지나칠 수밖에 없는 시스템적인 오류가 사고 발생의 근본원인이라는 다이앤 본(Diane Vaughan)의 주장을 예전 글에서 소개한 바가 있습니다.

챌린저호 폭발 사고의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저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또한 사고 발생의 원인에 대해 나름의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의사소통의 단절'이 결국 사고를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왜 이렇게 주장한 걸까요?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로스 앨러모스에서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오펜하이머라는 걸출한 물리학자가 개발의 총괄 책임자였고 파인만은 그 중 하나의 모듈 담당자였죠. 적이었던 독일보다 먼저 원자폭탄 개발을 완료해야 하는 촉박한 일정 때문에 오펜하이머를 중심으로 모든 사람들이 극도의 긴장감 속에 일치단결해야 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든 그렇지 않든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원자폭탄 선(先) 개발이라는 공통의 목표 하에서 모든 구성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문제해결에 전력을 다했죠. 부분의 문제는 전체의 문제였으니 말입니다.

파인만은 나사(NASA) 역시 우주선을 달로 쏘아 보내는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협력 분위기가 조정됐으리라고 추론했습니다. 소련이 1957년에 스푸트니크 호을 발사하면서 미국과 소련 간의 우주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습니다. "60년대가 끝나기 전까지 인간을 달에 올려 놓겠다"는 존 F. 케네디의 유명한 연설이 두 국가의 치열했던 경쟁을 대변합니다. 알다시피 결국 미국이 먼저 아폴로 11호의 승무원을 달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무사히 귀환시킴으로써 경쟁의 승리자가 되죠.

파인만은 챌린저 호가 폭발하게 된 문제의 씨앗이 달 착륙 이후에 잉태됐다고 말합니다. 소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나사는 어느새 휴스턴, 헌츠빌, 플로리다 등의 기지에 수많은 인력이 근무하는 거대한 조직이 됐죠. 하지만 달 착륙이라는 지상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 소련과의 경쟁이 무의미해지자 거대조직을 이끌고 갈 명분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정부 입장에서 새로운 우주개발계획은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을 만큼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겠죠.

만약에 여러분이 나사를 이끄는 고위 관리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습니까? 비대한 조직을 슬림하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 직원들을 정리해고하고 이곳저곳 흩어진 기지들을 통폐합하겠습니까? 제3자라면 모를까, 자신이 이해관계자라면 자기 살을 깎아내는 행위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의회로부터 좀더 많은 예산을 책정 받기 위한 로비에 집중해야만 했습니다. 나사라는 조직이 왜 필요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알려야 했습니다. 기술력보다는 정치력이 나사의 존속에 요구되는 필수역량이 되어 버렸죠. 파인만은 이러한 예산 책정을 둘러싼 로비 과정에서 기술에 대한 과장된 홍보가 남발됐으리라 짐작했습니다.

이를테면 "우주왕복선 한 대로 몇 번이고 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고....결국 우리는 달 착륙에 성공했듯이 우주왕복선 개발도 이룰 수 있다"는 식으로 나사의 고위관리자들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부풀렸으리라고 파인만은 생각했죠. 그래야 돈줄을 쥐고 있는 의회가 거대조직인 나사를 계속 유지할 명분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입장을 바꿔서 여러분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거나 좀더 검증이 필요한 기술을 곧바로 구현하라고 지시 내리는 고위관리자들을 바라보는 기술자라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습니까? 당연히 책임감 있는 엔지니어로서 "안 된다"란 거부 의사를 밝힐 겁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의견은 정치적인 힘에 눌려 묵살되고 프로젝트는 강행되고 맙니다. 또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에 발생되는 여러 결함을 보고해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긍정적인 이야기만 듣고 싶어하는) 윗사람들에게 기각되어 버립니다.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음을 의회가 알게 되면 힘들게 얻어 온 예산이 철회될지 모르기 때문이겠죠.

문제가 제시되는 족족 묵살 당하면 여러분의 기분은 어떻겠습니까? 처음엔 윗사람의 생각을 바꿔 보려고 대화를 해보지만 계속해서 무시를 당하게 되면 될대로 돼라는 심정이겠죠. 그래서 입을 닫고 윗사람의 지시를 수동적으로 따르게 됩니다. 의사소통이 양방향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위에서 아래로만 쏟아지는 최악의 의사소통 구조가 굳어지고 맙니다.

바로 이것이 챌린저 호가 폭발한 이유입니다. 추운 날씨에는 오링(O-ring)이 갈라져 버리는 결함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누출을 막아주지 못할 거란 경고가 챌린저 호 발사 전에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부정적 의견을 듣기 싫어하는 관성이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말았죠.

파인만은 "아랫사람들이 실무적인 내용을 가지고 윗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려 하지만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점점 대화가 줄어들고 결국에는 완전히 없어진다. 그러면 윗사람들은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게 된다"라고 정리했습니다. 이것이 그의 '의사소통 단절 이론'입니다. 간단히 말해, '업적 경쟁' 때문에 의사소통이 마비된다는 이론이죠.

여러분의 회사도 이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고객에게 주주에게 경영자에게 자기부서나 자기사업부의 존재가치를 인정 받기 위해서 역량이 부족해 수행하기 어렵거나 그다지 긴급하지 않는 과제들을 전시용(혹은 과시용)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없습니까? 몇몇 회사에서 서로 업무분장이 겹치는 부서들이 업적을 돋보이려고 불필요하게 경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위인설관(爲人設官)이 심한 조직일수록 연초가 되면 전시용 과제들이 사업계획서에 넘쳐나는 모습을 봅니다.

파인만의 의사소통 단절 이론에 의하면 그런 조직들은 상하간의 의사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일을 위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가 의사소통의 질과 양을 측정하는 바로미터는 아닐까요? 의사소통은 참 미묘하고 섬약합니다. 이렇듯 과도한 업적 경쟁에 의해서도 쉽게 영향을 받으니 말입니다. 상하간에 의사소통이 단절되는 문제는 자주 회의를 한다고 해서, 간담회 같은 이벤트를 벌인다고 해서 해결되지 못합니다. 관리자들의 과도한 경쟁과 불필요한 공명심이 발호하는 한 의사소통 단절 문제의 해결은 요원합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 참고도서 : "남이야 뭐라 하건!", 리처드 파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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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저호는 왜 폭발했나?   

2010. 5. 24. 09:00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를 기억하십니까? 1986년 1월 28일, 챌린저호는 발사된지 73초만에 공중에서 폭발하고 맙니다. 교사 신분으로 우주인으로 선정된 민간인 여성을 포함한 7명의 승무원들은 안타깝게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로켓 부스터 내에서 누출을 막아주는 고무 오링(O-ring)이 추운 날씨로 인해 갈라져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밝혀졌습니다. 유명한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이 진상규명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해서 얼음물 속에 클림프로 꽉 조여진 고무 오링의 샘플을 넣으면 어떻게 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기도 했지요.

(챌린저호 폭발 모습)


사고가 터지면 왜 그것이 발생했는지를 따지는 일련의 진상규명 작업이 뒤따르기 마련이지만, 챌린저호 사건은 미국의 우주개발 노력에 치명타를 가한 중대한 사건이었기에 각계의 전문가가 NASA의 잘못을 집중적으로 캤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NASA가 방만하게 조직을 운영한다느니, 느슨하게 직원들을 관리한다느니, 추운 날씨라서 오링이 갈라질 것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느니, 모두다 비난 일색의 보고서를 썼습니다.

그런데 사회학자인 다이앤 본(Diane Vaughan)은 색다른 주장을 폈습니다. 그녀는 챌린저호 폭발을 일으킨 원인을 명확하게 꼬집어 말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NASA라는 거대한 조직의 시스템 내에 사고의 원인이 잠재되어 있다는 의미였죠. 그녀는 더 나아가 NASA가 규칙을 준수하면서 일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알듯 모를듯한 주장을 했습니다.

그녀의 주장을 풀어서 말하면 이렇습니다. 우주 왕복선은 수많은 모듈과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각 부품이 100% 완벽하게 동작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자동차는 양산에 들어가기 전에 여러 번 테스트를 거치면서 오류를 수정해 갑니다. 하지만 우주 왕복선은 특성상 시험 비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각 부품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류를 없애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막대해지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일정한 크기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규칙으로 NASA 내부에 자리잡았습니다. 폭발을 일으킨 오링의 문제도 사전에 여러 차례 지적되긴 했으나 '수용 가능한 위험'의 목록에 있었기에 넘어가고 말았죠. 

하나의 부품으로 이뤄진 기계는 그 부품의 신뢰도를 0.5%P 향상하면 시스템 전체의 신뢰도도 그만큼 향상됩니다. 반면, 100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기계는 한 부품의 신뢰도를 0.5%P 향상했다고 해서 시스템의 신뢰도가 동일한 크기만큼 상승하지는 않습니다. 

다음의 풀이를 보면 어떤 의미인지 알 겁니다.

모든 부품의 신뢰도는 각각 99.0%
100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시스템의 신뢰도 =  (99.0%)의 100제곱 = 36.60%

특정 부품 A의 향상된 신뢰도 = 99.5%
나머지 부품의 신뢰되는 각각 99.0%
100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시스템의 신뢰도 = 99.5% * (99.0%)의 99제곱 = 36.79%

특정 부품 A의 0.5%P 신뢰도 향상으로 인한 기여도 = 36.79 - 36.60 = 0.19%P

수만 수십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우주 왕복선 시스템 전체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려면, 해야할 일이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따라서 NASA가 '수용 가능한 위험'을 허용했다는 것은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고 어떻게 보면 현명한 행동규칙이었습니다. 

NASA의 구성원들이 특별하게 태만하게 근무했거나 뻔한 실수나 비리를 저지르지 않아도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규칙을 준수한 탓에 사고가 초래됐다?" 언뜻 생각하면 이상한 말이지만, 다이앤 본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챌린저호 승무원들)


챌린저호 폭발 사건으로부터 조직의 운영이나 전략을 실행하는 데에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요? 

첫째, 고의성이 없고 무해한(효율을 높이기 위한) 개별적인 의사결정이 조직 전체를 와해시키는 파국으로 치닫게 만들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조직 내 시스템이 복잡하게 얽혀있을 때 더욱 그러합니다.

둘째, 개별 부품이나 프로세스를 미시적으로 개선한다고 해서 시스템 전체의 안정을 기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역시 시스템이 복잡하게 얽혀있을 때 더 그렇지요. 시스템 전체의 신뢰도가 떨어질 때엔 시스템의 아키텍쳐 전체를 뒤집어 엎는 혁신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셋째, 문제가 터지고나서 그 발생원인을 따지는 과정은 책임 소재를 찾아 '응징'하는 데에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문제의 근본원인을 제거하는 데엔 그다지 소용이 없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시스템과 제도를 아무리 정교하게 수정한다 해도 언제나 그 안에 시스템을 붕괴시킬 위험요소가새롭게 창출되기 마련입니다. 완벽을 기하기 어려워 조금씩은 허용 가능한 오류를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세 번째 시사점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우울한' 일면입니다. 시스템 안에는 스스로를 붕괴시킬 위험요소가 상존한다는 사실은 인간이라는 시스템이 서서히 '스러져 가는' 현상인 노화와 죽음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만큼 피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시스템을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살펴봤듯이 개별 요소의 신뢰도를 끌어올려서 시스템 안정도의 완벽을 기하겠다는 생각은 무모하고 그 이익도 노력에 비해 미미합니다. 그렇다고 시스템 전체를 뒤집어 엎는 일도 꽤나 지난하고 매몰비용(sunk cost) 때문에 섣불리 결정을 못 내리는 심리적 장벽이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개별 요소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되 하나의 요소에서 발생한 오류가 시스템 전체로 연쇄되지 않도록 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현명한 조치입니다. 오류가 전염되지 못하도록 이중 삼중의 방어벽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면역계가 생명이라는 시스템을 그런 방식으로 수호하듯 말입니다.

여러분의 시스템, 여러분의 조직, 여러분의 전략은 얼마나 안정적입니까? 어떤 상태이든 너무 신뢰하진 마십시오.

(언뜻 든 생각 : 천안함 사건을 챌런저호 폭발과 대비해 보면 어떨까요? 잘 모르겠으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넗힐 필요는 있지 않을까요?)

* 참고도서 :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말콤 글래드웰). '호모 파베르의 불행한 진화'(킴 비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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