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가 실험 참가자에게 머그를 하나 주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최소 얼마의 가격으로 팔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반면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타인이 가진 동일한 머그를 최대 얼마의 가격으로 사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이때 두 가격은 동일할까요? 같은 물건이니 두 가격의 차이가 별로 없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전자가 후자보다 2배 이상 크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처럼 물건을 파는 입장이 될 때의 판매희망가격이 물건을 살 때의 구입희망가격보다 훨씬 크게 나타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라고 부릅니다.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것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소유 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능하면 적게 손해를 보려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경향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소유 효과를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설명하기엔 부족합니다. 스위스 바젤 대학의 토르스텐 패처(Thorsten Pachur)와 벤자민 샤이베헤네(Benjamin Scheibehenne)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물건을 사이에 두고 물건에 관하여 서로 다른 정보를 탐색하기 때문이라는, 소유 효과를 설명하는 또 다른 가설에 주목했습니다. 



패처와 샤이베헤네는 바젤 대학교에 다니는 152명의 여학생들을 복권의 판매희망가격과 구입희망가격을 묻는 실험에 참가시켰습니다. 컴퓨터 화면에 여러 장의 복권 관련 정보(그 복권을 가지면 얼마의 확률로 얼마를 딸 수 있는지, 복권의 예상 상금은 얼마인지)를 무작위로 보여주고서 그 복권을 다른 이에게 최소 얼마의 금액으로 팔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또한 동일한 복권들을 가지고(참가자들에게 동일한 복권인지 모르도록 한 상태에서) 그 복권을 최대 얼마의 금액으로 구입하고 싶은지도 물었죠. 


참가자들은 최소 판매희망가격과 최대 구입희망가격을 결정하기 전에 얼마든지 '다음'을 클릭하면서 복권에 관한 정보(확률, 예상 상금 등)를 탐색할 수 있었습니다. 패처와 샤이베헤네는 참가자들이 각각 판매자와 구매자의 입장일 때 복권의 가격을 최종 결정하기 전에 몇 번이나 정보를 탐색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살펴보는 정보의 특성은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했습니다. 


역시나 소유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동일한 복권 세트(총 30개의 개별 복권)로 질문했는데도 구매자일 때보다 판매자일 때 평균적으로 약 1.7배 높은 가격을 매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판매자들은  화면에 복권의 예상 상금이 높게 나타날 때 정보 탐색을 멈추고 판매희망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구매자의 입장일 때는 복권의 예상 상금이 낮다는 정보를 찾은 후에 구입희망가격을 결정했습니다.


다시 말해,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판매자들은 판매희망가격을 높여야 할 이유를  발견하려 하고, 구매자들은 가격을 깎아야 할 이유를 찾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동일한 물건을 사이에 두고 판매자와 구매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찾기 전까지는 정보 탐색을 멈추지 않습니다. 바로 이것이 소유 효과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패처와 샤이베헤네는 결론 내립니다. 


비약일지 모르지만,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의 시각 차이도 소유 효과의 발생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피평가자의 역량을 피평가자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으로, 피평가자를 판매자로, 평가자를 구매자로 간주하면 어떨까요? 피평가자는 자신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말해주는 정보들을 찾고자 하는 반면, 평가자는 최종 평가 점수를 기입하기 전에 피평가자의 역량을 깎아내릴 근거를 확보하려는 것, 바로 이것이 평가와 관련하여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시각 차와 갈등을 야기하는 원인일지 모릅니다.


이런 설명도 가능합니다. 자신이 조직 내에서 상위 20% 이내에 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80%가 넘는다는 사실에서 볼 때(이를 '워비곤 호수 효과'라 함), 피평가자들은 대략 80점(100점 만점)을 기준선으로 놓고 거기에 추가 점수를 부여할 만한 근거들을 찾아내 자신의 최종 평가 점수를 예상합니다. 반대로 평가하는 입장이 되면 기준선을 80점보다 낮게 잡을 가능성이 크죠. 설령 80점을 기준선으로 잡았다 해도 깎아내리기를 정당화할 정보를 확보하자마자 평가를 멈추는 경향 때문에 최종 점수는 80점보다 높아지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피평가자는 80점에서 시작하여 90점으로 높이고, 평가자는 80점에서 시작하여 70점으로 낮추게 되죠. 소유 효과가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의 시각 차를 더욱 벌리고 맙니다. 매년 평가 시즌이 되면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갈등의 앙금이 쌓이는 까닭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에서 나타나는 '소유 효과'를 줄이고자 한다면, 관심 정보를 바꾸도록 유도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피평가자는 의식적으로 자신의 부족하다는 근거를 찾게 하고, 평가자는 피평가자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정보를 찾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피평가자는 100점 만점에 100점을 기준선으로 놓고(즉 '누가 봐도 완벽하고 롤모델 수준의 역량을 가진 사람') 그것에 미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적어 보고, 평가자는 기준선을 보통 수준인 70점 정도로 형성하고 그것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근거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최초의 갭이 줄어들어 어느 선에서 수렴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설이라서 실험으로 증명이 필요하겠죠(혹시 소유 효과의 감소를 연구한 실험이 있다면 알려 주십시오).


무언가를 소유하면 그것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에 집중하고, 무언가를 소유해야 한다면 그것의 가치를 낮추는 것을 정당화할 정보에 집중한다는 경향이 자기 자신을 평가하고 타인을 평가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나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이란 조직을 노동력을 서로 거래하는 시장이라고 간주한다면 말입니다.



(*참고논문)

Thorsten Pachur, Benjamin Scheibehenne(2012), Constructing Preference From Experience: The Endowment Effect Reflected in External Information Search,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Learning, Memory, and Cognition, Vol. 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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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조정, 가능하면 하지 말자   

2010. 12. 28. 09:00



어느 회사든 인사평가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항상 나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바로 평가의 '관대화' 경향이죠.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볼 때 직원들의 평가점수 분포가 95점 근처에 몰리는 극(極)관대화의 경향이 평가를 할 때마다 나타나서 골머리를 앓는 회사가 꽤 됩니다. 0.1점 차이로 운이 좋아 S등급이 되기도 하고, 운이 나쁘면 C등급에서 D등급으로 떨어지기도 하는 일이 벌어지죠.

이러한 평가의 관대화 경향을 줄이고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는 사전적(事前的) 방법과 사후적(事後的) 방법이 있습니다. 사전적 방법이란 평가 시즌 직전에 평가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것을 말합니다. 평가자 교육은 금년에 바뀐 평가 방식을 설명해주고, 피평가자들을 왜곡되지 않게 평가하려면 무엇을 염두에 둬야 하는지 '재인식'시키려는 목적으로 실시하죠.


하지만 평가자 교육은 보통 평가 시즌 직전에 실시하기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했어야 하는' 평가자의 의무인 코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은 그다지 효과가 높지 않습니다. 평가자 교육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평가자 교육이 요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피평가자들의 역량개발 과정과 목표달성 과정을 평가자가 주의 깊게 관찰하고 면담하도록 의무화하고 그 결과를 기록하게 해야 합니다. 근거를 기반으로 평가가 이뤄지게 유도하기 때문에 평가의 관대화를 막는, 보다 사전적인 방법이라 말할 수 있죠.

사후적 방법은 평가 결과에 통계적인 조정을 가하여 관대화 경향을 희석시키거나 제거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간단히 말해 '평가 조정'을 의미하죠. 사실 관대화 경향을 희석시킨다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사후적인 조정인지라 평가자들의 '관대한 평가 성향'을 미리 차단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희석시킨다는 말은 관대한 평가 결과를 통계적인 조정을 통해 정상적인 결과인 양 '해석'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통계적인 조정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크게 소극적인 조정과 적극적인 조정으로 나뉩니다. 소극적 조정이란, 평균과 표준편차의 적정 범위를 규정한 다음 그 범위를 벗어나게 평가하는 평가자들에게 재평가를 요구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조정은 일괄적으로 평가의 분포를 조정하는 방법을 일컫습니다. 여기에는 평균과 표준편차를 동시에 조정하는 방법과, 평균만 조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평균만 조정하면 관대화만, 표준편차까지 조정하면 관대화와 중심화 경향을 희석시킬 수 있습니다.

소극적 조정 : 평균과 표준편차의 일정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 재평가 실시
적극적 조정 : (1) 평균 조정
                    (2) 평균표준편차 조정

적극적 조정에서 조정의 기준으로 삼게 되는 조정평균과 조정표준편차를 매년 고정적으로 가져가느냐, 아니면 매년 다르게 가져가느냐(매년 전사 평균, 전사 표준편차로 조정)에 따라 다시 나뉩니다. 조정평균과 조정표준편차를 고정화하면, 매년 평가자들의 평가 성향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연도별로 비교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매년 가변적으로 설정하면, 해당 연도의 평가 의도를 반영할 수 있죠.

소극적 조정 : 평균과 표준편차의 일정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 재평가 실시
적극적 조정 : (1) 평균 조정
                       (1-1) 평균 고정
                       (1-2) 평균 가변
                    (2) 평균표준편차 조정
                       (2-1) 평균, 표준편차 고정
                       (2-2) 평균, 표준편차 가변

(*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평가조정의 강도가 커짐)

평가의 관대화 경향을 줄이려면, 사후적 방법보다는 사전적 방법에 집중해야 합니다. 일이 나빠지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사전적 방법은 결국 평가자의 노력과 양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펑가자들의 ‘평가 잣대’를 통일시키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사전적 방법을 사용하여 평가자별 평가 성향의 차이를 최소화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평가 성향의 차이는 사후적 방법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사후적인 방법은 가능한 한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피평가자가 평가자로부터 피드백 받은 최초의 평가 결과가 조정(사후적 방법)의 과정을 거치면 다르게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피평가자들이 평가를 납득하지 못하고 평가제도 전반에 불신을 가질 위험이 큽니다. 또한 평가자들에게 "난 잘 줬는데, 평가가 조정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어"라는 좋은 핑계거리를 주게 되죠.

따라서 사전적 방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평가의 왜곡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하며, 일정 수준 이하로 평가의 관대화 경향이 감소한다면 적극적 조정에서 소극적 조정 쪽으로 차츰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다"란 말이 사라지지 않는 한 관대화 경향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크기를 줄일 수는 있죠. 내년에는 여러분들의 회사에서 관대화 경향이 올해보다 약해지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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