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의 유형을 야구로 비유하면?   

2012. 10. 25. 09:00


길을 걷다가, 책을 읽다가, 그냥 가만히 쉬다가 갑작스럽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으면 페이스북 담벼락에 남기곤 합니다. 그동안은 쓰기만 하고 따로 정리하지 않았는데, 이제부터 가끔씩 블로그에 모아서 정리해 두어야겠습니다. 나중에 '내가 뭐라고 말했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생겨서 말입니다. ^^


일종의 비망록이라고 할까요? 짧게 끊어 쓴 글들의 모음이지만, 간혹 곱씹어 볼 내용이 있기를 바랍니다. ^^





관리자의 유형을 야구로 비유하면,


1. 해설가형 : 결과를 보고 이렇다 저렇다 논평하는 관리자

2. 선수형 : 사사건건 간섭하는 관리자. 일명 마이크로 매니저.

3. 볼보이형 : 팀원의 업무를 떠맡아 하는 관리자

4. 관중형 : '어떻게 하나' 감시하는 관리자

5. 감독형 : 팀원의 발전을 함께 하는 코치


여러분의 관리자는 어떤 유형인가요?



피드백의 Tips

- 피드백은 간단 명료하게 하라

- 칭찬 피드백은 75~85퍼센트, 잘못 지적 피드백은 15~25퍼센트.

- 칭찬과 꾸중을 섞지 말라.

- 하루에 최소 5퍼센트의 시간(25분)을 피드백에 할애하라

- 직원들에게 피드백 받고자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물어라

- 직원들이 서로 피드백하도록 권장하라

- 금요일에 직원들을 각각 만나 피드백하라


칭찬에 인색한 관리자의 10가지 핑계 <출처 : Carrots and Sticks Don't Work >

1. 시간이 없기 때문에

2. 그저 자기 할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3. 칭찬은 내 성격에 맞지 않기 때문에

4. 다른 사람을 조종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5. 서로 떨어져 있어서 잘 모르기 때문에

6. 직원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7. 내 상사로부터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8. 칭찬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9. 잘못된 행동만 눈에 보이기 때문에

10. 칭찬할 만한 행동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 아무리 애써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직원에게는 더 이상 공을 들이지도, 전전긍긍해 하지도 마세요. 여러분의 업무생활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그를 분리시키는 게 현명한 처사입니다.
  • 생명체는 돌연변이를 통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생존한다. 돌연변이는 적응의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고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돌연변이는 비효율로 인식되기에 돌연변이 발생을 최대로 억제한다. 그래서 고효율 조직은 환경 적응에 실패한다.
  • 작았던 기업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이제부터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효율적인 경영체계를 추구한다. 조직을 관료화하고 컨설팅도 받는다. 활력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시점이 바로 이때다. 이때에 이르면, 기업을 다시 쪼개어 기업가정신과 활력을 회복해야 한다.
  • 기업이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이 더딘 이유. 총매출이 10억원일 때나 1000억원일 때나 1억원의 추가 매출을 얻기 위해 드는 노력은 사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전자는 10% 성장이지만, 후자는 0.1% 성장이라고 기록된다.
  • 직원들을 아이처럼 다루면 아이처럼 행동한다. 직원들을 어른으로 대우하면 어른답게 행동한다.

  • "우리 조직은 변화에 강하고 끝까지 생존 가능한가?"란 질문의 답을 쉽게 얻으려면, "우리 조직은 직원들이 반대 의견을 내도록 권하고 실패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조직인가?"라고 바꿔 물으면 된다.
  • 직원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피드백 형태.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내가 신입사원일 때는..." 존경심은 기대하지 말라. 직원의 마음 속에서는 거부감만 피어 오른다.
  • 사람들은 조직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원인이 의사소통의 양과 질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종종 말한다. 정말 그럴까? 사실 문제의 핵심은 의사소통이 아니라 '신뢰'에 있다.
  • 사람들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더 많이 하려 한다. 그래야 상대방이 변화될 거라 믿는다. 애석하게도 부정적인 피드백은 상대방을 변화시키지 못할뿐더러 관계를 악화시킨다.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반목도 대부분 여기서 출발한다.
  • 나의 사회생활 원칙 중 하나. 상대방이 요청하지 않으면 절대 먼저 충고하지 않는다.
  • 오직 에펠탑에 서야만 에펠탑이 없는 파리를 볼 수 있다.
  • 스펙 좋은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할 때 유념해야 할 사항. 그들은 대체로 실패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실패로부터 배우는 법을 모른다. 실패를 당하지 않기 위해 방어적이기 쉽고 비판을 거부한다. 그래서 기대한 만큼 조직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기여하지 못한다.


  • "내가 소비자라면 우리 제품(또는 서비스)를 경쟁사 것보다 먼저 선택할 것인가?"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솔직히 대답하는 자가 진정한 수요 창조자가 될 자격이 있다. 이는 대선주자에게도 유효하다.
  • 매뉴얼은 경험이 없는 초보자나 안전을 꼭 준수해야 하는 경우에만 필요한 물건이다. 매뉴얼은 창의적인 생각을 제한한다. 그럼에도 매뉴얼 만드는 데 필요 이상의 시간을 쓴다.
  • 어제 S그룹 임원들에게 강조했던 말. "전략의 실패는 전략의 내용이 나빴기 때문이 아니라, 내용이 좋은 전략이 나쁜 환경을 만났기 때문이다. 좋은 전략을 수립하려고 너무 힘빼지 마시라."
  • 건강한 사람에게 병이 있다고 진단할 경우 vs. 병든 사람에게 건강하다고 진단할 경우. 어떤 경우가 더 나쁠까? 답은 '둘 다 나쁘다'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에 가해지는 페널티가 더 크다. 전자는 오히려 권장되거나 보상 받기까지 한다. 이는 분명 문제다. 컨설팅의 패착 중 하나는 건강한 조직에서 병을 찾아내려 하는 데에 있다.
  • 보고서를 누구에게 가장 먼저 설득해야 할까?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기조차 설득시키지 못한 보고서는 결국 기각된다. 그런 보고서가 아주 많다.

  • 팀에서 금요일마다 주간회의 같은 요식 행위는 하지 말고, 직원 개개인들과 5분씩 업무에 관한 피드백을 주고 받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
  • 관리자가 직급에 따라 알아야 할 정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부하직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임원증후군 : 임원이 되면 문지기를 두고 '뒷방'에 나앉아 있고 싶어 한다. 손에 물 묻히는 일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선을 긋기 시작한다. 그래야 권위가 생긴다고 믿는다. (물론 모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다.)
  • 나와 실력이 비슷한데 고성과자라고 평가되어 나보다 많은 연봉을 받을 때 vs. 나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자가 나와 같은 연봉을 받을 때. 언제 '나의 기분'이 더 안 좋을까?
  • 보상 프로그램들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직원들을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실행된다. 사실 이런 조치는 보상 프로그램 없이도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부당하다. '왜 돈을 열심히 일하지 않는 자들을 위해 쓴단 말인가?' 라고 생각할테니까.
  • 많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복지 혜택이나 '돈'을 포상한다. 그렇게 되면 그것들은 마땅히 받아야 하는 entitlement program으로 전락한다. 그렇게 되면 직원들이 사기는 더 떨어진다.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 공장의 '안전사고율 제로'에 대해 보상하면, 직원들은 소소한 안전사고를 은폐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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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일까요, 아니면 다른 사람일까요? 우리는 자기 자신을 항상 관찰하고 느끼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자기 자신을 더 잘 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무언가를 지적하면 그 내용이 맞건 틀리건 간에 일단 '당신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라는 감정이 일어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내가 모르는 것을 다른 사람이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사실에 또한 놀라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나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나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 명확하게 분간이 되질 않습니다. 


사이민 바지르(Simine Vazire)는 나 자신의 여러 가지 특성 중에 내가 잘 아는 부분이 따로 있고 다른 사람이 잘 아는 부분이 따로 있을 거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165명의 학생들을 모은 다음 서로 잘 아는 친구끼리 5명씩 그룹을 이루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멤버들의 성격 특성들을 평가하게 했습니다. 이 과정이 끝나고 바지르는 이번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그룹을 이루도록 한 다음에 역시 다른 멤버의 성격 특성을 평가하도록 요청했습니다. 평가 전에 10분 동안 각자 대화할 시간을 줌으로써 성격 특성을 파악하도록 했죠. 





이렇게 자기 자신, 친구, 모르는 사람이 각각 평가한 결과의 정확도를 계산해 보니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먼저 신경증적 성질(neurotism)과 같이 알아차리기 어렵고 측정하기도 어려운 특성들은 자기 자신이 가장 정확하게 평가했습니다. 반면, 알아차리기는 어렵더라도 측정하기 쉬운 특성(예 : 지적능력(intellect))들은 친구가 가장 정확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외향성(Extraversion)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서 알아차리기는 쉽지만 측정하기는 어려운 특성들에 대해서는 정확도가 모두 비슷했습니다. 이것으로 나 자신에 대해 내가 잘 아는 부분과 친한 사람이 잘 아는 부분이 같지 않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평가 결과에 대해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에 시각 차이가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피평가자가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특성에 대해 평가자는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 평가자의 입장에서는 피평가자의 실제 특성을 정확히 평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 실험이 보여줍니다. 요약하면, 창의력과 지능 등의 지적능력은 평가자가, 자존감과 불안감 같은 신경증적 성질은 피평가자 자신이 잘 평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달변, 지배력, 리더십과 같은 외향성은 피평가와 평가자가 공히 잘 평가하는 특성입니다. 


이런 차이를 숙지한다면 상대방에 대해 알기 어려운 특성을 내가 잘 안다고 믿거나, 상대방이 나보다 더 잘 아는 나의 특성을 지적할 때 거부감이 드는 경우를 경계해야 할 겁니다. 나에 대해 상대방이 잘 아는 특성이 따로 있고 내가 잘 아는 특성이 따로 있음을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유념해야만 엉뚱한 피드백이 오고 가는 일이 적어지고 평가에 대한 불만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상사가 나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더 잘 아는 부분도 있고 더 모르는 부분이 있다.'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참고논문)

Simine Vazire(2010), Who Knows What About a Person? The Self–Other Knowledge Asymmetry(SOKA) Model,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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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에 올린 여러 글들 중에 '능력 없는 직원들이 더 많이 착각한다?'란 글이 있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능력이 처지는 사람들이 능력이 뛰어난 이들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크다는 '더닝-크루거 효과'를 소개한 글이었죠. 제목이 도발적(?)이었는지 많은 분들이 반응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능력이 모자란 사람들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줄여주고 현실을 직시하도록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과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그들에게 자신의 한계를 똑바로 인식하게 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요? 드미트리 리프킨(Dmitry Ryvkin)과 동료 연구자들은 체코정치경제대학원(CERGE-EI)의 사전 코스(pre-course)에 등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피드백'이 바로 그 방법임을 규명했습니다.



리프킨은 학생들에게 "미시경제학에서 몇 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냐?", "미시경제학에서 몇 등 정도 할 것 같냐?"란 질문을 학기초에 한번, 중간고사 직전에 한번, 기말고사 직전에 한번씩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미시경제학이라는 과목에 대해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했던 학기초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의 점수와 등수를 실제보다 과신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더닝-크루거 효과'가 여지없이 나타났습니다. 성적이 하위 25% 이하인 학생들은 실제 점수보다 58.1점이나 과신한 반면, 상위 25% 이상인 학생들은 12점 정도만 높게 예상했던 겁니다. 등수에 대한 예상도 비슷한 패턴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간고사 직전이 되자 이러한 과신 경향은 누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위 25% 이하의 학생들의 과신 정도는 58.1점에서 45.4점으로 하락했으니 말입니다. 중간고사를 보기 전에 강사가 내준 숙제나 학우들과의 비교 등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자연스럽게 피드백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기말고사 직전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과신 경향이 매우 뚜렷하게 줄어 들었습니다. 숙제나 동료 학생로부터의 피드백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느 정도의 최종성적(점수와 등수)를 거둘지를 이미 치러진 중간고사 점수로 확실하게 피드백 받았기 때문이었겠죠.

학교에서 실제로 치러지는 시험을 재료로 한 리프킨의 연구는 피드백을 통해 더닝-크루거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능력이 처지는 이들에게는 피드백을 해도 자신의 실력을 직시하지 않으려 한다는 기존의 연구와는 다른 결과였죠. 비록 이 연구는 시험 점수가 강사에 따라 임의적이었다는 한계와, 피드백의 효과를 구별해 내기 위한 '대조군'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피드백의 중요성을 일깨운다는 점에 의미를 갖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한 후속실험(5개의 두 자리 수를 더하는 과제를 사용)에서도 피드백 장치가 실력이 저조한 학생들의 과신 경향을 누그러뜨린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실력은 별로 없으면서 목소리만 큰 사람이 있다', '자기들이 모두 우수인재인 줄 안다"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실력이 어느 수준이고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깨닫게 하는 방법은 꾸준하면서도 분명한 피드백임을 리프킨의 연구가 시사합니다. 1년 내내 아무런 공식적/비공식적 피드백이 없다가 평가 시즌에 이르러 그때서야 평가 점수를 매기려 한다면, 평가자의 판단과 피평가자의 기대 사이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실력이 저조한 직원들과의 차이는 더더욱 클 겁니다.

직원들이 지금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성과 달성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꾸준히 관찰하고 시의적절하게 피드백해야 상호 간의 인식 차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야 평가 결과에 대한 불만도 상당 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겠죠. 또한 저성과자들에게 현실을 직시케 함으로써 자신을 성찰하도록 기회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통제나 측정의 관점이 아니라 육성과 배려의 자세로 저성과자들에게 피드백한다면 말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에는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과신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에게 '어떻게 피드백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피드백의 컨텐츠보다는 피드백의 빈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너무나 쉽고 너무나 당연한 해법이라고요? 하지만 이 당연한 것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참고논문)
Are the unskilled doomed to remain unaw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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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달성하고 역량을 계발하는 데에 상사의 피드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또한 피드백은 공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현장에서 상사와 직원 사이에서 끊임없이 오고가는 일상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우리는 압니다. 1년 내내 가만히 있다가 평가 시즌이 되어서야 피드백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일도 없죠. 상사나 직원이나 각자 업무가 바빠 피드백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자식이 어떻게 행동하는 1년 내내 가만히 있다가 12월에 가서 지난 1년을 되돌아보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피드백해야 하는 상황이나 이유를 잊어버리고 각자가 서로 다르게(보통 자기에게 유리하게) 기억하기 때문에 피드백은 즉각적이고 일상적이야 합니다.

그렇다면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전달하는 피드백은 아주 자세해야 좋을까요? 아마 여러분은 모호한 정보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피드백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 동안 피드백을 거의 하지 않는 상사를 모시고 있다면 더더욱 그러할 겁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자세한 피드백이 모호한 피드백보다 성과 달성에 긍정적일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대두되었습니다. 유타 대학의 히만슈 미쉬라(Himanshu Mishra)와 동료들은 모호한 정보나 피드백이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직관에 반하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먼저 미쉬라는 사전 테스트를 위해 38명의 참가자들에게 플라바놀(flavanol)이 함유돼 있어 정신적 활동을 활발하게 해 준다는 초콜릿을 먹도록 했습니다. 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플라바놀이 정확히 1그램이 들어있다고 말한 반면,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에게는 플라바놀이 0.5~1.5그램 들어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초콜릿을 먹은 후에 참가자들은 초콜릿이 자신들의 정신적 활동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은지를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 정확한 함유량을 들은 참가자들보다 모호한 함유량을 들은 참가자들이 초콜릿이 두뇌 활동에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답했습니다. 

미쉬라는 이 사전 테스트 후에 106명의 참가자를 모집하여 '브레인 에이지(Brain Age)'라 불리는 닌텐도 DS 게임을 하도록 하여 각자의 기준점수를 확보했습니다. 그런 다음, 사전 테스트와 같은 조건을 설정하여 참가자들에게 초콜릿을 먹이고 다시 브레인 에이지 게임을 하도록 했죠. 그랬더니 대체적으로 점수가 향상됐지만 플리바놀 함유량에 대해 모호한 정보를 들은 참가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들은 참가자들보다 게임 점수가 더 나아지는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참 특이한 일이었죠. 모호한 정보를 접한 참가자들은 플라바놀의 최대값인 1.5그램을 더 의미 있는 수치로 받아들인 까닭일까요? 어쨌든 모호한 정보가 정확한 정보보다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정확하거나 모호한 정보의 차이가 게임과 같은 두뇌 활동보다 신체적인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미쉬라는 캠페롤(Kaempferol)이 함유되어 있어 근육의 힘을 키워준다는 과일 쥬스 한 잔을 참가자들에게 주고 손의 악력을 측정하는 후속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137명의 참가자 중 절반은 캠페롤이 1그램이 정확히 들어있다는 말을 들었고, 다른 그룹은 0.5~1.5그램 들어있다는 정보를 전달 받았죠. 미쉬라는 한 가지 실험 조건을 추가했는데, 참가자 중 절반에게 조심스럽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일을 상기시킴으로써 정확성을 강조하는 조건에 프라이밍(priming)되도록 만들었죠. 나머지 절반에게는 최근에 일어난 일을 묘사해 보라고만 했습니다.

악력을 측정한 결과,  정확성에 프라이밍되지 않은 참가자 중 모호한 정보를 들은 사람들은 정확하 정보를 들은 자들보다 더 높은 악력 수치를 나타냈습니다(217.22 대 168.30). 반면, 정확성에 프라이밍된 참가자들은 캠페롤 함유량을 정확하게 알든 모호하게 알든 악력 측정치 사이에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사전에 미쉬라는 정확성을 강조하는 환경에 놓이면 정확한 정보(피드백)를 들을 때 성과가 더 높아진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이죠. 모호하게 제시된 정보는 참가자로 하여금 자기 식대로 재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함으로써 두뇌 활동과 신체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번엔 두뇌 활동이나 신체 능력이 아니라 '목표 달성'에 피드백의 정확성 여부가 어떻게 작용할지를 살피기 위해 또다른 실험이 3주 동안 실시됐습니다. 미쉬라는 39명의 학생들을 일주일에 한번 실험실에 찾아와 HHI라고 불리는 가상의 건강지수와 체중 등을 측정 받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학생들 중 절반에게는 정확한 HHI 지수를 제시한 반면,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 3퍼센트의 구간으로 HHI 값을 알려줬습니다. 3주 동안의 체중 변화를 살펴본 결과, 정확한 HHI 지수를 피드백 받은 학생들은 몸무게가 변하지 않거나 약간 늘었지만, 모호한 HHI 지수를 피드백 받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체중이 더 많이 감소했습니다. 예를 들어 최초에 HHI값이 85였던 참가자 중 정확한 HHI값을 피드백 받은 사람은 체중이 1파운드 늘었지만, 모호하게 HHI값을 피드백 받은 사람은 4파운드 가까이 몸무게가 줄었죠. 정확한 피드백보다 약간은 모호한 피드백이 체중 감량이라는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였습니다.

여러분은 미쉬라의 실험들이 조직 내 현장에서 벌어지는 피드백 상황을 정확하게 재현하지는 못하고 피드백의 내용과 방식도 같지 않기에 '모호한 피드백이 정확한 피드백보다 좋다'는 실험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의 의미는 상사가 부하에게 지나치게 상세하게 피드백할 경우 부하직원들의 자율성을 떨어뜨리고 그에 따라 목표를 이루려는 동기도 저하될지 모른다는 데에 있습니다. 시시콜콜한 피드백은 부하직원에게 잔소리로 느껴질 위험이 있다는 뜻이죠. 부하직원이 상사의 피드백을 듣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할 '여백'을 주어야 성과 달성의 동기가 유지되거나 높아지는 법입니다. 

또한 상사들도 부하직원에게 자세하게 피드백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이 실험은 일러줍니다. 오히려 상세한 피드백으로 대변되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여러 모로 부정적인 분위기를 초래할지 모릅니다. 상사가 부족한 면을 상세하게 피드백한다면 부하직원의 마음 속에는 '내 사정도 잘 모르면서...', '날 얼마나 감시하고 있길래...'라는 불만이 자라나기 마련입니다. 성과를 달성하고자 하는 내적동기가 상사의 피드백에 의해 훼손될지 모르죠. 어느 정도는 모른 척하면서 상사 자신이 기대하는 바를 모호하게 제시하는 것이 부하직원의 자율성과 동기를 제고합니다. 물론 정확하고 상세한 피드백(정보)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 의사결정을 바로 내려야 할 때, 정보를 모호하게 제시하거나 뭉뚱그려 피드백한다면 곤란하겠죠.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상사는 소위 '대리급 팀장'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피드백도 중용이 필요합니다. 모호한 피드백과 상세한 피드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이 직원들의 내적동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피드백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겠죠.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극단은 쉽지만 중용은 어려운 법이니까요.


(*참고논문)
In Praise of Vagueness: Malleability of VagueInformation as a Performance Bo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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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만으로는 아무 소용 없다   

2011. 2. 14. 09:00



요즘 관리자의 코칭 스킬이 강조되면서 피드백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공감대가 이루어졌습니다. 등급이나 점수로 된 평가 결과를 그저 통보하기보다는 평가자(관리자)와 피평가자(부하직원)이 서로 만나서 잘하고 못한 점을 이야기하는 면담 과정을 정례화한 회사들도 많아졌지요. 피드백을 통해 직원들의 실질적인 역량 향상을 꾀하고 나아가 회사 전체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도 피드백의 효과에 대해 이런 기대감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물론 피드백이 잘 이뤄진다는 가정이 있어야 겠죠.

하지만 피드백은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과 향상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관리자가 행하는 피드백이 '결과 피드백'일 경우가 그렇습니다. 결과 피드백이란 말 그대로 직원이 낸 결과가 잘됐는지를 일러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1년 동안 OO과제를 잘 수행했다" 혹은 "다른 사람보다 부진했다"와 같은 피드백이 바로 결과 피드백이죠.



이런 식의 결과 피드백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할지 모르지만(하지만 '넌 못한다'란 부정적인 피드백엔 오히려 동기가 꺾이겠죠), 직원들로 하여금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힌트를 주지 못합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당연한 소리 밖에는 안되죠. 그렇다고 모든 피드백이 소용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사려 깊은 관리자라면 직원들에게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대해서 피드백해줘야 합니다. 성과를 달성하는 데 어떤 점이 부족했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짚어주는 '과정 피드백'이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죠.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걸 남들에게(특히 고객)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매번 미역국을 먹는 직원이 있다면 '잘 좀 해라'는 피드백보다는 그에게 기획서를 작성하는 법을 코치하는 게 효과적인 피드백입니다.

"그러면 결과 피드백이 아니라 과정 피드백에 힘을 써야 한다는 소리군요?" 라고 여러분은 생각할 겁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과정 피드백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직원들의 역량이나 성과가 향상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직원들의 학습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슈미트와 울프는 운동선수들에게 훈련을 시킬 때 과정에 중심을 둔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제공하면 학습곡선이 향상되지만, 훈련이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비록 운동 스킬에 관한 연구였지만 직원들의 스킬 향상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걸까요? 일일이 상세하게 피드백해 주는 행위가 상대방을 수동적인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피드백하는 사람이 없어지면 그에게 너무 의존한 나머지 혼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거죠. 특히 가르치고자 하는 지식이 많은 경험과 통찰력이 요구되는 암묵지(tacit knowledge)일 때 더욱 그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세하고 친절한 '과정 피드백'이 직원들의 역량을 향상시킬 거란 기대는 순진한 생각입니다. "피드백이 직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개념이 확고한 관리자라면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해주고는 그것으로 관리자의 역할을 다했다는 안도감에 젖을지 모릅니다. 직원들이 피드백해 준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그것을 이행하는지를 살펴보는 일이 더 중요한데도 말입니다.

피드백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피드백 자체보다는 피드백의 내용을 직원들에게 어떻게 이해시킬까를 연구하는 것이 관리자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그래야 직원들이 피드백으로부터 배울 수 있겠죠. 특히 피드백하는 내용이 암묵지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직원들에게 피드백의 내용을 잘 이해시킬 수 있을까요? 직원들에게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하면 될까요? 앞에서 말했듯이 이런 과도한 친절은 직원들을 수동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적절치 않습니다. 관리자들은 직원들 스스로 무엇이 잘못 됐는지를 깨닫도록 '넛지(nudge)'하는 데에 집중해야 합니다.

정리해 보면, 현명한 관리자라면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여 직원들을 넛지하는 피드백을 해야 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스승들의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그들은 앞에서 이끄는 주도자가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다가 적절할 때 잠깐씩 개입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철저하게 견지합니다. '굿 윌 헌팅'에 나오는 숀 맥과이어 박사처럼 말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죠. 갈등을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우리 문화에서는 결과 피드백만 이루어져도 다행일지 모릅니다. 게다가 직원들이 하는 일이 다 다르고 그들의 성향도 제각각이라 상황에 맞게 넛지하는 방법을 다르게 구사해야 한다는 점도 효과적인 피드백을 어렵게 만들죠. 효과적으로 피드백하는 방법 또한 암묵지라서 여러분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터득하고 가다듬어 가야 한다는 말 밖에는 조언할 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효과적인 피드백의 요체는 피드백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피드백할 내용을 직원들에게 이해시키는 방법에서 나온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요원한 일만은 아닙니다. 피드백하기 전에 직원 입장에서 피드백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역지사지'해보는 몇 분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을 도울 실질적인 피드백이 가능해질 겁니다. 게리 클라인이 말했듯 "학습관계도 하나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결과 피드백보다는 과정 피드백에, 피드백 내용보다는 피드백을 이해시키는 방법에, 주도자 역할보다는 조력자 역할에 포지션하는 관리자야말로 중용의 도를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일 겁니다.

(*참고자료 : '이기는 결정의 제1원칙'의 11장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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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좋은 직원이 조직을 망친다?   

2011. 1. 28. 09:00



여러분은 지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지능은 변하지 않는 고정적인 것인가요, 아니면 노력을 통해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일까요? 지능이 선천적인지 아니면 후천적인지 여러분의 의견이 갈릴 것  같은데요, 콜롬비아 대학교의 심리학자인 캐롤 드웩은 지능에 대해 상반된 2개의 의견이 사람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드웩은 홍콩에 있는 모 대학의 사회과학부 학생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녀는 학생들이 지능에 대한 2가지 의견 중 무엇을 지지하는지 먼저 조사했습니다. 그런 다음, 학생들에게 영어시험을 치르게 하고 각자에게 점수를 일러주면서 해당 학생의 영어 실력에 대해 피드백했습니다. 이 대학에서 좋은 영어 점수는 졸업을 위해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은 지대했겠죠.


드웩은 영어 점수를 알려주는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보충강의를 제안했습니다. 그렇다면 보충강의를 신청하는 학생들은 대개 누구일까요? 아마 여러분은 영어 점수가 낮은 학생들이 주로 보충강의를 신청했으리라 예상하겠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왔습니다.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지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학생들만이 보충강의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반면 지능이 불변이라고 믿은 학생들은 보충강의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드웩은 지능이 고정적이라고 믿은 학생들은 똑똑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성공에 필요한 기회를 포기하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린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드웩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유사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어려운 시험을 치르게 한 다음에, 실제로 받은 점수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한 무리의 아이들에게는 열심히 노력했다는 칭찬을 해줬고, 다른 집단의 아이들에게는 머리가 좋다는 칭찬을 해줬습니다. 그런 다음, 어려운 시험을 다시 치르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머리가 좋다는 칭찬을 들은 학생들의 성적은 첫번째 시험보다 낮아졌다고 합니다.

지능이 높다, 머리가 좋다란 칭찬은 2가지 이유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끕니다. 첫 번째는 자아도취와 자기기만에 빠뜨린다는 것입니다. 머리가 좋다고 칭찬하니 점수가 저하된 초등학생들처럼 말입니다. 드웩이 실시한 후속실험에서도 이런 위험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자신의 시험 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쓰게 했더니 머리가 좋다고 칭찬 받은 학생 중 40%가 자신의 점수를 실제보다 높여서 썼던 겁니다.

두 번째는 열등하게 보일까봐 보충강의를 신청하지 않았던 학생들처럼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을 강화시킨다는 겁니다. 머리가 좋다는 칭찬을 계속 받기 위해서 조금만 하면 달성할 수 있는 쉬운 과제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자기계발에 도전하지 않는 관성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 칭찬이 줄겠죠. 결국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라는 말로 스스로를 기만하는 상황에 이르게 될지 모릅니다.

드웩의 연구 결과를 기업에 투영시키면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요? 성과에 대해 피드백할 때 결과의 높고 낮음보다는 그 직원이 목표 달성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해도 충분한 열정을 보였다면 그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노력이 아니라 운에 의해 목표를 달성했다면 경우에 따라 칭찬보다는 따끔한 질책이 필요하겠죠.

또 하나의 시사점은 많은 기업에서 운영하는 핵심인재관리의 문제점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이 제도가 직원들을 지능에 따라 분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인재를 핵심인재로 인정한다는 것은 '지능이 높다'라고 칭찬하는 것과 동일한 부작용을 낳는다고 봅니다. 이 제도가 자기도취와 위험회피 성향을 강화시킴으로써 개인이 가진 경쟁력을 후퇴시키진 않을까요? 예전에 쓴 글에서 핵심인재관리의 허구를 꼬집은 적이 있는데, 핵심인재라고 뽑은 자가 진짜 핵심인재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핵심인재관리는 조직의 경쟁력이 개개인에서 나온다는 관점을 가진 제도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조직의 경쟁력은 시스템에서 나옵니다. 시스템 없이 개인의 능력으로만 오래 유지되는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개인 중심의 미국식 성과주의가 물밀 듯 밀려오면서 시스템을 버리고 '머리 좋고 학력 좋은' 개인들에게 기업의 운명을 맡기는 오류를 범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머리 좋은 직원이 조직을 망칠지 모릅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직원이 조직을 살립니다.


(*여기서 '머리 좋은 직원'이란 머리 좋고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머리 좋고 특별한 직원'이라 인정하는 제도들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오해 마세요. ^^ )

(*참고 논문 : 캐롤 드웩의 논문 http://scan.oxfordjournals.org/content/1/2/75.abstract 
http://www.ncbi.nlm.nih.gov/pubmed/9686450 )
(*참고 도서 :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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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커피 쿠폰을 빨리 찍으려면   

2011. 1. 25. 09:00



알다시피 몇몇 커피 전문점에서는 판촉을 위해 커피를 구매할 때마다 스탬프를 찍어줍니다. 10잔이나 12잔 정도를 마시면 한잔을 공짜로 마실 수 있는 쿠폰을 주는 것이죠. 이 쿠폰이 사람들의 구매 행동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짐작한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란 키베츠(Ran Kivets)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키베츠는 스탬프를 10개 찍어야 공짜 커피를 주는 쿠폰과, 12개를 찍어야 하는 쿠폰, 이렇게 2가지 쿠폰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는 12개를 찍어야 하는 쿠폰에는 이미 2개의 스탬프를 찍어 뒀습니다. 이 쿠폰을 자기네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나눠주고 그들이 공짜 커피를 얻기 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해 보기로 했습니다. 무작위로 나눠줬기 때문에 학생들의 취향은 골고루 섞였다고 가정했지요.



사실 쿠폰은 2가지이지만, 똑같이 10개의 스탬프를 찍어야 공짜 커피를 마실 수 있기 때문에 공짜 커피를 받기 까지의 시간은 차이가 나지 않으리라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12개 짜리 쿠폰(이미 2개의 도장이 찍혀 있는)을 받은 학생들이 10개 짜리 쿠폰을 받은 학생들보다 20%나 빨리 공짜 커피를 얻었다고 합니다. 전자는 12.7일이 걸린 반면, 후자는 15.6일이 걸렸으니 말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사람들은 성공이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할 때 더 큰 동기를 부여 받음을 이 실험은 시사합니다. 12개의 빈칸에 2개의 스탬프를 찍어주면 사람들로 하여금 "앞으로 10개만 찍으면 공짜 커피가 생긴다"라고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공짜로 찍어준 2개의 스탬프가 공짜 커피라는 '성공'이 멀지 않도록 느끼게 하죠. 반면, 도장이 하나도 안 찍힌 10개 짜리 쿠폰을 보면 "이 빈칸을 언제 다 채우나"란 생각을 들기 때문에 중간에 도장 받기를 포기하거나(저도 그런 적이 많습니다) 공짜 커피를 받기 까지 오래 걸립니다.

키베츠의 실험은 마케팅에 활용할 가치가 있는 연구 결과이지만, 팀이나 사업부에서 목표를 설정할 때도 좋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10만큼의 목표를 달성하자고 말하는 것보다, 12만큼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미 2만큼은 달성했으니 10을 더 달성하자라고 말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결과적으로 10만큼의 성과를 달성하기 때문에 '달성량' 차원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후자의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직원들에게 목표 달성에 큰 동기를 불어 넣지 않을까요?

물론 실험을 해보지 않아 단언할 수는 없지만, 키베츠의 실험은 '성공이 멀지 않았다' 혹은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라고 관리자와 직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목표의식을 갖는 것이 제도, 계획, 절차와 같이 공식적이고 명시적인 요소보다 중요할지(혹은 더 효과적일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키베츠의 실험과 비슷하지만 초점이 다른 또 하나의 실험을 소개하겠습니다.  에이즈에 걸린 아프리카 고아들을 돕는 모 자선 단체는 1만 달러를 모금하기 위해 기부를 요청하는 '편지 보내기 이벤트'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에얼렛 피쉬바흐란 행동심리학자는 편지에서 무엇을 강조하냐에 따라 기부를 약속하는 사람들의 규모가 달라지리란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피쉬바흐는 '현재까지의' 모금액을 강조하는 편지와, 1만 달러가 되기 까지 '앞으로 남은' 금액을 강조하는 편지, 이렇게 2개의 편지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발송했죠.

그랬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전부터 기부를 해오던 사람들은 '현재까지의' 모금액이 강조된 편지보다는 '앞으로 남은' 금액을 강조하는 편지에 더 많은 기부를 약속했습니다( 1.6% 대 12.5%). 반면 한번도 기부한 적이 없는 사람들은 '앞으로 남은' 모금액을 강조하는 편지보다 '현재까지의' 모금액을 강조한 편지를 받은 편지에 더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24.2% 대 8.3%).

피쉬바흐는 이 실험 결과를 놓고 이렇게 해석합니다. 기부를 쭉 해오던 사람처럼 확고한 의지를 지닌 사람에게는 목표가 달성되지 못한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기부에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처럼 상대적으로 의지가 약한 사람에게는 달성된 부분을 돋보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입니다. 어떤 부분을 강조하냐에 따라 동기부여의 수준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아마 여러분의 기업에서는 보통 연초에 목표를 설정하고 난 후에 6월이나 7월 정도가 되면 '중간평가'라는 과정을 거칠 겁니다. 중간평가는 실제로 평가를 실행하는 절차라기보다는(물론 어떤 회사는 점수에 '반영'하기도 하지만), 상반기의 목표 달성의 과정과 결과를 점검하고 피드백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컵에 같은 양의 물이 담겼어도 '물이 반이나 남아있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물이 반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듯이, 직원들 중에는 분명 목표 달성의 의지(열성)가 강한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들이 있을 겁니다. 어쨋든 관리자 입장에서는 중간평가할 때 의지(열성)가 강한 직원들과 그렇지 않은 직원들 모두 목표 달성에 매진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싶을 겁니다.

이때 피쉬바흐의 실험 결과를 고려해서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하면 어떨까요? 즉 의지가 강한 직원들에게는 앞으로 목표 달성치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강조함으로써 "더 열심히 하면 달성할 수 있어"라고 독려해 주는 겁니다. 마치 "공짜 커피를 마시려면 앞으로 10개만 더 찍으면 돼"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한 직원들에게는 현재까지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강조함으로써 "지금까지 잘 했다"라고 칭찬해야 좋겠죠. 이는 "12개 짜리 쿠폰인데 이미 2개나 찍혀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달리 말해, 성공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겁니다. 이렇게 직원들의 성향에 따라 피드백이 강조점을 달리 한다면, 결과적으로 팀과 사업부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겁니다(의지가 중간 정도의 직원에게는 앞으로 남은 부분과 지금까지 달성한 부분을 비슷하게 강조하면 되겠죠).

만약 반대로 피드백하면 어떨까요? 의지(열성)가 약한 직원에게 앞으로 남은 목표를 강조하면 "이것을 무슨 수로 달성해?"란 부정적인 압박감 때문에 "그냥 관두자"라고 포기할지 모릅니다. 의지가 강한 직원에게 지금까지 달성한 목표 부분을 강조하여 피드백하면 관리자의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여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겠지"라는 생각을 유도할지 모릅니다.

이 또한 실험을 하지 않았기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직원들의 개별적 성향을 반영하여 피드백해야 한다는 점은 새겨둘 만합니다. 동기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말이죠. "이렇게 하면 동기가 샘솟는다"라는 도깨비 방망이식 해법은 없습니다. 직원들 개인이 어떤 가치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지, 낙천적인지 혹은 비관적인지, 내성적인지 혹은 외향적인지 등에 따라 '동기가 활활 타오르는 발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포인트를 찾는 일은 경영자의 최우선 의무이고, 한쪽으로 치우침 없는 중용이 아닐까요?

(*참고 사이트 :http://bit.ly/6ogvOq )
(*참고도서 : '당근과 채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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