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한RSS의 구독자수 분포를 분석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경영' 카테고리에 속한 60개 블로그의 구독자수가 '승자독식현상(Winner-take-all)'처럼 보인다는 글이었지요. 비록 '아름다운' 패턴의 승자독식 그래프는 아니었지만, 상위 30%가 구독자의 80%를 점유하는 현상으로 보아 블로그에도 승자독식현상의 가능성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 글을 쓴 날짜가 4월 17일이었는데, 두달 여가 흐른 지금은 어떤 분포로 변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지금 다시 그래프를 그려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나타날지 보고 싶었지요.

우선 2가지 가설을 세웠습니다(이 가설은 2달 여의 기간에만 해당됩니다).

가설 1 : 승자독식현상으로 다가간다.
가설 2 : 승자독식현상으로부터 멀어진다.

이 2개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 번에 작성했던 엑셀 파일을 다시 꺼내 현 시점(6월 25일)에서 구독자수를 입력했습니다. 현재 한RSS 경영 카테고리에 등록된 블로그 수는 좀 늘어서 68개입니다. 입력을내고 다음과 같은 그래프를 얻었습니다. 핑크색선이 현재이고, 남색선이 4월 17일 그래프입니다.

(데이터 출처 : 한RSS 경영 카테고리 구독자수)


보다시피 1위 블로거의 구독자수는 확실하게 상승했습니다. 333명이 늘었으니까요. 위의 그래프에서 주목할 만한 패턴은 7위~30위 구간입니다. 다른 구간에 비해 구독자수의 증가가 확연하게 보입니다. 이러한 패턴의 변화를 보면, 위의 가설 중 2번째인 '승자독식현상으로부터 멀어진다'가 옳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그러나 위의 그래프는 구독자수의 절대치를 데이터로 그린 것이므로 해석할 때 유의해야 합니다. 2달 여 동안 블로그스피어의 부피가 늘었기(즉, 블로그스피어에 유입되는 사람 수가 늘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구독자수를 데이터로 그래프를 그리면, 새로 유입되는 사용자가 늘수록 그래프가 위로 상향(shift)되기 마련입니다.

이런 해석 오류를 없애려면, 아래의 그림처럼 구독자에 대한 누적점유율을 가지고 그래프를 그려야 합니다. 역시 핑크색선이 현 시점이고, 남색선이 4월 17일의 그래프입니다.

(데이터 출처 : 한RSS 경영 카테고리 구독자수)


누적점유율 그래프의 '위로 볼록한 정도'가 작아졌군요. 상위 블로거들의 누적점유율이 약화됐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7위~30위의 블로거들이 상대적으로 점유율의 향상이 두드러집니다. 최상위권인 1위~6위는 구독자수의 절대치는 늘었지만 점유율은 오히려 떨어졌군요.

결론적으로 말해, 적어도 한RSS의 경영 카테고리에서는 승자독식현상으로부터 멀어짐(가설 2)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2달 여의 기간이지만 승자들의 상대적 영향력이 떨어진 반면 중간층이 약진했습니다. 이를 두고, 블로그스피어에서 '평등'으로 가는 지향력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블로그스피어의 민주화라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내심 찬성하고 싶지만, 엄밀히 말해 이 분석만을 가지고는 알지 못합니다. 2달 여의 시간은 짧기도 하거니와 68개의 블로그가 속한 경영 카테고리만을 대상으로 했으니까요. 데이터를 보유한 한RSS측에서 전체 카테고리를 대상으로 분석을 해보거나, 메타블로그가 개별 블로그들의 트래픽 데이터를 전부 조사해 본다면, 위 가설의 참/거짓 여부가 드러날 겁니다. 

블로그스피어는 참 재미난 곳입니다. 반(半)익명성의 세계에서 매순간 꿈틀거리는 변화의 힘을 느낍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점점 심화되는 승자독식현상이 블로그스피어에서는 다른 양상(예:평등, Fat Tail 등)으로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인터넷이란 매체가 지닌 개방성과 파급성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어른들이 자주 쓰는 말로 그래야 '캄푸라치'가 되지 않을까요? ^^

분석한 내용은 아래의 엑셀 파일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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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도 승자독식 현상이?   

2009. 4. 18. 13:46

심심풀이로 블로그별 구독자 수를 기준으로 1위에서 60위까지를 그래프를 그려 보았다. 아래 그래프에서 핑크색 곡선은 순위별 '구독자수 분포'이고, 남색 곡선은 '누적점유율'을 나타낸다.

(데이터 출처 : 한RSS 중 '경영' 카테고리에 속한 60개의 블로그별 구독자수. 2009년 4월 17일 기준)

이 그래프에서 80대 20법칙의 모습이 발견된다. 딱 들어맞진 않지만, 상위 30%(18위)의 블로거들이 구독자의 약 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1위부터 6위의 블로거들이 약 50%의 구독자를 점유하고, 나머지 블로거들은 긴 꼬리를 나타내는 것도 볼 수 있다. 

이 그래프를 가지고 파워 블로거들이 대부분의 구독자를 점유하는 소위 '승자독식(the-winner-take-all)' 현상이 존재한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이 그래프만으로는 데이터 수가 작아서 섣불리 그렇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겨우 60개의 블로그를 가지고 구독자 수 분포를 그렸기 때문이다(심심풀이였음을 양해 바란다). 사실 승자독식 현상이라고 판단하려면 80대 20법칙보다 더 심해야(예컨데 99대 1의 법칙 정도) 한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과 데이터를 확보한 후에 한RSS에 등록된 모든(카테고리 불문하고) 블로거들을 구독자 수를 기준으로 1위부터 나열해 본다면, 등수가 낮아질수록(즉, 1위에서 멀어질수록) 구독자수가 급감하는 전형적인 '승자독식'의 패턴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승자독식의 강도(1위에서 멀어질수록 얼마나 급감하는지)가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블로거들간의 '구독 네트워크'는 파워 블로거라는 허브들로 연결선들이 집중된 모습의 그물망으로 나타날 것이다. 아마 그것은 A.R.바라바시가 말한 '척도없는 네트워크'가 아닐까?

만약에 전세계의 모든 블로그를 대상으로 통계를 내본다면 어떨까? 짐작컨데, 그때도 승자독식 패턴이 나타나겠지만, 동시에 크리스 앤더슨이 말한 '롱테일(Long tail)'이 발견될지도 모르겠다. 낮은 등수의 블로거들이 비록 소수지만 어느 정도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어서, 꼬리에 해당하는 구독자 수를 모두 더하면 상위 블로거들의 구독자 수를 압도한다는 것이 롱테일 현상이다. 하지만 위 그래프는 롱테일이라 말하기에 부족하다. 데이터가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러나, 왜 파워 블로거들은 구독자의 거의 대부분을 점유할 수 있을까? 그들에겐 여타 블로거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일까? 무엇이 그들에게 승자독식의 위치를 점하게 했을까?

잘은 모르겠으나, 아마도 그 이유는 파워 블로거들과 여타 블로거들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차이 때문은 아닐까? 작은 오차가 축적되어 커다란 효과로 나타난다는 '나비효과' 때문은 아닐까? 그 미묘한 차이, 파워 블로거를 여타 블로거들과 차별되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인지는 콕 집어 말하기 어렵다. 블로그스피어는 상호작용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증폭되는 복잡한 장(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파워블로거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혹시 그렇게 되길 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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