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좋은 직원이 조직을 망친다?   

2011. 1. 28. 09:00



여러분은 지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지능은 변하지 않는 고정적인 것인가요, 아니면 노력을 통해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일까요? 지능이 선천적인지 아니면 후천적인지 여러분의 의견이 갈릴 것  같은데요, 콜롬비아 대학교의 심리학자인 캐롤 드웩은 지능에 대해 상반된 2개의 의견이 사람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드웩은 홍콩에 있는 모 대학의 사회과학부 학생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녀는 학생들이 지능에 대한 2가지 의견 중 무엇을 지지하는지 먼저 조사했습니다. 그런 다음, 학생들에게 영어시험을 치르게 하고 각자에게 점수를 일러주면서 해당 학생의 영어 실력에 대해 피드백했습니다. 이 대학에서 좋은 영어 점수는 졸업을 위해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은 지대했겠죠.


드웩은 영어 점수를 알려주는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보충강의를 제안했습니다. 그렇다면 보충강의를 신청하는 학생들은 대개 누구일까요? 아마 여러분은 영어 점수가 낮은 학생들이 주로 보충강의를 신청했으리라 예상하겠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왔습니다.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지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학생들만이 보충강의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반면 지능이 불변이라고 믿은 학생들은 보충강의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드웩은 지능이 고정적이라고 믿은 학생들은 똑똑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성공에 필요한 기회를 포기하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린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드웩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유사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어려운 시험을 치르게 한 다음에, 실제로 받은 점수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한 무리의 아이들에게는 열심히 노력했다는 칭찬을 해줬고, 다른 집단의 아이들에게는 머리가 좋다는 칭찬을 해줬습니다. 그런 다음, 어려운 시험을 다시 치르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머리가 좋다는 칭찬을 들은 학생들의 성적은 첫번째 시험보다 낮아졌다고 합니다.

지능이 높다, 머리가 좋다란 칭찬은 2가지 이유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끕니다. 첫 번째는 자아도취와 자기기만에 빠뜨린다는 것입니다. 머리가 좋다고 칭찬하니 점수가 저하된 초등학생들처럼 말입니다. 드웩이 실시한 후속실험에서도 이런 위험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자신의 시험 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쓰게 했더니 머리가 좋다고 칭찬 받은 학생 중 40%가 자신의 점수를 실제보다 높여서 썼던 겁니다.

두 번째는 열등하게 보일까봐 보충강의를 신청하지 않았던 학생들처럼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을 강화시킨다는 겁니다. 머리가 좋다는 칭찬을 계속 받기 위해서 조금만 하면 달성할 수 있는 쉬운 과제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자기계발에 도전하지 않는 관성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 칭찬이 줄겠죠. 결국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라는 말로 스스로를 기만하는 상황에 이르게 될지 모릅니다.

드웩의 연구 결과를 기업에 투영시키면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요? 성과에 대해 피드백할 때 결과의 높고 낮음보다는 그 직원이 목표 달성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해도 충분한 열정을 보였다면 그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노력이 아니라 운에 의해 목표를 달성했다면 경우에 따라 칭찬보다는 따끔한 질책이 필요하겠죠.

또 하나의 시사점은 많은 기업에서 운영하는 핵심인재관리의 문제점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이 제도가 직원들을 지능에 따라 분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인재를 핵심인재로 인정한다는 것은 '지능이 높다'라고 칭찬하는 것과 동일한 부작용을 낳는다고 봅니다. 이 제도가 자기도취와 위험회피 성향을 강화시킴으로써 개인이 가진 경쟁력을 후퇴시키진 않을까요? 예전에 쓴 글에서 핵심인재관리의 허구를 꼬집은 적이 있는데, 핵심인재라고 뽑은 자가 진짜 핵심인재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핵심인재관리는 조직의 경쟁력이 개개인에서 나온다는 관점을 가진 제도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조직의 경쟁력은 시스템에서 나옵니다. 시스템 없이 개인의 능력으로만 오래 유지되는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개인 중심의 미국식 성과주의가 물밀 듯 밀려오면서 시스템을 버리고 '머리 좋고 학력 좋은' 개인들에게 기업의 운명을 맡기는 오류를 범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머리 좋은 직원이 조직을 망칠지 모릅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직원이 조직을 살립니다.


(*여기서 '머리 좋은 직원'이란 머리 좋고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머리 좋고 특별한 직원'이라 인정하는 제도들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오해 마세요. ^^ )

(*참고 논문 : 캐롤 드웩의 논문 http://scan.oxfordjournals.org/content/1/2/75.abstract 
http://www.ncbi.nlm.nih.gov/pubmed/9686450 )
(*참고 도서 :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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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생각을 정리해 가는 과정 중에 있으므로, 오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천재론'으로 대변되는 핵심인재 관리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MUST' 경영시스템으로 자리잡은 듯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예전에 제가 핵심인재 관리의 허점에 대해 포스팅했듯이, 핵심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평가의 신뢰성이 떨어져서 엉뚱한 사람을 핵심인재 pool에 등록하거나, 핵심인재임에도 불구하고 배제시키는 오류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핵심인재 관리가 회사의 성과를 높이는 데 별로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정량적인 분석으로 증명하고자 합니다. 동시에, 일반인재의 역량(혹은 생산성)을 우선하여 향상시키는 것이 회사 성과에 더 도움이 됨을 보이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회사가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직원 1인당 목표 할당액 : 10 억원/년

현 생산성
    - 일반인재 : 1 억원/비용
    - 핵심인재 : 5 억원/비용

위와 같은 상황일 때 여러분이 직원들의 역량 향상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런데 예산의 한계 때문에 여러분이 취할 수 있는 대안은 다음과 같이 두 개 뿐입니다. 

[취할 수 있는 대안]
1) 일반인재에 초점을 맞춘 역량 향상 프로그램
2) 핵심인재에 초점을 맞춘 역량 향상 프로그램

[예상되는 생산성]
    - 일반인재 : 1.1 억원/비용   (10% 향상)
    - 핵심인재 : 10 억원/비용    (100% 향상)

[가정]
(* 이 가정에 유의하십시오. 가정이 다르면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 전체 직원수는 100명으로 고정함 (물리적으로 필요한 직무 수 때문)
   - 직원 1인당 목표 할당액을 1년 안에 직원 모두가 달성하도록 함
   - 핵심인재 관리를 도입하는 많은 회사가 그렇듯, 이 회사가 속한
      산업은 성숙기에 도달한 상태라 가정함
   - 시장 크기와 시장점유율 한계, 직원 1인당 고객 커버리지 한계,
      유연하게 업무가 할당되지 못하는 조직의 관행 등 때문에
      위에서 설정한 직원 1인당 목표 할당액(10억원/년)을 상회하는 성과를
      직원 1인이 달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가정함
   - 위 대안 이외에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없다고 가정함

각각의 대안을 실행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동일하고, 역량 향상 프로그램을 완료했을 때 위와 같은 '예상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면, 여러분은 둘 중 어느 것을 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언뜻 보면, 핵심인재에 초점을 맞춰서 역량 향상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이 훨씬 좋은 대안입니다. 원래 5 억원인 핵심인재의 생산성을 100% 향상시켜서 10 억원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정량적으로 따져보면 직감과는 다른 결과를 얻습니다. 아래의 그래프는 위의 1)번 대안과 2)번 대안을 실행했을 때 예상되는 비용의 감소폭을 나타냅니다. 


보다시피, 핵심인재 비율이 46%보다 작을 때에는 일반인재의 생산성을 향상시켰을 때의 비용 절감폭이 더 큽니다. 예컨데, 핵심인재 비율이 10% 미만이면 핵심인재를 대상으로 역량 향상 프로그램을 실시해도 비용의 감소폭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핵심인재 비율이 46%보다 클 때만 핵심인재의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비용 절감폭이 더 크지요.

우리는 여기서 이런 결론을 얻습니다. "핵심인재의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는 한, 일반인재의 역량 향상을 우선하는 것이 회사의 성과에 유리하다." 물론 인력의 다수(위의 예에서 46% 이상)가 핵심인재라면, 핵심인재에 초점을 맞춘 역량 향상 프로그램이 유리합니다. 그러나 일반인재보다 5배 이상의 생산성을 보이는 핵심인재들이 조직에서 얼마나 되겠습니까? 제 경험으로 보면, 많아야 10% 내외입니다.

또한 핵심인재들에게 역량 향상 프로그램(교육이든 액션러닝이든)을 제공한다고 해서 역량이 금세 높아지길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그들은 최대 Capa.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위의 예에서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생산성이 2배 향상된다고 가정한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되면, 7억원 정도로 낮춰보면 어떨까요? 시뮬레이션 해 보면 알겠지만, 핵심인재 대상의 역량 향상 프로그램이 효율적이려면 핵심인재의 비율이 더 커져야 합니다.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면, 아래의 파일을 다운 받아서 '빨간색'으로 된 셀의 내용을 다른 숫자로 바꿔 가면서 그래프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기 바랍니다 (참고로, mith는 myth의 오자가 아니라, managing individual top & high-performer의 약자로 제가 그냥 쓰는 말입니다. ^^)


허와 실을 올바로 깨닫고 경영의 유행을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제도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핵심인재 관리도 마찬가지죠. 핵심인재 관리 제도가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시킬 거란 막연한 희망을 거두고, 여러분의 회사가 진정 초점을 맞춰야 할 전략이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 여러분의 참고를 위해, 아래에 반론을 달아주신 'Taeyong Lee'님이 작성한 excel file을 올립니다. 저와 생각이 정반대이신데 ^^ 제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니, 독자 여러분들이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 (myth라고 이름을 바꾸셨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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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경영의 방향을 화두로 던지면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곤 하기 때문에 언론은 늘 그의 입을 주시한다. 이 책을 쓰고 있는 요즘에는 그가 던진 소위 ‘샌드위치론’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1994년 공무원 대상 특강에서 “21세기는 1명의 천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소위 ‘천재론’을 이야기한 그는 2002년 6월 사장단 회의에서 삼성의 ‘핵심인재경영 가속화’를 대대적으로 선언했다. 리더는 인재에 대해 욕심이 있어야 하며 핵심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사장단이 직접 뛰어야 한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가 던진 화두가 촉매가 되어 많은 기업에서 핵심인재 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거나 도입을 준비 중이다. 마지막 방점을 찍듯이 핵심인재 관리로 성과주의가 완성된다고 믿는 모양이다. 하지만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 이 제도 역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는데, 수학의 논리를 적용해 보면 과연 핵심인재 관리제도가 꼭 필요한 것인지 회의가 든다.

우리 회사의 핵심인재는 얼마나 될까? 10%다, 15%다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나는 알짜 핵심인재는 전체 구성원의 1% 정도에 불과하며, 아무리 높게 잡아도 5%를 넘지 않는다고 본다.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핵심인재의 비율을 5%라고 해보자.

조직 어딘가에 숨어있는 핵심인재를 발굴하려면 인사고과든, 업적평가든 여러 가지 방식의 평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평가의 신뢰성을 95%라고 해보자. 즉, 평가를 통해 핵심인재임을 옳게 판별할 확률이 95%라는 말이다. 평가제도가 완벽하게 짜여 있더라고 운영 상의 문제가 항상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 95%의 신뢰성도 꽤 높게 잡은 것이다.

반면, 핵심인재가 아닌데도 핵심인재로 잘못 판별할 확률을 5%라고 해보자. 이 확률 역시 평가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인데, 5%밖에 오류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말은 평가가 상당히 우수하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질문을 던지자. "어떤 사람이 핵심인재로 선발됐다면, 그가 진짜 핵심인재일 확률은 얼마일까?" 직관적으로는 95%에서 5%를 빼면 90%니까 그 정도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정답은 90%보다 훨씬 작다.

전체직원수가 1000명이라고 하자. 그러면 그 중 진짜 핵심인재는 5%인 50명일 것이다. 하지만 평가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누가 핵심인재인지 모른다. 평가의 신뢰성이 95%이니까 50명 중 48명만 핵심인재로 발굴되고 2명은 소외를 당하고 만다. 또한  나머지 950명 중에서 5%인 48명이 핵심인재로 오인된다.

이제 질문에 답해 보자. 핵심인재로 선발된 어떤 사람이 '진짜' 핵심인재일 확률은  48 / (48+48) = 50% 밖에 안 된다. 홍길동이라는 친구가 핵심인재 그룹으로 선발됐다 하더라도 그가 '진짜' 핵심인재일 확률은 반반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평가가 상당히 우수하게(신뢰성 95%, 오류 확률 5%)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 정도 밖에 안 된다. 만일 평가가 엉망으로 이루어진다면, 홍길동이 핵심인재일 확률은 급격히 떨어진다. 아래의 표를 참조하기 바란다.

핵심인재 비율 평가 신뢰성 오류 확률 홍길동이
핵심인재일 확률
5% 95% 5% 50%
5% 90% 10% 32%
5% 85% 15% 23%
5% 80% 20% 17%

선발된 핵심인재가 진짜 핵심인재일 확률을 높이려면, 평가의 신뢰성을 100%로 끌어 올리고 동시에, 핵심인재가 아닌데도 핵심인재로 잘못 판별할 확률을 0%로 만들면 된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긴 매우 요원하다. 어쩔 수 없이 평가는 주관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위에서 봤듯이, 핵심인재 관리제도는 논리적으로 매우 허점이 많은 제도이기 때문에 회사를 살리고 회사를 번영시킬 도깨비 방망이로 떠받드는 건 옳지 않다. 그리고 핵심인재 그룹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것도 불합리하다. 그가 핵심인재일 확률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5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들에게는 도전과 시련의 기회를 주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그가 진짜 핵심인재가 아닐지 모를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만일 '보상' 중심의 핵심인재 관리제도라면, 당장 집어 던져야 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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