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2050년 사이에 핵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CIA나 국가정보원 같은 기관에서는 다양하고 심층적인 분석을 근거로 확률을 계산해 낼지도 모르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핵전쟁 발발 가능성에 관해 충분한 정보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죠. 그래서 확률은 반반, 즉 1/2 이라고 추정하여 말하게 됩니다.


경제학자 존 케인즈(John Keynes)는 이를 ‘중립의 원칙’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렇다면 핵폭탄이 우리나라에 떨어지지 않을 확률은 얼마일까? 이 역시 1/2 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에 떨어지지 않을 확률이나, 프랑스에 떨어지지 않을 확률도 1/2 이란 답이 일반인으로서 말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죠.

존 케인즈


이 답변을 기초로 하면, 10개 나라 중 어느 한 곳도 핵폭탄이 떨어지지 않을 확률은 1/2의 10제곱(=1/1024)이 됩니다. 그렇다면 10개 나라 중 적어도 한 나라가 핵폭탄에 희생될 확률, 바꿔 말해 핵전쟁이 발발하게 될 확률은 얼마일까요? 1에서 1/1024 을 뺀 1023/1024 가 됩니다. 이 값은 처음에 “2050년까지 핵전쟁이 발발할 확률이 1/2 이다” 라고 답한 것과 모순되는 결과입니다.

동일한 논리를 신규사업 추진 건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벤치마킹을 통해 가능성 있어 보이는 어떤 신규사업의 실패 확률이 2/3 이라는 결과(즉,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은 1/3)를 얻었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벤치마킹은 어디까지나 우리와는 별개인 ‘타 기업들의 역사’로부터 추정하여 얻은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결과라고 간주하기 어렵습니다.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확률을 물었을 때 아는 바가 없어서 그냥 1/2 이라고 답하는 것처럼 불확실한 추정에 불과하죠.

그래도 리더가 벤치마킹 결과를 신봉한다면, 우리회사가 신규사업에 실패할 확률을 2/3 이라고 추정합니다. 동일한 이유로 유력한 경쟁사인 A사와 B사 역시 실패할 확률은 각각 2/3 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어느 회사도 성공하지 못할 확률은 8/27(=2/3*2/3*2/3)이 됩니다. 반면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은 19/27 이나 되죠. 이는 처음에 벤치마킹으로 얻은 성공확률 1/3 보다 2배 이상 큰 값이 아닙니까?

아래가 계산을 정리한 결과입니다.

벤치마킹 결과  신규사업이 실패할 확률    2/3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    1/3

우리회사가 실패할 확률    2/3
A사가 실패할 확률             2/3
B사가 실패할 확률             2/3

3사 모두 실패할 확률             (2/3)*(2/3)*(2/3) = 8/27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         1 – 8/27 = 19/27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이러한 산법이 엉터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 패러독스는 벤치마킹 결과가 비관적 혹은 낙관적으로 나왔다고 해서 지나치게 비관하거나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예입니다. 

벤치마킹은 참고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 절대로 의사결정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오늘도 벤치마킹을 염두에 두시는 분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출처 :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유정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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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문제를 접할 때마다 그것이 불러 일으키는 불편한 감정 때문에 해결책부터 궁리하기 시작합니다. 한시라도 빨리 문제를 벗어나려는 본능적인 욕구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가장 그럴싸한 해결책을 취해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데, 쉬운 문제이거나 파급효과가 적은 문제일 경우엔 유용한 방법입니다.

(둘은 무슨 관계일까요?)


그러나 어렵고 복잡한 문제이거나 파급효과가 큰 문제라면 이리저리 부딪히는 시행착오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 들어가는 방법은 피해야 합니다. 꾸러미의 내용물을 면밀히 살펴보고 ‘아, 문제란 이런 모양이구나’ 라는 정확한 인식이 없다면 어떤 해답을 제시할지 모를뿐더러 애써 해결책을 내놨다 해도 문제를 옳게 해결할 수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을 야기할지도 모릅니다.

다음의 사례를 읽어보기 바랍니다.


북극해에 위치한 핵 미사일 기지의 레이더 화면에 이상한 물체들이 감지되었는데, 미사일들이 한꺼번에 이쪽을 향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를 보고 받은 미사일 기지의 사령관은 워싱턴에 있는 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미사일 기지의 장교들은 이미 미국 본토에 핵 폭탄이 투하되어 전화가 불통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레이더 화면에 깜박거리는 점들은 ‘우리 기지를 파괴하기 위해 날아오는 핵 미사일일 거야!’ 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일시에 공황 상태에 빠졌다.

    ‘즉각 버튼을 눌러 소련으로 핵 미사일을 발사해야 하는가?’ 

자칫 판단을 잘못했다가는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될 뿐만 아니라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파국을 몰고 올 터였다. 인류의 운명이 그들의 손가락 위에 놓인 셈이었다.

이때 가만히 있던 사령관이 이렇게 말했다.

     “흐루시쵸프는 어디 있지?” 

이 말을 듣고 모든 사람들은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 그 당시 흐루시쵸프(소련 공산당 서기장)는 국제연합(UN) 회의로 뉴욕을 방문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후에 알아낸 바에 따르면 레이더 화면 상의 점들은 달에서 나온 전자파와 대기권 사이의 반사작용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전화가 불통이었던 이유는 그저 통신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고장을 일으켰기 때문이었죠.

공교롭게 발생확률이 적은 두 사건이 동시에 발생하는 바람에 인류를 멸망시킬지 모를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던 겁니다. 결과론적이지만 인류를 구한 건 사령관의 ‘제대로 갖춰진 문제해결력’입니다. 만일 사령관이 부하들과 함께 즉각 응사한다는 해결책부터 궁리했다면 인류는 핵전쟁이라는 아마게돈을 경험했을지 모릅니다.

그는 해결책을 명령하기 전에 ‘핵 미사일들이 다가온다’라는 문제 자체가 발생 가능한 것인지 따져보는 세 마디의 질문 ‘Where is Khrushchyov?”을 던졌습니다. 소련 측이 자기네 서기장이 미국을 방문 중일 때 핵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으리라 추론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나 개인의 문제를 해결할 때도 해결책을 당장 마련하려는 생각을 뒤로 미루는 것이 유용합니다. 매출이 오르지 않는 현상을 접할 때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의하지 않거나 매출이 오르지 않는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서 ‘영업사원을 늘려라, 제품 가격을 낮춰라’와 같은 해결책을 곧바로 실행한다면 과연 성공적으로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까요?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브랜드를 바꿔 본다든지 새로운 기능을 덧붙여보는 조치를 연달아 적용하겠죠. 어쩌다 효과적인 방법을 찾았다 해도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을 겁니다. 이와 같은 방식의 문제해결은 주사위를 던져서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소위 ‘도박 경영’입니다. 

문제를 접하자마자 해결책부터 떠올리는 잘못된 습관을 제지할 줄 알아야 성급한 의사결정의 폐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요컨대, ‘해결책 지향’이 아니라 ‘문제 지향’이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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