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일부터 12월 6일까지 페이스북에 남긴 짧은 생각들 모음


[혁신에 대하여]


- 문제가 발견됐다는 것은 나쁜 소식이 아니라 좋은 소식이다. 새로운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소리니까.


- 혁신적인 제품을 연구하고 사업화하는 조직은 별도의 회사로 분리하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타부서의 압력, 악의적 견제, 질시 때문에 혁신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 고객의 니즈를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혁신은 멈춘다.


- 제품 자체에 대한 혁신은 혁신이 아니다. 제품을 둘러싼 생태계의 구조를 바꿔야 진정한 혁신이다.





[리더십에 대하여]


- 상사가 직원에게 성과에 관해 피드백해야 한다는 발상은 어쩌면 '종속관계'와 상하 위계를 당연시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 사람들의 성격이 제각기 다르듯 직원들에 대한 코칭 스타일도 다르다. 한 가지 코칭 방식을 권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Work & Life Balance라는 말. 이 말은 어쩌면 직원들을 더 많이 일하게 하려고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산업사회적인 생각.


- 직원들은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맞는 말일지 모르지만 스스로 얼마나 소통하려 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의사소통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 나쁜 리더를 바로 알아보는 2가지 판별법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

  (1) 자신의 권한을 과시하며 권한을 남용한다.

  (2) 남의 탓을 많이 한다. 실패의 원인을 늘 자신의 바깥에서 찾는다.


- 직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다 알고 있는 상사는 좋은 관리자가 아니다. 그만큼 직원들에게 자율권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우리는 얼마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추측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가? 추측하지 말고 솔직하게 이야기해 달라고 말하자.


- 믿음(BELIEF)에는 거짓(LIE)이 숨어 있다. BE + LIE + F.  직원들을 믿는다고 말했다면 그 믿음에 거짓이 없어야 한다. 


- 건설적인 비판이란 사실 없다. 건설적인 비판은 그 비판을 듣는 자에게는 위협적인 비판으로 느껴진다. 거의 그렇다.


- 때론 내부의 적이 외부의 적보다 무섭고 강력하다. 리더 자신이 내부의 적은 아닌지 늘 경계해야 한다.



[흥미로운 링크]


- 경영자들은 채용할 때 지원자의 실력보다는 자기와 같이 어울려 놀기에 좋은 사람을 뽑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문화적인 동질성에 끌린다는. 

http://www.forbes.com/sites/susanadams/2012/12/03/employers-hire-potential-drinking-buddies-ahead-of-top-candidates/


- 검지(두번째 손가락)가 약지(네번째 손가락)에 비해 짧을수록 공격적이고 다혈질적이며 성취욕이 강하다는. 

http://www.psychologytoday.com/blog/caveman-politics/201212/what-your-fingers-may-say-about-your-politics


- 말 한 마디의 힘. 눈물이 찔끔 나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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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2일부터 11월 30일까지 페이스북에 적어 본 짧은 생각들


[위기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습관에 관하여]


- 최근 성과가 좋고 자원이 풍부할 때 스트레치 골(Stretch Goal)을 추구해야 효과가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최근 성과가 나쁘고 자원도 부족할 때 스트레치 골을 설정하는 바람에 구성원들의 사기가 오히려 저하되고 실패를 경험한다.  

(*참고논문 : Sim B. Sitkin, Kelly E. See, C. Chet Miller, Michael Lawless, Andrew Carton(2011), The Paradox of Stretch Goals: Organizations in Pursuit of the Seemingly Impossible,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Vol. 36(3) )


- 위기의 해법으로 직원들에게 절박함을 강조하는 것이 과연 변화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까? 


- 조직 구성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강조할수록 기존의 규칙과 오래된 전략에 집착하는 경향이 커진다. 당연한 인간의 심리다. 그래서 위기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라는 혁신적인 해법이 나올 기회를 차단해 버린다.






[혁신에 관하여]


- 기술이나 제품 개발이 아니라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할 때 혁신의 기회가 움트기 시작한다.


- 제품의 뒷면을 보거나 내부를 뜯어서 보면 그 회사가 얼마나 철저한지 알 수 있다. 보이지 않을 거라 여기는 곳까지 깔끔하게 마감하려는 회사는 충분히 100점을 받을 만하다. 정비소에서 어떤 자동차의 밑바닥을 보고 그 회사의 정신이 의심스러웠다.


- 독특한 사회구조를 가진 복잡하고 정교했던 과거 문명들은 스스로 붕괴했다. 기업도 복잡하고 정교함이 극에 달할수록 스스로 붕괴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소니와 파나소닉의 사례를 보며....



[사람관리에 관하여]


- 회사를 창업할 때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전략은 많이 고민하지만, '사람 관리'의 철학에는 많은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직원이 적더라도 인사철학을 처음부터 잡아가는 게 좋다.


- 80~90퍼센트의 기업이 평가제도로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전해도 '평가제도가 문제다'라는 말이 성급한 일반화라고 반박한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성급하지 않을 수' 있나?


- 존경하는 상사에 대해 생각하라면 다들 긍정적인 형용사로 그 사람을 표현한다. 그런데도 많은 상사들은 직원들에게 공포나 위협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앞세워야 '말을 듣는다'고 착각한다.


- 얼마나 오래 일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집중해서 일하느냐가 중요하다. 많은 회사들이 얼마나 오래 일하게 만들까에만 신경을 쓴다.


- 경주용 자동차들은 경주에서 이기기 위해 반드시 핏스탑(Pit Stop)을 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경쟁에 내몰리며 휴식을 차단 당한다.


- 컴퓨터는 인간의 노동력을 감해주지 못한다. 오히려 컴퓨터의 등장은 인간들도 컴퓨터처럼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었을 뿐이다.



[기타]


- "OO푸어"는 OO가 있어서 혹은 OO가 있어도 가난하다는 뜻.


- 컨설팅 분야와 상관없이 재무제표 읽는 법은 모든 컨설턴트의 기본 스킬. 그 중 손익계산서는 가장 필수. 이런 기본스킬이 없는 컨설턴트가 제법 있다.


- 지구온난화의 문제를 인간들은 결코 대처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바로 그 문제를 목도하고 있는 엔터티들이 많다는 이유 때문에. 범죄 현장의 목격자가 많을수록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는 이유와 같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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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엉성함으로부터 창발한다   

2011. 12. 26. 10:46



하워드 휴스 의학 연구소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 연구소는 억만장자인 하워드 휴스가 설립한 비영리 연구기관인데, 1년에 의학 연구에 지원하는 돈이 7억 달러나 됩니다. 이 연구소는 이처럼 큰 예산을 가지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연구를 장려함에 있어서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있습니다. 연구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발견되지 않은 불확실한 주제를 탐구하는 데 매진할 것을 적극적으로 독려한다는 점입니다. 예산을 받기 위해 연구 과제를 신청할 때 해당 연구가 '얼마나 불확실한지'를 설득하지 못하면 연구 자금을 지원 받기가 어렵다고 할 정도죠.

연구 과제 신청건이 올라오면 그 과제와 관련하여 몇 명의 전문가를 선정하여 해당 연구 과제가 얼마나 성공 가능성이 큰지, 연구 결과가 얼마나 확실하게 산출될지, 연구 결과에 따른 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납득시켜야만 하는 보통의 연구 조직과는 다릅니다. 애초에 휴스가 이 연구소를 설립할 때부터 유연하고 자발적이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로운 연구가 조직의 지향점이었습니다.



'지식의 경계를 확장시킨다'는 모토 하에 이 연구소는 연구원들에게 상세한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느라 '진을 빼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대략적인 연구 방향만 제시하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연구 과제가 채택되면 5년간 자금을 지원하고 특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한번 갱신되어 10년까지 연장해 줍니다. 10년이 되어도 연구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그때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데, 연구원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지원을 철회하는 속도를 조절한다고 합니다. 연구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야멸차게 자금줄을 끊는 보통의 연구 조직과 또한 다른 모습입니다.

하워드 휴스 의학 연구소(HHMI)의 문화와 정반대의 문화를 지닌 곳이 미국의 국립보건원(NIH)입니다. 연구원이 확실한 연구 결과를 보장하고 납득시켜야 예산을 편성해주는 철저한 연구 관리 시스템을 지닌 곳이죠. 피에르 아줄라이(Pierre Azoulay), 구스타보 만소(Gustavo Manzo), 조슈아 그래프 지빈(Joshua Graff Zivin), 이 세 명의 경제학자들은 HHMI와 NIH의 서로 상반된 조직문화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들은 자유롭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와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합리적인 문화가 각각 연구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통계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을 구성하기 위해서 각각 HHMI와 NIH에서 탑 클래스에 해당하는 과학자들을 선별했습니다. HHMI에서는 73명, NIH에서는 393명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NIH가 HHMI보다 상대적으로 큰 조직이라 NIH의 샘플이 더 큼). 그런 다음, '얼마나 논문의 인용 빈도가 큰지'와 같은 지표를 사용하여 그들의 연구 성과를 비교하기로 했습니다.

두 조직의 과학자들은 탑 클래스에 속하기 때문에 언뜻 봐서는 연구 성과가 비슷해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따져보니, 차이가 상당했습니다. HHMI와 같이 연구원들에게 불확실한 연구 수행을 장려하고 실패를 용인하며 지지부진한 연구에도 자금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문화라면 나태하고 안일한 '무임승차자'들이 득시글할 거라는 우려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HHMI의 과학자들이 NIH의 과학자들보다 논문을 더 많이 발표했고 논문의 인용 빈도가 2배 이상 높았습니다. 해당 연구 분야에서 히트한(키워드에 오를 정도로 독창적인) 논문의 수를 비교해도 역시 HHMI의 과학자들이 더 나은 성과를 나타냈습니다. 

물론, 논문을 냈는데도 한번도 인용되지 못한 논문의 개수를 비교하면 NIH가 HHMI보다 더 적었습니다. HHMI의 실패율이 더 높다는 의미죠. 이는 HHMI가 연구원들의 실패를 용인하고 그들에게 불확실성이 큰 연구를 장려하다 보니 당연한 결과이지만, HHMI의 혁신성이 훨씬 월등하다는 점에서 그 정도의 실패는 혁신에 따르는 비용으로 충분히 감수할 만합니다. 반면, 연구 결과에 따른 위험(자금 손실 등)을 회피하고 안전한 연구만을 취하려는 NIH의 연구 방식은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뛰어난 아이디어들'을 무시해 버릴 위험을 오히려 키우는 꼴은 아닐까요?

조사 결과, HHMI의 과학자들이 하나의 주제에서 다른 연구 주제로 더 자주 방향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추구하며 유연하고 자유롭게 지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기 때문에 뛰어난 성과로 이어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방향을 전환한다는 것을 실패로 보지 않고 혁신적 연구를 위한 지적인 도약으로 인식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것만 제대로 하면 혁신할 수 있다'는 충분조건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아마도 그런 충분조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겁니다. 그러나 혁신을 위해서 처음부터 돌다리를 두드려 보면서 위험을 줄이고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조치는 그 자체가 혁신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물론 방만할 정도로 자금을 퍼주다시피 하면서 실패를 용인하고 독창성을 찬양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요점은 '균형'입니다. 새롭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는 아이디어에 투자할 개방성과, 위험을 감수할 때와 회피할 때를 탄력적으로 분별할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쉽지는 않죠. 하워드 휴스 의학 연구소처럼 할 수 없다면, 적어도 합리성이라는 탈을 쓴 관료주의적 문화가 다양한 시도를 옥죄고 실패를 크게 벌주려는 것만은 피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실패를 피하고 벌주면서 조직을 위축시키는 일이 종국에 더 큰 비용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을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합리성의 함정을 피해 갈 수 있습니다. 

혁신은 철저함이 아니라 엉성함에서 더 자주(더 훨씬) 창발합니다. 오늘은 지난 한 해 동안 철저한 잣대를 들이대는 바람에 죽어간 아이디어를 회생시키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참고논문 : Incentives and Creativity: Evidence from the Academic Life Scienc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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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꿈을 꾸지 마십시오   

2010. 4. 27. 09:00

여러분이 코끼리를 훈련시키는 조련사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장대를 높이 설치하고서 코끼리에게 넘으라고 시키면, 그 코끼리가 말을 들을까요? 장대를 발목 높이 정도로 낮게 해줘야 코끼리가 넘을 수 있을 겁니다. 


코끼리 같이 커다란 조직을 혁신하고자 할 때 기준점을 높이 설정해 놓고 구성원들에게 움직이라고 독려하면, 과연 조직 전체가 일사불란하고 신속하게 그 기준점을 뛰어 넘을 수 있을까요? 아마 그렇지 못할 겁니다. 내신성적이 그저 그런 학생에게 일류대를 꿈꾸라는 것과 같습니다.

현재의 모습과 그 비전에 큰 괴리가 있다면, 그리고 현실의 한계와 제약을 무시하고 큰 꿈만 이야기한다면, 코끼리가 높은 장대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것처럼 혁신을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저 높은 별을 지향하겠다는 꿈은 누구에게는 도전정신이지만, 상당수의 직원들에게는 공상으로 비쳐집니다.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직원들에게 혁신의 나팔을 불어댄들 귀를 막고 도망가기 일쑤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구성원들에게 혁신이 나아가야 할 큰 그림과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장대하고 희망에 찬 비전이 혁신에 독이 될지도 모릅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넘을 수 있는 정도로 기준점을 낮춰야 비로소 '작은 혁신'이 가능합니다.

비전은 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때 의미가 있습니다. 가슴 속에 장대한 비전을 품었다 해도 그것을 한꺼번에 펼쳐보이기보다는 그 목표를 나누어 작은 꿈을 구성원들과 함께 할 때 비로소 혁신의 한 발자국을 뗄 수 있습니다. 작은 목표를 달성한 후에 조금 더 높은 목표를 제시해 가면서 혁신의 '근육'을 키워야 장대한 꿈에 이르는 지구력을 기르게 됩니다.

큰 꿈을 꾸지 마세요. 높은 기준점은 혁신의 기초를 다지는 데에 독입니다. 지혜로운 리더라면 혁신의 이상을 이루어질 수 있는 소박한 꿈으로 바꿀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요? '나를 따르라'며 카리스마로 조직을 지휘하는 리더보다는 소박한 꿈으로 구성원들을 넛지(nudge)할 줄 아는 리더가 참된 리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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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20대에는 시간이 20 Km의 속도로, 50대에는 50 Km의 속도로 흐른다는 말도 있죠. 저도 실감 중입니다. 어린 시절엔 끈적끈적한 물엿처럼 더디 흐르더니, 요즘엔 '어어~' 하다가 1년이 쏜살 같이 지나감을 느끼곤 합니다.


왜 그럴까요?  누구에게나 똑같은 1년의 시간일 터인데 나이가 들수록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여기엔 2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 가설은 이런 겁니다. 3살 짜리 아이에게 1년은 인생 전체에서 1/3 를 차지합니다. 반면 40세 성인에게 1년은 인생 전체에서 1/40 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나이가 들수록 1년이라는 시간이 인생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죠. 그래서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게 첫 번째 가설입니다. 이 가설이 그럴 듯하게 생각되나요?

이 가설이 성립하려면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3살 때 느껴지는 '1년의 비중'과 50살 때 느껴지는 그것을 비교할 수 있죠. 그러나 인간의 시간 감각은 그리 훌륭하지 못합니다.

10년 전의 사건과 12년 전의 사건을 각각 제시했을 때 '오래된 정도'를 구분하지 못하죠. 일기나 주변인의 증언 같은 도움이 없다면 둘다 어렴풋이 기억될 뿐입니다. 인간이 시간을 잘 감각한다고 착각하는 이유는 시계나 달력을 사용하는 데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가설은 신체의 변화와 관련됩니다. 우리의 신진대사의 속도는 나이를 들면서 점점 느려집니다. 우리 몸의 '바이오 시계'가 점차 느려진다는 뜻입니다. 헌데, 몸의 신진대사의 속도가 느려지면 시간도 늦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져야 되는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노인과 아이에게 마음 속으로 10분을 카운트하라고 시키고 10분이 다 경과됐다고 생각되면 손을 들라는 실험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아이는 10분이 채 되기도 전에 손을 듭니다. 반대로, 다른 방에 있던 노인은 10분이 훨씬 경과되고 나서야 손을 하나 둘씩 듭니다.

10분이 된 줄 알았던 노인은 실제로 10분 이상의 시간이 경과된 것을 통보 받고 '아니, 벌써 10분이 지나갔나?'라고 놀라겠죠. 굳이 실험이 아니라도 그런 경험을 나이가 들수록 더 자주 합니다. 그러므로 신진대사 속도가 느려져서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는 두 번째 가설에 신빙성이 있습니다. '시간의 상대성 원리'라고 명명해도 되겠군요. ^^

물론 제 3의 가설이 옳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어릴 때는 새로운 것들이 많아 다채로운 시간을 보내지만,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들이 점점 줄어서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요즘처럼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 사고가 많은 때엔 잘 들어맞는 가설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제 기업에게 눈을 돌려보겠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듯이 느껴진다면, 인간들이 모인 '기업 조직'은 어떨까요? 기업의 업령(業齡)이 오래될수록 환경의 흐름을 느끼는 감각이 달라지진 않을까요?

기업의 업령을 인간의 연령에 비유한다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도달한 후부터 내부 프로세스 전체가 점차 버거워지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사업이 다양해지고 구성원도 많아지면서 물리적, 심리적, 정치적 원인에 의해 프로세스 곳곳에 병목이 발생하여 예전만큼 '빠릿빠릿'하게 일이 진행되지 못합니다. 인체의 신진대사가 느려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나이를 많이 먹은' 기업에게 환경 변화의 속도는 어떻게 느껴질까요? 기업을 생명체로 본다면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 속도가 점점 빠르게 느껴질 겁니다. '이 정도면 됐다' 싶어 손을 들면, 이미 그 정도의 변화는 벌써 경과하고 만 때이기 십상일 겁니다.

예를 들어 "지금쯤 스마트폰이 곧 대세의 물결을 타겠지?" 라고 손을 들었는데, 이미 스마트폰이 대세의 물결을 타도 한참 탄 때가 될 수가 있습니다. 그때 부랴부랴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들 남들이 흘리고간 떡고물만 얻어먹을 뿐입니다. 나름대로 서둘러 내린 의사결정이겠지만 변화의 '끝물'을 탈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그리고는 "헉! 시장 변화가 이렇게 빠르다니!" 라고 놀라겠죠. 이게 '나이 든' 기업의 문제입니다.

변화의 속도에 놀란 '나이 든' 기업은 2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그 변화를 따라잡을 것이냐? 아니면 포기하고 그냥 하던 대로 할 것이냐?" 만일 그 기업이 전자를 선택한다면 '고(高) 업령'이 위기감을 더 잘 실감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조건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에게 주어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등속(等速)인 반면, 기업에 있어서는 환경의 변화가 '가속(加速) 운동'을 한다는 점입니다. 환경이 점점 빠르게 변한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대부분의 나이 든 기업들에겐 환경 변화가 감히 따라가기 힘들 만큼 빠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포기하자'란 옵션을 택하기 쉽습니다. 이미 느릴대로 느려진 신진대사로는 환경 변화를 캐치업할 만한 도리가 없음을 절감하기 때문이죠. 

이때가 바로 혁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렇다면 혁신이란 무엇일까요? 여러 의미로 정의되지만, 어떤 의미에서 혁신은 
기업을
"노인을 젊은이로 회춘시키는 과정"은 아닐까요? 펄떡이는 물고기 같던 그때 그 시절로 되돌리는 작업이 바로 기업의 혁신입니다. 

느슨해진 태엽 때문에 느려지는 괘종시계의 시각을 가끔 맞춰 주듯이 '기업 신진대사'의 시계를 환경 변화의 시계에 맞추는 것이 또한 혁신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환경 변화는 벌써 저 앞을 내달리는데 "10분 다 됐어요"를 이제서야 말하는 '느린 의사결정'을 타파하는 것이 혁신의 목표입니다.

인간은 엔트로피 법칙 때문에 회춘이 불가능하지만, 기업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여러분의 기업은 어떻게 회춘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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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분석은 도깨비 방망이?   

2010. 3. 2. 09:00

조직 내에 존재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명하고, 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을 흔히 ‘직무분석’이라고 합니다. 목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보통 직무분석을 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조사하게 됩니다.

- 직무목표
- 세부과업내용
- 자격요건
- 개선사항

직원이 100명 이내이면 전 직원을 조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직무별 대표자(Subject Matter Expert, 내용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직무조사가 이루어지지요.


그런데 고객들로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듣곤 한다. "직무분석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비싼 컨설팅 수수료를 지불하고 직무분석을 실시했는데 직무기술서가 나오자마자 별 쓸모가 없어서 바로 책상서랍에 집어 넣었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그리고 한 1년만 지나면 전에는 없던 업무가 생겨나거나 기존업무가 없어져 버려서 예전에 했던 직무기술서가 무용지물이 된다며 푸념하곤 합니다. 다시는 직무분석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하죠.

하지만 직무분석은 그 자체로 인사관리를 획기적으로 전환시키는 도구가 아닙니다. 직무분석 결과로 나온 직무기술서(혹은 직무요건서)는 평가제도, 교육제도, 보상제도 등 인사제도를 ‘사람 중심’에서 ‘직무 중심’으로 새롭게 정립하고자 하기 위한 인프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그 자체가 혁신의 완성은 아니죠.

성과 중심의 인사제도라는 집을 짓기 위해 바닥을 평평하게 다지는 것이 바로 직무분석의 역할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바닥만 평평하게 다져봤자 집이 지어지긴 만무한 것과 같습니다.

직무분석 결과가 책상 속에서만 잠자는 애물단지가 되도록 하지 않으려면, 직무분석을 실시하기 전에 그 목적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한번 직무분석이나 해볼까?’라고 별 생각 없이 했다가는 불필요한 비용과 노력만 소모할 뿐이죠. 

그리고 직무분석과 동시에 인사제도 혁신 로드맵을 만들어서 차근차근 뼈대를 완성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직무분석이 의미가 있습니다.

어제가 오늘과 다르고 내일 또한 오늘과 다른, 변화무쌍한 경영환경입니다. 따라서 1년 정도 지나면 예전에 했던 직무분석 결과가 현실과 맞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직무분석이 잘못돼서 그런 게 아닙니다. 분화되어야 할 직무, 통폐합해야 할 직무가 무엇인지 인사담당자는 매년 새롭게 조사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존에 되어 있는 직무분석 결과를 토대로 바뀐 것만 검토하여 직무기술서를 업데이트하면 됩니다. 직무분석을 처음 실시하는 데 3개월 걸렸다면, 매년 업데이트하는 데에는 1개월 이내면 충분합니다. 

몇 년이 흐른 뒤 그제서야 부랴부랴 직무분석을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3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직무분석 업데이트는 인사팀의 일상업무로 매년 업무계획에 포함시키는 게 좋겠지요.

개별 인사제도나 인프라 하나만 가지고 인사체계의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입니다. 인사철학을 완성해 가려는 부단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을 기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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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 조급증과 욕심은 금물   

2010. 2. 23. 10:57

여러분이 대규모 화재 진화 계획을 수립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가정해 보세요. 알다시피 대규모 화재는 인구밀집지역, 공업지역, 공원, 평지 등 수천 평방 킬로미터의 지역을 공포로 몰아넣는 위력이 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쓸 수 있는 소방수(水)와 화염 방지제가 충분치 않다고 해보죠.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할까요? 

(이렇게 끓어 오르시나요?)


여러분이 택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수천 평방 킬로미터 전역에 걸쳐 소방수와 화염방지제를 골고루 뿌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효과가 매우 적은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불길이 점점 번지게 되면 이를 멈추게 할 소방수와 방지제는 이미 바닥이 난 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죠.

이런 방법 대신에 소방수와 화염방지제의 사용을 현명하게 할당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직접적으로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게 될 불길을 잡아야 합니다. 그 불길이 어느 정도 진압되거나 진화가 완료되고 난 후에는 재산의 손실을 위협하는 불길을 잡도록 해야 하겠죠.

그러는 동안, 사람들이 살지 않는 벌판에서 번지는 불은 계속해서 타오르게 나둬야 합니다. 만약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불을 진화한 이후에도 소방수와 화염방지제가 남아 있다면, 벌판의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뛰어가야 하겠죠. 이렇게 순차적으로 우선순위를 가지고 화재를 진화하면 제한된 소방수와 화염방지제의 사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 예는 여러분의 조직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조직에는 신경 써야 할 ‘화재’, 즉 이슈가 수십 개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보유한 자원(시간과 예산)은 소방수와 화염방지제와 같이 유한한 것이라서 현명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모든 이슈에 공평하게 자원을 할당하여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가장 효과가 낮은 방법입니다. 그렇게 하면 이슈에 관한 경영자의 고민을 덜어줄 순 있겠지만, 완전히 해결되는 이슈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죠. 완전하게 꺼지지 않은 불씨처럼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은 이슈는 나중에 다시 불거지기 마련인데, 그때는 이미 자원을 다 소진해 버린 후라서 이슈 해결이 어려운 상태가 될 겁니다.

화재 진화에 우선순위를 정했던 것처럼 이슈를 해결할 때에도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인명을 위협하는 화재를 진압하고 난 후에야 재산 손실을 가져오는 화재를 진화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첫 번째 이슈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다음 이슈로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벌판의 화재는 그냥 놔두었던 것처럼 별로 중요하지 않는 이슈는 당분간 미해결로 놔두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완전하게 해결이 가능한 ‘가장 중요한 이슈’를 선택하여 '해결 계획'을 수립하세요. 그렇게 하면 짧은 시간 내에 조직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Quick Win이 가능합니다. 또한, 여러분 자신에 대한 신뢰도와 가치를 명확하게 입증해 보일 수 있을 겁니다.

또한 경영자들은 혁신에 조급증이나 욕심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짧은 기간에 여러 가지 이슈 해결을 한꺼번에 몰아치는 것이 항상 혁신은 아닙니다. 이슈의 해결 방법들은 모두 구성원들이 떠 안아야 할 짐입니다. 그들이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려면 '양생'의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혁신은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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