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대의 심리학자인 리차드 펠슨(Richard B. Felson)은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정신병을 앓았던 자, 폭력 전과가 있는 자들을 대상으로 다른 사람들과 다투거나 주먹다짐을 벌였던 경험에 관해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1)  펠슨은 그 상황에서 응답자들이 어떤 조건에 놓였었는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정량적인 분석을 위해 응답자들이 경험한 사건의 상황은 다툼의 심각성 수준에 따라 4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첫째 '화가 났지만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던 때', 둘째 '말싸움을 벌였던 때', 셋째 '주먹이 오고갔지만 무기는 쓰지 않았던 때, 넷째 '무기를 사용했던 때'로 나뉘었죠.


펠슨은 응답자들에게 던진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중요한 시사점을 얻었는데 그 중 주목할 만한 것 중 하나는 동성끼리 다툼을 벌일 경우 단 둘이 있을 때보다 여러 사람들이 지켜볼 때 주먹다짐으로 번질 확률이 2배나 높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이것은 우리의 상식과 반하는 결과입니다. 우리는 보통 여러 사람들 앞에 있을 때는 다툼이 생기더라도 사람들 눈을 의식해서 어쩔 수 없이 참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 앞에서 상대방으로부터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 훼손된 자신의 평판이 대중에게 그대로 노출된다는 위협을 감지하게 됩니다. 항상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신경 쓰고 염려하는 인간은 평판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불릴 만큼 명예를 소중히 여깁니다.  그래서 대중들이 버젓이 보는 앞에서 감행하는 폭력은 상대방으로부터 손상된 평판을 회복시키기 위한, 거의 본능에 가까운 행동입니다. 똑같이 모욕스러운 말도 단 둘이 있을 때는 말타툼으로 끝나겠지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는 주먹다짐으로 이어지거나 설령 폭력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분노의 강도는 훨씬 높을 수밖에 없죠. 실제로 미국에서는 폭력적 싸움의 3분의 2 가량이 공공장소에서 벌어지고 젊은이들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4분의 3으로 증가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펠슨의 연구는 부하직원의 잘못을 혼내고자 하는 상사에게 한 가지 귀중한 주의사항을 전해 줍니다. 바로 '절대로 다른 직원들 앞에서 혼내지 마라.'입니다. 물론 잘못을 저지른 직원이 여러 사람들 앞에서 모욕감을 느낀다고 해서 혼내는 상사에게 주먹을 날리는 하극상의 상황을 연출하기는 어렵겠죠. 그렇게 하면 상사로부터 깎인 평판이 '상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놈'이라고 동료직원들에게 각인되어 더 깎일 테니 말입니다. 이보다는, 혼내는 목적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함이든 아니면 욱하는 감정을 해소하기 위함이든 여러 사람들 앞에서 혼내는 행위는 부하직원으로 하여금 잘못을 뉘우치게 만들기는커녕 반항심과 분노를 극도로 상승시킨다는 게 문제입니다. 비록 잘못을 인정하고 싶더라도 사람들 앞에서 모욕감을 느꼈다는 것 때문에 자기합리화와 자기방어의 프로세스가 더욱 강화되어 급기야 자신의 잘못을 변호하거나 부정해 버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자존감을 타인으로부터 찾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심리학자 마크 리어리(Mark Leary)는 인간이 자신의 사회적 가치, 선행과 악행을 관찰하여 자존감을 형성하고 평판을 높이려고 시도한다고 말합니다.2)  타인이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반대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거부 의견을 밝히면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여러 연구를 통해 규명한 바 있죠. 여러 사람 앞에서 혼내는 행위는 짧은 시간에 자존감을 한꺼번에 깎아내리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물론 기대하는 행동의 변화는 결코 일어나지 않죠.


부하직원을 혼낼 일이 있으면 조용한 장소에서 단 둘이 만나야 합니다(동료 간의 다툼도 마찬가지). 여러 사람들이 다 보고 듣는 곳에서 야단을 쳐야 부하직원이 더 분발할 거라고 믿는 자(또 그렇게 행동하는 자)는 인간의 보편적 심리를 모르기에 유능한 관리자라 말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여러 사람 앞에서 야단을 맞는 부하직원의 입장이라면 어떨지, 역지사지하면 바로 느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혹여 과거에 사람들 앞에서 부하직원을 망심 주듯이 혼낸 적이 있다면 그를 조용히 불러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신으로 인해 깎여내려간 그의 자존감을 다시 채워주는 일은 관리자의 책무이기 이전에 인간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문헌)

1) Richard B. Felson(1982), Impression Management and the Escalation of Aggression and Violence, Social Psychology Quarterly, Vol. 45(4)

2) 존 휘트필드, <무엇이 우리의 관계를 조종하는가>, 김수안 역, 생각연구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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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생활을 하다보면 부하직원을 질책하고 화를 내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성정이 아무리 어질고 너그러운 사람일지라도 부하직원들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이해하고 웃어 넘기기란 힘든 일이죠. 부하직원이 잘한 일이나 잘못한 일에 대해 곧바로 개입하여 피드백해야 하고 누가 봐도 명백한 잘못이 있다면 적절하게 화를 내야 합니다. 부하직원의 육성과 조직에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천사표'를 포기할 줄 알아야 역량 있는 관리자라 말할 수 있죠.

하지만 좀더 유능한 관리자들은 자신이 화를 내는 행위가 상대방의 '빠릿빠릿함'이나 정확한 일 처리 능력을 높일 수 있겠지만 상대방의 창의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엘라 마이런-스펙터(Ella Miron-Spektor)와 동료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화 내는 상황을 접하게 하고서 그들의 창의력에 어떤 영향이 가해지는지 살펴봤습니다.



마이런-스펙터는 72명의 공과 대학교 학생들 에게 어떤 남성 고객이 영업 담당자(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을 들려주었습니다. 참가자 중 절반은 고객이 매우 심하게 화 내는 내용을 들었고,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은 특별한 감정이 섞이지 않은 대화를 들었습니다. 고객이 드러내는 감정의 차이 외에 대화의 다른 측면은 동일했죠. 대화를 청취한 후에 참가자들은 다시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그룹은 '헤브루 인사이트 문제'라고 불리는, 12개의 창의적인 문제를 풀어야 했고, 다른 그룹은 시스템적이고 분석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SAT(대입 자격 시험) 류의 문제 12개를 풀어야 했습니다.

각 그룹에게 25분의 시간을 주고 풀도록 한 결과, 전체적으로 참가자들은 창의적인 문제보다 분석적인 문제를 더 잘 맞혔습니다. 하지만 화 내는 대화를 들은 참가자들은 평범한 대화를 들은 참가자들보다 창의적인 문제를 못 푸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신 분석적인 문제는 더 잘 풀었죠. 분노라는 감정이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반면, 분석적인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화를 내더라도 분노를 직접적으로 나타내기보다 에둘러서 표현하거나 비꼬듯이 이야기할 경우에는 상대방의 창의력에 어떤 영향이 가해질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마이런-스펙터는 후속실험을 실시합니다. 그녀는 184명의 공과 대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화 내는 고객', '빈정대는 고객',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중립적인 고객'이 영업 담당자와 나누는 대화 내용을 각각 들려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빈정대는 고객은 "당신들의 서비스는 거북이만큼이나 빠르군요.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만 서비스를 하신다니, 그 시간은 직장인들에게 정말 완벽한 시간대로군요."라며 비꼬았습니다. 녹음 내용을 들려준 후에 마이런-스펙터는 참가자들을 창의적인 문제(관련 없어 보이는 세 단어의 연관성 찾기)와 분석적인 문제(의미 없는 두 문자열이 같은 것인지 맞히기)를 풀도록 했습니다.

'화 내는 고객'을 접한 참가자들의 문제 풀이 결과는 첫 번째 실험과 같았습니다. 그들은 '중립적인 고객'을 접한 참가자들보다 분석적인 문제는 더 잘 풀었지만 창의적인 문제는 잘 풀지 못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빈정대는 고객'을 접한 참가자들이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창의적인 문제를 더 잘 맞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분노를 중화시켜 전달하는 것이 상대방의 창의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물론 빈정대는 태도가 항상 지속되면 곤란하겠지만, 창의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창의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상대방에게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분노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에둘러 표현하는 방법이 효과적임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마이런-스펙터의 연구는 또한 상대방이 분석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할 경우에는 화를 표출하는 행위가 도움이 된다는, 약간은 불편한 사실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화를 내면 사람들은 잘 아는 쉬운 방법(하지만 창의적이지는 않은 방법)에 집중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죠. 그러나 화가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해서 항상 화가 나 있는 상태를 유지하거나 연출해서는 안 되겠죠. 이 연구는 단기적인 효과를 다루고 있을 뿐입니다. 일시적으로 분석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력이 향상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동기와 자존감을 저하시켜 성과가 떨어지고 만다는 것을 유념해야 하겠죠.

이 실험으로부터 우리가 찾아야 할 시사점은 화를 표현하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에둘러서 표현하는 것이 복잡하고 창의적인 문제를 다루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훼손시키지 않을뿐더러 단기적으로는 그들의 창의력을 높입니다. 여기에 약간의 유머가 가미된다면 더욱 좋겠죠. 유능한 관리자라면 이렇게 '화 잘 내는 팁'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유능한 관리자는 적어도 직원들의 창의적인 성과를 채근하려는 목적으로 화를 내서 일을 그르치지는 않을 겁니다.

여러분의 상사는 여러분에게 화를 '잘' 내고 있습니까?


(*참고논문)
Ella Miron-Spektor, Dorit Efrat-Treister, Anat Rafaeli, Orit Schwarz-Cohen(2011), Others' anger makes people work harder not smarter: The effect of observing anger and sarcasm on creative and analytic thinking,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Vol. 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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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참을수록 행복해집니다   

2010. 6. 18. 09:00

우리는 화를 참으면 병이 된다고 흔히 말합니다. 스스로에게 화가 나든, 타인 때문에 화가 나든 간에 참지 말고 그때 그때 풀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화는 풀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푼다’라는 말을 잘못 이해하곤 합니다.

화를 낸다고 해서 화가 줄지 않고 오히려 화가 축적된다는 걸 보여주는 과학적인 증거가 나온 바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와 컬럼비아 대의 공동연구팀은 평소 화를 잘 내고 적개심이 높은 사람들은 동맥경화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분노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은 시간이 꽤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죠. 분노 때문에 혈압이 크게 상승했던 사람은 일주일이 지나 화가 났던 원인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면 같은 수준으로 혈압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화를 화로 풀면 몸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즐겁게 삽시다!)


화가 난다고 해서 그 화를 남에게 전이시키거나 되갚아 주는 것, 즉 자신의 화를 ‘풀어 헤치는’ 방법은 화를 푸는 방법으로는 좋지 않습니다. ‘내가 화났으니 내 심기를 건드리지 말고 똑바로 하지 않으면 가만히 안 둘 테야’ 혹은 ‘네가 날 화나게 만들었으니까 나도 널 화내게 만들겠다’며 화를 있는 그대로 앙갚음하는 것은 화를 푸는 방법이 아니죠.

자신을 화나게 만든 사람을 증오하고 저주하면서 술을 마시거나, 샌드백을 대신 두들겨 패거나, 상관없는 이들에게 소리를 지른다고 해서 화가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순간적으로는 가슴이 시원해지는 카타르시스를 느낄지 모르지만, 그런 행위들은 오히려 자신의 화를 증폭시키고 스스로를 모난 인간으로 변하게 만들 뿐입니다.

스스로를 보호할 목적으로 제3자에게 화를 내는 행동으로도 화의 근원을 치유할 수 없습니다. 남에게 화를 냄으로써 자신의 화를 풀다 보면 처음 한 두 번은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겠지만, 그것이 지속되면 차츰 익숙해지면서 일상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어느덧 자신의 성격은 괴목처럼 비뚤어지고 말죠.

화는 화로 풀어서는 안 됩니다. 불 난 집에 불씨를 던져 넣는다고 불이 꺼지지 않지요. 불은 물로 끄는 게 상식이듯, 틱낫한 스님의 말처럼 화는 ‘자각(自覺)’이라는 물로 꺼뜨려야 합니다. 가슴 속에 화가 일렁이면 그것에 일차적으로 반응하려는 감정에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화를 마치 내 것이 아닌 듯 바라봐야 합니다.

자각의 방법은 화를 유발시킨 사람으로부터, 혹은 화가 발생한 물리적 장소에서 잠시 벗어나 생각에 잠겨보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깊은 숨을 쉬며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도 좋습니다. 

화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내가 힘든 것이 무엇인지, 나를 화 나게 한 사람(자신 또는 타인)의 지금 상태는 어떨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의 화가 어떻게 변할지 등을 제3자가 되어 찬찬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봅니다. 그렇게 자각하는 ‘냉각기’를 거치면 그전보다 화가 엷어진 게 느껴지고 용서할 마음이 생겨납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느껴봅니다. 행복은 누구에게서 주어지거나 누구로부터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를 얼마나 행복한 사람으로 여기는지에 달렸지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자각할수록 화 따위는 봄 눈 녹듯 사라집니다.

화가 나면 감정의 노예가 되죠. 노예가 되면 자신의 삶을 노예의 삶 이상으로 결코 만들 수 없습니다. 화가 나면 자신이 화를 다루는 주인임을 자각해서 화가 주인 행세를 하도록 놔두면 안 됩니다. 자각하고 명상하는 것이 화를 올바르게 푸는 방법이고 나를 화 나게 만든 사람(자신 또는 타인)을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는 길입니다.

화를 참으면 병이 되지 않습니다. 화를 참을수록 행복해집니다. 지금 무척 화가 난 상태라면, 그 화의 주인이 되기 바랍니다. 

(* 예전의 글을 보강해서 재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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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를 탈출하는 방법   

2009. 10. 27. 00:58

* 오늘도 트위터에 '슬럼프 탈출'이란 주제로 '모둠 트윗'을 날려보았습니다. 모둠 트윗을 해보니, 단편적이지만 생각을 정리하는 장점이 있네요. 슬럼프에 빠진 분들께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

(1번부터 읽어야 좋습니다. ^^;)

21. 행복은 '불행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슬럼프는 '행복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행복과 슬럼프는 등가(等價)일 수도 있다. 

20. 일기를 쓰자. 사람들은 정작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모른다. 일기는 자신과 대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답은 당신 안에 있기 때문이다. 

19.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지 말자. 심리학 실험 결과, '나의 상태나 변화'를 알아채는 사람은 생각보다 아주 적다. 

18. 약점을 고치려고 애쓰지 말자. 자신의 강점을 더 강하게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자. 

17. 직업은 자아실현의 도구가 아니다. 물론 직업으로 자아실현이 된다면 아주 좋지만, 대개는 그렇지 못하다. 직업은 생계수단이라고 감히 선언하자. 자아실현은 다른 곳에서 찾자. 
  
16. 생활의 원칙 1~2가지를 만들고 반드시 준수하자. "절대 과식하지 않는다"와 같이 사소해도 좋다. 이런 원칙이 이리저리 휩쓸리는 자신을 바로잡아줄 것이다. 

15. 출근길 경로를 매번 바꿔보자. 새로운 감각이나 풍경이 슬럼프를 날려보낼지도 모른다. 

14.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자. 적어도 슬럼프일 때 만큼은 충분히 자야 한다. 몸이 피곤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슬럼프가 오래 갈 수밖에 없다. 

13. "지금이 밑바닥이라고 말하는 동안에는 진짜 밑바닥이 아직 아니다"라고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오늘의 슬럼프는 과거의 꼭대기보다 높다. 

12. 잘못을 인정하자.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면 슬럼프는 늪이 되어 당신을 점점 깊게 끌어당긴다. '내가 슬럼프에 빠진 건 다 이유가 있어'란 생각이 공고해지기 때문이다. 

11. 영악하려고 애쓰지 말자. 어쩌면 당신의 슬럼프는 그동안의 잔꾀가 먹히지 않아 생긴 것일 지 모른다. 지름길은 잠시 잊고 정도를 걷자. 

10. 과욕을 억제하자. 120%도 아니고 100%고 아니고, 80%만 달성하자. 힘들다면 50%로 내려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9. 몰두할 만한 것을 하나만 찾자. 단, 현재의 job과 유리된 것이어야 한다. 취미거리에 몰두하다 보면, job의 생산성도 자연스레 올라간다. 

8. 화 내지 말자. 실험 결과, 화의 카타르시스 효과는 허구로 밝혀졌다. 화는 더 큰 화를 유발하고 슬럼프로부터 탈출시킬 동력을 약화시킨다. 

7. 통제력을 상실한 생쥐는 질병에 쉽게 걸린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슬럼프의 원인도 통제력 상실에 있다. 통제할 무언가를 찾자. 

6. 주변 사람들에게 불평불만을 말하지 말자.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그들의 불평불만은 나 자신을 향한다. 

5. 다른 사람의 처지와 나를 비교하지 말자.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자. 

4. 모든 걱정의 99%는 불요하다. 특히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요소(외모, 재산 등)에 대한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지 말자. 

3. '공상 모드'에 오래 빠져 있으면 슬럼프는 오래 간다. 공상에 빠지려고 할 때마다 집안 청소같이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하자. 

2.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해"..목표가 많으면 슬럼프는 오래 간다. 하나만 정하라. 

1. 계획을 세울 때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를 명확히 정한다. 처음에는 자기 capa의 70~80% 정도가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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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화로 풀지 마라   

2008. 5. 5. 10:17

여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다 살던 집의 시세가 오르자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을 팔고서 교외로 이사를 갔다. 하지만 학원은 옮겨가지 않고 원래 있던 곳에서 계속 운영했다.

그런데 집을 팔자마자 시세는 그녀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몇 천 만원씩 오르더니 급기야 자신이 판 금액의 두 배 가까이 육박하고 말았다. 이사를 갔으니 떨어지든 말든 잊어버리면 그만이었겠지만, 학원 때문에 자신이 판 아파트 시세의 변화를 가까이서 목도할 수 있었던 그녀는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학원으로 가다가 팔아 버린 아파트를 볼 때면 가슴이 방망이질 치면서 숨쉬기 조차 힘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 아파트가 보이지 않는 길로 돌아가곤 했다.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린 결정이기에 그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그저 자신이 내린 판단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스스로를 책망하면서 퍽퍽한 가슴만 내리 칠 수 밖에 없었다. 한 두 푼도 아니고 몇 억원의 돈이 순간의 판단 때문에 사라지고 말았으니, 자기학대로도 화를 이겨내기 어려웠다.

여자의 성격은 점점 포악해졌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났다. 집안 일이고 학원 일이고 모두 귀찮았다. 학원에서 아이들이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이유야 상관없이 소리부터 질러댔다. 가슴 속의 화가 활활 타오르다 보니 애꿎은 아이들에게로 자신의 화가 전달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변한 걸 스스로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소리라도 벅벅 질러야 화가 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그녀는 다혈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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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화를 참으면 병이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화를 풀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스스로에게 화가 나든, 타인 때문에 화가 나든 간에 참지 말고 그때그때 풀어야 한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화는 풀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푼다'라는 말을 잘못 이해하곤 한다.

화가 난다고 해서 그 화를 남에게 전이시키거나 되갚아 주는 것, 즉 나의 화를 '풀어해치는' 방법은 옳지 않다. '내가 화났으니 내 심기를 건드리지 말고 똑바로 하지 않으면 가만히 안둘 테야' 혹은 '네가 날 화나게 만들었으니까 나도 널 화내게 만들겠다'며 화를 있는 그대로 앙갚음하는 것은 화를 푸는 방법이 아니다.

나를 화내게 만든 사람을 증오하고 저주하면서 술을 마시거나, 샌드백을 대신 두들겨 패거나, 상관없는 이들에게 소리를 지른다고 해서 화가 줄어들지 않는다. 순간적으로는 가슴이 시원해지는 카타르시스를 느낄지 모르지만, 그런 행위들은 오히려 자신의 화를 증폭시키고 스스로를 모난 인간으로 변하게 만들 뿐이다.

위에서 말한 그녀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스스로를 보호할 목적으로 제3자에게 화를 내는 행동을 취했겠지만, 그것으로 화의 근원을 치유할 수 없다. 남에게 화를 냄으로써 자신의 화를 풀다보면 처음 한 두 번은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겠지만 그것이 지속되면 차츰 익숙해지면서 일상이 된다. 그리고 어느덧 자신의 성격은 괴목처럼 비뚤어진 모습으로 굳어진다.

화는 화로 풀어서는 안 된다. 불 난 집에 불씨를 던져 넣는다고 불이 꺼지지 않는다. 불은 물로 끄는 게 상식이다. 틱낫한 스님의 말처럼, 화는 '자각(自覺)'이라는 물로 꺼뜨려야 한다. 가슴 속에 화가 일렁이면 그것에 일차적으로 반응하려는 감정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화를 마치 내것이 아닌 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나를 화내게 한 사람으로부터, 혹은 화가 발생한 물리적 장소에서 잠시 벗어나 생각에 잠겨보라. 깊은 숨을 쉬며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도 좋다. 화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내가 힘든 것이 무엇인지, 나를 화 나게 한 사람(자신 또는 타인)의 지금 상태는 어떨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의 화가 어떻게 변할지 등을 제3자가 되어 찬찬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본다. 그렇게 자각하는 '냉각기'를 거치면 그전보다 화가 엷어진 게 느껴지고 용서할 마음이 생겨난다.

그런 다음,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느껴보라. 내 행복의 크기가 화에 의해 좌우되도록 만들어선 안된다. 행복은 누구에게서 주어지거나 누구로부터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를 얼마나 행복한 사람으로 여기는지에 달렸다.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자각할수록 화 따위는 봄 눈 녹듯 사라진다.

그녀가 비록 수 억원의 돈을 물거품처럼 날렸다고 해도, 소중한 가족인 남편과 자녀들은 변함없이 그녀와 함께 숨쉬고 있질 않은가? 수 억원의 행운을 받게 된다고 해서 가족의 불행을 댓가로 치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노여워하고 괴로워하기 전에,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먼저 깨닫는 것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화를 잠재우는 방법이다.

화가 나면 감정의 노예가 된다. 노예가 되면 자신의 삶을 노예의 삶 이상으로 결코 만들 수 없다. 화가 나면 자신이 화를 다루는 주인임을 자각하라. 화가 주인 행세를 하도록 놔두면 안 된다. 자각하고 명상하는 것이 화를 올바르게 푸는 방법이고 나를 화내게 만든 사람(자신 또는 타인)을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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