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을 점유하라   

2011. 3. 18. 09:00



RMS라는 말을 아십니까? RMS은 Relative Market Share의 약자로서 우리말로는 '상대적 시장점유율'을 뜻합니다. 단순히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얼마나 차지하느냐가 아니라, 경쟁사에 비해서 우리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어느 정도냐를 측정하는 개념이 바로 RMS입니다.

우리 회사의 RMS를 구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RMS = 우리 회사의 시장점유율 / 가장 큰 경쟁사의 시장점유율

만약 우리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30% 이고, 가장 큰 경쟁사의 시장점유율이 60%이면, 우리의 RMS는 0.5가 되죠. 여기서 많은 분들이 약간 헷갈려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몇몇 분이 '가장 큰 경쟁사'란 말을 오해하더군요. 예전에 'BCG 매트릭스를 그리는 법'이란 글을 올렸는데, 제가 잘못된 지식을 전달한다라는 댓글이 달린 적이 있습니다. RMS가 이런 공식으로 계산되는 것이라면, RMS가 절대 1.0 보다 클 수가 없다, 라는 내용의 댓글이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댓글을 단 분은 '가장 큰 경쟁사'란 말을 '최대 기업'으로 잘못 이해했더군요. 그래서 RMS가 1.0 보다 크게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가장 큰 경쟁사'란 말은 '최대 기업'이 아닙니다. 우리 회사를 제외하고 가장 큰 시장점유율을 나타내는 경쟁사를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가 시장점유율이 1등이면, '가장 큰 경쟁사'는 시장점유율이 2등인 회사를 뜻합니다. 만일 우리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2등이나 3등이면 '가장 큰 경쟁사'는 시장점유율이 1등인 회사를 말합니다. 어쨌든, 잘못된 지식을 전달한다는 평을 받은 제가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제가 그 글에서 '가장 큰 경쟁사'가 의미하는 바를 좀더 자세히 기술하지 못한 탓입니다.

RMS는 브루스 핸더슨이란 사람이 창안한 개념입니다(제가 알기로는).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학습곡선 이론 등을 개발한 사람이기도 하죠. 그는 시장점유율이 큰 것보다는 RMS가 시장의 지배력을 더 잘 나타내는 수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쉽게 말해 시장을 지배하려면 '시장점유율을 점유하라'는 것이죠. 왜 그는 RMS가 중요하다고 말한 걸까요? RMS는 바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었냐 그렇지 않으냐와 깊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RMS가 1등인 기업이 갖는 강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첫째, 구매의 이점을 가집니다. 워낙 많은 원부자재를 구매하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죠. 어느 정도의 이점이 있을까요?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RMS 2.0 이상이면(예를 들어 우리의 M/S가 60%, 가장 큰 경쟁사의 M/S가 30%이면), 최소한 2~3% 정도로 할인된 금액으로 경쟁사와 동일한 원부자재를 구매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재료비가 매출액에서 40~50% 정도를 차지한다면, 이 정도의 할인률은 이익률에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둘째, 마케팅이나 광고와 같은 '판촉비'의 이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와 경쟁사가 각각 1억 원의 광고비를 지출한다면 제품 하나당 광고비용은 우리 회사가 더 낮습니다. 왜냐하면 생산하는 제품의 양적 규모가 커서 1억 원이란 돈을 경쟁사보다 더 '잘게'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연구개발비나 간접비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분산 효과'의 이점을 갖습니다.

셋째, 우수인력을 유인할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RMS가 1위인 기업이 갖춘 최고의 시설과 장비, 그리고 최고의 대우가 우수인력을 끌어모으는 동력이 되는 것이죠. 이를 '마태 효과'라 합니다. 성경의 마태 복음에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기리라'라는 글에서 유래된 말이죠. RMS 1위 기업은 마태 효과를 통해 회사의 경쟁력이 더 강해지는 선순환의 흐름을 탈 수 있습니다.

넷째, 막강한 자금력을 갖습니다. 투자나 인수 등 자금력이 요구되는 분야에 대해 RMS 1위 기업은 경쟁사보다 많은 돈을 쓸 여력이 있기 때문에 경쟁사의 추격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강점을 가집니다. '돈'을 진입장벽을 높게 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소리죠.

다섯째, 시장을 '계획'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시장을 계획한다는 말은 자기네들이 '제품 및 서비스 리더십', '비용 리더십' 등을 쥐고 시장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약화됐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세운 운영체계 업그레이드 계획이 PC산업과 소트트웨어 산업, 그리고 반도체 산업까지 리드했듯이 RMS 1위 기업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창조해 나갈 수 있는 지렛대를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가장 큰 강점이죠.

RMS는 사실 1960년 대에 나온 개념이고 전통적인 '굴뚝 산업'에 잘 맞는 개념입니다. 단순하게 RMS가 1위를 달성한다고 해서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Value Chain 상의 가장 중요한 Activity에서 고유의 경쟁력을 가진 업체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애플이 앱스토어라는 막강한 유통채널을 구축함으로써 시장을 리드하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RMS는 중요합니다. 비록 기업의 성과(결국 이익이죠)가 여러 가지의 변수로 이뤄진 함수라 해도 RMS는 적어도 제조업이나 전통적인 서비스업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삼성이 애플이 선점한 미국의 스마트폰 시장을 차지하려고 하나 사면 하나 더 주는 '1+1 전략'을 실행했던 것도 RMS를 끌어올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이라 짐작됩니다. 또한 RMS는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에서 '선택과 집중'을 실현하는 데에 중요한 잣대가 됩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RMS가 1위 제품에서 대부분의 이익이 흘러들어오기 때문입니다. RMS 1위 제품은 '이익의 파이프라인'입니다. 이는 BCG 매트릭스에서 RMS가 중요한 변수가 되는 이유입니다.

금년 사업계획에 '시장점유율을 높이자'는 말이 있다면 '시장점유율을 점유하고 리드하자'는 말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더 뚜렷하고 '도전적인' 목표이니까요.

(*참고도서 : 'The Art of Profit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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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몸에 좋은 경영의 비타민'에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데이트됐습니다.

- 제목 : BCG 매트릭스, 제대로 그리는 법
- 카테고리 : 경영전략

여러분은 BCG 매트릭스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경영전략을 공부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프레임웍이죠. 사업이나 제품의 경쟁력을 평가하거나, 사업의 구조조정을 모색할 때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만든 BCG 매트릭스가 자주 쓰입니다. 

그런데 BCG 매트릭스를 그려보라고 하면, 그려낸 결과가 제각각입니다. 제 생각에는 BCG 매트릭스에 대해서 조금씩 다르게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도 BCG 매트릭스에 대해 충분하게 못 배웠다는 분도 있는데요, 그래서 이 팟캐스트에서는 BCG 매트릭스를 제대로 그리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애플 아이튠즈에서 보기 (이 방법을 가장 추천합니다)

YouTube(유투브)에서 보기

* 슬라이드 다운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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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G 매트릭스, 잘 그리는 법   

2010. 2. 10. 09:00

사업(혹은 제품)의 경쟁력을 평가하거나 사업의 구조조정을 모색할 때 여러분은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만든 BCG Matrix를 자주 사용할 겁니다. 그런데 BCG Matrix를 정작 그려보라고 하면, 그려낸 결과가 제각각인 경우를 자주 발견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BCG Matrix를 올바르게 그리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BCG Matrix는 다음과 같이 2 X 2 Matrix의 형태를 가졌습니다. 가로축은 시장점유율이고, 세로축은 시장성장률임은 다 아는 내용일 테죠.


이렇게 해서 4개의 사분면이 나타나면, 각 사분면은 위의 그림과 같이 이름이 붙습니다. STAR사업은 시장점유율이 높고 시장성장률도 높은 사업(혹은 제품)을 말하고, 반대고 둘다 저조하면 DOG사업이라 부릅니다. 둘 중에 시장점유율만 높으면 돈을 잘 벌어들인다는 의미로 CASH COW사업이라 부르고, 시장성장률만 높으면 어떻게 할지 '좀 생각해 보고' 결정하자는 뜻으로 Question Mark사업이라 부릅니다.

이 BCG Matrix에 사업이나 제품을 매핑해 보면, 어떤 사업에 투자해야 하는지, 어떤 사업을 접어야 하는지를 한눈에 조망하고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무엇이 문제인지 파고 들어가기 위한 출발점도 찾게 되지요. 여기까지는 여러분이 익히 잘 아는 내용일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BCG Matrix를 그릴 때 오류를 범하는 부분은 바로 '시장점유율'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축을 '절대적인 시장점유율'로 잘못 이해합니다. 가운데 점을 '상위 3개 업체의 평균 시장점유율' 같은 숫자로 정해서 사분면을 가르는 기준으로 삼지요. 만일 여러분이 이런 식으로 BCG Matrix를 그렸다면 크게 잘못한 겁니다.

BCG Matrix의 가로축인 시장점유율은 '상대적 시장점유율' 즉 RMS(Relative Market Share)를 의미합니다. RMS는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RMS = 우리의 시장점유율 /  '가장 큰 경쟁사'의 시장점유율


가령 우리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30% 이고 가장 큰 경쟁사의 시장점유율이 60% 이면, 우리 회사의 RMS는 0.5가 됩니다. 경쟁사와의 상대적인 경쟁력을 측정하는 수치로서 의미가 있는 RMS가 BCG Martix의 가로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단순한 시장점유율(즉 절대적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하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시장점유율이 높다 혹은 낮다를 가르는 기준점은 얼마가 되어야 할까요? RMS 개념을 도입하면 구분하기가 쉽습니다. RMS가 1보다 크면 시장점유율이 높은 것이고, 1보다 작으면 시장점유율이 낮다고 생각하면 되기 때문이죠.

다음의 그림처럼 가운데 점을 1.0으로 하고 로그 스케일(Log Scale)로 가로축을 그리기 바랍니다.


BCG Matrix를 그릴 때의 두 번째 오류는 세로축인 시장성장률에서 발생합니다. 이 때의 시장성장률은 과거의 평균 시장성장률이 아니라, '미래의 시장성장률'이어야 합니다. BCG Matrix는 과거를 결산하고 반성하는 데 의의를 둔 방법이 아니라, 미래에 우리의 사업을 어떻게 구조조정할 것인가가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하십시오.

그렇다면, '가운데 점을 무엇으로 할까'가 관건이겠네요. 그것을 너무 작게 잡거나 반대로 너무 높게 잡으면 안되겠죠. 위의 그림에서는 10%를 가운데 점으로 잡았는데, 업의 특성에 따라 이 값은 달라집니다. 여러분의 회사가 영위하는 업의 특성을 고려해서 '미래에 이 정도 이상이면 고도 성장이다'라고 판단되는 값으로 가운데 점을 설정하십시오. 편의적으로 과거의 시장성장률을 평균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지 말기 바랍니다.

위의 그림에서 '동그라미'는 독자적인 개별사업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동그라미의 크기는 매출액을 뜻하지요. STAR사업에 많은 사업들이 매핑된다고 단순히 좋아할 게 아니라, 사업의 규모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동그라미 크기가 작은 것들만 STAR에 모여 있다면 문제겠죠. 또한, DOG사업에 속한 사업이라 해도 그 규모가 상당히 크다면(즉 동그라미가 상당히 크다면), 한번에 사업을 잘라버리는 방법보다는 선택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이 좋을 겁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BCG Matirx 옳게 그리는 방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꼭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1. 가로축은 RMS(상대적 시장점유율)로 한다.
   2. 가로축의 가운데 점은 RMS가 1.0인 점으로 한다.
   3. 가로축은 RMS의 로그 스케일로 그린다.
   4. 세로축은 '미래시장성장률'로 한다.
   5. 세로축의 가운데 점은 업의 특성에 따라 결정한다.
   6. 사업의 규모를 동그라미의 크기로 표현한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기법일수록 기본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BCG Matrix를 올바르게 그리는 법을 알아봤습니다. 물론 잘 그리는 것보다 시사점을 잘 찾는 것이 더 중요함을 잊지 마십시오. 의사결정에 BCG Matrix를 올바르게 활용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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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문제해결 과정에서 많은 공을 들이는 '분석'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분석이라고 말하면 여러분의 머리 속에는 어떤 이미지가 그려집니까? 어떤 분은 엑셀(excel) 시트를 떠올리고 다른 분은 막대 그래프나 선 그래프를 떠올릴 거라 짐작됩니다. 그것들이 분석의 과정에서 여러분이 손으로 직접 다루는 도구이고 아웃풋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석은 하나의 과정이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아닙니다. 분석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가설의 참/거짓 여부를 정량적이거나 정성적인 방법으로 증명하는 과정입니다. 인터뷰가 관찰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가설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실증 도구로도 쓰인다고 언급했는데요, 인터뷰만 가지고 완벽하게 증명이 되지 않는 가설들은 분석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면서 참 또는 거짓의 꼬리표를 확정적으로 달게 됩니다.

분석에는 여러 가지 도구들이 동원됩니다. 그래프 분석, 통계 분석, 설문 분석 등 매우 다양한 도구들이 가설에 따라 제각각 적용되므로 '분석이란 모름지기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꼬집어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이슈 트리 모양의 '가설 목록'에 근거해서 가설별로 참과 거짓 여부를 밝혀내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분석 도구를 골라야 합니다.

이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가설을 참이라(혹은 거짓이라)가정한 상태에서 분석을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선입견 때문에 가설이 참(혹은 거짓)임을 증명하는 방향으로 분석이 왜곡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분석 도구를 선택할 때도 이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분석 도구가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모두를 다 설명한다는 건 불가능하고 또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에 '무엇을 말씀드릴까' 고민을 좀 했습니다. 그러다가 '아, 바로 그거야!'란 아이디어가 생겨나더군요. 그것은 바로 2X2 매트릭스입니다.

아래의 그림처럼 두 개의 축이 있고 4개의 분면으로 나뉜 모양을 한 2X2 매트릭스는 모양이 굉장히 단순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내뿜는 '공력'은 상상 그 이상임을 많은 분들이 간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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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X2 매트릭스는 다음과 같이 3가지의 장점이 있습니다. 

1)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한다
2) 문제의 현상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3) 문제해결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2X2 매트릭스는 문제의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해서 표현합니다. 이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단순화'라는 말의 의미를 오해하지 말기 바랍니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문제의 '원형'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 단순화시킨 대상을 가지고 구상한 해결책이 효과적일 거라고 어떻게 장담하느냐, 라는 의심이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단순화는 문제해결 과정에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할 과정입니다.

여러분이 나무를 보고 그림을 그린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먼저 줄기를 그린 다음에 가지를 치고 가지에 매달린 잎사귀들을 그려 나갑니다. 다 완성된 그림과 실제의 나무를 서로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여러분이 뛰어난 '극사실주의' 화가가 아니라면 여러분의 그림은 실제의 나무를 단순화한 형태일 겁니다. 모양도 다르고 색깔도 다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그림을 아주 엉망으로 그리지 않았다면 누군가가 그림을을 보고 '아, 이 그림은 나무를 그린 것이구요'라고 말할 겁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그림이 실제의 나무는 아니지만 줄기, 가지, 잎사귀 같은 나무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놓았기 때문입니다. 

단순화는 바로 이와 같습니다. 복잡하게 보이는 현상이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특징을 잘 잡아내어 표현하면 어떤 현상을 이야기하는지 누구나 알도록 만드는 것이 단순화입니다. 문제와 현상의 핵심만을 간결하게 표현한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간 것들 속에 핵심이 담겨있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완벽주의자적인 태도를 견지한다면 문제해결사로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단순화를 용인하지 않을 것같은 극사실주의 화가나 사진사들조차도 3차원의 나무를 2차원에 투영하는 단순화를 통해 작품을 만듭니다. 논의가 잠시 옆으로 흘렀는데요, 2X2 매트릭스는 관찰이나 분석의 대상에 내재된 핵심을 꺼내어 단순화함으로써 문제해결을 용이하게 만드는 도구 중에 막강한 힘을 지녔습니다.

대상의 본질과 핵심을 훼손하지 않고 단순화가 잘 됐는지 검토하려면 만들어진 2X2 매트릭스가 거꾸로 대상을 잘 설명하는지를 검토하면 됩니다. 그림으로 비유하면, 나무를 그린 그림이 실제의 나무를 충분하게 나타내는지를 살펴보라는 말과 같습니다. 만일 실제의 나무 줄기는 상당히 두꺼운데 그림 속 나무의 줄기는 가늘다면 '이 그림이 저 나무를 그린 게 맞아?'란 의심을 받습니다. 

마찬가지로 2X2 매트릭스가 문제의 현상을 일부만을 설명한다면 '문제의 핵심은 전혀 다루지 못했군'이라는 공격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2X2 매트릭스를 그릴 때 뿐만 아니라, 복잡한 대상을 단순화한 후에는 항상 '검산'을 반드시 해야 함을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단순화한 2X2 매트릭스로 본래의 현상을 항상 되짚어 봄으로써 2X2 매트릭스를 갱신해 가야 합니다.

둘째, 2X2 매트릭스는 문제의 현상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줍니다. 핵심요소 2개를 하나는 가로축에, 또 하나를 세로축에 세운 다음 각 사분면의 의미만 살펴보면 '문제가 이런 여러 양상을 보이는구나'라고 보는 사람들이 빨리 이해합니다. 말로 주저리주저리 서술하면 의사소통의 과정에서 이해가 잘 안 될 뿐더러 오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2X2 매트릭스로 간단하게 표현하면 그럴 위험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2X2 매트릭스는 단순화의 효과도 크지만 문제를 '시각화'하는 효과도 뛰어납니다. '시각화'의 개념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다음에 별도로 다룰 예정입니다.

셋째, 2X2 매트릭스는 문제해결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매트릭스를 꼼꼼히 살펴보면 '현재 우리가 문제일 수밖에 없구나'라는 자괴감이 들지만 '현 상황이 이렇게 부정적이니 앞으로 이러 방향으로 가야겠구나'라는 통찰을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의 매트릭스를 보십시오.


위의 매트릭스는 '직원들이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다'라는 문제의 현상을 표현한 것입니다. (설명을 위한 것이니 조금 작위적이라 느껴지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현 상황이 3사분면에 위치한다면 '직원들이 팀장의 리더십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직원들에게 주어진 업무량이 충분치 않아서 생산성이 낮으며, 이로 인해 직원들의 태만과 불평불만이 극대화되었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또 이렇게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팀장의 리더십을 끌어올리고 직원들에게 충분한 업무량을 부여한다면 직원들의 태만함과 불평이 적어질 가능성이 있겠구나'라고 말입니다. 즉 3사분면에서 1사분면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팀장 리더십에 관한 의견을 물어보고 생산성을 측정함으로써 직원들의 태만함과 불평불만이 얼마나 감소되는지 그 모습을 2X2 매트릭스로 평가해 볼 수 있겠지요.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하고 시각화하며 동시에 문제해결의 통찰력이 큰 2X2 매트릭스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열쇠는 바로 두 개의 핵심요소, 즉 두개의 축을 무엇으로 설정하느냐에 달렸습니다. 문제해결사가 다루는 문제의 내용이 다르고 분석의 대상도 매번 바뀌기 때문에 '이것들은 고정적으로 항상 축으로 사용된다'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축 설정'은 대상의 본질을 얼마나 잘 꿰뚫어 보느냐는 문제해결사의 능력에 달렸지요.

하지만 자주 쓰이는 2X2 매트릭스의 형태가 있으니, 참고하기 바랍니다.

- 성장 vs 이익 매트릭스
- 비용 vs 편익 매트릭스
- 중요도 vs 시급도 매트릭스
- 중요도 vs 난이도 매트릭스
- 영향도도 vs 불확실성 매트릭스   (시나리오 플래닝에서 쓰는 매트릭스)
- 품질 vs 가격 매트릭스
- 결과 vs 과정 매트릭스
- SWOT 매트릭스 (기회/위협  vs  강점/약점)
- BCG 매트릭스 (시장점유율 vs 시장성장률)

위의 예는 어디까지나 자주 쓰이는 것일 뿐 문제해결 때마다 항상 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해결사는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하면 두 개의 축으로 단순화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해야 하고, 경험을 통해 만든 2X2 매트릭스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항상 꺼내보고 갱신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좋은 2X2 매트릭스를 그리려면, 첫째 두 개의 축이 서로 배타적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축을 '장기(長期)'로, 다른 축을 '단기(短期)'로 설정했다면, 이는 좋은 매트릭스가 아닙니다. 서로 '기간'이라는 차원이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축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기간'이라는 축에 '단기'와 '장기'로 설정하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업무량 vs 생산성' 매트릭스 역시 좋은 매트릭스는 아닙니다. 생산성은 업무량을 업무시간으로 나눈 값이므로 이미 업무량이라는 요소가 반영돼 있기 때문에 매트릭스는 '동어반복'의 오류에 빠집니다. 각 축의 내용을 따져보고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없도록, 즉 서로 배타적이 되도록 두 개의 축이 설정됐는지 항상 검토하기 바랍니다.

둘째, 두 개의 축은 비중이 서로 비슷해야 합니다. 이 말은 중요도가 유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고객만족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면 어떤 냉장고를 만들어야 하나?'라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때 문제해결사가 하나의 축을 '가격'으로, 다른 축을 손에 느껴지는 '질감'으로 해서 매트릭스를 그렸다면 어떨까요? 옳은 것고 같고 틀린 것도 같습니다. 문제해결사는 두 개의 축이 고객만족이라는 관점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따져보고 중요도의 크기가 서로 엇비슷하다고 판단 내린 후에야 이 매트릭스를 그릴 수 있습니다. 고객들이 '질감'에 대해 아무런 니즈가 없다면 이 매트릭스는 제품 개발에 대한 잘못된 방향을 제시하고 말겠지요.

그렇다면, 대상 속에 숨은 수많은 본질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지 어떻게 끄집어낼 수 있을까요? 줄기와 가지, 그리고 잎사귀가 나무의 특징을 말해준다면, 그것들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직감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이는 수많은 대안 중에 가장 좋은 대안을 선택하는 과정과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는데요, 나중에 설명할 예정이니 기다려 주십시오(나중에 설명할 것이 엄청 많군요. -_-';)

오늘은 분석 과정에서 자주 쓰이고 또 자주 활용되어야 하는 2X2 매트릭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문제의 대상이 무엇이든 항상 2X2 매트릭스를 활용하려면 습관을 들이십시오. 2X2 매트릭스를 사용해서 '트위터 사용의 어려움'을 설명한 inuit님의 글을 읽어보면, 얼마나 2X2 매트릭스가 유용한지 깨달을 겁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 중입니다. 혹시 문제해결 과정과 기법 중에 '이것을 알고 싶다'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가차없이(?) 댓글 남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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