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록스는 오랫동안 복사기 업계의 강자로 군림하며 복사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제록스는 복사기로 창출한 막대한 여유자금을 가지고 IBM이 장악하고 있던 대형 컴퓨터 업계로의 진출을 모색하면서 IBM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 그들은 엄청난 자본을 쏟아 부으며 공세를 펼쳤지만  IBM의 강력한 반격에 타격을 받아 큰 손실을 떠안은 채 대형 컴퓨터 시장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더 큰 손실이 제록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록스가 대형 컴퓨터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려고 분투하는 동안, 제록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캐논이 잠시 비어있던 복사기 시장을 치고 들어와 업계의 1인자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제록스가 입은 손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제록스는 원래 퍼스널 컴퓨터 기술 분야에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제록스 산하의 팔로알토 연구소를 견학하며 마우스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기술 등을 베껴 갈 정도였다. 하지만 IBM이 장악한 대형 컴퓨터 시장에 마음을 빼앗긴 탓에 퍼스널 컴퓨터 분야의 엔지니어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를 당했고 그 때문에 스티브 잡스의 애플로 대거 이직해 버렸다. 한 번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대형 컴퓨터 시장의 진입 실패, 복사기 시장의 지배력 상실, 차세대 컴퓨터 시장의 기회 상실 등 무려 3가지의 커다란 손실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 책 ‘손자, 이기는 경영을 말하다’는 제록스의 패착이 병법 중의 가장 저급한 책략인 공성(攻城)을 채택한 것에 있다고 말한다. 엄청난 여유자금만을 믿고 무턱대고 덤볐다가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얻은 제록스를 ‘손자병법’을 쓴 손무가 평가 내린다면 “어쩔 수 없을 때 써야 할 공성 전략을 쓴 제록스는 하수 중의 하수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인천상륙작전의 영웅, 맥아더 장군도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희생이 아니라 전략을 통해 전과를 올렸다”라고 말하며 자원을 소모하면서까지 승리를 도모하려 했던 제록스 경영자의 무지를 꼬집을 것이다.
 
우리는 기업 간이 경쟁을 전쟁으로 곧잘 묘사한다. 군사학에서 쓰는 말인 전략(strategy)이나 전술(tactics)이란 말이 경영에서 오히려 더 많이 쓰이고 수많은 비즈니스 전략들의 기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군사전략가의 이론과 맥을 같이 한다. 헌데  비즈니스계의 경쟁은 곧 전쟁과 같다는 생각 때문인지 경쟁사를 향해 격렬하게 공격을 감행하는 것을 경쟁의 전형적인 이미지로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손자병법은 개별 전투에 관한 ‘필드 매뉴얼’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잘 이기기 위한 방책, 즉 전략의 방향을 제시하는 지혜의 결정체이다. 

손무는 이 책을 통해 이 시대의 불확실성을 헤쳐 가는 경영자들에게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승리 모델이다”라고 조언한다. 손자병법의 철학을 올바로 이해하고 기업 간의 경쟁에 적용하려면 이 의미를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 저자는 싸우지 않고 온전히 이기는 가치를 손자병법의 최상의 지향점으로 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적 방도로 지승(知勝), 전승(戰勝), 선승(先勝)으로 구체화하여 설명한다. 지승은 경쟁의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이긴다는 것이며, 전승은 전쟁에서 싸워 이긴다는 것이며, 선승은 싸우기 전에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먼저 만들어 놓고 이긴다는 뜻이다.
 
제록스가 IBM을 상대로 무모한 공성전을 벌이느라 무주공산이 된 복사기 시장을 점령한 캐논은 손자병법이 제시한 전승의 방책 중 출기(出奇) 전략을 제대로 활용한 대표적 사례이다. 제록스의 기본전략은 방대한 직판 체제와 대형 복사기 임대 센터를 갖추고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캐논은 가격이 비싸고 사용하기 복잡한 대형 복사기 부문에 집중하던 제록스의 전략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갔다. 캐논은 복사기 부품을 표준화하여 복사기 가격을 낮추었고, 임대 방식이 아니라 중개상을 통한 판매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직영점과 임대 센터 유지에 들어가는 막대한 운영비용을 제거해 버렸다. 또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복사기를 제작함으로써 고객층을 복사기 담당부서가 아니라 회사 경영진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캐논은 제록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출기 전략을 경영의 용어로 풀면 ‘차별화 전략’이다. 캐논은 차별화를 통해 제록스가 지배하던 시장의 경쟁 규칙을 자기편에 유리하도록 바꿈으로써 제록스의 강점을 약점으로 만든 출기 전략의 전형을 보여준다. 강력한 경쟁자를 상대하려는 도전자는 관례를 깨뜨리는 방법으로 돌파 기회를 잡아야 하며 그러한 사고를 가져야만 현재의 경쟁 구도와 경쟁자의 우위를 뒤집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공법의 올바른 의미는 경쟁자가 지닌 A라는 강점에 A라는 전략으로 상대한다는 것(제록스의 IBM 공격 사례)이 아니라, A'이라는 변형되고 차별화된 전략으로 기습한다는 것(캐논의 사례)이라 말할 수 있다.
 
차별화 전략인 출기는 상대방의 약한 부분을 공략하라는 ‘격허(擊虛)’ 전략과 종종 함께 맞물려 돌아간다. 손무는 “깃발이 정렬된 군대와 싸우지 말고, 기세가 당당한 진영을 공격하지 말라”라고 말하면서 경쟁자가 우세를 점한 부분에 저돌적으로 공격하지 말고 취약한 점을 탐색하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캐논이 그리 했듯이 차별화의 초점을 경쟁자의 ‘강점 뒤에 숨은 약점’에 두라는 의미이다. PC제조업체인 컴팩(Compaq)의 최대 강점은 촘촘한 유통망이었다. 컴팩은 이 강점을 바탕으로 전 세계로 제품을 확산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강점은 필연적으로 약점을 담고 있었다. 델(Dell)은 촘촘한 유통망 때문에 최종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기 어렵다는 강점 속의 약점을 간파했다. 델은 중간 판매망 없이 최종 소비자에게 맞춤화된 PC를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1990년대 말에 이르러 최대의 PC판매업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강점의 배후에는 항상 숨기고 싶은 약점이 존재함을 간파하는 것이 격허 전략이고, 그런 약점에 기반하여 우리의 제품 가치를 차별화하는 것이 출기 전략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손자병법은 ‘집중(集中)’의 가치를 역설한다는 점에서 리더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고전이다. 군사전략가인 클라우제비츠는 “전략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간단한 준칙은 병력 집중이다. 우리는 이 원칙을 엄격히 따르고, 믿을 만한 행동 지핌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경쟁에서 그만큼 집중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병력을 분산시키면 전선이 길게 형성되고 상대방이 공격하기 좋은 허점이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들도 여러 분야에 문어발을 뻗치거나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한다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2000년에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P&G의 구원투수로 임명된 앨런 래플리가 핵심 성장 동력을 4개 부문으로 설정하고 식품업을 과감하게 포기함으로써 P&G를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으로 이끌었고 위기로부터 구한 사례는 손자병법이 제시하는 집중의 가치를 여실히 보여준다. 래플리는 “CEO가 어느 분야를 포기할지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M&A만큼 중요한 문제이다”라고 말하며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힘든 과정과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라고 조언한다. 가능한 한 많은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경영자들은 “전략의 본질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올바로 선택하는 데 있다. 전략은 곧 버림의 예술이다”라고 말한 마이클 포터의 충고를 유념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출기, 격허, 집중 이외에 궤도(詭道), 임세(任勢), 주동(主動), 선지(先知), 오사(五事)라는 승리의 핵심 원칙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 원칙을 따르고 승리한 전쟁의 사례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의 사례를 함께 이야기하며 불확실성이라는 안개 속에서 경쟁자를 맞이해야 하는 리더들에게 바람직한 경쟁 전략이라는 나침반을 건네준다.
 
저자는 손자병법은 경쟁이 존재하는 영역이면 어디든지 적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가치라고 말한다. 또한 손자병법은 심오한 철학적 이치를 보여주고 풍부한 경험과 지력, 민첩한 임기응변 능력과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방도를 제시한다고 주장한다. 경쟁을 피할 수 없다면 이겨야 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손자병법이 담아낸 ‘이기는 방법’을 수용할 것을 주문한다.

그렇다고 손자병법은 경쟁 자체를 최고의 목적에 두지 않는다. 손무는 경쟁을 질질 끌지 말 것, 전쟁의 폐해를 항상 염두에 둘 것, 모든 결정은 이성적으로 판단한 후 내릴 것, 늘 차가운 머리를 유지할 것, 목숨 걸고 싸우려 들지 말 것을 충고한다. 손자병법의 가치는 탁월한 리더가 되려면 이렇게 승산 없는 경쟁을 피하고 승산 있는 경쟁에만 나서야 함을 역설하는 데에 있다. 손자병법의 지혜를 경영의 관점으로 정리한 이 책 ‘손자, 이기는 경영을 말하다’은 힘이나 돈이 아니라 지혜와 전략으로 경쟁자와 대결하려는 자에게 전승(全勝)을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 글쓴이 :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

(*이 글은 2012년 2월 29일자 교보문고 북모닝 CEO에 실린 서평임)
(*참고도서 : 손자, 이기는 경영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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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가 IBM보다 나았던 점은?   

2010. 10. 18. 09:00


우리 몸에는 면역세포들이 있어서 병원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병원균은 종류만도 수백 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합니다. 또 심지어 자주 변이를 일으켜서 면역세포들이 자기들을 쉽게 공격하지 못하도록 모습을 바꿉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 면역세포들이 모든 병원균에 대해서 완벽하게 맞는 항체를 모두 가지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웬만해서는 병원균에 쉽게 감염되지 않습니다. 완벽한 항체가 없는데도 병을 이겨내는 비밀은 무엇일까요? 그 비밀은 바로 면역세포가 '어림짐작'을 통해서 항체를 만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병원균이 침입하면 면역세포는 어림짐작으로 몇 개의 항체를 만듭니다. 그 중에서 어떤 항체가 병원균을 억제한다는 것을 발견하면, 면역세포는 ‘아, 이 항체가 효과가 있구나’ 라고 판단하고, 그 항체를 집중적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병원균을 퇴치하는 거죠(실제의 메커니즘은 복잡하지만 간단한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이처럼 체내 면역세포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간단하지만 대단한 원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면역세포들은 어림짐작으로도 완벽하게 몸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죠. 

여러분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어떻게 하시나요? 완벽한 답을 찾을 때까지 의사결정을 미루십니까? 누구나 완벽한 해답을 갈망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완벽한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완벽한 해답을 찾다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도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것이 바로 ‘완벽이라는 함정’입니다. 

그렇다면 면역세포처럼 기업의 전략 실행에도 ‘어림짐작’의 메커니즘을 적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최고의 답이 아닐지라도 70%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 방법을 선택하는 거죠. 나머지 30%는 일을 진행해나가면서 한걸음씩 발전시키면서 채워나가는 겁니다. 물론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지만,100% 확실한 정답이 아니라고 해서 의사결정을 미루기만 한다면 그 또한 리스크를 키우는 꼴입니다.  바로 '완벽의 함정'에 빠지는 순간이죠.

1980년대 IBM의 추락은 완벽주의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당시 IBM은 시대를 선도하는 첨단기업으로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처음 가는 길이다보니 신중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완벽주의가 어느새 기업 전체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었죠. 그래서 의사결정은 매우 느렸고 제품 출시는 늘 일정을 넘기기 일쑤였습니다. 오죽하면 “IBM이 제품을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제품들이 기다리지 못해 탈출하는 것이다" 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에 반해 완벽을 '덜' 추구함으로써 일약 스타로 떠오른 기업도 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MS-DOS라는 운영체계는 현재의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 원동력이죠. 사실 MS-DOS는 시애틀컴퓨터사가 개발한 운영체제를 마이크로소프트가 헐값에 사들여 조금 고친 뒤에 PC에서 겨우 돌아가게 만든 조잡한 제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민첩한 판단력과 발빠른 실행력으로 일단 제품을 시장에 출시했죠. 그리고 점점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시켜 나갑니다. 완벽하기보다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스피드를 추구한 전략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사를 앞설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습니다(요즘은 구글이나 애플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하이에크는 "시장경제가 계획경제보다 우월한 이유는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한걸음씩 더듬어 가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번에 완벽한 답을 찾으려고 고집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입장에서 가장 적합한 방안을 한걸음씩 찾아가고, 이를 적절한 타이밍에 맞추어 실행하겠다는 태도야말로 완벽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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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은 미래를 대비하는 데 사용되는 기법들 중에 가장 유명하고 막강합니다. 사실 예측은 별도의 정의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인간의 삶에 깊게 뿌리 내린 제 2의 본성이죠. 여러분은 자신도 모르게 매일 수차례 예측을 하고 있을 겁니다.

내가 갈 도로에 교통체증이 발생할지, 어제 산 주식이 오를지, 나의 제안을 상대방이 수용할지 등등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예측을 자동적으로 수행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경쟁자의 전략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고객의 니즈는 또 어떻게 바뀔 건지 매번 예측을 해서 전략을 수립하죠.


기업에서 흔히 사용하는 예측 기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회귀분석법일 겁니다. 회귀분석은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을 종속변수 Y로 놓고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개의 독립변수 X들을 찾아서 방정식을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해서 미래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예측하는 데 사용합니다.

회귀분석은 반박의 여지가 없을 만큼 수학적으로 완벽한 논리를 가집니다. 대부분의 예측 기법들은 회귀분석처럼 과거의 패턴을 미래에 투영하는 논리를 가졌지만, 그 속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숨어 있음을 많은 경우에 간과하고 맙니다.

바로 과거의 환경구조가 미래의 환경구조가 동일하다고 전제하는 것이 오류입니다. 미래로 갈수록 상호작용이 증폭되고 환경의 구조가 복잡하게 바뀝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환경구조는 절대로 과거의 환경구조와 같을 수가 없죠. 따라서 예측은 대개의 경우 실패하고 맙니다.

왜냐하면 예측은 미래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오로지 하나의 수치로 압축시키고 그에 따라 전략을 수립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수치와 다른 미래가 펼쳐지면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겠죠. 예측이 실패를 해서 어려움을 겪은 회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IBM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요즘에는 잘 나가고 있지만 90년대엔 그렇지 못했습니다. IBM은 1980년대 초에 향후 미래의 PC시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될까 예측을 해 봤다고 합니다. 그 결과 1990년이 되면 전 세계 PC보급 대수가 잘해야 27만대 정도라고 예측했죠.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만 해도 1993년에 1억 7천만 대가 보급됐고, 한국만 해도 170만 대의 PC가 보급됐습니다.

IBM의 예측이 이처럼 상당히 크게 빗나간 이유는 1980년대까지 완만하게 성장한 PC시장의 패턴이 미래에도 그대로 이어질 거라 생각한 탓입니다. 결국 IBM은 PC시장이라는 거대한 기회를 놓쳤고, 1992년에 파산 직전까지 갔습니다. 예측이 그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았기 때문입니다.

예측으로 인해 기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전략적 사고를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예측의 결과로 내년도 매출액이 금년보다 10% 성장할 거라고 나왔다고 가정해 보죠. 누군가가 나서서 ‘10% 성장이 아니라 마이너스 2% 성장이다’라고 반박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사람이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해도 10% 성장 예측이 마이너스 2% 성장으로 바뀌기는 힘들 겁니다. 기껏해야 10%를 7% 정도로 끌어내는 것에 만족하죠. 예측 결과가 강력한 신념으로 바뀌어서 그것에 반대되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 결과입니다. 전략적 사고를 아예 막아버리고 맙니다.

예측은 기회를 잃게 만들고 잘못된 판단을 이끕니다. 예측을 통해서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오직 하나의 숫자 속에 우겨 넣으려고 하기 때문이죠. 많은 기관과 기업들이 갖가지 예측을 쏟아내는데, 경제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그런 경향이 큽니다.

하지만 예측 시스템이 제아무리 정교하다 해도 ‘예측은 항상 틀린다’라는 진리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여러 가지 가능성, 즉 시나리오로 미래를 바라봐야 합니다.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그 불확실성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습니다. 불확실성을 없애겠다면서 '덮어놓고 예측하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할지'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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