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를 계획할 때 중요한 일들이 많겠지만 그 중 하나가 프로젝트의 완료 기간을 예상하는 것입니다. 특히 인력의 효율적인 운용이 중요시되는 조직일수록 프로젝트 일정을 지나치게 짧게 잡아도 안 되고 또 지나치게 길게 잡아도 안 되죠. 하지만 사람들은 보통 지난 번 글('성공의 착각에 빠져 있습니까?')에서 이야기했듯이 프로젝트 일정을 실제로 필요한 기간보다 짧게 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1년이 필요한 데도 6개월이면 충분하다는 식으로 일정을 정하죠. 과거에 유사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프로젝트의 진행을 낙관적으로 예상하고 실패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를 범하곤 합니다.

이런 경향이 있기 때문인지 주로 프로젝트 방식으로 일하는 조직(예 : 시스템 개발, 컨설팅, 건축 및 토목 등)에서는 프로젝트 일정 수립의 정확성을 중요한 성과지표(KPI)로 관리하곤 합니다. 계획과 실제가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따라 개인과 조직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보상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계획 오류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억제하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는 프로젝트 매니저들은 십중팔구 이러한 KPI를 부여 받았을 거라 짐작되는군요.



하지만 계획의 정확성을 강조하고 그에 따라 평가하겠다는 조치가 계획 오류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확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잉 쯔앙(Ying Zhang)과 에일렛 피시바흐(Ayelet Fishbach)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정확성의 중요함을 강조할수록 보수적이고 '안전한' 일정을 정하는 경향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정확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쯔앙과 피시바흐는 학생들에게 GRE 스타일의 객관식 문제 100문항을 제시하고서 문제를 다 풀면 즉시 이메일로 보내라고 요청했습니다. 문제를 제시하기 전에 학생들 중 절반은 이 문제들이 어렵다는 말("다른 학생들이 어려워 했다")을 들었고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은 문제가 쉽다는 말("다른 학생들도 쉽게 풀었다")을 전달 받았습니다. 또한 학생들은 문제를 다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을 예상하여 연구자에게 이야기해야 했죠. 쯔앙과 피시바흐는 학생들 중 절반에게는 예상 완료 시간이 그저 참고용이라고 말한 반면, 나머지 절반에게는 채점 담당자들의 스케쥴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예상 완료 시간의 정확성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확성의 중요함을 서로 다르게 인식하도록 만든 것이죠.

문제가 어렵다란 말을 들은 학생들은 높은 정확성을 요구 받을 때 예상 완료 시간을 더 크게 잡는 경향을 보였습니다(29시간 대 86시간). 반대로, 문제가 쉽다는 말을 들은 학생들은 낮은 정확성을 요구 받을 때 예상 완료 시간을 더 높게 잡았죠(60시간 대 53시간). 조직에서 수행되는 대개의 프로젝트가 '어렵다'라고 간주하면, 프로젝트 매니저나 조직의 장에서 계획의 정확성을 강조하고 그것에 높은 비중을 부여할 경우 프로젝트 예상 완료 기간을 실제로 필요한 기간보다 더 길게 잡을 것이라 해석되는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학생들은 몇 시간만에 문제 풀이를 완료했을까요? 결과는 학생들 자신들의 예상과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문제가 어렵다고 인식한 학생들은 높은 정확성을 요구 받을 때 실제 완료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35시간 대 86시간). 반면, 문제가 쉽다고 인식한 학생들은 낮은 정확성을 요구 받을 때 실제 완료 시간이 더 길었죠(62시간 대 52시간). 

학생들이 사전에 문제의 난이도를 어떻게 인식했건 간에 모두 동일한 문제를 풀었다는 점에서 이 결과는 상당히 의미심장합니다. 어렵고 중대한 프로젝트를 앞에 둔 사람이 계획의 정확성이 중요하다고 인식할수록 필요한 시간보다 더 길게 일정을 잡으려 할뿐더러 더 오랫동안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이 실험의 결과로 우리는 일정의 정확성을 높이려는 조치가 프로젝트가 필요 이상으로 오래 끌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과, 오히려 계획의 정확성을 별로 강조하지 않는 것이 프로젝트를 빨리 끝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정확성 때문에 프로젝트가 길어지는 것은 정확성이 지불해야 할 비용인 셈입니다.

정확성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 프로젝트 기간의 증가만은 아닙니다. 쯔앙과 피시바흐는 정확성을 강조하면 어떤 일을 끈질기게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도 저하된다는 점도 실험을 통해 규명했습니다. 그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8개의 문자로부터 의미 있는 영어 단어를 찾아내는 애너그램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참가자들의 절반은 배경음악이 애너그램 같은 창의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비장애 조건')는 말을 들은 반면, 나머지 참가자들은 배경음악이 오히려 해가 된다('장애 조건')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 다음, 쯔앙과 피시바흐는 각 그룹의 참가자들을 다시 둘로 나눠 첫 번째 서브 그룹에게는 남들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수록 많은 수고료를 주겠다고 하고, 두 번째 서브 그룹에게는 자신이 거둘 실제 성적을 사전에 정확히 예상할수록 높은 수고료를 지불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모니터 상에 나타나는 8개의 애너그램 문제를 풀도록 하니 '장애 조건'에서 정확성에 따라 보상 받기로 한 참가자들은 성적에 따라 수고료를 받기로 한 참가자들에 비해 과제를 오랫동안 지속하려는 경향이 적었습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수행하는 일이 어려울뿐더러 예상의 정확성이 중요한 요소라고 인식할 때 사람들은 그 일에 힘을 쏟으려는 동기가 약화된다는 것입니다.

계획의 정확성을 강조하면 실제보다 짧게 기간을 정하려는 계획의 낙관적 경향('계획 오류')이 줄어들긴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공짜가 아닙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빨리 끝낼 수도 있는 프로젝트를 오래 수행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고 어려운 일을 끈질기게 지속하려는 동기를 저하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늘어난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지 않고 '계획 대비 실제'를 측정하는 KPI가 양호하다고 해서 높은 평가를 내리고 보상하는 것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이러니입니다. 

위 실험을 짧게 정리하면, 쉬운 프로젝트는 정확성을 강조하고 어려운 프로젝트는 정확성을 그리 강조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어떤 프로젝트가 쉽고 어려운지, 또 어느 정도의 정확성이 좋을지 판단하고 결정하는 문제는 여전히 여러분 손에 달렸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나 조직의 책임자는 계획의 부정확성으로 인한 비용과 계획의 정확성을 강조함으로써 발생할 비용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잡는 지혜를 갖춰야 합니다. 한쪽으로 쏠리는 관리법은 프로젝트의 실패 확률을 높인다는 점을 늘 경계해야 합니다.

지금 여러분의 프로젝트는 얼마나 정확한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까? 일정을 딱딱 맞춘다고 좋아할 일은 아닐지 모릅니다.


(*참고논문)
Counteracting Obstacles With Optimistic Predi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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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이 날 정도로 잘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하면, 지지부진하고 맥빠지는 프로젝트가 있기 마련이다.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하면, 손해나 끼치지 않고 제발 빨리 끝나주기를 바라는 프로젝트가 있기도 하다. 컨설팅 프로젝트이건, SI 프로젝트이건, 마찬가지다.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고 지지부진한 프로젝트를 가능한 한 문제 없이 끝내기 위해 프로젝트 매니저는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는데, 가장 많이 '애용'되는 해결책이 인력을 더 투입하는 방법이다.

원칙대로라면, 지지부진함의 원인을 면밀히 따진 후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인력의 추가 투입은 고객(클라이언트)으로부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구나'라는 인정을 쉽게 받는, 소위 'show-off 효과'가 크기 때문에 PM 입장에서 매우 매력적인 방법이다.

'몇 명 더 투입한다고 해서 나쁠 게 있겠어?'라며 인력의 추가 투입이 적어도 현재의 문제를 더 악화시키지는 않으리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러 프로젝트를 경험해 본 결과, 문제를 해결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는 경우가 잦았다.

업무의 양이 많아서 프로젝트가 느리게 진행된다면야 인력의 추가 투입이 최고의 전략이다. 사실 프로젝트에서 가장 풀기 쉬운 문제는 업무의 양이 많다는 이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가 더 많은데, 이럴 경우 인력의 추가 투입은 프로젝트의 공전 속도(진행 속도가 아니다)를 더욱 빠르게 할 뿐이다.

유능한 PM이라면 프로젝트가 단순한 업무 수행이 아니라, 매순간 협상과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프로세스로 인식해야 한다. 공전되는 대개의 프로젝트는 의견의 충돌, 약속의 파기, 협상의 결렬 등 협상과 합의 과정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므로, PM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사항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 멤버 사이의 의견 차이를 좁혀 합의를 이끌어내고 약속이 이행되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다.

참여하는 이해관계자의 규모가 2~3명 정도라면 PM의 관리 부하(load)는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멤버가 하나씩 늘 때마다 그 load는 빠르게 증가한다. 결코 선형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프로젝트 이해관계자(클라이언트, 멤버 등)의 규모가 2명이면, 그 사이에 존재하는 '링크'는 1개다. 다시 말해, PM이 협상과 합의를 주재하고 관리해야 할 '관계'가 오직 하나라는 말이다. 3명이 되면 3개의 링크가 형성된다. 4명이면 6개, 5명이면 10개로 늘어난다. 즉 프로젝트에 N명이 관여하면 N(N-1) / 2 개의 링크가 만들어진다. 이를 메칼프의 법칙이라 부른다.

그래프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짙은 파랑색 곡선이 늘어나는 실제 관리 로드(즉 링크의 수)이고, 분홍색 직선은 선형적으로 관리 로드가 늘어나리라고 잘못 기대하는 경우를 나타낸다.


1명의 인력의 추가로 투입되면 PM의 관리 로드(load)는 1단위 만큼 증가하지 않고 급수적으로 증가함을 이 그래프는 보여준다. 고객에게 쉽게 어필되는 인력의 추가 투입 방법이 오히려 프로젝트를 더 망치는 지름길일지도 모름을 깨우치게 한다.

인력이 1명 더 들어오면 그가 프로젝트에 적응하기 위한 기간이 필요하다. 경험적으로 중간에 프로젝트에 들어온 컨설턴트는 지금까지 진행된 프로젝트 일정의 1/3 내지 1/2 정도를 온전히 프로젝트에 적응하는 데 소요한다.

시작된지 3개월된 프로젝트라면 그에게는 1~1.5개월의 시간이 적응에 필요하다는 말이다. 제대로 일할라치면 어느 새 프로젝트 종료일이 다가오고 만다. 인력의 투입이 오히려 '비(非)경제'를 부추긴다.

지지부진한 프로젝트를 개선하려면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는 방법보다 합의와 약속 이행에 이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돌멩이를 제거하는 조치가 우선이다. '링크'의 개수를 줄임으로써 꼭 필요한 링크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방해하려는 고의가 있든 없든, 돌멩이가 고객이든 프로젝트 멤버이든 방법을 찾아야 할 의무가 PM에게 있다. 이래저래 PM은 참 중요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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