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사(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는 문제를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를 일으킨 잠정적인 원인이 어떨지 대강의 이미지를 그리게 됩니다. 직원들이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심하다는 문제에 직면했다면, 직원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함께 보고 들으며 ‘월급이 너무 적다’든지 ‘CEO가 너무 강압적’이라든지 ‘직원들 모두 건강에 이상이 있다’ 등의 잠정적인 원인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가설이며, 이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문제원인 밝히는 가설

가설이란 문제의 원인이 ‘이러이러하다’고 미리 답을 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월급이 적어서 직원들이 태만할 것’이라거나 ‘매출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제품에 하자가 많아서’라는 식으로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을 단정적으로 선언한 문장이 가설입니다. 단정적으로 선언한다는 말은 가설 설정이 곧 문제의 근본 원인을 예단한다는 말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일종의 기술임을 뜻합니다.

가설로 세우지 않고서 무작정 근본원인을 밝혀내겠다고 덤벼드는 일은 바위를 깨는 작업을 하면서 어떤 도구를 쓸지 궁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의 원인으로 짐작되는 사항을 여러 개의 가설로 수립해 놓는다면, 그것들을 하나씩 실증하면서 참과 거짓 여부를 가리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월급이 적어서 직원들이 태만할 것’이라는 가설을 실증해 거짓이라는 결과를 얻었다면 두 번 다시 그 가설은 살필 필요가 없으므로 다른 가설에 역량을 집중하는 효과를 얻기 때문입니다.



#가설 설정의 효과

가설을 설정하면 문제해결사와 의뢰인이 가진 편견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직원의 태만은 월급이 적기 때문’이라는 고정관념이 조직 전체에 팽배하더라도 그것이 실증되지 못한다면, 문제의 근본원인으로 채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설 설정의 과정이 생략되면 실증의 초점이 흐릿하기 때문에 문제해결사와 의뢰인이 슬그머니 자신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반영할 위험이 큽니다. 또 ‘문제의 원인을 단정적으로 선언하라’는 말은 실증 과정을 통해 문제의 근본원인에 빠르게 접근하라는 말과 같습니다. 해법의 효과뿐만 아니라 해결의 신속성도 문제해결의 품질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가설을 설정하면 어떻게 문제해결의 시간이 단축되는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선생님이 1부터 100사이의 숫자 하나를 마음속에 생각해 둔 다음 학생들에게 그 숫자를 맞혀보라고 합니다. 가설 설정에 능한 학생이라면 “50보다 큽니까”라고 물을 겁니다. 선생님이 아니라고 대답하면 학생은 “25보다 큽니까”라고 묻고, 그렇다는 선생님의 대답에 “37보다 큽니까”라고 질문을 이어갈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가설을 설정해서 묻고 선생님으로부터 검증을 받으면서 숫자를 빠르게 찾아냅니다. 만약 선생님이 생각해 둔 숫자가 27일 경우 6번 정도만 질문하면 답을 맞힐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릴 적에 많이 했던 ‘스무고개 넘기’ 게임도 전형적인 가설 설정 게임입니다. 


#품질 좋은 가설을 찾는 법

스무고개를 하는 것처럼 인터뷰, 자료 분석 등을 통해 실증을 진행하는 동안 가설의 진위 여부는 금세 드러납니다. ‘월급이 적어 직원들이 태만하다’는 가설을 갖고 직원 5명과 인터뷰했지만 아무도 그런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다른 이유를 더 성토한다면, 그 가설을 폐기하거나 제쳐놓고 다른 가설을 세우면 됩니다. 유능한 문제해결사라면 굳이 50명의 인터뷰를 다 끝낼 때까지 기존의 가설을 붙들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가설이 좋은 가설은 아니기 때문에 품질 좋은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원들이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다’는 문제를 접하고 다음과 같이 3개의 가설을 세웠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직원들이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사적인 용무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다
△회사의 정책을 비방하는 글을 인트라넷에 자주 올린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것들은 나쁜 가설입니다. 왜냐하면 ‘직원들이 태만하고 불평불만이 많다’는 문제를 그대로 반복한 문장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가설이 되기 위해 가장 으뜸인 조건은 문제의 근본원인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야 가설 설정의 목적 중 하나인 문제해결의 속도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문제해결에 능수능란한 사람이라면 의도적으로 눈에 보이는 현상보다는 다음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에 초점을 맞추려는 노력으로 좋은 가설을 세웠을 것입니다.

△직원들에게 충분한 양의 업무가 배정되지 않는다
△대외업무가 너무 많아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회사 정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고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린다.


#단순 접근으로 해법 제시해야

무엇보다 좋은 가설은 해법의 실마리를 제시합니다. 여러분이 여행을 떠나려고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데 무슨 이유인지 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에 처했다면 ‘배터리가 방전돼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배터리를 충전시키면 시동이 걸리리란 해법과 연결되므로 좋은 가설이지만, 만약 ‘나에게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차를 이상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가설이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의 해결과 직접적으로 연결짓기 어렵습니다. 차를 망가뜨린 범인을 색출하는 일이 중요할지 모르나 설령 범인을 밝혀낸들 자동차를 수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일과는 거리가 멉니다. 따라서 이 가설은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좋은 가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음으로 좋은 가설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합니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신학자였던 오컴의 윌리엄(William of Ockham)은 “보다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은 헛수고”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소위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말입니다. “조건이 같다면 가장 단순한 것이 더 진리에 가깝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가설을 수립할 때 오컴의 면도날을 날카롭게 들이대야 합니다. ‘직원들이 태만하다’는 문제의 발생 원인에 대해 ‘직원들의 뇌 구조가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가설을 세웠다면 과학자에겐 유용할지 모르겠지만, 지식과 장비가 없는 여러분의 입장에서 실증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있으나마나 한 가설입니다. 

결국 좋은 가설이 되기 위해서는 문제의 근본원인을 파고들어 해법의 실마리를 제시하며, 최대한 단순해야 합니다. 가설이 참이냐 거짓이냐는 가설의 좋고 나쁨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실증을 통해 참으로 판명되거나 참이라고 판명될 가능성이 높은 가설이라고 해서 좋은 가설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참과 거짓을 실증하고 나아가 근본원인을 밝히는 데 얼마나 효과적이냐가 좋은 가설의 여부를 결정함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한국경제신문 2011.12.9일자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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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몸에 좋은 경영의 비타민'에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데이트됐습니다.

- 제목 : 가설을 세워야 문제해결이 쉽다
- 카테고리 : 문제해결

오늘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 뼈대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사람들은 문제가 쉬어 보이거나 경험상 익숙하면 문제해결의 기본 뼈대를 무시하고 해법을 즉시 내리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믿음을 반영하는 답을 금세 찾으려고 하죠.

아마도 이와 같은 습성은 인간이 먼 옛날 원시시대 때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법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그때는 생존에 유리했겠지만 해법을 자동적으로 찾으려는 습성은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문제해결에 방해가 되고 맙니다.


애플 아이튠즈에서 보기 (이 방법을 가장 추천합니다)
http://itunes.apple.com/kr/podcast/id394088827 

YouTube(유투브)에서 보기
http://www.youtube.com/watch?v=6hn5dJgin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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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일본이 서로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던 '러일 전쟁(1904~1905)'때의 일입니다. 전투에서도 많은 병사가 목숨을 잃었지만, '각기병'으로 허무하게 죽는 병사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전투력 손실을 염려한 군의관들은 각기병의 원인을 규명해서 해법을 찾으려고 갖은 노력을 했지요.

하지만 러일전쟁 전이 일어나기 한참 전(1884년)에 이미 각기병의 원인이 특별한 영양소의 결핍 때문에 발생하리라 짐작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다카기 가네히로하는 해군의 군의관이었습니다. 그는 해군 병사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를 개선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가능한 한 영양소가 골고루 섭취되도록 백미에 보리를 섞어 '혼식'을 제공한 것이었죠. 이 조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해군 병사들에게서 각기병이 거의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러일전쟁의 전투 장면을 그린 '일노혼전화도'


하지만 일본 육군 내에서 높은 위치에 있던 군의부장 모리 린타로(필명인 모리 오가이로도 불림)는 해군의 사례에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각기병이 영양소의 결핍 때문이 아니라, '병원균'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을 절대적으로 믿었습니다. 

모리 린타로(모리 오가이)

모리가 이런 가설을 신봉하게 된 배경에는 당시에 첨단과학으로 여겨진 세균학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탄저균, 결핵균, 콜레라균을 발견한 근대 세균학의 창시자 로베르트 코흐가 한창 이름을 날릴 때 모리는 도쿄제국대학 의학부 학생이었던 것이 그가 병원균에 그토록 집착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모리의 가설은 문제가 있는 가설이었습니다. 모리가 소위 '각기균' 발견을 통해 각기병을 치료하려 했지만 그 시도는 매번 실패로 돌아갔으니 말입니다. 모리가 각기균 발견에 열을 올리는 동안  21만여 명의 병사들이 각기병을 앓았고 2만 7천여 명의 육군 병사들이 각기병으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전투에서 숨진 병사가 4만 7천 명인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사망자 수였죠.

각기균이 모리의 머릿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은 4~5년 후(1910년)에 스즈키 우메타로가 비타민 B1을 발견하면서 분명해졌습니다. 비타민 B1의 결핍이 각기병의 원인이었습니다. 결국 해군 군의관이었던 다카기의 가설이 옳았던 거죠. 

하지만 모리의 생각은 매우 완강했습니다. "쌀겨 따위로 각기병이 낫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죽을 때까지 각기균에 대한 가설을 접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마부대끼리의 접전을 그린 그림


이 사례에서 우리는 2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가설을 향한 '사랑'은 문제해결을 저해한다는 것입니다. 모리가 처음부터 각기균이 각기병의 원인이라는 가설을 세운 것 자체는 문제해결사로서 올바른 행동이었습니다. 문제해결에 가설로 접근했던 모리의 방법은 문제해결사가 따라야 할 규범 중 하나죠. 모리가 틀렸고(그래서 그는 멍청하고) 다카기는 옳았다(그래서 그는 현명하다고)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우리가 상황을 다 알기 때문에 내리는 결과론적인 판단일 뿐입니다.

문제해결사로서 모리에게 비타민 B1 부족만큼이나 치명적이었던 부분은 자신의 가설을 가설 그대로 두지 않고 '사실(fact)'이라 믿기를 원했다는 점입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이런 맹신은 해군의 성공 사례를 무시하고 전투력의 손실을 좌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죠.

가설은 어디까지나 임시로 설정한 하나의 명제에 불과합니다. 가설로 세워졌다고 해서 무소불위의 힘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코흐의 성공이 모리가 '각기균 가설'을 세운 간접적 배경이었다 해도 코흐의 명성 자체가 입증의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모리는 코흐의 권위를 각기균 가설의 권위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가설은 그저 가설일 뿐임을 망각했던 겁니다.

두 번째 교훈은, 가설에 객관적인 입장을 취한다 해도 그것을 증명하는 일에 함몰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카기(해군의 군의관)는 사실 '특정 영양소의 결핍이 각기병을 일으킨다'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한 적이 없습니다. 그의 가설은 나중에 스즈키 우메타로가 비타민 B1을 발견하고서야 비로소 입증됐지요.

다카기 가네히로

다카이는 현명했습니다. 특정 영양소가 없다는 가설이 옳다면 가능한 한 여러 음식을 골고루 구성한 식사를 병사들에게 제공하면 된다고,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생각할 줄 알았습니다. 특정 영양소가 무엇인지 꼭 알아야 할까요? 주변 열강과 치열하게 힘을 다퉈야 할 상황에서 꼭 특정 영양소가 무엇인지 밝혀내는 일이 그토록 중요하고 위급한 일일까요?

다카이는 특정 영양소의 정체를 규명하지 않았지만 즉각 시도가 가능한 '혼식 식사 제공'이라는 해법이 각기병 치료와 예방에 꽤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그저 우연이거나 '비과학적'이라는 의심이 들었겠지만, 전쟁 와중에 적용할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이었습니다. "특정 영양소의 정체를 꼭 알아야만 각기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고집하지 않은 채, 즉 가설의 증명에만 목매달지 않은 채 해법을 적용했던 까닭에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죠.

원인을 꼭 알아야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설의 증명 없이도 우연하게 해법을 알게 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이런 경우, 가설의 증명을 거치지 않았으니 그런 해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은 매우 '교조주의적'이고 형식에 매몰된 태도입니다. 특히 전쟁처럼 위급한 상황일 땐 더욱 그러합니다.

정리하면, 모리와 다카기의 서로 대비되는 사례는 가설을 사랑하지 말고, 가설의 증명에 유연하게 대처하라는 교훈을 시사합니다. 문제 자체보다도 문제해결사의 고집과 몰이해가 더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문제를 접하고 가설을 세워 증명하는 순간, '내가 가설과 사랑에 빠지진 않았는지', '가설 증명에 집중하느라 이미 곁에 있는 해법을 보진 못하는지' 살펴보고 점검한다면 그런 위험을 어느 정도는 예방하지는 않을까요?

오늘도 즐겁게 문제해결 하십시오.


(*사례 출처 : '동적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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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가설부터 세우세요   

2010. 7. 12. 09:00


사람들은 문제가 쉬어 보이거나 경험상 익숙할 때 문제해결의 과정을 생략하고 해법을 즉시 내리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믿음을 반영하는 결론을 찾는 데 마음이 쏠리기 때문이죠. 

어느 회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2명의 베테랑 기술자들이 있었는데, 제품의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를 접하고서 ‘고(高)정밀도의 베어링을 삽입하면 품질이 향상된다’라는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과거에도 그렇게 해서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 해법의 근거였습니다.

베어링을 주문해서 받는 데까지 4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는데, 주위 사람들이 우려를 나타내자 그들은 베어링만 도착하면 문제가 다 해결되리라 장담했습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나고 고정밀도 베어링을 끼워 넣었지만 불량률은 전혀 줄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면밀히 살펴보니 문제의 원인은 베어링이 아니라 다른 부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들이 과정을 중시했다면, 정밀도가 낮은 베어링을 끼워 보고 품질이 저하되는지를 살펴야 했습니다. 베어링의 정밀도와 품질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판단될 때에 고정밀도 베어링이 문제해결의 해법이라고 주장했어야 했죠. 그들이 과정을 무시한 이유는 20년 이상의 경험으로 축적된 직관을 철썩 같이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를 성급하게 해결하려는 관성을 버리고 과정에 따라 착착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은 가설지향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가설지향적 문제해결법은 과학에서 유래됐습니다. 여러분은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일반상대성이론’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의 작용으로 빛이 휜다는 이론입니다. 

그는 1916년에 이런 내용의 논문을 냈는데, 실험으로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가설로만 인정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만일 일반상대성이론이 옳다면 태양의 중력 때문에 태양 너머에 있는 별은 원래의 위치보다 1.75도 옆에서 보일 거라고 예상했죠.

진짜 그러한지 실험을 진행한 사람은 아서 에딩턴(Arthur S. Eddington)이라는 천체물리학자였습니다. 그는 1919년 5월 29일을 가장 좋은 실험일로 선택했는데, 그날은 개기일식이 있는 날이라서 강렬한 태양의 방해를 받지 않고 별을 관측하기 좋았기 때문입니다.

에딩턴은 서아프리카에 있는 프린스페 섬과 브라질 북부의 스브랄 두 곳에서 관측을 실시했는데, 아인슈타인이 예견한 값과 매우 근사한 측정치를 얻었습니다. 이로써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가설에서 이론으로 승격됐습니다.

에딩턴이 이 실험을 어떤 전제 하에 진행했을까요?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아인슈타인의 가설] 중력에 의해서 빛이 휜다.

[에딩턴의 전제] 태양 너머에 있는 별이 원래 위치보다 다른 위치에 있는 듯이 보인다면, 중력에 의해서 빛이 휜다고 믿어도 된다.

[근거] 아인슈타인의 예측치(1.75도)와 매우 근사한 값을 관측했다.

[결론] 따라서, 중력에 의해서 빛이 휜다.

이렇게 전제와 근거를 통해 가설을 증명하여 결론을 이끌어 내는 방법이 바로 가설지향적 문제해결법입니다. 이때 전제와 근거는 충분한 납득성을 갖춰야 합니다. 이치에 맞지 않는 전제를 사용하고 거짓 근거를 제시해서 이뤄진 증명은 신뢰할 수 없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여러분이 “직원들이 나태해서 큰일이다”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해보죠.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 “최근에 외부에서 팀장이 영입된 팀의 직원들이 나태하다”는 것이 원인이라고 하겠습니다. 아직 잠정적이기 때문에 참인지 거짓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가설로 설정한 다음, 전제와 근거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가설지향적 문제해결법은 다음과 같이 전개됩니다.

[가설] 최근에 외부에서 팀장이 영입된 팀의 직원들은 나태하다.

[전제] 최근에 외부에서 팀장이 영입된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근태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나태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근거] 근태 데이터인 일일평균근무시간, 지각횟수, 인터넷 사용량 등에서 통계적으로 큰 차이가 발견됐다.

[결론] 따라서 최근에 외부에서 팀장이 영입된 팀의 직원들은 나태하다.

이렇듯, 가설지향적 문제해결법은 가설을 먼저 세우고 그것을 전제와 근거를 통해 증명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문제해결법은 과학자들이 자연법칙을 탐구하고 증명하기 위해서 오랜 기간 적용하고 다듬어 온 연구 방법에서 차용한 것으로서, 원인을 증명하고 해법을 도출하는 데에 매우 좋은 접근 방법임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무언가를 증명하려면 무조건 가설부터 세우세요. 가설을 세우느냐 세우지 않고 넘어가느냐, 여기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가늠됩니다. 오늘도 즐겁게 문제해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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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로 루피니(Paolo Ruffini)라는 이탈리아의 수학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5차방정식을 풀 수 있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한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고등학교 때 달달 외웠던 2차방정식의 '근의 공식'과 같은 공식이 5차방정식(x의 차수가 5인)에서는 없음을 증명했던 거죠. 하지만 그의 증명은 오류가 있음이 그가 죽은 후에야 밝혀지게 됐습니다. 

루피니는 2권 분량이나 되는 자신의 증명을 책으로 출판하여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습니다. 당시의 위대한 수학자 중 한 사람이었던 라그랑주에게도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의 책을 보내어 '검증하거나 인정해주기를' 바랐지만 라그랑주는 아무런 답장도 보내지 않았죠. 웬일인지 사람들은 그의 증명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첫 번째 이유는 그의 증명이 너무나 복잡하고 길었기 때문입니다. 책으로 2권이나 되는 그의 증명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따져보기에는 너무나 방대하고 어려웠습니다. 5차방정식 문제가 수학자들의 주요 테마 중 하나이긴 했지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같이 수세기 동안 수학자들을 괴롭혔던 문제가 아니고서는 관심을 쏟을 이유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부정적인 결과('5차방정식엔 근의 공식이 없다')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심리 때문입니다. 수학자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3차방정식과 4차방정식에서 근의 공식을 규명해냈기 때문에 5차방정식에서도 근의 공식이 존재하리라고 추정했습니다. 그 공식이 복잡하고 난해하더라도 언젠가는 밝혀지리라는 믿음을 가졌지요. 

우리는 두 번째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에 반하는 증명을 누군가가 제시했을 때 자동적으로 그것을 반대하려는 심리가 있습니다. 자신의 가설을 '반증'하는 근거를 수용하기 어려워 합니다.

그러니 루피니가 나타나서 오랜 시간 동안 잠정적으로 믿어왔고 '입증'하려고 애써온 가설이 틀렸다는 증명을 자신들에게 던져주니 살펴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던 겁니다. 2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더더욱 그랬죠. 그래서인지 루피니의 증명에 존재하는 오류는 그가 살아있을 땐 규명되지 못했습니다(나중에 노르웨이의 수학자 닐스 아벨이 5차방정식에는 근의 공식이 없음을 '옳게' 증명해 냅니다).

가설은 한번 설정되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해서 마치 그 가설이 옳은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그래서 가설을 입증할 근거만 눈에 보이고 반증할 근거는 자신도 모르게 외면하고 맙니다. 누군가가 가설의 틀림을 이야기하면 그가 제시한 근거에 먼저 눈을 돌리기보다는 가설의 보호자를 자처해 그 사람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루피니는 죽기 1년 전인 1821년에야 위대한 수학자인 코시(Cauchy)로부터 5차방정식 연구에 대해 찬사를 받았지만 코시도 루피니의 증명을 검증해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루피니는 수학자가 아니라 발진티푸스를 연구하고 치료하는 의사로 살다가 1822년에 삶을 마감합니다.

자신이 만들었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가설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을 가지기가 어려움을 루피니의 '불행한 삶'이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가설은 그냥 가설일 뿐입니다.

(*참고도서 :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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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일에 벌어진 9/11 사태의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했던 9월 20일, 부시 대통령은 결연한 어조로 '이분법적 사고'의 전형이라고 칭할 만한 발언을 합니다. "이제는 결정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편이 될지, 테리리스트의 편이 될지를!"

부시 정부는 오사마 빈 라덴의 탈레반 조직과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사이에 연관관계가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압박합니다. 물론 이라크가 탈레반 조직을 도와준 것은 사실이지만 적극적인 후원은 아니었습니다.

미국은 국제사회를 향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음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데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대량살상무기의 존재 여부를 감찰하기 위한 유엔 사찰단의 구성을 이끌어 내죠. 그리고는 이라크에게 "무엇이 감춰져 있는가? 왜 감추는가?"라고 말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여갔습니다.


결국 이라크는 자국에 대한 금수 조치를 해제하지 않으면 유엔 사찰단의 조사를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정확히 말하면, 초기엔 받아들였다가 민감한 시설들의 감찰은 거부했습니다). 이것은 미국에게 이라크를 침공해도 좋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가설인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를 실증했기 때문입니다.

[가설]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

[전제] 감출 것이 없으면 유엔 사찰단의 조사를 허락할 것이다
         감출 것이 있으면 유엔 사찰단의 조사를 거부할 것이다

[근거] 이라크는 유엔 사찰단의 조사를 거부했다

[결론] 따라서,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 정부가 가설을 실증하기 위해 사용한 '전제' 부분입니다. 미국정부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가 가졌다면 들키지 않기 위해 유엔 사찰단의 감시를 피하고자 할 테고, 그렇지 않다면 떳떳하게 사찰단의 조사를 환영할 것이라는 전제를 실증에 적용했습니다. 이 전제는 옳을까요? 여러분은 미국 정부의 전제에 동조할지 모르겠군요. 

사담 후세인은 미국을 향해 허세를 부리긴 했지만, 미국과 대적해 실제로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할 만큼 대담한 바보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1990년에 벌어진 1차 걸프전에서 미국의 막강한 화력 앞에 무력하게 무릎을 꿇은 패배를 똑똑히 기억하기 때문에 미국을 자극할 동기가 없었죠.

그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그의 20년 넘는 장기 집권은 대량살상무기와 같은 '거짓 공포'에 의해 유지돼 왔기에 유엔 사찰단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음을 증명한다면 정권의 기반이 위태해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가 없음을 감춰야 했기에 사찰단 방문을 거부했던 겁니다. 따라서 위의 실증에서 사용된 전제인 '감출 것이 없으면 유엔 사찰단의 조사를 허락할 것이다'는 잘못됐습니다. 

이 전제는 철저하게 '잘못이 없으면 당당하게 대응하라'는 미국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왔습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사담 후세인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자신들만의 생각이었죠. 권력욕이 강한 후세인의 입장을 반영하기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는 가설을 올바르게 실증하려 했다면, 유엔 사찰단을 이용해서 만천하에 보유 여부를 드러내자는 식의 전제는 지양했어야 합니다. 미국이 후세인의 입장을 고려했다면, 다음과 같은 사고를 전개했어야 합니다.

대량살상무기가 있을 경우,  
  → 사찰에 걸리면 미국으로부터 제제를 당할 것이다
  → 따라서 사찰단 조사를 거부할 것이다

대량살상무기가 없을 경우,
  → 없다는 것이 공개되면, 권력 기반이 무너질 것이다
  → 따라서 사찰단 조사를 거부할 것이다

대량살상무기가 있거나 없거나 이라크가 사찰단의 조사를 허락하지 않을 것임을 미리 간파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대량살상무기가 있음을 밝히고 싶었다면 유엔 사찰단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했지요.

하지만 똑똑한 사람들이 대거 포진한 미국 정부가 이라크 입장을 고려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어떤 경우에든 이라크가 사찰단을 거부할 것임을 알고서 이라크를 압박했는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입장에선 이라크에게 사찰단 조사를 강요하는 방법이 (아마도 이라크의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최고의 전략이었을 겁니다. 딜레마를 현명하게 타개하지 못한 순진한 후세인이 전쟁의 빌미를 확실하게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알고보면 부시는 바보가 아니라 똑똑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우리가 여기서 알아야 점은 2가지입니다. 첫째, 잘못된 전제는 잘못된 실증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봤듯이 문화적 배경과 처한 입장 등에 따라 가설 실증을 뒷받침하는 전제가 달라짐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각각 다른 전제를 가지고 가설을 바라본다는 점은 문제해결사가 꼭 염두에 둘 사항입니다.

둘째, 트릭을 쓴 전제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좁게는 미국의 국민과, 넓게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감출 것이 없으면 유엔 사찰단의 조사를 허락할 것이다"란 전제에 속아 넘어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동조하거나 묵인하고 말았습니다. 이는 문제해결을 방해하거나 자기 식대로 밀고나가기 위해 고의적으로 '뒤틀린 전제'를 사용하는 자를 조심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중에 이런 방식으로 몰고가는 '부시 같은 자'가 한 명쯤 있기 마련이니 필히 경계하기 바랍니다.

올바른 전제가 올바른 실증을 이끕니다. 올바르지 않은 전제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전쟁을 촉발시킬지 모릅니다. '천안함 사고가 누구의 소행이냐'는 실증에서 정부가 들이댄 전제들은 과연 옳을까요? 그것이 옳건 그르건, 우리 모두 두 눈 똑바로 뜨고 감시할 일입니다. 그럴 자유는 있으니까요.


(*참고도서 : '생각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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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을 구상해 봅시다   

2009. 8. 21. 09:06

지금까지 올린 포스팅의 내용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문제해결 과정을 다시금 음미하면서 이번 포스팅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동안 설명한 문제해결의 과정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관찰 → 가설 → 실증(=분석) → 근본원인

개인이나 조직에 원인 모를 문제가 감지되니 이를 해결해 달라는 의뢰인의 요청이 들어오면, 문제해결사는 관찰을 통해 가설을 수립하고 그것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실증함으로써 문제의 근본원인을 결론으로 규명합니다. 그 동안 올린 포스팅은 모두 '문제의 근본원인 규명'을 위한 단계였습니다. 여기까지가 문제해결의 1부입니다.

문제해결의 1부를 끝내고 잠시 휴식을...


오늘부터는 문제해결의 2부인 '해결책 수립'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이 단계는 근본원인을 해소하거나 줄임으로써 지금보다 좀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입니다. 해결책을 수립하는 단계를 자세히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설 → 검증 → 채택

여기서 가설이란 말이 또다시 튀어 나와서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문제해결의 1부(문제의 근본원인 규명)에서의 가설은 '원인 규명의 가설'인 반면에, 여기서는 해결책들을 가설로 설정한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됩니다. 어떤 해결책이 문제해결에 적합할지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설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설은 '문제해결의 가설'이라고 말합니다. 

가설 수립하기
근본원인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 적용이 가능한 해결책들은 여러 가지가 제시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나태한 근무태도를 보이는 근본원인이 '팀장의 리더십 부재'라고 한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노련한 문제해결사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바로 제시합니다.

1) 팀장의 리더십을 향상한다
2)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
3) 팀장의 리더십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 수준을 낮춘다

이렇게 근본원인이 규명되자마자 곧바로 '툭툭' 튀어나오는 잠정적인 해결책들이 바로 문제해결의 가설을 형성합니다. 이 중 어떤 방법이 직원들의 나태한 근무태도를 개선시킬지는 아직 모르는 상태, 즉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가설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문제해결의 가설들이 과연 의뢰인의 고민(예:직원들의 나태함)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과정이 '검증' 단계입니다. 다시 말해 '적합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검증인데요, 그러려면 우선 가설의 내용을 상세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팀장의 리더십을 향상한다'라는 가설로는 무엇을 어떤 관점으로 검증해야 할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위의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라는 가설을 검증이 가능하도록 상세하게 수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설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

- 현 팀장을 리더십의 요구가 덜한 부서로 전보한다
- 일단 내부채용으로 새로운 팀장을 선임한다
- 적격자가 없을 경우, 헤드헌터로부터 팀장 후보를 추천 받는다
- 심층면접을 통해 새로운 팀장을 선임한다

위의 예는 가설 자체가 간단하기 때문에 상세 내용도 간단하게 구성되지만 "VIP고객에 판매를 집중한다"와 같은 가설을 수립했다면 그 안에 채워져야 할 내용이 녹록하지 않습니다. 이 가설의 상세 내용은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겁니다.

가설 "VIP고객에 판매를 집중한다"

- 전문점 판매에 집중한다. 동시에 할인점에서 철수한다
-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광고를 제작/방송한다
- 전문점의 VMD(비주얼 머천다이징)을 VIP고객 취향에 맞게 변경한다
- 전문점을 전국 주요도시에서만 운영한다
- '1:1 고객담당제'를 운영한다
- 高마진, No세일 정책을 도입한다
...

검증하기
문제해결의 가설들 모두에 대해 이렇게 상세 내용의 정리가 완료되면, 검증의 단계로 넘어갑니다. 검증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각 가설이 문제해결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따지는 과정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검증의 잣대인 '검증 요소'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가설들은 어떤 잣대를 가지고 적합한지의 여부를 따질까를 결정하자는 것이지요.

검증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첫번째에 놓여야 할 검증 요소는 바로 '문제해결효과'입니다. 지난 포스트에서 설명한 '효과'의 의미를 떠올려 보면 문제해결효과가 어떤 말인지 금방 깨달을 수 있습니다. 문제해결 과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문제의 해소'입니다. 따라서 가설 A를 적용하여 근본원인을 눈 녹듯이 사라지게 만들어 의뢰인을 괴롭히는 문제를 일시에 해소한다면, 가설 A의 문제해결효과는 높습니다.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는 가설을 적용한다고 가정할 때 직원들이 나태한 근무태도를 버리고 의뢰인이 원하는 수준의 생산성을 보일 거라 신빙성 있게 예상된면 이 가설은 문제해결효과가 높은 가설입니다. "이미 몸에 뱄는데 팀장 바꾼다고 해서 직원들의 태도가 바뀌겠어?" 라는 반론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면 이 가설의 문제해결효과는 높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문제해결효과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효율'도 가설을 검증하는 또하나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효율'이란 효과를 달성하는 과정을 얼마나 '잘 했는지'를 측정하는 척도라고 역시 지난 포스트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다른 가설들보다 적은 비용으로 빠른 속도로 효과에 다다를 수 있어야 문제해결효율이 높은 가설(해결책)입니다.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는 가설이 문제해결효과가 높다고 평가되더라도 그것을 실제로 실행하려면 돈과 인력이 상당히 많이 소요되거나 직원들의 나태한 근무태도를 척결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좋은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문제해결효과는 오직 '문제해결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는 단 한 가지의 차원을 가집니다. 반면에 문제해결효율은 그 안에 속도, 비용, 양과 같은 3가지 차원을 포함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지표로 표현됩니다. 문제해결사는 해결책을 실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돈, 인력, 중간산출물의 양 등의 지표들 중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들을 선정하여 문제해결효율을 대표하도록 해야 합니다.

채택하기
결론적으로 좋은 해결책이란 문제해결효과가 높고 문제해결효율도 높은 가설입니다. 여러 가설들을 이 두 가지 검증 요소로 이뤄진 매트릭스로 판단한 후에 우상단에 위치한 가설을 최우선적으로 채택하면 됩니다.


다행히 우상단(고 효과 & 고 효율)에 놓인 해결책이 오직 하나라면 그것을 곧바로 채택해 실행하면 됩니다. 그러나 2개 이상의 해결책들이 함께 위치한다면, 이제 문제해결사에게는 '의사결정'이라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그것들 모두를 실행할지, 아니면 하나만 골라서 집중적으로 실행에 옮길지가 고민이 됩니다. 최상의 해결책 하나만을 채택하기 위한 의사결정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습니다.

오늘도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해결책과 함께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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