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에서 자아실현의 감동을 얻기는커녕 염증을 느끼고 매너리즘에 휩싸여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새로운 일이 발생하거나 기존의 업무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면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로 삼기보다 습관과도 같은 피로감에 먼저 사로잡힙니다. 아무런 변화 없이 그저 정해진 대로만 진행되기를 바랄 뿐 개선이나 혁신의 의지는 에너지 넘치는 다른 사람들의 일로 치부하고 맙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자신의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직원들이 수명이 다 되어가는 건전지처럼 에너지가 소진된 듯한 느낌을 갖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단순하게 업무량이 많고 업무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일까요? 사람들 사이의 관계, 특히 상사와의 관계에 치유가 어려운 문제가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직원 자신의 의지력이 박약한 탓일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업무에서 활력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활력을 빼앗긴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직원들이 업무로부터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스스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업무나 활동으로부터 배제되고 위에서 떨어지는 일, 맡은 직무나 조직의 생리상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처럼 내적 동기를 갖기 힘든 업무 환경 속에 놓여져 있는 까닭입니다.




사람들은 돈보다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가치를 느끼는 업무나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개인적으로 직원들은 활기 넘치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조직의 생산성 향상과 혁신을 추진할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요 클리닉(Mayo Clinic)이란 의료기관에서 실시한 조사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연구팀은 마요 클리닉의 모든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각자 환자 진료 및 치료, 연구, 교육, 행정업무 등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소요하고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또한 의사들이 각각의 영역 중에서 무엇을 가장 '가치 있는' 일로 느끼는지도 조사했습니다. 예상대로 68%의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지만, 연구, 교육, 행정업무에도 각각 19%, 9%, 3%의 의사들이 가치를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각 업무 영역에 실제로 소요하는 시간과 가치를 느끼는 정도를 비교하니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 활동에서 가치를 느끼는 의사들은 환자 관리에 64%의 시간을 썼지만 교육 업무에는 15.1%의 시간 밖에 쓰지 못하고 있었죠.

연구자들은 바로 이 불일치가 업무 피로감의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검증할 목적으로 Maslash Burnout Inventory라는 측정도구를 써서 의사들의 업무 피로도를 측정했습니다. 그랬더니 가치를 느끼는 업무 영역에 20% 미만의 시간(일주일에 하루 미만)을 사용하는 의사들이 더 많이 '번-아웃(burn out)'되었다는 결과가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번-아웃된 의사들은 36개월 내에 현재의 직무를 떠나고 싶다는 의지를 크게 나타냈고, 24개월 내에 상근직에서 파트타임직으로 이동하기를 희망하는 경향이 더 컸습니다. 

이 연구는 설문을 통해 상관관계의 존재 여부를 따져본 것이기에 완전한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의 내적 동기와 실제 업무 사이의 괴리가 클수록 직원 개인의 건강한 삶과 조직의 활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짐작케 합니다. 외부적인 이유로 직원들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일에 충분한 시간을 쏟지 못할 경우 쉽게 번-아웃될 가능성이 높을지 모른다는 것, 번-아웃된 직원일수록 현재의 직무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생산성을 내지 못한다는 것, 향후에 직무를 이탈함으로써 무형의 업무 노하우도 함께 사라져 버릴 확률도 높다는 것 등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조직 혁신의 에너지와 성과는 개인에게서 나오지 않습니다. 조직을 운영하는 시스템에서 나옵니다. 이 말은 개인의 역량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개인의 역량을 조직의 성과로 연결시키는 데 있어 책임을 지는 주체는 직원이 아니라는 뜻이죠. 책임은 시스템에게 있습니다. 개인의 역량, 내적 동기의 근원, 경력개발의 요구 등에 적합하게 운영되는 시스템(제도, 인프라, 조직문화 등)을 갖추지 못한 채 직원 개인의 부단한 노력과 기여를 당근으로 유도하고 채찍으로 강요하는 조직은 직원들을 쉽게 번-아웃시키고 방치할지 모릅니다. 

물론 인력 운용상, 조직의 생리상 직원들이 의미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업무 프로세스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일주일에 적어도 10%의 시간(대략 4시간) 정도는 기존의 담당 업무를 떠나 마음대로 의미 있는 업무를 하도록 권장하면 어떨까요? 뭘 하든 상관없이 자신의 내적 동기를 발화시킬 탈출구를 만들어 두자는 뜻입니다. 구글이 일주일에 20%의 시간을 직원들에게 마음대로 쓰게 하면서도 그런 자유시간을 통해 지메일(Gmail), 구글 어쓰(Earth) 등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얻어냈다는 사례를 떠올려 보면, 그 시간이 생산성을 해치고 직원들을 나태하게 만들 거라고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직원들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조직 내에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보이려는 동기를 가진 성인입니다. 방종에 쉬이 빠질 사춘기 청소년이 아니죠.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픽사(Pixar)는 만화영화 제작자와 회계담당자부터 보안 요원에 이르는 모든 직원들이 1주일에 4시간까지 교육 받도록 권장 받습니다. ‘픽사 대학’은 110개 과목의 교육 프로그램을 직원들에게 제공하는데,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미술 및 영화제작 과정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학장인 랜디 넬슨(Randy Nelson)은 “왜 회계담당자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줄 아세요? 그림 수업은 사람들에게 그리는 방법만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관찰력을 향상시켜서 혜택을 얻는 회사는 픽사 말고 지구 상에는 없지요.”라고 말합니다. 직원들에게 본업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분야를 접하도록 기회를 줌으로써 업무 만족도 향상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흥행작을 연달아 내놓을 수 있는 힘을 확보하는 픽사를 그저 부러워하거나 그들이니까 가능한 일로 치부해야 할까요?

직원들은 성과를 만들어내도록 임금을 주고 구입한 '성과 기계'가 아니라, 성과 그 자체입니다. 직원들이 가치를 상실하고 번-아웃됐다면 성과도 번-아웃되는 것이죠. 이때는 직원들에게 엄격한 평가와 높은 성과급이라는 당근과 채찍을 흔들어대기보다는 그들이 조직 내에서 살아가는 환경, 즉 시스템을 혁신해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구성원에게 적응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번-아웃된 상태입니까? 무엇때문입니까? 여러분 자신 때문입니까, 아니면 조직의 시스템 때문입니까?


(*참고 논문 : Career Fit and Burnout Among Academic Faculty )
(*참고 도서 : Demand: Creating What People Love Before They Know They Want 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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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개발을 시스템으로!   

2010. 7. 8. 09:00

많은 기업들이나 공공기관들이 앞다투어 경력개발제도(CDP)를 도입합니다. 경력개발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회사의 목표와 자아실현의 목표를 일치시킴으로써 성과를 최대한 이끌어 내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인사정책의 방향이 회사 입장에서 직원 입장으로, 중앙통제 중심에서 개인 자율로 변화하는 흐름을 반영합니다.

경력개발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성공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죠. 무엇보다 훌륭하게 만들어진 제도가 서류상의 제도로 남지 않고 원활하게 실행에 옮겨지려면 IT시스템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경력개발을 위해 직원, 관리자, 인사부서가 해야 할 일들이 당연히 늘어나게 되는데,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면 가뜩이나 할 일이 넘쳐나는 개인들의 반발에 부딪쳐 결국 경력개발제도는 유야무야해질 게 뻔합니다.


요즘에는 e-HR이라 하여, 인사관리의 모든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운영하려는 회사가 많은데, e-HR 내 경력개발 모듈에서 갖춰야 할 기본 기능은 아래와 같이 모두 5가지입니다.

- 경력정보 제공
- 경력개발 활동 관리
- 자기개발계획 기능
- 직무적합도 평가 기능
- 교육 기능

경력개발 IT시스템은 회사 내에 어떤 직무가 존재하고 직무별 요건은 무엇인지, 각 직무는 어떠한 표준경력경로를 갖게 되는지를 분명하게 정의해 놓은 ‘경력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누구나 쉽게 자신이 목표로 하는 직무의 내용을 인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보통 직무기술서의 형태로 경력정보를 제공하는데, 가장 간단한 것인데도 많은 기업들이 직무의 기본정보를 제공하는 데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직무가 요구하는 여러 조건(역량, 지식/스킬, 사전 경력 등)에 자신이 얼마나 적합한지, 또는 얼마나 부족한지를 스스로 평가해 볼 수 있도록 ‘직무적합도 평가’ 기능을 포함해야 합니다. 단순한 평가보다는 ‘어떤 것이 부족하니까 이렇게 해 보라’라고 교육과정을 권한다든지 등의 조언을 해주는 시스템이 되어야 합니다. 간단한 로직인 것 같지만, 의외로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죠.

또한 경력개발 IT시스템에 교육 관련 정보들이 집약되어야 합니다. 경력개발 지원에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구성원의 만족도를 가장 크게 높이는 방법이 바로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경력개발시스템은 회사 내외에서 실시하는 모든 교육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 포탈’이 되어야 합니다.

경력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인사부서에서 여러 활동을 하게 되는데, 사내채용(Job Posting), 경력상담, 멘토링(Mentoring), 지식동아리(CoP) 운영 등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구성원들이 이러한 활동에 스스로 참여하여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능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인사부서가 경력개발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수시로 분석하고 통제하도록 통계기능과 보고자료 작성 기능도 갖추면 좋겠죠.

많은 이들이 경력개발제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오해는 ‘내가 가만히 있어도 제도가 나의 경력을 개발해 줄 것이다.’ 라는 식의 생각입니다. 경력개발 활동들은 기본적으로 회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율에 의한 것입니다. 회사는 어디까지나 지원자일 뿐이죠. 스스로 무엇을 개발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우고 교육 이력 등을 관리해 나가는 공간을 경력개발 IT시스템이 제공해야 합니다.

그밖에, 퇴사 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취업정보, 창업정보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퇴사자와 재직자가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경력개발 IT시스템의 활성화를 위해 도움이 되는 기능입니다.

오늘도 즐겁게 '경력개발' 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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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보조 인력이 핵심인재라고요?   

2010. 3. 30. 09:00

많은 회사들이 대졸 사원 이외에 사무보조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을 운영합니다. 보통 '여사원'이라는 말로 잘못 호칭되는 사무보조인력들은 대개 실업계 고등학교나 전문대를 졸업한 자들이 맡으며, 전표 처리 등 부서 내 각종 서무 업무를 수행하지요.


그런데 ERP와 같은 시스템들이 속속 구축되면서 이들의 업무량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업무량이 줄면 인력 감축이든 재배치든 인력효율화 작업이 뒤따라야 하겠지요. 그러나 갈등을 야기시키고 싶지 않아서 인지 실제로 잘 이루어지는 경우가 없습니다.

모 기업의 경우, 일반직 직원의 20%를 사무보조인력들이 차지할 정도였는데 ERP, SCM 등 시스템 구축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효율화는 지지부진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실제로 그러하든 그렇지 않든, 일선부서들은 인사부서에 인력 증강을 요구하는 게 보통입니다. 인사부서는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일선부서의 요구를 최대한 통제하다가, 이른바 ‘목소리가 큰’ 부서에게 어쩔 수없이 한 명 두 명 T/O를 늘려주게 됩니다. 

이 때 대졸 사원을 배치하기 보다는 임금이 싼 사무보조인력으로 충원하려는 유혹에 빠집니다. 당장은 인건비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나중에 인력 운용 상 문제를 야기함을 유념해야 합니다.

사무보조인력을 받게 되는 부서는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의도하건 그렇지 않건 대졸사원이 담당해야 할 업무를 사무보조인력에게 부여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런 관행이 굳어지면 업무의 공백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무보조 인력들은 대졸사원에 비해 이직률이 높고 근속 의지가 낮다고 합니다. 사무보조 인력들의 대부분은 여성인데, 이들은 결혼이나 진학 등을 이유로 3~5년차 정도되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매우 잦죠.

또한, 사무보조인력 관리의 원칙을 잃게 됩니다. 대졸사원과 같은 일을 하면서 사무보조인력이라는 이유로 낮은 임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그들의 불만은 당연히 크겠죠. 그리고 대졸사원보다 오히려 일을 잘하는 사무보조인력을 부하직원으로 둔 부서장은 그들을 조직 내 핵심인력으로 키워야 한다든지, 경력개발을 위해 회사 차원의 특혜를 줘야 한다고까지 요구합니다. 모 기업에서 실제로 제기됐던 주장입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야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무보조인력은 어디까지나 대졸사원(일반직)의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운용하는 인력이므로, 경력개발의 대상으로부터 제외해야 합니다. 더욱이 사무보조인력은 핵심인재관리 대상은 아닙니다. 만일 사무보조인력이 매우 중요한 일을 담당하거나, "우리 팀의 핵심인재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인사관리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 틀림 없습니다.

효과적인 인력 운용은 직무, 직종, 직급 등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긋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인사부서가 원칙을 버리고 변칙에  끌려가기 시작하면 인력관리는 초점을 상실하게 됩니다.

물론 능력을 누구나 인정하는 사무보조인력에게는 대졸사원과 동일한 '급'으로 승격시키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예외사항으로 적용되어야 하며 진입 장벽이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연차만 되면 자동으로 승격해주는 제도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몇몇 회사에서는 대졸사원 급으로 승격된 사무보조인력에게 여전히 ‘사무보조업무’를 담당케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사자도 그런 업무를 당연시합니다. 이는 옳지 않습니다. 대졸사원 급으로 승격했다면, 대졸사원과 동일한 양과 질의 업무를 부여해야 하고 동일한 기준에 의해 평가 받고 보상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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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개발제도에 대한 조언   

2010. 1. 8. 12:01

경력개발제도(Career Development Plan : CDP)는 개인의 적성에 적합한 직무경험을 습득하게 하여 개인의 성장 비전을 충족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적절한 인력배치와 교육을 통해 조직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하여 실행되는 제도입니다. 즉 조직목표와 개인목표를 조화시켜 성과창출을 꾀하는 제도인데, 많은 기업들이 경력개발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몇 가지 오해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CDP에 대한 오해
우선 가장 많은 오해 중 하나는 경력개발제도를 이동/배치와 같은 수준의 제도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어떤 한 개인이 입사해서 어떤 경로를 거쳐 직무순환을 시켜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경력개발제도를 설계하는 경우가 많지요. 물론 이동/배치도 경력개발제도의 주요한 부분이지만, 단순한 순환보직 개념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순환보직은 경력개발의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죠.

또 다른 오해는, 경력개발제도를 도입하여 실행하면 구성원의 경력개발은 저절로 되리라는 생각입니다. 경력개발제도가 채용규정, 복리후생규정 등과 같이 정적인 제도 중 하나라고 인식한다는 거죠. 경력개발제도는 환경의 변화, 영위사업의 변화, 구성원의 역량 변화 등에 따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성공을 담보합니다. 또한 경력개발제도는 다른 인사제도 위에 존재하도록 해야 합니다.

경력개발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하여 모든 인사운영을 경력개발에 초점을 맞추어 실행되도록 해야만이 구성원의 경력개발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기대할 수 있지요. 이렇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경력개발제도의 도입을 아예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유행 따라서 우리 회사도 해야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저는 이렇게 조언하고 싶습니다.

CDP 설계 과정
이제 경력개발제도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간단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경력개발제도를 설계하려면 먼저 직무분석을 통해 각 직무별 요건을 정의해야 합니다. 각 직무별로 요구되는 역량, 지식 및 스킬, 교육요건 등을 규명해야 하죠. 그 다음에는 모든 직무를 펼쳐 놓고 직무연관성 분석(그림 참조)을 통하여 ‘경력개발군’을 정의해야 합니다. 경력개발군이란 유사한 직무요건이 요구되는 직무들의 집합인데, 경력경로 설정에 기준이 됩니다.

경력개발군이 정의가 됐다면, 그 다음에는 경력개발단계를 정의합니다. 보통 탐색단계, 심화단계, 활용단계의 3단계 경력개발단계를 설정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탐색단계에서는 말 그대로 개인별 적성과 희망에 맞는 직무와 경력목표점을 탐색하는 기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될 수 있는 한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여 전문분야를 찾도록 하는 것이 좋겠죠. 일반적으로 3년 ~ 5년 정도의 기간을 여기에 할애합니다.

심화단계는 선택한 전문분야를 ‘파고 들어가는’ 시기로서 ‘전문가’가 절실한 요즘 기업들에 있어서 인력 활용의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회사마다, 직무마다 다를 수 있으나 10년 내외가 일반적인 기간입니다. 끝으로 활용단계는 고급관리자로서 리더십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단계죠. 즉 경영자(임원)로 가기 위한 전단계라고 보면 됩니다.

많은 인사실무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 바로 경력경로일 겁니다. 工자형이니 T자형이니 하는 말을 많이 들어봤지요? 경력경로는 경력개발군의 성격에 따라 구성원들의 직무를 어떻게 순환시켜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지침입니다. 일반적으로, 관리직군은 탐색단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고 심화단계에서는 전문분야를, 활용단계에서는 다시 다양한 분야의 관리를 맡기는 ‘工자형’ 경력경로를 채택합니다. 반면에 엔지니어나 연구원들은 입사해서 퇴직할 때까지 전문분야를 줄곧 종사케 하는 ‘1자형’ 경력경로를 타게 하는 것이 보통이죠.
 
그 다음에는 경력경로 내에서 직무를 이동하는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동일한 경력개발군 내의 타 직무로 이동할 경우와, 타 경력개발군의 직무로 이동할 경우를 구분하고, 이동하는 데 필요한 요건과 방법을 사전에 규정해야 합니다. 직무의 이동은 자기계발계획서(Individual Development Plan)에 근거하여 경력상담(Career Counseling)을 통해 이루어지거나 사내공모(Job Posting) 등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하면 됩니다.

맺으며...
경력개발제도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타인사제도를 아우르는 제도로 포지셔닝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경력개발의 개념 하에 채용, 교육, 승진 등의 제도가 일관성을 가지고 정렬되어야 합니다. 간략히 말하면, 직무별 혹은 직군별로 채용을 실시한다든지, 자기계발계획에 의거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든지, 승진을 상위경력개발단계로의 레벨-업한다든지의 개념으로 정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경력개발제도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즉 CEO, 인사부서, 관리자, 직원 본인이 각자가 담당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경력개발은 인사부서 혼자만의 몫이 아니라 모든 주체가 효과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실행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회사들이 이렇게 하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여러 인사제도 중 하나로 경력개발제도를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렇게 구축할 계획이 아니라면 경력개발제도는 또 하나의 Burden이 될 뿐입니다. 인사의 패러다임을 정말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만 CDP를 도입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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