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과 나비효과가 지배하는 세상   

2009. 12. 18. 13:26

어떤 동물(토끼나 쥐)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서식할 때, 다음 세대의 군집 크기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보통 다음과 같은 방정식을 써서 다음 세대의 군집 크기를 예상합니다. 여기서 출생률은 1마리의 토끼가 낳은 새끼의 수라고 간주하면 됩니다. 

다음세대의 군집 크기 = 출생률 * 지금세대의 군집 크기

하지만, 위의 '선형(線形) 방정식'은 한정된 공간이 가지는 제약조건인 '자원의 한계'를 반영하지 못합니다. 먹이와 거주 공간의 부족 때문에 다음세대의 군집이 일정하게 늘어나지 않습니다. 군집의 크기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먹이와 거주지 경쟁으로 서로 공격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서 군집의 크기가 줄어들거나 정체되기 때문입니다.

한정된 공간과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동물(혹은 사람)의 군집 크기 변화를 보다 잘 반영하려면, 아래와 같은 '비선형(非線形) 방정식'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음세대 군집 크기 = 출생률 * 지금세대 군집 크기 * (1 - 지금세대 군집 크기)

이 방정식은 현재 군집이 점유한 부분과, 군집이 채우지 않은 부분이 서로 상호작용하여 다음세대의 군집 크기를 결정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1 - 지금세대 군집 크기)'라는 항이 군집이 채우지 않은 부분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최대 정원이 100명인 버스가 있을 때, 현재 60명이 탑승 중이라면 다음 정류장에서 태울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현 탑승자인 60명과 40명분의 빈 자리의 관계로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채워진 부분'과 '채워지지 않은 부분' 사이의 상호작용은 때론 크게, 때론 작게 나타납니다. 그 결과가 바로 출생률이죠. 세대를 거치면서 출생률은 고정되지 않고 매번 '진동'합니다.

다음세대의 군집 크기가 비선형 방정식을 따르고, 출생률이 진동한다고 가정하면, 흥미로운 그래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의 그래프가 바로 그것입니다. (대학 다닐 때 이 그래프를 PC로 그리느라 C 언어로 무진 고생했는데, 이제 Excel로 쉽게 그릴 수 있으니 편리한 세상입니다.)


출생률이 2.3에서 약 3.0이 될 때까지는 군집의 크기가 66% 정도로 수렴됩니다. 그러나 3.0을 넘어서면, 군집의 크기는 두 개의 가능성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출생률이 3.3일 때, 군집의 크기는 약 45%이거나 80%가 됩니다.

헌데, 출생률이 3.45를 넘어서면 군집의 크기는 4개의 가능성을 갖고, 3.55를 넘으면 8개의 가능성이 드러납니다. 그 이상을 넘어가면, 군집의 크기는 그래프에서 보다시피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가지게 되죠. 그야말로 '혼돈(카오스)'에 빠지는 모습입니다. 출생률이 3.55 이상인 구간에서는 출생률이 아주 미묘하게 변화한다 해도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다음세대의 군집 크기를 예측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이 그래프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자기유사성(Self-similarity)'을 갖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래프의 검은 부분(출생률이 3.55 이상인 부분)을 확대하면 수많은 '갈래'들이 나타나는데, 그 모양이 3.0에서 3.55사이의 구간에서 보는 갈래 모양과 같다는 것이죠. 모양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겁니다. 이런 그림을 프랙탈(Fractal)이라고 하죠.

군집 크기에서 나타나는 혼돈(카오스) 현상은 '나비효과'의 개념과 이어집니다. 아마존에서 나비가 펄럭거리면 그것이 멕시코만에 허리케인을 일으킨다는 개념이죠. 기상학자인 로렌쯔가 처음 제시한 현상이죠. 나비효과는 Excel을 써서 여러분도 쉽게 재현할 수 있습니다. 

원래 0.808080 의 질량을 갖는 물체가 있는데, 측정 오차에 의해서 0.808081 로 측정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고작 0.000001 의 오차라서 이 정도는 무시할 수 있겠다 싶지만, 그 측정치가 다시 '시스템' 속에 피드백(되먹임)되면 오차는 폭증합니다.

아래의 그래프는 0.808080 을 두배씩 증가시킨 값에서, 0.808081을 두배씩 증가시킨 값을 뺀 '오차'를 나타냅니다. 30회만 진행했는데도, 오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아마존의 나비가 허리케인을 일으킬 만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군집크기에서 나타나는 혼돈 현상'과 '오차의 폭증'은 지난 번에 포스팅한 '개인의 미시적 동기가 큰 변화를 일으킨다'와 연결됩니다. 위의 그래프는 미묘한 변화가 걷잡을 수 없는 커다란 결과로 나타남을 수학적인 이미지로 그려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닫힌 계' 속에 비선형 방정식의 지배를 받으며 삽니다. 우주여행이 일상화되지 않은 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자원은 한계가 있습니다. 통신수단의 발달로 상호작용이 활발해졌습니다. 그로 인해 작은 오차가 우리의 네트워크 속에 피드백되면 큰 파국(catastrophe)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우리에게 놓인 불확실성이란 바로 이런 겁니다. 그리고 그 파국의 조짐은 등 뒤에서 우리를 늘 응시하고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아래의 Excel 파일에 있습니다. 여러 가지 조건으로 시뮬레이션 해보면 재미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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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의 작은 동기들이 모여서 재미있고 때로는 중대한 결과를 낳곤 합니다. 강연장에서 사람들이 좌석에 앉는 패턴을 살펴보면, 개인들이 연사와, 그리고 다른 청중들과 얼마나 '이격'돼야 하는지 의식적으로 아는 것만 같습니다.

사실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행동들이 결합되어 나타난 현상이죠. 혼잡한 교통상황, 커피가 갑자기 희소해지는 현상, 기부액이 급증하는 현상들은 모두 개인의 미시적인 동기가 거시적인 행동 패턴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토머스 셸링은 이런 사회현상을 주의 깊게 연구한 학자로서 2005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가 '미시동기와 거시행동'이란 책에서 소개된 모의실험이 있습니다. 일명 "끼리끼리 모이는 현상"에 관한 실험입니다.

이 실험은 서로 이질적인 두 종족(혹은 인종이나 국적)이 한 지역에 인위적으로 고루 섞여서 살기 시작한다면, 개인들이 자기네 종족과 같이 살려는 작은 욕구가 모이고 모여서 나중에는 뚜렷한 군집(군락)이 구분됨을 보여줍니다. 요컨대, 인종차별의 감정이 없더라도 군집이 분리된다는 걸 보여주는 실험이죠.

그 글을 읽고나서, 그냥 눈으로만 읽을 게 아니라 직접 실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밤늦도록 시간을 까먹고 말았지요.

제가 한 시뮬레이션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1. 다른 종족인 'O족'과 '#족'이 8X8의 바둑판에 고루 퍼져 거주할 것을 '명' 받았습니다. 즉, O족과 #족이 바둑판의 한칸씩을 번갈아 점유토록 한 것이지요.

2. 그런 다음 무작위로 몇 개의 셀을 지웁니다. 왜냐하면 이사 갈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죠. 그래서 아래와 같은 매트릭스를 얻었습니다. 보다시피 O족 사람과 #족 사람들이 섞여 사는 중입니다.


3. 각 셀에 사는 사람들이 이사 가야겠다는 동기를 갖도록 만드는 로직을 다음과 같이 적용했습니다. 이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 셀은 '이사를 가야하는 셀'이 됩니다.

- 이웃이 3~5명이면 적어도 그 중 2명 이상이 동족이어야 살 만하다.
- 이웃이 6~8명이면 적어도 그 중 3명 이상이 동족이어야 살 만하다.
- 이웃이 2명이면, 그 중 하나는 동족이어야 한다.
- 이웃이 1명이면, 그 이웃은 반드시 동족이어야 한다.

4. '이사를 가야하는 셀'이 밝혀지면, 그놈을 바둑판의 빈곳으로 이사를 시킵니다. 이사 시키는 로직의 기본은 '자신을 둘러싼 8개의 셀 중에서 동족을 많이 만나게 될 빈곳으로 이사를 시킨다'입니다. 그 밖의 로직은 대세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여러분 마음대로 정해도 됩니다.

5. 3번부터 4번의 절차를 계속 반복합니다. '이사를 가야하는 셀'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계속하면 됩니다.


아래의 동영상은 제가 해본 시뮬레이션의 결과입니다. 고르게 퍼져 살던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끼리끼리 모이는 현상을 나타냅니다. 약간의 예외 셀이 존재하나,  좌상단은 주로 O족이, 우하단쪽은 #족이 모여 살게 됩니다.

플레이 버튼을 눌러서 셀의 분포가 변하는 모습을 살펴 보십시오. 특이한 점은 한참 후에 군락의 구분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두 번째 컷으로 넘어가자마자 어느 정도 군락이 구분된다는 것입니다. 비약일지 모르지만, 마치 '창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간단한 실험이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전달합니다. 개인들의 욕구(예를 들어, 가능한 한 많은 동족을 이웃으로 두려는)가 국가나 지역 단위로 축적되면, 의도치 않은 중대한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현상은 말콤 글래드웰이 유행시킨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와, 카오스 이론에서 감초처럼 등장하는 '나비효과',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실현적 예언'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서로에게 적응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잘 성취하느냐의 문제는 다른 사람의 행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요. 우리는 보통 위대한 인물이 걸어온 발자취를 되짚어 가면 그 사람의 위대한 품성을 만나리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독불장군처럼 혼자 잘나서 잘된 사람은 없습니다. 무의미하게만 보이는 수많은 개인들의 욕구와 의사결정들이 우연하게 '좋은 방향'으로 '창발'되어 그 사람의 위대함을 조력했기 때문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강조하는 주장도 바로 이러한 것이죠.

위의 실험은 국가나 기업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작위적인 도구를 사용하여 개인들의 동기와 선택의 자유를 무력화시키거나 조작할 수 있을까란 의문도 함께 던져 줍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한 작위적 도구의 기저엔 더 작은 미시의 동기들이 꿈틀거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는 언제나 배태된 '혁명'의 들끓음 위에 발을 딛고 살지요.

혹 다른 조건으로 실험을 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Excel 파일을 공개합니다. (조악하니, 그 점은 양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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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도 승자독식 현상이?   

2009. 4. 18. 13:46

심심풀이로 블로그별 구독자 수를 기준으로 1위에서 60위까지를 그래프를 그려 보았다. 아래 그래프에서 핑크색 곡선은 순위별 '구독자수 분포'이고, 남색 곡선은 '누적점유율'을 나타낸다.

(데이터 출처 : 한RSS 중 '경영' 카테고리에 속한 60개의 블로그별 구독자수. 2009년 4월 17일 기준)

이 그래프에서 80대 20법칙의 모습이 발견된다. 딱 들어맞진 않지만, 상위 30%(18위)의 블로거들이 구독자의 약 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1위부터 6위의 블로거들이 약 50%의 구독자를 점유하고, 나머지 블로거들은 긴 꼬리를 나타내는 것도 볼 수 있다. 

이 그래프를 가지고 파워 블로거들이 대부분의 구독자를 점유하는 소위 '승자독식(the-winner-take-all)' 현상이 존재한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이 그래프만으로는 데이터 수가 작아서 섣불리 그렇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겨우 60개의 블로그를 가지고 구독자 수 분포를 그렸기 때문이다(심심풀이였음을 양해 바란다). 사실 승자독식 현상이라고 판단하려면 80대 20법칙보다 더 심해야(예컨데 99대 1의 법칙 정도) 한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과 데이터를 확보한 후에 한RSS에 등록된 모든(카테고리 불문하고) 블로거들을 구독자 수를 기준으로 1위부터 나열해 본다면, 등수가 낮아질수록(즉, 1위에서 멀어질수록) 구독자수가 급감하는 전형적인 '승자독식'의 패턴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승자독식의 강도(1위에서 멀어질수록 얼마나 급감하는지)가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블로거들간의 '구독 네트워크'는 파워 블로거라는 허브들로 연결선들이 집중된 모습의 그물망으로 나타날 것이다. 아마 그것은 A.R.바라바시가 말한 '척도없는 네트워크'가 아닐까?

만약에 전세계의 모든 블로그를 대상으로 통계를 내본다면 어떨까? 짐작컨데, 그때도 승자독식 패턴이 나타나겠지만, 동시에 크리스 앤더슨이 말한 '롱테일(Long tail)'이 발견될지도 모르겠다. 낮은 등수의 블로거들이 비록 소수지만 어느 정도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어서, 꼬리에 해당하는 구독자 수를 모두 더하면 상위 블로거들의 구독자 수를 압도한다는 것이 롱테일 현상이다. 하지만 위 그래프는 롱테일이라 말하기에 부족하다. 데이터가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러나, 왜 파워 블로거들은 구독자의 거의 대부분을 점유할 수 있을까? 그들에겐 여타 블로거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일까? 무엇이 그들에게 승자독식의 위치를 점하게 했을까?

잘은 모르겠으나, 아마도 그 이유는 파워 블로거들과 여타 블로거들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차이 때문은 아닐까? 작은 오차가 축적되어 커다란 효과로 나타난다는 '나비효과' 때문은 아닐까? 그 미묘한 차이, 파워 블로거를 여타 블로거들과 차별되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인지는 콕 집어 말하기 어렵다. 블로그스피어는 상호작용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증폭되는 복잡한 장(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파워블로거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혹시 그렇게 되길 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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