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할 때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지원자가 과연 해당 직무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갖춘 사람인지의 여부일 겁니다. 그렇게 하려면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던져야 하고 객관적으로 지원자의 답변을 평가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한 과제겠죠. 그러나 실제로 기업에서 행하는 채용 관행을 살펴본 노스웨스턴 대학의 로렌 리베라(Lauren A. Rivera)는 지원자의 역량이나 경력 등과 같은 자질보다는 '문화적 동질성'이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합니다. 


리베라는 법률 자문, 투자은행, 컨설팅사와 같이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했던 임원, 인사 담당자, 중간관리자 등을 대상으로 모두 120번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40~90분 동안 이뤄진 인터뷰에서 리베라는 가상의 지원자들이 쓴 이력서를 보여주고 구두로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들이 지원자의 어떤 요소를 중요시하며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죠. 또한 리베라는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중 한 곳에서 채용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모니터링하면서 채용 담당자들의 판단 기준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이 두 가지 연구 방법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분석한 결과, 경영자들은 지원자의 역량 뿐만 아니라 그 지원자가 '조직의 문화와 얼마나 잘 맞는가', '동료들과 문화적으로 잘 융화될 수 있는가'를 매우 중요시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리베라의 연구에서 문화적 동질성이 채용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는 사람은 40~70퍼센트에 달할 만큼 문화적 동질성 여부는 면접관들이 지원자들을 평가하기 위한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었죠. 더욱이 리베라는 '이 지원자는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가?'와 같이 채용 결정자와 지원자 간의 개인적인 동질성 여부도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여가 활동이나 취미가 얼마나 비슷한가와 관련된 질문도 자주 등장했고 지원자의 말하는 스타일 역시 중요한 변수였죠. 


논문에서 리베라는 채용 기준을 충분히 갖춘 지원자를 라크로스나 스쿼시와 같은 운동에 관심이 적다는 이유로 탈락시킨 어느 법률회사의 관리자 이야기를 사례로 듭니다. 또한 18세기 문학에 관심이 많다는 지원자를 지나치게 '지성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떨어뜨린 사례도 있었죠. 리베라는 "여러 측면에서 채용을 결정하는 일이 마치 친구나 연애 상대를 선택하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고 한마디로 정리합니다. 능력 있는 동료보다는 '같이 놀기에 좋은 친구'를 뽑으려 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채용 결정자들이 문화적 동질성을 지원자의 역량만큼(혹은 그보다 더) 중요시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지원자가 조직의 일원이 될 때 다른 직원들과 불필요하게 경쟁하지 않고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며 융화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은 아닐까요? 조금 부족한 역량은 코칭이나 교육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지만 문화적 동질성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믿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문화적 동질성을 가진 직원일수록 자신의 업무를 즐기고 동료들과 잘 지내며 회사에 오래 근속할 거라는 믿기 때문이죠.


이유야 어떻든 간에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역량보다는 문화적 동질성을 중요시할 때의 장점과 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 혹은 '나'와 문화적으로 잘맞는 사람을 뽑으면 신뢰와 의사소통을 지속적으로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슷한 문화적 성향의 사람들이 모인 조직일수록 업무 자체에 몰두하기 어려울뿐더러 집단사고의 위험도 크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채용 결정자들이 자신과 얼마나 잘 어울릴 수 있는 지원자인가를 중요시하는 탓에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를 외면한다는 것도 치명적인 단점이죠.


여러분의 채용 관행이 명시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문화적 동질성을 필요 이상으로 중요시한다면 그게 과연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필요에 따라 문화적 동질성이 더 중요한 직무가 있겠지만, 지원자의 취미가 나와 같지 않다고 해서, 내가 싫어하는 분야를 지원자가 좋아한다고 해서 충분한 능력을 갖춘 지원자를 평가절하하지 않는지 경계하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Lauren A. Rivera(2012), Hiring as Cultural Matching: The Case of Elite Professional Service Firms,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Vol. 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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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볼 때 빨간 넥타이는 매지 마라   

2012. 10. 24. 11:15


여러분은 오늘 어떤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갑니다. 뭘 입을까 고민하며 옷장을 살펴보니 새로 산 빨간 넥타이가 눈에 띕니다. 여러분은 빨간 넥타이를 목에 대보며 생각합니다. '이걸 매고 면접장에 들어서면 면접관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할 때도 주눅들 것 같지도 않고 말야.'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틀렸을 뿐만 아니라 면접에서 떨어질 확률을 오히려 높입니다. 


뮌헨 대학의 마르쿠스 마이어(Markus A. Maier) 등의 연구자들은 108명의 참가자를 모집하여 대형 컴퓨터 회사의 채용 담당자의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었는데, 첫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총괄할 팀장을 선발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신규 팀장이 수행할 임무를 간단하게 전달 받았습니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은 단순하게 사진 속 인물로부터 받은 인상을 평가하도록 요청 받았죠. 세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에게는 남녀 소개 사이트에 올려진 사진을 보고 데이트 상대로 적합한 사람인지를 평가하는 역할이 맡겨졌습니다.





마이어는 참가자들에게 빨간색 혹은 녹색 셔츠를 입은 동일한 남자 사진을 5초 동안 보여주고 그가 얼마나 똑똑해 보이는지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전체적으로 빨간색 셔츠를 입었을 때가 녹색 셔츠를 입었을 때보다 덜 똑똑해 보인다고 답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신규 팀장을 뽑아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 첫 번째 그룹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그저 얼굴을 보고 평가하도록 한 두 번째 그룹과 데이트 상대로서 평가하도록 한 세 번째 그룹에서는 빨간색 셔츠와 '덜 똑똑하다'는 인상과의 연결이 미약했죠. 이는 역량을 평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빨간색이 피평가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후속실험에서 마이어는 동일한 남자가 빨간색 넥타이를 맨 사진과 파란색 넥타이를 맨 사진을 참가자들에게 각각 보여주고 그 남자의 수입과 리더십 자질에 대해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예상대로 참가자들은 사진 속 인물이 빨간색 넥타이를 맸을 때의 수입과 리더십 자질을 파란색 넥타이를 맸을 때보다 낮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채용하고 싶은 마음과 전반적인 호감도에서도 빨간색 넥타이를 맸을 때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저조했죠. 


빨간색 옷이나 넥타이가 면접관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역량을 평가하고 평가 받는 상황에서 빨간색은 지원자 자신의 진짜 역량을 평가절하하는 역효과를 발생시킵니다. 물론 마이어의 실험은 사진만을 보고 인상을 평가하도록 한 것이기에 실제로 말을 나눠보면 지원자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빨간색 옷을 입었다 해도 면접관의 질문에 '똑부러지게' 답함으로써 처음에 받았던 인상을 역전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일부러 빨간색 옷을 입거나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가서 얼굴에서 느껴지는 인상을 평가절하시킬 필요는 없겠죠.


오늘 면접을 보러 갑니까? 그렇다면 빨간색을 피하세요. 이력서에 붙일 사진을 택할 때도 빨간색 옷이나 넥타이를 착용하고 찍은 사진은 피해야 합니다. 요즘 같은 구직난에 지원자들이 알아둬야 할 작은 팁입니다.



(*참고논문)

Markus A. Maier, Andrew J. Elliot, Borah Lee, Stephanie Lichtenfeld, Petra Barchfeld, Reinhard Pekrun(2012), The influence of red on impression formation in a job application context, Motivation and Emotion, DOI: 10.1007/s11031-012-93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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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지원자가 합격 여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해당 분야에 2년 동안 근무하면서 리더십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이제 막 이 분야에 발을 들여 놓은 자인데 리더십의 잠재력에서 앞의 사람과 동일한 수준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 외에 다른 조건(나이, 성별, 학력, 전공 등)들은 동일하고 회사가 원하는 조건에 두 사람 모두 부합할 경우, 여러분은 둘 중 누구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채용하겠다는 악수를 청하고 싶을까요?


자카리 토르말라(Zakary Tormala)와 동료들은 84명의 참가자들에게 위와 같은 상황을 제시하고는 향후 5년 동안 누가 더 일을 잘 해낼 것인지를 질문했습니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높은 성과를 이미 나타낸 지원자보다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된 지원자를 더 선호했습니다. 리더십에서 이미 검증된 사람보다는 리더십을 잘 발휘할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높게 평가한 것입니다.





이어지는 여러 번의 후속실험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지원자에게 얼마나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지, 어떤 지원자를 뽑을 때 리스크가 덜 할지 등을 물었더니, 참가자들은 과거에 높은 성과를 달성한 지원자보다 높은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 받은 지원자를 뽑으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또한 잠재력이 높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리스크가 낮다고 여겼죠. 이미 높은 성과를 보인 지원자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왜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 걸까요? 잠재력이 어떻게 이미 객관적으로 증명된 실력을 능가하는 걸까요? 잠재력이 있다고 해서 향후에 실력을 발휘할 거라 확신할 수 없는데 말입니다. 물론 과거에 높은 성과를 보였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러할 거라는 보장이 없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사람의 기질이나 역량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이미 최근까지 실력으로 입증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토르말라가 수행한 일련의 실험은 잠재력을 실력보다 우선하는 경향은 우리가 직원을 채용할 때 범하는 여러 가지 오류 중 하나입니다. 왜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잠재력이 미래의 불확실함을 줄여 줄 보험적 요소로 인식하는 듯 합니다. 좋은 지원자를 뽑고자 하는 면접관들은 잠재력을 실력보다 과도하게 높이 평가할 위험을 꼭 유념해야 합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토르말라의 실험은 다른 사람에게 선택 받으려면 자신이 과거에 어떤 성취를 했다고 단순하게 이야기하기보다는 그러한 과거의 성취가 앞으로 더 뛰어난 성과를 달성할 잠재력이 있음을 증명하는 근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설득력을 높이는 방법임을 보여줍니다. 이야기의 프레임을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두어야 합니다. 직업을 구하는 구직자 뿐만 아니라, 고객사로부터 수주를 받으려는 영업 담당자들, 협상 테이블에 앉은 협상가들도 알아두어야 할 설득의 팁입니다. 



(*참고논문)

Tormala ZL, Jia JS, & Norton MI (2012), The Preference for Potential,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PM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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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의 능력을 믿지 마라   

2012. 3. 14. 10:43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다니엘 카네만이 아직 햇병아리 심리학자였던 1955년의 일이었습니다. 당시 21살이었던 그는 심리학 학사 학위를 취득하자마자 이스라엘 군에 배속되어 지원병들을 대상으로 한 '적성 인터뷰'를 총괄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임무는 대학을 갓 졸업한 햇병아리에게 맡기기엔 중책이었지만 1955년은 이스라엘이 새로 건국한지 겨우 7년 밖에 안 된 터라 카네만 같이 심리학 학사 학위 밖에 없는 사람조차 중용될 수밖에 없었죠.

그가 담당한 적성 인터뷰의 목적은 심리적 측정 테스트와 면담을 통해 지원병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전투 임무를 수행하기에 적정한지를 평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원병 개개인이 보병, 포병, 장갑병 등과 같은 병과(兵科)에 얼마나 적합한지 점수를 매겨야 했죠. 먼저 카네만은 대부분 젊은 여성으로 구성된 인터뷰어 그룹을 조직하여 몇 주 동안 인터뷰에 관련한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인터뷰는 지원병 1명 당 15~20분 정도 소요하기로 했는데, 지원병이 군대에서 얼마나 적응을 잘 할지에 관한 전반적인 인상을 파악하는 데 초점이 모아졌습니다.



그러나 이 시도는 거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카네만은 후에 자신의 책 'Thinking, Fast and Slow'에서 밝힙니다. 지원병이 군대에서 얼마나 임무를 잘 수행할지를 예측하는 데에 인터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겁니다. 카네만은 이런 상황을 시정하라는 독촉을 받았지만 인터뷰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주변의 아랍국가와의 '2차 중동 전쟁'을 앞두던 때였기 때문입니다. 햇병아리 심리학자로서는 아주 난감한 상황이었겠죠.

고심을 거듭하던 카네만은 폴 밀(Paul Meehl)이 쓴 'Clinical vs. Statistical Prediction'이란 책을 1년 전에 읽었다는 것을 기억해 냅니다. 그 책에서 밀은 통계적 공식을 기반으로 한 판단이 직관적인 판단보다 우수함을 여러 가지 증거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전문 면접관들로 하여금 대학교 신입생을 45분간 인터뷰하여 그 해 말의 성적을 예상하도록 하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물론 면접관들에게 각 학생의 고등학교 성적, 적성검사 결과, 자기소개서 등이 주어졌죠. 허나 그들의 예측력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단순하게 신입생의 고등학교 성적과 적성검사 점수만 가지고 공식을 만들어 예측한 결과보다 못했기 때문입니다. 통계 공식을 통한 예측은 14명의 면접관 중 11명의 것보다 더 정확했습니다. 

카네만은 밀의 연구로부터 인터뷰 개선의 방향을 명확히 정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어에게 주관적 판단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고 그들의직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를 최소화할 '공식'을 찾아 적용하는 것이 문제의 해법이었던 겁니다. 인터뷰어가 개인적으로 무엇에 더 관심을 두고 무엇에 더 많은 흥미를 느끼느냐에 따라 예측의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죠. 그는 지원병의 특성을 '책임감', '사회성', '남성으로서의 자존심' 등 6개의 항목으로 구분하여 항목별로 구조화된 질문을 설계한 다음, 인터뷰어들이 각 항목을 독립적으로 평가하도록 절차를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지원병을 어느 병과에 배속시킬지를 최종 결정하는 권한은 인터뷰어들에게 허용하지 않고 오직 각 항목의 점수들을 합산하여 결정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인터뷰어들은 자신들의 권한이 사라지는 데 대해 약간 반발하긴 했지만, 이렇게 개선된 방법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몇 개월 후에 지원병이 배속된 각 지휘본부의 평가 기록을 살펴보니, 과거에 했던 인터뷰 방식보다 훨씬 예측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예측이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6개 항목으로 지원병의 특성을 각각 계량화하여 측정한 방식이 인터뷰어가 직관에 의해 총점을 매기는 방식보다 훨씬 정교했던 겁니다. 카네만은 이러한 개인적 경험을 통해 직관적 판단을 묵살해서는 안 되지만 그것을 믿지는 말아야 함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노벨상을 타고 유명해진 그가 45년만에 자신이 근무했던 육군 기지에 초대됐을 때 그는 자신이 개선했던 인터뷰 방식이 거의 그대로 쓰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감회에 젖습니다. 이렇게 크게 변화되지 않고 오랫동안 쓰인다는 것 자체가 직관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공식'이 더욱 우수함을 알리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그는 말합니다.

카네만의 사례는 비록 오래 전의 에피소드이지만 기업이 인터뷰를 통해 지원자를 평가하고 선별하는 방식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인터뷰 전에 충원하고자 하는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특성(역량)들을 결정해야겠죠. 이때 너무나 많은 특성을 설정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카네만이 했듯이 6개 내외가 적절합니다. 또한 각 특성은 서로 겹치는 부분 없이 배타적이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각 특성별로 서너 개의 구조화된 질문을 설정하고 5점 척도나 7점 척도로 측정할 준비를 갖춰야 합니다.

인터뷰에 임할 때 반드시 하나의 특성에 대한 점수를 평가하고나서 다음 특성의 평가를 위한 질문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한 지원자의 인터뷰가 끝나고 다른 지원자가 들어오기 전의 토막 시간에 모든 특성을 몰아서 측정하면 흔히 말하는 '후광 효과'에 의해 평가가 왜곡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카네만은 이 점을 특히 강조하면서 주의를 당부합니다. 

지금 여러분 조직에서 실시하는 면접의 방식이 카네만이 초기에 멋모르고 실시했던 방법과 비슷하다면, 면접관(보통 조직 내의 관리자나 경영자)들의 직관을 과대평가한다는 것입니다. 밀을 위시한 여러 명의 학자들이 이미 밝혔듯이, 경험 많은 전문가들의 '눈'은 의외로 정확하지 못합니다. 물론 직관이 우수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상(impression)이나 감각에 의해 평가가 크게 좌우될 우려가 있을 때, 기존의 데이터가 많이 존재하거나 과정을 진행하는 가운데 데이터를 충분히 생성할 수 있을 때, 현재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와 미래의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가 어느 정도 존재할 때, 직관은 데이터에 자리를 내주어야 옳습니다.

직관보다는 데이터를 중시하고 그것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리는 것이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복잡한 주관적 판단보다는 단순하게 숫자 몇 개를 더하거나 빼서 결과를 추측하는 것이 더 정확할 때가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여러분 조직의 면접 관행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초점을 명확히 할 수 있을 겁니다.

면접은 지원자의 인상을 평가하기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면접은 최대한 과학적이어야 합니다. 감으로 하는 면접은 버리세요.


(*참고 도서) 
Thinking, Fast and Slow
Clinical vs. Statistical Pred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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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인재를 채용할 때 반드시 거치는 과정 중 하나가 면접(인터뷰)입니다. 아마 서류심사만으로 사람을 뽑는 회사는 거의 없을 겁니다. 면접도 1번에 그치지 않고 면접관을 달리 해 여러 번 실시하면서 그 사람이 얼마나 능력이 있고 얼마나 우리 회사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평가하고자 합니다. 면접의 강도와 회수만 다를 뿐입니다. 이렇게 면접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학교 성적, 다른 사람들의(전 직장 동료) 평가, 과거의 업무 실적보다 면접이 더 많은 정보를 얻는 수단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은 기업의 면접관들이 '인터뷰 착각(Interview Illusion)에 빠져 있다고 단언합니다. 면접관들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인터뷰를 하면 지원자의 능력과 적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니스벳은 면접이 근거가 미약하고 정확하지 않은 도구라는 증거는 이미 많다고 말합니다.



가장 단적인 사례가 로빈 도스(Robyn Dawes)의 조사입니다. 텍사스 대학교의 의과대학에서는 매년 800명의 지원자 중에서 면접 점수로 150명을 선발했습니다. 그런데 텍사스 주의회가 갑자기 정원을 50명 더 늘리라고 하는 바람에 면접에서 떨어진 학생들 중에서 50명을 추가로 뽑아야 했습니다. 헌데, 추가로 뽑으려고 명단을 살펴보니 뽑을 수 있는 대상자들은 면접 점수가 700~800등에 해당하는 학생들 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 중 43명의 학생들은 그 어떤 의과대학에서도 선발되지 못한 학생들이었죠. 하지만 주의회의 명령이었기에 학교측은 면접 점수가 하위권인 학생 50명을 합격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수들은 어떤 학생이 면접 점수가 높은지 낮은지 알지 못한 채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나중에 면접 점수 상위권 그룹(150명)과 하위권 그룹(50명)을 비교했더니 학업성취도의 차이가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두 그룹의 학생들은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비율이 82%로 동일했고, 우등상을 받은 비율도 비슷했으며, 레지던트 1년차를 이수한 이후의 성과도 별 차이가 없었죠. 50명 중 43명이 모든 의과대학에서 거부된 학생들이었다는 게 무색할 정도입니다. 면접 점수가 미래의 성과를 예측하는 데 있어 설명력이 거의 없었다는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왜 면접관들은 인터뷰 착각에 빠지는 걸까요? 면접에 소요되는 시간은 지원자가 앞으로 그 분야에 종사할 시간에 비한다면 찰나에 비유될 만큼 매우 짧습니다. ‘척 보면 안다’라고 자신하지만, 평소에 가진 편견, 그날의 컨디션, 개인적인 호불호(好不好) 등에 따라 지원자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혹은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평가 내리기도 하고, 당황한 지원자가 말 실수를 하면 뭔가 숨겨진 의미 때문은 아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큽니다.

또한 '후광 효과'로부터 모든 면접관들은 자유롭지 못합니다. 어떤 지원자가 옷을 잘 입고 외모가 훌륭한데다가 겸손까지 갖추고 있다면 업무 능력과 상관없이 높은 점수를 주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 지원자들을 면접하다 보면 '대조 효과'에 의해 잘못된 평가를 할 수도 있습니다. 직전 지원자가 유난히 '멍청하게' 면접에 응했다면 다음에 인터뷰하는 지원자가 그저그런 실력이라 할지라도 실제보다 좋게 평가하게 됩니다. 

프랭스 슈미트(Frank L. Schmitt)와 존 헌터(John E. Hunter)라는 심리학자는 무려 85년간의 인력 채용을 자료를 검토한 연구 결과를 통해 직장에서의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가 지원자의 지적 능력(General mentality ability)과 구조화된 면접(단순한 면접이 아님)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전문적이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직무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그렇다고 해서 지적 능력이 완벽한 잣대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지적 능력을 과연 파악할 수 있을까요? 어제 포스팅한 글('압박 면접이 우수인재를 쫓아낸다')에서 봤듯이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주어지는 질문 포화에 지적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은 초킹(choking) 현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큽니다. 심리학자 스튜어트 서덜랜드(Stuart Sutherland)는 구조화된 면접이라 할지라도 마주보는 지원자에 대해 편견을 가지기 쉽기 때문에 차라리 서면으로 답변을 받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합니다(이에 대해서는 심리학자들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섭니다). 또한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구조화된 면접은 그리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도스는 '당사자를 30여 분 면접하면서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하는 주장이 더 뻔뻔하다'고 단적으로 말합니다. 면접자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한 지원자의 능력을 올바르게 평가하지 못할 겁니다. 면접의 효과가 근거 없는 믿음이라면 면접을 지원자와 안면을 익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합니다. 지원자가 직장에서 나타낼 성과를 설명력 있게 가리키는 지표가 적어도 면접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다면 말입니다.

면접으로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다는 것은 미신(Myth)입니다. 그런데도 이 순간에도 수많은 회사에서 면접이 이루어지고 면접에 의해 누군가는 붙고 누군가는 떨어집니다. 과연 괜찮은 걸까요?

(*참고문헌 : House of Cards : Psychology and Psychotherapy Built on Myth )
(*참고논문 : The validity and utility of selection methods in personnel psycholog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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