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사인 여러분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서 문제를 정의하고, 원인을 분석해서 가설로 실증한 다음, 해결책을 선택해서 의뢰인에게 보고를 끝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여러분은 문제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지고 이제 편한 마음으로 문제해결이란 책의 덮고서 공기 좋은 공원으로 기분 좋은 산책이라도 나갈까는 마음이 들 겁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느낄 풍만한 해방감에 초를 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해결책은 항상 또다른 문제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해결한 문제는 아예 소멸돼 버리는 게 아니라 다른 형태와 성질을 가진 문제로 얼굴을 바꾼 건 뿐입니다. 여러분이 노련한 문제해결사라면 모든 해결책 안에는 새로이 야기될 문제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해결할 문제들은 항상 산더미 같습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나태한 근무 태도를 바로잡기 위한 해결책으로 엄격한 성과관리제도를 도입했다고 하겠습니다. 이 성과관리제도는 직원들 각자가 1년 동안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정하도록 한 다음,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실행방안을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합니다. 그리고 목표 달성도를 측정해서 성과급을 얼마나 줄 것인지, 승진에 얼마나 반영해야 하는지 등을 결정하는 데에 활용합니다.

알다시피 성과관리제도를 실시하면 직원들이 딴짓을 못하고 목표 달성에 매진하게 되어 조직 전체의 성과가 높아질 거라 기대합니다. 고질적인 문화적 병폐였던 직원들의 나태한 근무 태도를 개선하고 거기다 회사의 성과도 높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의 멋진 해결책이라며 의뢰인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수고했다고 칭찬할지 모르겠군요.

불행하게도 성과관리제도이 꿈꾸는 장미빛 미래는 꽤 자주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회색빛으로 변하고 맙니다. 성과관리제도의 성공 포인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관리'입니다. 그러나 성과관리제도란 용어 자체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관리'가 아니라 오로지 '제도'에만 무게중심을 두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성과관리제도를 운영하거나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금방 알 겁니다.

합의는 커녕 Top-Down으로 목표가 강제되고, 1년 내내 아무런 가이드도 없다가 연말이 되면 앞뒤 사정 고려 없이 기계적으로 성과를 측정하며, 목표 달성에만 신경 쓴다고 일상 업무를 소홀히 하고, 너무나 관대하게 평가해서 성과관리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등의 현상들이 성과관리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에서 벌어짐을 부인하기 힘들 겁니다. 성과관리제도를 운영하는 비용은 만만찮은데도 이와 같은 부작용은 그치지 않고 계속됩니다. 이처럼 성과관리제도 도입이라는 해결책은 다른 형태와 성질을 가진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뛰어난 문제해결사일 것이 분명하므로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이 가장 좋은 해결책을 의사결정한 이후에는 반드시 그 해결책이 가진 잠재적 문제를 따져 볼 겁니다. 해방감은 그 다음에 느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할 겁니다.

잠재적 문제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해결책이 실행된 이후에 어떤 상황이 도래할지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거나 토론하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이런 방법을 '퓨처링(Futuring)'이라고 합니다. 이 용어는 뭔가 심오하고 난해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퓨처링을 수행하기 위한 핵심 질문들을 본다면 여러분이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리 속으로 해보는 것임을 금세 알 겁니다.

퓨처링을 위한 5개의 핵심질문

- 만약 ~이 일어난다면, 무엇이 어떻게 될 것인가?

- 그 '무엇'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 나쁜 일이라면, 왜 '그것'이 발생하는가?

- 현재의 해결책을 어떻게 바꿔야 '그것'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을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퓨처링의 핵심질문으로 도출된 의견을 아래와 같이 잠재적 문제, 예상되는 원인, 예방책, 대처방법을 포함한 양식으로 정리합니다.

 잠재적 문제 예상되는 원인  예방책  대처방법 
 1.       
 2.       
 3.       

'예상되는 원인'란에는 말 그대로 잠재적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유추하여 적습니다. '예방책'은 잠재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재 마련된 해결책을 보완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반면 '대처방법'은 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문제가 현실로 터졌을 때 사후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뜻합니다. 이 둘을 혼동하지 말기 바랍니다.

성과관리제도로 예를 들면 재미가 없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듯하여 일상적인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지난 밤에 잠을 설치는 바람에 상당히 피곤한 상태이고 지금은 점심식사를 막 끝낸 오후 1시라고 상상해 보십시오. 피곤과 식곤증이 겹쳐 눈꺼풀이 장미란 선수가 드는 역기 만큼이나 무거울 겁니다. 여러분이 기대하는 상태는 '맑게 깬 정신'이므로 현재의 '피곤한 정신'과 갭이 있군요. 바로 문제가 발생했다는 뜻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커피 마시기'일 겁니다. 헌데 여러분이 근무하는 곳은 아주 이상하게도 여직원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고리짝 적 회사라고 가정하겠습니다(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여성차별이나 여성비하는 아니니 오해 말기 바랍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미스 김에게 커피 심부름 시키기'가 해결책으로 선택되겠죠. 

상상력을 기반으로 퓨처링의 핵심질문을 던져보면 여러분에게 닥칠 잠재적 문제가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아래는 그 중 하나입니다.


만약 커피를 가져달라는 말을 듣고 미스 김이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다면, 그녀가 커피에 이상한 짓을 할지도 몰라. 무슨 짓을 할지 모르지만, 그건 나에게 분명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겠지. 

헌데 왜 미스 김은 그럴 행동을 서슴지 않을까? 요새 눈에 띠게 나에게 쌀쌀맞단 말야. 아, 맞아! 생각해보니 옆 팀에 미스 정이 입사하고나서 계속 그녀가 나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어. 난 미스 정과 같은 태스크 포스팀(TFT)라서 업무상 몇번 만났을 뿐인데. 여자들이란...

어떻게야 그녀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을까? 최대한 상냥하게 웃으면서 부탁하면 어떨까? 아니면 '오늘 미스 김 패션이 정말 좋아보여'라며 칭찬을 먼저 해줄까? 이렇게 하면 아마 미스 김이 이상한 짓을 하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거야. 그녀가 커피 타는 모습을 죽 지켜보는 것도 방법일 거야.

그렇지만 나의 이 미소작전이 먹히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내가 지켜보는 것도 모르고 그녀가 커피에 수상한 일을 벌였다면? '아, 고마워요. 여기에 두고 가세요'라고 말한 다음, 그녀가 안 보는 사이에 탕비실에 커피를 쏟아버리고 내 손으로 커피를 타는 수밖에 없겠지, 뭐. 그리고 더 이상 그녀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지 말아야겠지. 그리고 미스 김, 당신을 철저히 미워할 테야. 내가 자기를 얼마나 마음에 두는 지도 모르다니 말야.


머리 속에 이렇게 복잡하게 떠다니는 생각을 아래와 같이 표로 정리하면 깔끔하게 전체를 살펴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표로 매번 정리하긴 거의 불가능하겠죠. 예로만 보기 바랍니다)

 잠재적 문제 가능한 원인   예방책 대응방법 
  미스 김이 커피에
  이상한 짓을 한다
  나와 미스 정 사이를
  의심한다
- 최대한 친절한
  표정으로 부탁한다 

- '오늘 정말 옷이
   멋져!' 라고
   칭찬한다 

- 커피 타는 모습을
  감시한다 
- 커피를 버리고
  내 손으로 탄다

- 미스 김을 미워한다

맥도나우라는 사람은 '기업은 해결해야 할 문제의 집합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개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입니다. 하나의 해결책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씨앗입니다. 문제는 해결책을 낳고 해결책은 다시 문제를 낳습니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문제해결사로서 우리가 처한 현실이고 동시에 우리의 인생이 다채롭고 재미있는 이유가 아닐까요?

내일은 어떤 내용을 포스팅할까요? 아직 모르겠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올리는 글이라 '문제해결기법의 순서'가 뒤죽박죽임을 양해하기 바랍니다.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문제 해결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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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포스트에서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의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요약하면, 이 둘은 화학에서 유래한 용어로서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순차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관계입니다. 문제를 해결할 때 정량적 분석이 정성적 분석보다 더 우수하거나 더 선호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오늘은 그 포스트 말미에서 언급했던 의문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바로 "정량적 분석이 불가능한 것을 어떻게 분석할까?"입니다. 어제 예로 들었던 '판매관리비'는 우리가 셀 수 있는 '돈'이므로 정성적 분석을 통해 성분과 성질만 잘 규명되면 정량적 분석은 비교적 손쉽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애초부터 분석 대상에 정량적 요소라고는 눈꼽 만큼도 포함되지 않았다면 정성적 분석이야 가능하겠지만 어떻게 그것을 정량화해서 분석하느냐가 곤란한 숙제입니다.

예를 들어 분석의 대상이 "팀장의 리더십"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딱 봐도 정량적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 분석 대상이군요. 정량적 분석이 손쉽게 이뤄지려면 분석 대상 속에 돈(Money), 시간(Time), 개수(Number), 비율(Ratio) 등 셀 수 있는(countable) 요소가 숨어 있어야 합니다. 헌데, '리더십'에서 그런 것들이 유추됩니까? 아마 금방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상황이 이러해도 정량적 분석을 해내야 하는 것이 문제해결사에게 주어진 운명입니다. 자, 이렇게 또다시 미궁에 빠진 문제해결사를 어떻게 구해야 할까요?

폭발적 사고를 하십시오!


어제의 포스트에서는 약간의 암시만 줬는데요, 정량적 분석의 성공은 정성적 분석이 얼마나 잘 이뤄졌느냐에 달렸습니다. 특히 정성적 분석에서 '성질'이 잘 도출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성질이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 사이에 놓인 커다란 강의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성질 자체가 정량적 분석의 구체적인 실행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어보죠. '판매관리비'라는 성분 중 하나인 '급여성 지출'의 성질은 다음과 같다고 어제의 포스트에서 언급했습니다.

'급여성 지출' 성분의 성질
-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추이
-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증가율 추이 (그냥 추이와는 다름)
- 총 금액이 아닌, 1인당 급여성 지출액의 추이
- 경쟁사 A사와의 Gap 또는 추이
....

보면 알겠지만, 각 성질들은 곧바로 정량적 분석을 행할 수 있도록 정량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질은 정량적 분석의 단계로 넘어가게 만드는 다리라고 말한 겁니다. 추이를 분석하려면 연도별 값을 구해서 그래프로 그린 다음 증감했는지 어느 정도의 비율로 증감했는지 등을 보면 됩니다. '급여성 지출'이라는 성분이 원래 계량적인 거라서 성질도 계량적인 것들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머리 속에서 강하게 제기된다면 여러분은 문제해결사로서 자격이 충분합니다.

'팀장의 리더십'이라는 분석 대상을 가지고 정성적 분석부터 시작해 봅시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먼저 성분을 규명해야겠군요. 정량적 분석도 어렵지만 이 부분도 어렵습니다. '리더십을 이루는 성분이라니 가당키나 한가? 리더십은 본디 한 덩어리 아닌가?'라는 불만을 잠시 잠재우기 바랍니다. 리더십은 쉽게 말해 리더로서 갖춰야 할 바람직한 정신, 역량, 자세나 태도 등을 일컫습니다. 그리고 리더십을 발휘할 대상은 자신을 따르는 구성원들입니다. 그러므로 리더십은 "구성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데 필요한 정신, 역량, 자세나 태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의 성분을 리더십의 정의와 똑같이 바람직한 정신과 역량, 그리고 자세나 태도라고 말해도 무방하지만 너무나 뭉뚱그려져서 성질을 규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노련한 문제해결사라면 이 정의에서 '바람직하다'라는 키워드에 주목합니다. 무엇이 바람직한 리더십인가를 고민하는 겁니다. 

바람직하다는 말은 사회나 조직 혹은 시대가 리더에게 요구하는 '상(像)'을 말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존재합니다. '직원들의 성과를 잘 관리해서 고성과를 창충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무탈하게 조직을 관리해야 한다', '아니다. 내부관리보다는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창출할 줄 알아야 한다',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리더가 아니다' 등 리더에게 여러 가지를 요구합니다.

이러한 여러 요구사항들 중에서 조직(회사)의 비전과 산업환경에 걸맞는 것들을 뽑아내 잘 그룹핑하면 리더십의 성분이 만들어집니다, 조직마다 상이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리더십의 성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분을 좀더 세분하여 '세부 성분'을 규명하기도 하는데, 이 글은 리더십을 파헤치기 위한 목적이 아니므로 여기에서 멈추겠습니다.

'리더십'의 성분
1) 변화 주도
2) 인재 육성
3) 성과 관리
4) 비전 제시

성분이 만들어졌으니 각 성분의 성질을 규명할 차례이군요. '성과 관리'라는 성분으로 예를 들어 설명하지요. 성과 관리의 성질이 뭘까요? 대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이 힌트가 될지 모르겠네요. '성질이란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 사이에 놓인 다리이다'라는 말이 힌트입니다. 즉, 정량적 분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성질은 계량적인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성과 관리를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성질로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설명해도 어떤 지표가 '성과 관리'의 성질이 돼야 하는지 감을 잡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예시를 준비했습니다. 아래의 예시를 보면 '아하, 이런 게 성질이군'이라고 금세 알 겁니다. 

'성과 관리'란 성분의 성질
- 목표와 성과 간의 Gap
- 면담의 빈도(또는 시간)
- 면담의 충실도
- 피드백 리포트의 충실도
- 구성원의 만족도
......

중요도, 만족도, 실행수준, 달성도, 효과, 시급성 등이 비계량적인 성분으로부터 나오는 성질의 유형들입니다. 성분으로부터 성질을 끌어내는 데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이나 룰은 없습니다. 일종의 예술(art)이지요. 최선의 방법은 성질들을 측정하기만(즉 정량적 분석을 하기만) 하면 팀장이 성과 관리를 잘하느니 못하는지 평가할 수 있는지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보완해 나가는 겁니다. 다시 말해, 성질들을 모두 합하면 '성과 관리'를 대표하는 값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성질을 정량적 분석이 가능한가의 여부를 따지면서 고쳐 나가야 합니다. 성질은 계량화가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위의 예에서 '목표와 성과 간의 Gap'이나 '면담의 빈도'와 같은 성질은 그 자체가 계량적이므로 쉽게 정량적 분석이 가능하지만, '면담의 충실도'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 성질을 위의 '성질 목록'에 올려 두려면 그것을 어떻게 계량화할 것인지가 결정된 이후여야 합니다. 면담의 충실도를 계량화할 방도가 불가능하다면 비록 '성과 관리'의 가장 중요한 성질이라 해도 눈물을 머금고 삭제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눈물을 머금을 일은 별로 없습니다. '면담의 충실도'와 같이 비계량적인 지표도 계량화할 방법이 거의 항상 마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평점척도법(rating scale)'이란 마술을 사용하면 됩니다. 말은 그럴 듯하지만 이미 여러분이 이곳저곳에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국정 지지도 설문 결과가 발표되거나 회사에서 고객만족도를 공개하는데요, 이것들이 척도법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지하느냐?' 혹은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아니다, 전혀 아니다'의 대답을 하도록 만듭니다. 결과가 집계되면 '매우 그렇다'를 5점으로, '그렇다'를 4점으로 간주해서 하나의 숫자로 결정화시킵니다. 이것이 평점척도법입니다. '면담의 충실도'도 평점척도법으로 측정이 가능합니다. 정량적 분석의 단계에서 설문이나 인터뷰를 통해 구성원의 의견을 취합한 다음 '매우 충실하다'를 5점으로, '보통'을 3점으로 변환하면 계량화된 결과를 얻습니다. 이 결과를 음미해서 의미를 추출하면 정량적 분석이 완료되는 겁니다.

정성적 분석부터 시작해 정량적 분석의 끝까지 그 흐름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정성적 분석] 분석 대상 → 성분 규명→ 성질 규명 → 측정법 없으면 back, 있으면 go → 

[정량적 분석] 데이터 수집 → 분석 → 시각화 → 의미 추출

'다 아는 내용인데 왜 이리 상세하게 설명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이런 불만을 제기한다면 여러분은 노련한 문제해결사임이 틀림 없습니다. 이 글은 배테랑 문제해결사들을 타겟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이제 막 문제해결의 세계로 떠밀려 오거나 자발적으로 입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초 중의 기초를 몰라서 성분과 성질을 혼동하거나 계량화할 방법이 없다고 한숨만 푹푹 쉬는 사람을 여럿 보았습니다. "팀장의 리더십"은 정량화가 불가능한 분석 대상이니까 보고서는 오로지 정성적인 내용(즉 장황한 서술)로만 채워야 옳다고 감을 잡는 문제해결사가 있다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한마디로 "정량화(혹은 계량화)하기 힘들다 생각되는 성질도 최대한 계량적인 지표로 만들어서 정량적 분석을 끝까지 완료하라"는 것입니다. 문제해결의 목적은 좋은 해결책을 실행하는 데 있는데, 그러려면 먼저 의뢰인을 납득시켜야 합니다.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 과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하여 나온 정량화된 결과는 시각화하는 효과 뿐만 아니라 '이렇게 보니까 정말 심각하네'와 같은 반응을 유발하여 조직과 개인의 변화를 발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Blah Blah...' 빡빡하게 글로만 적힌 보고서는 설득을 애초부터 단절시키는, 문제해결의 '죄악'입니다. 이 점을 항상 머리에 새겨두기 바랍니다.

오늘의 글 역시 좀 길어졌군요. 문제해결을 위해 오늘도 정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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