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할 때 휴대폰을 완전히 감춰라   

2012. 10. 31. 09:14


여러분이 상의할 내용이 있어서 상사가 이야기를 나누는데 상사가 별로 바쁘지 않는 것 같은데도 컴퓨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여러분의 말을 듣는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상사가 비록 귀로 들으며 여러분의 말에 제법 반응을 보이더라도 '내 말을 제대로 듣는 건가?'란 의구심에 사로잡힐 겁니다. 더 자세하고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그냥 이 정도 말하고 끝내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알다시피 상사와 직원 사이이든 동료들끼리든 간에 모든 대화의 기본조건은 상대방의 눈에 시선을 맞추고 경청하면서 적절하게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대화의 질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친근감과 신뢰 관계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화를 하는 그 시간만큼은 상대방의 말에 무엇보다 집중해야 하죠.


여러분이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하기를 원한다면 컴퓨터나 휴대폰에게 한눈을 팔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영국 에섹스 대학교의 앤드루 프르지빌스키(Andrew K. Przybylski)는 진실한 대화를 나누려면 휴대폰을 포함하여 세상과 연결되는 모든 전자기기들로부터 멀리 떨어지라고 조언합니다. 프르지빌스키는 실험을 통해 휴대폰이 단지 옆에 놓여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질이 떨어지고 서로에 대한 친근감과 신뢰감이 약해진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는 74명의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두 명씩 짝을 이루도록 하고, 휴대폰이 옆에 놓여져 있는 조건이거나 휴대폰 대신 수첩이 놓여져 있는 조건 하에서 지난 달에 자신에게 일어난 흥미로운 일에 대해 10분 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했습니다. 휴대폰(혹은 수첩)은 참가자들의 시선이 직접 닿지 않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죠.


대화과 종료되자 프르지빌스키는 참가자들에게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면 상대방과 내가 친구가 될 것 같다."는 식의 문항을 통해 '관계의 질'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휴대폰이 놓인 조건 하의 참가자들은 수첩이 놓인 조건 하의 참가자들에 비해 관계의 질을 낮게 평가했습니다. 상대방에게 느끼는 '친근감'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휴대폰이 서로의 시선을 직접적으로 방해하지 않더라도 '저기에 휴대폰이 놓여져 있구나.'란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으로 신경이 분산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상대방과 의미 있고 진지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할 때 휴대폰의 존재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프르지빌스키는 참가자들을 반으로 나눠 플라스틱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가볍게 이야기하라고 하고,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작년에 경험한 가장 의미 있는 사건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라고 요청했습니다.


10분 간의 대화가 끝나고 나서 "나는 대화 상대를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질문으로 '신뢰감'을 측정하고, "상대방이 나의 생각과 느낌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한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으로 '공감'의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그랬더니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한 참가자들은 휴대폰이 있던 없던 신뢰감과 공감의 수준이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진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 참가자들은 휴대폰이 있을 때보다 휴대폰이 없을 때 높은 신뢰감과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관계의 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중요하고 신중한 주제로 대화할 때는 휴대폰의 존재 유무에 큰 영향을 받았죠.


그렇다면 왜 휴대폰이 단순히 옆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특히 진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눌 때) 대화의 질과 상대방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는 걸까요? 아마도 휴대폰의 존재는 둘 사이의 대화를 방해하는 제3자가 언제든지 끼어들 수 있다는 점을 프라이밍(priming)하기 때문이겠죠. 따라서 상사와 직원 간의 면담이든 팀원들끼리의 회의든 간에 휴대폰이 눈에 띄지 않도록 해야 대화와 회의의 질을 높이고 유대감을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프르지빌스키는 휴대폰을 대상으로 실험했지만 노트북 PC나 태블릿 PC와 같이 인터넷으로 '세상의 다른 곳'과 연결된 전자기기들도 역시 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짐작됩니다. 직원이 진지하고 심각한 주제로 면담을 청해 오면 상사는 반드시 세상과 연결되는 모든 전자기기로부터 '해방된 곳'에서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가벼운 주제이거나 정보 전달을 위한 짧은 대화가 아니라면 노트북 덮개를 덮거나 휴대폰을 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추어 둬야 하겠죠. 


이게 어렵다면, 최소한 대화 중에 PC에서 눈조차 떼지 않는 무심한 태도는 버려야 합니다(사실 이런 분들이 꽤 많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유대감은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그리고 그렇게 작은 무심함에 의해 무너진다는 점을 깨닫는다면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요즘 까페에 가면 연인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애니팡이나 카카오톡을 하느라 휴대폰에서 손을 떼지 않더군요. 둘 사이에 과연 얼마나 깊은 대화가 오고 갈까요?



(*참고논문)

Andrew K. Przybylski, Netta Weinstein(2012), Can you connect with me now? How the presence of mobile communication technology influences face-to-face conversation quality,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July 19, 2012



  
,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일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그 사람이 과연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적어도 거짓말을 하지 않을 사람인지 알고자 합니다. 이때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정보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 사람이 과거에 보였던 실제 행적이고, 또 하나는 그 사람에 대한 타인의 평가입니다. 전자는 그를 직접 관찰하면서 얻는 정보인데 반해, 후자는 다른 사람의 관찰과 해석을 통해 간접적으로 습득하는 정보입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 두 가지 종류의 정보가 동일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면, 그 사람에 대한 나의 평가는 강화될 겁니다. 


그런데 내가 관찰한 그 사람의 실제 행적과 타인이 그 사람을 놓고 '뒷담화'하는 내용이 상반된다면, 그 사람에 대한 나의 평가는 어떻게 바뀔까요? 예를 들어, 나는 과거의 행적을 통해 그를 좋게 보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면 그에 대한 나의 긍정적 평가는 약화될까요? 반대로 사람들이 그에 대해 뭐라고 수근거리든 간에 직접 관찰해서 얻은 정보로 그를 평가하려 할까요? 정리하면, 사람들은 직접 관찰한 사실과 소문이 서로 일치하지 않을 때 무엇을 믿으려 할까요?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랄프 조머펠트(Ralf Sommerfeld)과 그의 동료들은 컴퓨터 상에서 자신의 짝에게 돈을 주고 받는, 일종의 신뢰 게임을 고안했습니다. 조머펠트는 참가자 126명에게 10유로씩 나눠주고 매번 짝을 바꿔 가며 게임을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참가자들이 매 게임마다 자신의 짝에게 1.25유로를 내어 주기로 결정하면 짝은 여기에 0.75유로를 더해 2유로를 받을 수 있었죠. 참가자들은 1.25유로를 내주기보다는 짝으로부터 돈을 받기만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짝에게 돈을 내주지 않는다는 정보가 다른 참가자들에게 퍼지면 자신이 돈을 벌 기회가 적어진다는 점을 잘 알기에 무작정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겠죠.


조머펠트는 몇 라운드를 진행한 후에 참가자들에게 짝이 과거의 게임에서 보였던 행태를 보여주고 게임에 임하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전 게임에서 이기적인 결정을 했던 짝에게는 돈을 내주기를 꺼려 했습니다. 그 다음 라운드에서는 과거의 행태를 보여주는 것 대신에 여러 참가자들이 짝에 대하여 짤막하게(50자 이내) 평가한 글을 보여주고 게임을 진행하게 했습니다. 직접 관찰한 정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한 간접적인 정보를 제시한 셈이죠. 예상대로 참가자들은 다른 이들로부터 이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짝에게는 돈을 내주지 않으려 했고, 반대로 너그럽다는 평가를 받은 짝에게는 쉽게 자신의 돈(1.25유로)을 주었습니다.


직접적인 정보(과거 행태)와 간접적인 정보(타인의 평가)를 모두 보여주되 그 내용이 동일하거나 상반될 경우 참가자들은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조머펠트는 짝의 과거 행적과 함께 무작위로 '너그럽다', '구두쇠다', '멋진 친구다', '매우 비협조적이다'란 소문을 제시하고서 게임을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뒷담화'가 어떻든 간에 흔들리지 않고 짝의 과거 행적(이타적 혹은 이기적)에 근거해 게임을 진행했을까요? 


조머펠트는 직접적인 정보가 있을 경우 소문은 아무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가설은 빗나갔습니다. 과거 행적만을 제시 받을 경우 참가자들이 이타적으로 결정(1.25유로를 내주기)할 확률은 60% 가량이었습니다. 여기에 긍정적인 소문이 더해지면 그 확률이 75%로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소문이 더해지니 확률은 50%로 뚝 떨어졌습니다. 또한 참가자의 44%가 소문에 의해 자신의 결정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가자들은 실제 행적에 대해 알더라도 소문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았던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참석자에게 제시된 상대방의 과거 기록이 지나간 라운드에서 얼마나 짝에게 돈을 내어주었는지를 나타내는 '정량적인' 데이터였다는 점입니다. 참석자들은 사실이 수치로 정확하게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소문에 휩쓸렸던 것입니다. 이는 사실보다는 소문(다른 이의 평가)에 따라 사람들의 의사결정이 편향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결과였죠.


이 실험은 조직 내에서 시행되는 평가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상사가 부하직원의 역량과 성과 달성 과정을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더라도 그 부하직원에 관해 주변인들(동료, 타부서 직원, 고객 등)이 수근거리는 '뒷담화'에 의해 평가가 크게 영향 받을 수 있다는 점이죠.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그 부하직원을 음해한다면 상사는 그런 악의에 쉽게 동조할지 모릅니다. 집단의 의견에 따름으로써 집단의 일원으로 인정 받으려는 인간의 습성 탓에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평가를 절하하려고('그럴 이유가 있으니 그렇게 말하는 것이겠지?') 합니다.


이런 심리적 한계 역시 타인에 대한 평가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다면평가와 같은 장치를 통해 보통 여러 의견을 들으면 피평가자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하곤 하지만, 그런 믿음은 지근거리에서 직접 관찰한 상사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도 합니다. 상사의 평가와 주변인들의 평가가 일치할 경우에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그 둘이 일치하지 않을 때는 과연 누구의 평가가 옳은지, 누구의 평가를 더 우선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가 대두됩니다. 더군다나 주변인들의 평가가 별다른 근거 없는 '자기만의 느낌'이거나 일부러 왜곡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면 문제가 더 심각하겠죠. 


요컨대 다면평가도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예전에 다면평가를 추천하는 글을 올린 적 있는데, 반성합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옹색하지만, 평가자(상사)들은 평가가 소문에 의해 좌우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닐까요? 소문을 참조하되 그것이 자신의 평가와 상반된다면, 그 소문의 진위 여부를 따져 물어야 합니다. 자신의 평가를 온전히 신뢰해도, 타인의 소문에 귀가 팔락거려도 곤란합니다. 여기에서도 중용의 미덕이 발휘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참고논문)

Ralf D. Sommerfeld, Hans-Jürgen Krambeck, Dirk Semmann, Manfred Milinski(2007), Gossip as an alternative for direct observation in games of indirect reciprocity, PNAS, Vol. 104(44)



  
,


지난 번 포스팅('벌금이 나쁜 행위를 오히려 조장한다?')에서 탁아소에서 아이를 늦게 찾아가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물렸더니 오히려 늦게 찾아가는 경우가 더 늘었다는 연구 사례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벌금이라는 금전적 장치가 아이를 늦게 찾아가는 미안함을 늦게 찾아가도 되는 권리로 치환시켜서 기대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난 사례였죠. 오늘은 이와 비슷한 사례를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2001년 12월 1일에 보스턴 소방본부는 소방관들에게 일수 제한 없이 유급으로 제공하던 병가를 최대 15일로 제한한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만약 병가가 15일을 넘으면 그만큼 급여에서 공제하겠다는 것도 포함되었죠. 아마도 소방관들이 무제한 유급 병가라는 제도를 악용하여 아프지 않은데도 핑계를 대며 일을 게을리할까 우려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제한을 가하면 실제로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병가 일수도 줄어드리라 기대했겠죠.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새로운 제도를 실시하고 나니 크리스마스와 신년 첫날에 병가를 신청하는 경우가 전년과 비교하여 10배나 증가했던 겁니다. 소방본부장은 소방관들이 꾀를 부린다고 생각했는지 명절 보너스를 폐지해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소방관들은 총 13,431일 분의 병가를 신청했는데, 이는 전년도의 6,432일에 비하면 2배나 증가한 양이었습니다. 병가를 악용할까 염려되어 실시한 제도가 오히려 병가 사용을 늘리는 역효과를 일으킨 것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기본적으로 소방관들은 아프거나 다쳐도 공공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헌데 새로운 제도가 사회규범 하에 위치하던 소방관들의 마인드를 자신의 서비스를 돈을 받고 제공하는 시장규범으로 이동시켜 버렸습니다. 새 제도는 예전에는 몸이 아파도 출근하던 소방관들에게 조금만 아파도 15일까지는 병가를 써도 괜찮고 그게 시장규범 하에서는 당연하다는 엉뚱한 신호를 준 꼴입니다. 탁아소에서 아이를 늦게 찾아가면 안 된다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내면 아이를 늦게 찾아가도 미안할 것 없다는, 일종의 면죄부를 발부한 사례와 맥을 같이 합니다. 


통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앙갚음을 유도합니다. 직원들을 믿지 않아서 생기는 댓가는 통제를 가함으로써 얻는 이득을 훨씬 뛰어 넘습니다. 뭔가 제한을 가하거나 벌칙을 부여하면 직원들이 '이제부터 조심해야겠다'라고 기대하는 것은 직원들이 어린 아이와 같다는, 계몽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그런 통제 조치들은 성인으로서 직원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시그널입니다. 극소수의 직원들이 보이는 일탈을 막겠다고 새로운 규정을 설계할 때 무엇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은 사회규범에 따라 움직이던 직원들을 돈의 왕래라는 시장규범에 움직이도록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직원들을 믿지 않으면 직원들도 회사를 믿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 할 뿐입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도 그냥 놔둬도 별 문제 없었을 것을 제한을 둔다든지 통제를 가한다든지 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던 사례가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 공유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참고논문)

Samuel Bowles, Sandra Polanía-Reyes(2009), Economic incentives and social preferences: substitutes or complements?,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Vol. 50(2)



  
,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체로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을 상대할 때 아무리 주의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일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대체로 믿을 만하다고 대답할까요, 아니면 믿지 못하겠다는 후자의 대답을 할까요?

이 질문은 클레어몬트 대학원의 교수인 폴 자크(Paul Zak)가 1996년에 실시한 연구에서 42개국 사람들에게 던진 설문입니다. 그는 '신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또한 그는 국가별로 사람들이 느끼는 신뢰가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변수일지 모른다는 가설을 검증하고 싶었습니다. 자크가 던진 질문에 각 국의 사람들이 답한 결과는 '극과 극'을 달렸습니다.

'신뢰하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브라질 사람은 겨우 3%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항상 다른 사람이 나를 속이지는 않을까 경계의 눈초리를 곤두세울 수밖에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죠. 반면에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인 나라는 65%를 기록한 노르웨이였고, 두 번째는 60%를 나타낸 스웨덴이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스칸디나비아 국가와 동아시아 국가가 높은 값을 보였고,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 구 공산권 국가들의 신뢰도는 낮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얼마로 나타났을까요? 조금 실망스럽지만 30%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이 값은 미국(36%), 일본(42%), 인도(약 38%)보다도 못한 수치죠. 아래의 그래프가 요약된 결과입니다. 우리나라(Korea)는 스페인과 멕시코 사이에 있습니다. (크게 보려면 클릭을!)



자크는 신뢰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이 연구를 통해 주장합니다. 물론 신뢰가 높다고 해서 경제 수준(해당 국가의 경제력)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인도, 대만, 중국(1996년 당시의 중국)이 미국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허나 자크는 GDP 성장률과 신뢰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하고, 둘 사이의 관계가 상관관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뢰가 경제 발전의 기반과 잠재력에 영향을 미친다는(즉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후속연구를 통해 얻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신뢰할 수 없는 사회에서는 상대방이 배신하지 못하도록 협상을 통해 이것저것 단서조항을 달고 안전장치를 해둬야 하는데 그것들이 거래비용을 급증시킬뿐만 아니라 거래를 지체시키고 거래의 횟수 자체를 정체시키기 때문이겠죠.

그는 국가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신뢰를 구축하도록 사회 구성원들이 더 많이 더 자주 상호작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부의 경제 정책도 직접적이고 단편적인 경기부양책에서 벗어나 신뢰를 제고하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펼칩니다. 자크는 언론 출판의 자유, 통신 인프라, 거래의 자유, 시민권 보호, 쾌적한 환경 등이 신뢰와 연관성이 있음을 또한 밝혔습니다.

신뢰도가 높아지면 진짜로 부(富)가 늘어날까요? 자크는 면밀한 정량모델을 기초로 '신뢰의 가격'을 계산해냈습니다. 그는 '타인이 믿을 만하다고 답한 사람의 수가 15% 증가하면, 1인당 연간소득이 1% 증가한다'고 말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신뢰도는 30%인데 이 값이 34.5%로 높아지면, 우리나라의 1인당 평균소득을 대략 2만 달러로 볼 때 모든 국민들은 1년에 200 달러를 더 벌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00 달러에 우리나라 인구(대략 5천만 명)를 곱하면, 1년에 100억 달러(=10조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1996년에 이뤄진 연구라서 현재는 이런 정량적 관계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으니 참고만 하기 바랍니다.)

자크의 연구는 국가 경제와 신뢰 사이의 관계를 초점으로 하기 때문에 기업이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조직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신뢰와 회사 성과 사이의 정성적인 관계는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정기적으로 직원만족도를 조사하면서 신뢰라는 항목을 필히 포함합니다. '만족'을 이루는 여러 요소 중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모두 공감한다는 증거겠죠. 신뢰가 없으면 협력이 없고 오해가 증폭되어 미움과 다툼으로 비화되고 조직에 몸담고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인 상황으로 악화됩니다. 신뢰가 직원만족의 중요한 요소이고 직원만족이 회사의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고 보면, 직원들 간의 상호신뢰를 높이는 일이야말로 품질을 높이고 기술을 개발하는 일들보다 우선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직원들 간의 신뢰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크의 연구에서 힌트를 얻는다면, '직원들 간의 상호작용'의 기회와 횟수를 증가시키는 인프라를 갖춰야 합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자유, 효과적인 의사소통, 직원 우선주의, 부서 사이의 이기주의 철폐, 상대방 업무에 대한 이해, 청결한 근무환경, 상대적 박탈감의 최소화, 협력에 대한 보상 등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인 장치와 조직문화가 구축되어야겠죠. 상호작용의 질과 양을 떨어뜨리는 장치들(이를테면 개인 중심의 성과주의 제도들, 정보기술에 치우진 의사소통 방식 등)은 신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직원들 사이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이 말이 공공연하게 직장 내에서 오고 간다면 근본적인 대책 실행 없이는 회사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기업이 아끼고 가꿔야 할 최고의 자산은 기술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인재도 아닙니다. 최고의 자산은 신뢰입니다. 신뢰가 없다면 인재도 없고, 기술도 없습니다. 인재는 다 나가버릴 테고, 팔을 걷어부치며 기술을 개발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참고논문 : Trust )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

서로 안면이 없으면 협력도 없다   

2011. 5. 25. 09:31



심리학자 린다 캐포랠(Linnda Caporael)은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경제학계의 일반적인 생각에 의심을 품었습니다. 그녀와 동료들은 인간의 본성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지 않고 '사회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련의 실험을 10년 동안 수행했죠. 그들이 수행한 실험들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캐포랠은 서로 알지 못하는 9명의 참가자를 모아놓고 그들에게 각각 5달러씩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이렇게 이야기했죠. "여러분 중 5명 이상이 방금 드린 5달러를 모금함에 기부하면, 9명 모두 10달러의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부하는 사람이 5명 미만이면 돌려 받는 돈은 없습니다" 라고 말입니다. 만일 9명 중에서 5명 이상이 기부에 동참(협력)하면, 기부한 참가자들은 최종적으로 10달러의 돈을 얻게 됩니다.



헌데, 이런 상황에서 기부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15달러를 벌 수 있겠죠. 만일 기부하는 사람이 5명 미만인 상황이라 해도 기부하지 않은 참가자들은 처음 받은 5달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실험은 기부에 동참함으로써 돈을 더 벌 것인가, 아니면 가만히 있으면서 남들의 협력에 무임승차하여 돈을 추가로 벌 것인가, 남들이 충분히 협력하지 않을 것을 대비하여 가진 돈이라도 유지할 것인가, 하는 딜레마를 참가자들에게 부여한 것입니다. 

실험을 직접 해보면 기부에 협력하는 사람이 5명을 넘게 될까요? 애석하게도 매번 실험을 할 때마다 5명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참가자가들이 서로를 알지 못하고 이야기를 한마디도 나누지 않은상태에서는 '남들이 벌이는 잔치에 숟가락만 얹어놓자' 혹은 '가만히만  있으면 5달러라도 벌 수 있는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팽배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해서 협력이 일어나기가 어려웠던 겁니다.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 총대 메주기(기부하기)를 원했죠.

캐포랠은 실험의 조건을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실험참가자들에게 실험 시작 전에 각자가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즉 기부해서 돈을 추가로 벌지, 기부하지 않아서 불로소득을 챙길 것인지 등)를 놓고 10분 동안 이야기할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기부에 동참하는 참가자가 5명이라는 문턱값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평균적으로 7~8명이 기부했던 겁니다. 그래서 9명의 참가자들은 최종적으로 평균 110~115달러의 돈을 번 셈입니다. 실험하기 전에 토론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참가자들은 토론 그룹과 대비하여 평균적으로 60%의 돈 밖에 벌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이 실험은 구성원 간의 협력이 더 큰 부(富)를 이루는 데에 필수적임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과 '안면'이 협력을 이끌어내는 강한 유인(誘因)이라는 사실입니다. 10분 간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안면을 틈으로써 협력을 해야 한다는 강한 동기가 부여됐던 겁니다.

동료들 간의 협력, 부서 간의 협력이 회사의 성과를 높이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경영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개인 이기주의와 부서 이기주의를 타파하려고 이런 저런 묘책을 강구합니다. 때로는 '부서간 협조도'와 같은 지표를 만들어서 평가하겠다는 채찍을 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협력을 강요하는 제도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협력을 일으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모 기업에서 부서간 협조도를 도입했더니 이게 협조를 강화하기는커녕 평가시즌만 되면 상대부서를 공격하는("저 부서가 괘씸하니 평가점수를 낮게 줘야지") 용도로 쓰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협조를 잘하는 부서에게 상을 주는 평가가 아니라, 우리 부서를 친절히 대하지 않은 부서에게 벌을 주는 방법으로 평가가 운영되었죠. 사람들 사이에 진정한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협조도 평가지표'와 같이 협조하는 듯이 보이도록 만드는 방법은 오래가지 못하고 오히려 개인과 부서 간의 벽을 두텁게 만들 뿐입니다. "두고보자. 다음에 너네 부서의 협조도 점수를 낮게 줄 테니까" 라고 말입니다.

협력은 신뢰가 바탕이 되고, 신뢰는 원활한 의사소통과 '서로를 잘 앎'에서 출발합니다. 구성원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려고 평가지표 도입에만 신경을 쓰는 것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바라본다는 뜻이고, 또한 피상적인 해결책에 젖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협력을 공고히 하려면 구성원들이 서로를 잘 알도록 순환보직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순환보직이 지나치게 잦으면 직무의 전문성을 해칠 염려가 있지만, 순환보직을 통해 상대방 직무를 더 잘 이해하고 자주 의사소통함으로써 얻는 득을 감안한다면 적절한 순환보직은 장려되어야 합니다.

순환보직이 어려우면 잠시라도 다른 직무를 수행할 기회를 일부러 만드는 것도 좋겠죠.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임원들은 공항 카운터에서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역할을 자주 맡기도 합니다. 사보나 홈페이지에 올릴 이벤트로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들의 니즈와 고충을 직접 몸으로 겪어 봄으로써 회사 전략을 수립할 때 탁상공론에 빠지지 않기를 경계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서로의 일을 잘 알게 되면서 신뢰하고 협력하는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개인 간, 부서 간의 이기주의가 심하여 남들이 벌여 놓은 잔치에 숟가락만 얹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면, 의사소통의 기회를 자주 만들어 주고 안면을 터주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부서간 협조도와 같은 평가지표는 갖다 버리십시오.

(*참고문헌 : Getting out from number one: selfishness may not dominate human behavior )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

신뢰(Trust) 방정식   

2011. 3. 8. 09:00



비즈니스를 할 때 '신뢰'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상당히 중요한 고리입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거래 자체가 성사되기 어렵고 설령 거래가 성립됐다 해도 서로에 대한 의심 때문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거나 이것저것 여러 가지 '보험 장치'를 덧붙이는 바람에 눈에 보이지 않는 '거래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죠. 비단 사회생활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친목을 다지는 일에도 신뢰가 밑바탕을 이루지 않으면 '그저 아는 사이' 이상으로 발전되기 어렵습니다. 신뢰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끈끈한 접착제입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평가해야 상대방의 나에게 줄지도 모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사람들을 접하면서 거의 자동적으로 '저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인가?'란 질문을 통해 상대방을 평가하곤 합니다. 하다못해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가더라도 '이 의사는 신뢰할 만한 사람인가?' 처방은 잘 내리는 걸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여러분 자신을 발견할 겁니다. 상대방의 신뢰 여부를 묻는 자문(自問)은 우리에게 아주 친숙하면서도 동시에 아주 답하기 어려운 질문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는 정도, 즉 '신뢰도'를 막연하게 평가하지 말고 신뢰도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따져보면 어떨까요? 요소로 세분해 보면 신뢰도를 더 잘 측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이 누군가의 신뢰도를 측정할 때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요소는 바로 '의도'입니다. 상대방이 나를 도와주거나 내 말을 따를 '의도'가 있느냐 없느냐, 혹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나를 속일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가장 중요시하죠. 여러분이 '의도'라는 말로 정의내리지 못했더라도 이 정도는 누구나 다 아는 신뢰의 요소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상대방의 '의도'를 신뢰도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평소 선한 의도를 꾸준히 보이는 사람이라면 그를 100% 신뢰하겠죠. 하지만 선한 의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신뢰도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나를 속일 의도가 없다 해도, 상대방이 내 말이라면 다 들어줄 자세가 되어 있다 해도 나의 지시나 부탁을 실행에 옮길 능력이 없다면 신뢰할 수 없겠죠. 부하직원에게 보고서 작성을 맡겼는데, 열심히 작업하는 그의 모습(의도)이 좋아 보여도 가져온 보고서가 엉망(능력)이라면 그를 신뢰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 부하직원의 보고서 작성 능력을 더 훈련시켜서 자신이 원하는 신뢰 수준으로 끌어올리든지, 아니면 웬만하면 일 잘하는 다른 직원에게 맡기든지 해야겠죠. 돌팔이라고 소문난 의사에게 여러분의 몸을 맡기고 싶진 않을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의도'와 '능력'을 서로 반비례 관계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능력이 좋은 사람은 왠지 나를 속일 것 같고(나쁜 의도를 가질 것 같고), 나에게 좋은 의도로 접근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능력이 모자라니까 이러는 것 아니야?'라며 그의 능력을 폄하하죠. 보통 무료 진료라는 좋은 의도를 가진 의사보다는 비싼 진료비를 요구하는 의사의 능력을 '무의식적으로' 더 높게 평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의도'와 '능력' 사이에는 연관관계가 아주 적습니다. 독립적인 개념이죠.

그렇다면 능력과 함께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라면 신뢰해도 좋을까요? 이 두 개의 요소만 가지고는 아직 부족합니다. '우연'이라는 요소도 신뢰를 형성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유능하고 성실한 사람이라 해도 외부적인 상황 때문에 자신의 의도를 계속 유지할지 확신할 수 없죠. 중요한 일을 같이 처리하려고 모처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상대방이 중간에 교통사고를 내서 약속을 펑크낸다면 약하지만 신뢰에 금이 갑니다.

물론 불가항력이고 나와 상대방이 오랫동안 만날 사이라면 한두 번의 실수는 신뢰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우연히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신뢰하기 힘든 사람이라는 쪽으로 판단이 쏠리게 됩니다. 우연이란 요소는 비즈니스에서 자주 벌어지는 '1회성 거래'에는 치명적인 영향이 끼치기도 하죠.

예를 들어 능력이 있고 고객을 위하는 마음(의도)도 충만한 어느 컨설턴트가 클라이언트 앞에서 제안서 발표를 하는데 가져온 노트북 컴퓨터가 고장나서 PT가 잠시 공전된다면 비록 그 컨설턴트의 직접적인 잘못이 아니더라도 신뢰도가 떨어지는 게 인간의 마음입니다. 우연이란 개념을 통계에서 말하는 '편차'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지금까지 말한 내용을 가지고 신뢰도를 측정하는 방정식을 만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뢰도(%) = 의도 * 능력 * (100 - 우연)

각각 0부터 100까지의 퍼센테이지로 판단한 후 곱하면 상대방의 신뢰도가 산출되겠죠.  예컨대 의도가  90%, 능력이 50%, 우연이 10%라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뢰도(%) = 90% * 50% * (100 - 10)%  = 약 40%

상대방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데 꼭 이렇게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지도 모릅니다. 순간적으로 상대방의 신뢰도를 평가해야 할 급박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각 요소를 퍼센테이지로 계량화하는 일도 사실은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정성적으로 판단해서 대략의 수치를 정해야 하죠. 하지만 적어도 시간을 두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무턱대고 누군가의 신뢰도를 막연히 평가하는 것보다는 종이 한 장을 꺼내 놓고 차분하게 신뢰의 방정식의 해(解)를 구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신뢰도를 측정하는 것 말고, 상대방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내가 무언가를 함으로써 신뢰도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 중 하나 이상을 변화시켜서 상대방의 신뢰도를 끌어올릴 수는 없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의도', '능력', '우연' 중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우연'은 상대방도 나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변수입니다(아주 제한적인 범위에서 '우연'을 컨트롤할 수 있기는 합니다). 신뢰도의 요소 중 '의도', '능력'은 상대방이 전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지만, 나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칠 수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선한 의도를 가지게 만들려면 그에게 돈(급여나 계약금 등)이라는 금전적 인센티브를, 평소 칭찬과 인정이라는 비금전적 인센티브를 활용하면 됩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능력 제고'에 내가 관여하는 상사나 동료의 입장이라면 그에게 교육을 시킴으로써 신뢰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결국 이렇게 해서 향상된 상대방의 신뢰도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신뢰감 형성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겠죠.

신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어떤 것보다 인간관계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여러분이 익히 아는 사실입니다. 신뢰를 하위요소로 나눠 생각하는 것이 왠지 '환원적'인 듯해서 마뜩치 않을지 모르지만, 이를 통해 서로 상대방의 신뢰도를 올바르게 측정함으로써 쌍방이 기존에 쌓아둔 신뢰라는 자산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상대방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 보는 단초를 제공하기에 유용한 개념입니다. 신뢰의 방정식을 가슴에 담아 두세요. '신뢰 자산'이 복리 이자처럼 불어나지 않을까요?

(* 참고도서 : '머니랩')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

'옥시토신' 하라   

2010. 9. 3. 09:00

철수와 만수가 각각 투자자와 수탁자가 되어 게임을 벌입니다. 철수가 자신의 자금 중 일부를 투자하기로 결정하면, 게임을 주관하는 자가 투자금액의 4배를 만수에게 대신 전달합니다. 돈을 전달 받은 만수는 그 중의 얼마를 철수에게 돌려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 게임의 룰이죠.

예를 들어 철수가 10만원을 투자하기로 하면, 게임주관자가 40만원을 만수에게 전달합니다. 만수는 철수에게 원금과 이익을 돌려줘야 하는데, 얼마를 돌려줄지는 전적으로 만수의 마음에 달려 있죠. 최악의 경우, 철수는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철수가 만수로부터 돈을 떼이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돌려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경경제학자인 작크(P. J. Zak)는 ‘신뢰’가 그 해답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여러 명의 ‘철수와 만수’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측정한 다음, 그들에게 투자게임을 시행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철수로부터 신뢰를 많이 받는 만수일수록 더 큰 금액을 되돌려 준다는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작크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철수가 투자금액을 결정한 직후에 수탁자인 만수의 혈액을 채취하여 호르몬 수치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많은 금액을 돌려준 만수들이 혈중 옥시토신(Oxytocin)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옥시토신은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유대와 협력행동을 강화하는 호르몬입니다. 또한 옥시토신은 흔히 천연마약이라고 불리는 호르몬인 도파민(Dopamine)의 분비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도파민은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도전 의지를 불태우는 역할을 하죠. 따라서 옥시토신은 신뢰 구축을 위한 직원들의 동기를 고취함으로써 회사 전체의 성과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호르몬입니다.

위 실험이 증명하듯이 상대방에 대한 전적인 신뢰는 옥시토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더 많은 보답과 헌신으로 이어집니다. 고객과의 관계에서나 직장 내에서나 신뢰는 서로의 연대를 보다 탄탄히 함은 물론이요, 회사가 목표로 삼은 성과를 달성함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실험을 통해 알 수 있죠. 신뢰는 옥시토신을 분비하고 옥시토신은 성과를 창출하며 높아진 성과는 다시 신뢰를 강화하는 긍정적인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반면에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아마 가슴 한편이 답답해져 옴을 느낄 겁니다. 신뢰의 상실은 양자 모두에게 스트레스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우리의 몸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스트레스의 고통을 경감시켜주고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코르티솔에 장기간 노출되면 오히려 면역체계가 약화되고 늘 긴장상태가 되며 집중력도 떨어지고 신경이 예민해지는 역효과가 발생하죠. 타인으로부터 불신을 자주 받는 사람에게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과학적 이유일 겁니다.

폭주족과 문제아를 받아들여 능력 있는 기술자로 양성해 내는 주켄공업의 마츠우라 모토오 사장은 “서로 권리를 인정하고 서로에게 무조건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것은 의무이다.”라고 말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랑하는 마음이 옥시토신의 분비를 촉진시킨다고 합니다. 신뢰는 동료들끼리 나눌 수 있는 사랑의 행동이죠. 그 사랑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지금 바로 소원했거나 탐탁지 않았던 사람에게 다가가 신뢰가 담긴 말 한마디를 던져보세요. 장담컨대, 만수가 그러했듯이 준 것보다 더 많은 성과로 보답해올 겁니다. '신뢰'는 관계를 강화하고 고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조직의 필수 호르몬입니다.


(*오래 전에 쓴, 묻혀서 읽히지 않은 글을 수정해 재발행합니다.)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아래 그림 클릭!) 
        (트위터 : @in_future )
inFuture 앱 다운로드 받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