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 효과'를 조심하세요   

2010. 1. 21. 22:41

여러분의 회사는 두 곳의 공장(A공장과 B공장)을 운영하면서 단일 제품을 생산 중입니다. 제품의 불량율 감소(또는 수율 증가)를 위해서 생산 라인에 10 억원이란 자금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헌데,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 두 곳의 공장 중 어느 곳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의사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투자 분석을 해 보니까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수치는 확연히 구분하도록 임의로 붙였습니다.)

A공장에 투자할 경우 : 

      1년 간 불량품 개수 = 10만 개
      투자 이후 불량품 개수 예상 = 9만 7천 개
      감소 개수 = 3천 개

B공장에 투자할 경우 :

      1년 간 불량품 개수 = 1만 개
      투자 이후 불량품 개수 예상 = 8천 개
      감소 개수 = 2천 개 

이 두 가지 안을 놓고 여러분이 의사결정한다면 어떤 안에 찬성표를 던지겠습니까?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두 번째 안인 B공장에 투자하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1만 개의 불량품 중에서 20%나 개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A공장은 10만 개나 되는 엄청난 불량품 중 겨우 3%만을 개선할 뿐이죠. 원래 불량품이 많은 공장이니 10억 원의 돈을 쏟아 붓는 게 아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10억 원을 집행하면, B공장은 20%의 불량 개선 효과가 있지만 A공장은 3% 밖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B공장에 투자하고픈 욕구가 생깁니다. B공장과 관련된 임직원들은 20%가 3%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자기네 공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겁니다. 그래야 성과 향상의 폭이 커서 두둑한 성과급을 기대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물론 20%의 향상은 3%보다 뛰어나지만, 퍼센테이지가 아닌 절대 개수로 보면 A공장에 투자할 때가 B공장에 투자할 때보다 1천 개 더 많은 개선효과가 있습니다. 전사적인 시각으로 보면 A공장에 투자를 해서 1천 개의 불량품을 더 줄이는 게 이득입니다. 따라서 A공장이 겨우 3%의 개선효과를 낸다고 해서 그들의 성과를 불리하게 측정하면 곤란하겠죠.

이렇게 절대치로 따지지 않고 비율로 따지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비효율적인 투자를 집행하는 현상을 '망원경 효과(Telescope Effect)'라고 부릅니다. 가까이 들여다 보며 세세히 따지지 않고 지휘관이 멀리서 망원경으로 보이는 어렴풋한 광경만을 살펴보고 명령을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망원경 효과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리모트 콘트롤'의 오류를 말하기도 합니다.

위의 예처럼 개선되는 불량품의 갯수, 증가하는 고객수, 늘어나는 매출액과 같은 절대치로 판단하기보다 감소율이나 증가율에 의해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오류를 범하는 현상이 경영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망원경 효과입니다. 이 때문에 잘못된 투자 결정과 억울하고 비합리적인 성과 평가가 이뤄지곤 하죠.

물론 비율(감소율이나 증가율)로 따져야 할 것들이 있지만, 비율만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서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려서는 안되겠죠. 투자를 해서 20%의 이익 증가율을 얻었다 해도 속을 들여다 보니 원래의 이익이 얼마 되지 않으면 증가한 이익은 겨우 몇 억원 밖에 안 될 겁니다. 비율에 속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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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서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오늘은 '완전히 확실하지도, 완전히 불확실하지도 않은 상황' 하에서 어떻게 의사결정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완전히 확실하지도, 완전히 불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이 무엇인지 알아봐야겠군요. 이런 상황이란 향후에 펼쳐질 외부환경의 모습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어서 각 시나리오(즉, 외부환경의 유형을 말합니다. 앞으로 시나리오라는 말을 쓰겠습니다)의 발생확률을 대략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을 말합니다. 지난 번에 언급한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은 어떤 시나리오가 발생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어서 모두 동일한 발생확률을 갖는다고 가정한 걸 기억할 겁니다.

디저트를 먹을까요, 말까요?


완전히 확실하지도, 완전히 불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은 다음과 같이 각 시나리오의 발생확률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를 일컫습니다.

 가치 매트릭스
부동산이 오른다
(확률 = 0.7)
유지된다
(확률 = 0.2)
내린다
(확률 = 0.1)
 집을 구매한다  10 3
 전세로 거주  -5 0 0
 월세로 거주  -5 0 2

여기서 각 시나리오의 발생확률을 어떻게 해서 추정했는지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나름의 근거와 직감을 바탕으로 구한 값이라고만 언급하겠습니다. 

사실 정성적인 상황을 위와 같이 확률이라는 정량적인 값으로 얻어내는 확실한 방법은 없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거라는 신호가 시장에서 '많이' 그리고 '자주' 감지된다고 해서 '부동산이 오른다'는 시나리오의 발생확률을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즉, 근거의 수(양)가 많다 해서 발생확률을 높게 간주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단 하나의 사건만으로 그와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근거의 질' 또한 발생확률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고려 사항입니다. 근거의 질이란, 그 근거가 해당 시나리오의 발생을 강하게 지지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과 관련한 규제를 해제할 거란 소식이 나온다면 다른 시나리오를 지지하는 근거들이 제아무리 많아도 '부동산이 오른다'는 시나리오를 강력하게 지지하기 때문에 근거의 질이 매우 높습니다.

완벽하지 않지만 발생확률을 판단할 때 다음의 가이드를 참조하기 바랍니다. 근거의 질을 더 우선함을 유의하십시오.

근거의 수가 많고, 근거의 질이 높다 → 발생확률 0.8 ~ 1.0 정도
근거의 수가 적고, 근거의 질이 높다 → 발생확률 0.6 ~ 0.8 정도
근거의 수가 많고, 근거의 질이 적다 → 발생확률 0.4 ~ 0.6 정도
근거의 수가 적고, 근거의 질이 낮다 → 발생확률 0.0 ~ 0.4 정도

발생확률의 위의 매트릭스처럼 추정됐다고 가정하면, 여러분은 어떻게 해결책을 선택해야 할까요? 의사결정 시 여러분이 취할 수 있는 첫 번째 전략은 '발생확률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보이는 해결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위의 매트릭스에서 '부동산이 오른다'는 시나리오의 발생확률이 0.7로 가장 큰데요, 이때 가장 높은 가치를 보이는 '집을 구매한다'는 해결책을 취하면 됩니다.

너무나 간단한 의사결정이지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발생확률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라는 말은 다른 시나리오에 비해 '독보적으로' 발생확률이 높아야 함을 의미합니다. 단순하게 상대적으로 가장 큰  발생확률을 갖는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3개의 시나리오가 각각 다음과 같이 발생확률을 갖는다고 가정해보죠.

시나리오 1 : 발생확률 0.5
시나리오 2 : 발생확률 0.4
시나리오 3 : 발생확률 0.1

시나리오 1의 발생확률이 다른 것보다 높지만 독보적이지는 않습니다. 0.5 라는 발생확률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확률이 반반이라는 말이므로 발생할 거라는 믿음을 갖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시나리오 2의 발생확률(0.4)와 별 차이도 없습니다.

독보적이란 말은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떤 시나리오가 독보적인 발생확률을 가진다는 말은 다른 시나리오들의 발생확률을 모두 합한 값에 2를 곱한 수보다 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if 
        시나리오 N의 발생확률 > (나머지 시나리오들의 확률을 모두 더한 값) * 2
then
        시나리오 N은 '독보적 시나리오'

위의 가치 매트릭스에서 '부동산이 오른다'는 시나리오는 이 조건을 만족하므로 독보적인 시나리오입니다. 따라서 이 시나리오에서 가장 가치가 큰 '집을 구매한다'는 해결책을 선택하면 되겠죠.

만약 독보적인 시나리오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럴 땐 '최고의 기대값을 보이는 해결책'을 선택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습니다. 기대값이란 시나리오의 발생확률과 가치를 곱한 값을 합산한 수치를 말합니다. 가치 매트릭스가 다음과 같다면 기대값은 각각 맨오른쪽 열과 같이 계산됩니다.

 
부동산 오른다
0.5
유지된다 
0.4
내린다
0.1
기대값 
 집을 구매한다  10 0  -5 0.5*10+0.1*(-5)
= 4.5
 전세로 거주  -10 5 0  0.5*(-10)+0.4*5
= -3.0
 월세로 거주  -5 0 5  0.5*(-5)+0.1*5
= -2.0

기대값이 가장 높은 해결책이 '집을 구매한다'이므로 그것을 최종 해결책으로 선택하면 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조심해야 합니다. 기대값이 가장 높은 전략을 취하는 것이 높은 가치(혹은 작은 손실)을 항상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위의 매트릭스에서 집을 구매하는 해결책의 기대값이 가장 높다 해도 부동산 가격이 유지되거나 내린다면 전세로 거주하는 방법보다 나쁜 해결책이 돼버리고 맙니다. 게다가 부동산이 오르는 시나리오와 유지되는 시나리오는 발생확률 차이가 겨우 0.1 밖에 안 됩니다. 부동산이 오를 경우에만 집을 구매한다는 해결책이 좋은 해결책이지, 나머지 시나리오에서는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는 방법이 최고의 해결책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동전이나 주사위를 수십 번 던지는 것처럼 집을 구매할지를 수십 번 할 수 있는 기회나 능력이 있다면 위의 기대값이 충분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의사결정의 기회는 한번이나 기껏해야 두세 번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기대값만 가지고 최고의 해결책을 구하려는 시도는 상당히 무모합니다. 기대값이 높은 해결책을 취하는 방법은 여러 번 시행이 가능한 의사결정 사안일 때만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집을 구매할지 말지, 다른 회사로 이직할지 말지와 같이 오직 한 두 차례의 시행한 가능한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때는 다음의 절차를 따르기 바랍니다.

1) 0.2 미만의 발생확률을 갖는 시나리오를 삭제한다
2) 남겨진 시나리오들의 발생확률을 모두 동일하다고 간주한다
3)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 하에서의 의사결정 방법을 따른다

위의 매트릭스에서 '부동산이 내린다'는 시나리오의 발생확률이 0.1 이므로, 그것에 해당하는 열을 모두 삭제합니다. 그런 다음, '부동산이 오른다'와 '부동산이 유지된다'는 시나리오의 발생확률을 똑같다고 가정합니다. 이렇게 되면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과 같아지는데요, 지난 포스팅에서 설명한 절차 대로 '최선의 해결책', '만족스러운 해결책', '안전한 혹은 모험적인 해결책'을 찾아나가면 됩니다.

오늘의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완전히 확실하지도, 완전히 불확실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최고의 해결책을 찾는 방법

1) 독보적인 시나리오에 가장 높은 가치를 갖는 해결책을 택한다

독보적 시나리오가 없다면,
2) 기대값이 가장 높은 해결책을 택한다

여러 번 시행 가능하지 않다면,
3) 발생확률이 아주 낮은 시나리오를 삭제하고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 하에서의
   의사결정 방법을 따른다

지금까지 외부환경(즉 시나리오)를 고려하여 최고의 해결책을 의사결정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보다시피 좋은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려면 가치 매트릭스가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 시나리오에 처했을 때 각각의 해결책이 얼마 만큼의 가치를 보일 것인지를 근거를 바탕으로 '잘' 추정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근거가 미약한 상태에서 문제해결사 본인의 취향이나 경험에 따라 가치를 rating하면 의사결정은 무의미할 뿐더러 위험합니다.

물론 이렇게 절차에 따라 꼼꼼하게 내린 의사결정 결과가 직감에 의한 것보다 항상 좋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한번 쓱 보고 '이게 제일 낫다'고 해서 실행한 결과가 엄청나게 성공할 수 있고 또 그런 사례도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귀찮은데 이렇게 하나씩 체크할 필요가 있겠냐? 직감으로 판단해도 되는 걸!'이라고 항의 섞인 말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오직 성공한 것들만 알려지기 때문에 그와 같이 편향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직감으로 내린 의사결정이 실패한 사례가 훨씬 더 많지만 성공하지 못했기에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또한 직감에 의해 성공한 사례가 더 극적이므로 대대적으로 알려질 가능성이 더 큽니다. 게다가 여러분이 직감으로 내린 결정이 성공한 경험이 있다면 꼼꼼한 절차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문제해결사 여러분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의사결정을 진행할 의무와 권리가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근거가 부족해서 못하겠다는 말은 핑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1~2시간만 공을 들이면 직감의 위험을 방지하거나 직감을 보완하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시도하지 않고서 거부만 한다면 문제해결사로서의 역량을 스스로 의심해야 합니다.

오늘 날씨처럼 언제나 쾌청한 의사결정과 함께 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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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서 해결책을 선정할 때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을 기준으로 삼아야 함을 설명했습니다. 만일 이 두 요소 모두가 좋은 해결책이 하나 뿐이라면 그것을 선택해서 실행에 옮기면 됩니다. 하지만 두 개 이상이라면 우리는 선택의 상황, '의사결정'의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효과도 좋고 효율도 좋은 해결책이 여러 개라면 그 모두를 다 실행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개인이나 조직이 가진 자원의 한계가 있습니다. 시간이나 돈이 부족하고 인력을 동원하기도 어렵다면 여러 개의 해결책 중에 가장 나은 '하나의' 해결책을 선택해야 합니다. 오늘은 이러한 선택의 상황에서 문제해결사가 어떻게 의사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일지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문제해결을 잘 하면 이런 노다지가 굴러올 수도...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이 동시에 높은 해결책이 세 개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셋 모두 효과와 효율이 다 좋다고 했으므로 이것만 가지고는 우열을 점치기 어렵습니다. 물론 효과와 효율에 대해 심층적으로 정량분석을 실시해서 그 중 어느 것이 가장 효과와 효율이 높은지를 가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효과와 효율이 정성적으로 동일한 해결책들을 정량적으로 다시 심층분석해서 나온 값들이 실제의 효과와 효율을 나타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해결책들이 계획된 단계일 뿐 실행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심층분석에서 효율이 50 이 나왔다 해서 그 해결책이 실행되고 나서도 효율이 50 이 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이상적인 상태가 아닌 이상, 실행 과정 상에서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돌발변수가 많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단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이 모두 높다고 한다면, 세 개의 해결책들은 동일한 선상에 놓고 효과와 효율이 아닌 다른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하나의 '최고 해결책'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 제 3의 잣대란 바로 '외부환경' 입니다.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은 외부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나왔습니다. '내'가 혹은 '우리 회사'가 해결책을 실행한다는 입장만 생각해서 효과와 효율을 따졌을 뿐입니다. 하지만 외부환경이란 차원을 고려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어떤 해결책이 A라는 매우 우호적인 외부환경에서는 100이라는 효과를 가졌다 해도, B라는 외부환경에서는 효과가 80 밖에 안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동전의 앞면에 내기를 거는 경우와 뒷면에 내기를 거는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오. 찢어지게 가난한 어떤 사람이 자신의 곤궁을 탈피하고자 동전 던지기라는 도박에 뛰어들 결심을 했다면, 이 두 개의 선택이 그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해결책일 겁니다. 이 사람에게 이 두 가지 해결책은 효과와 효율이 동일하겠지요. 둘 다 동전의 어떤 면이 나오는지 지켜보면 되고 이겼을 경우에 얻는 상금도 똑같기 때문입니다. '외부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 두 가지 해결책은 어느 면으로 모나 동일합니다.

이 사람에게 주어진 외부환경이란 바로 '앞면이 나올 때'와 '뒷면이 나올 때'입니다. 그가 앞면에 내기를 걸었는데 앞면이 실제로 나온다면, 최고의 해결책은 앞면에 내기를 거는 것입니다. 반대로 뒷면에 내기를 걸었더니 뒷면이 덜커덕 나온다면, 뒷면에 내기를 거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이죠. 

앞면이 나왔다 → 앞면에 내기를 거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
뒷면이 나왔다 → 뒷면에 내기를 거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

물론 그가 어떤 면이 나올지 미래를 예측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다시 말해 어떤 면이 나올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최고의 해결책을 동전을 던지기 전에 미리 골라내지는 못합니다.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최고의 해결책이 '그때그때 달라질' 가능성이 큼을 보이기 위한 예임을 양지하기 바랍니다.

세 개의 해결책(효과와 효율이 모두 동일한)이 제시되고 예상되는 외부환경이 세 가지라면 다음과 같이 3X3의 매트릭스가 만들어집니다. 이를 '가치 매트릭스(Value Matrix)'라고 부릅니다.

   환경 1 환경 2  환경 3 
 해결책 A      
 해결책 B      
 해결책 C      

매트릭스의 빈칸에는 각 해결책이 각 환경에 처했다고 가정하고 문제해결효과나 문제해결효율의 예상치, 즉 '가치'를 정성적으로 판단하여 기입합니다. 여기서 '정성적'으로 판단한다는 말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 말은 절대적인 값이 아니라, 상대적인 값임을 의미합니다. 아래의 매트릭스와 같이 가장 효과(혹은 효율)가 큰 조합을 100 혹은 10 이라고 놓고서 나머지 조합의 상대적인 가치를 판단하여 기입하면 됩니다. 물론 각각의 가치는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근거가 명확해야 합니다.

   환경 1 환경 2  환경 3 
 해결책 A  10  5  -10
 해결책 B  -5  10
 해결책 C  -10  -5  10

이 매트릭스를 놓고서 최고의 해결책을 선정해야 합니다. 이 셋 중 무엇이 최고의 해결책일까요? 언뜻 보아도 최고의 해결책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환경 1에서 해결책 A가 가장 좋지만, 환경 3에서는 해결책 C가 가장 좋기 때문입니다. "고가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라는 해결책이라고 한다면, 경제가 활황일 때는 높은 효과를 보이지만 불황이 지속되는 환경이라면 그다지 좋은 전략이라 말하기 힘든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좀더 과학적으로 의사결정을 진행해야 하는데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 접근방법을 취해야 합니다.

1) 완전히 확실한 상황일 때
2)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일 때
3) 완전히 확실하지도, 완전히 불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일 때

첫 번째, '완전히 확실한 상황일 때'의 의사결정은 아주 간단합니다. 완전히 확실하다는 말은 어떤 외부환경일지 확실하게 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예상 가능한 외부환경의 유형이 어떻든 간에, 확실하게 예상되는 특정한 외부환경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보이는 해결책을 택하면 됩니다. 이를 '최고가치전략'이라고 부릅니다.

위의 가치 매트릭스에서 환경 2가 펼쳐질 것이 확실하다면 나머지 환경은 고려할 필요도 없이 해결책 B를 최고가치전략으로 선택하면 됩니다. 하지만 완전히 확실한 상황은 현실적으로 별로 나타나는 '이상적인' 상황입니다. 동전의 앞면이 나올 것이 100% 확실하다고 미리 간파할 줄 아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아주 드물게 앞으로 어떤 외부환경이 득세할지 거의 확실하게 예상될 때에 한하여(예를 들어 항아리 속을 투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어떤 색깔의 공이 나올지 알 경우에 한하여) 최고가치전략을 취하기 바랍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상황은 첫 번째 상황보다는 현실적입니다. 현실의 일들이 다 그러하듯이 이러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이 포스팅의 분량을 마냥 늘릴 수 없으므로 그것들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습니다.

오늘도 최고가치전략과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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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의 대안들이 있을 때 그 중에 최선안을 어떻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까? 모든 대안을 다 채택하고 싶지만, 자원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하나나 두 개만 선택을 해야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그걸 찾아낼까?

대안이 서너 개라면, 머리 속으로 쉽게 대안별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서 가장 좋은 대안을 도출할 수 있다.예를 들어, 대안이 A, B, C 세 개가 있다고 하자. A와 B를 비교하여 A가 더 낫다면, A > B 라고 표시하기로 하자. 모두 비교해 보니까, (A > B)  and  (B > C)  and  (A > C) 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면 A > B > C 가 되기 때문에, A가 가장 좋은 안으로 선택된다.

대안이 세 개라면, 이처럼 식은 죽 먹기처럼 최적대안을 골라 낼 수 있다. 그러나 대안이 7개를 넘어 간다면? 휴먼팩터(Human Factor)에 근거하면, 인간이 한번에 최대로 인식할 수 있는 대상의 개수는 7 ± 2개이다. 그래서 이를 인간공학에서는 '매직 넘버 7'이라고 부른다.

대안이 7개를 넘어가면, 어떤 대안이 가장 좋은지, 그리고 차선책이 뭔지 밝혀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A가 최선대안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고 하고.... '같기도'의 함정에 빠지고 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Tip 하나를 소개한다. 여러 대안들 중 우선순위를 정할 때나, 사람들을 상대평가할 때나, 여러 가지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아래의 표를 보라.

  A B C D E
A 1    3    1    2    2   
B  1/3 1     1/3  1/2 1   
C 1    3    1    1    2   
D  1/2 2    1    1    2   
E  1/2 1     1/2  1/2 1   
합계 3.33 10.00 3.83 5.00 8.00
순위 5 1 4 3 2

예를 들어, 대안이 모두 5개라면, 각 대안을 가로축과 세로축에 기입을 한다면, 두 개씩 비교를 해 본다. (회색 부분은 같은 것끼리의 비교이므로 기본적으로 1을 기입한다.)
그리고, 가로축의 대안이 세로축의 대안보다

    아주 뛰어나면, 3
    더 나으면, 2
    동등하면, 1
    뒤진다면, 1/2
    아주 뒤진다면, 1/3

을 위의 표의 '노란 부분'에 입력한다. 그리고, 대각선을 가운데 두고 대칭이 되는 셀에는 그 수의 역수가 입력되도록 하면 된다. Excel에서 수식을 걸어두면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평가한 다음에, 합계를 구해서 가장 높은 점수가 나온 것을 최적 대안으로 선택하고 그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가지는 것을 차선안으로 채택하면 된다.

위의 예는 논의를 쉽게 하기 위해서 5개의 대안들로 다뤘는데, 대안이 7개가 넘어간다든지, 대안들이 거의 비슷비슷해서 어떤 게 더 나은지 규명하기가 모호할 때 위의 표를 사용하면 쉽게 우선순위를 구할 수 있다.

만일, 고려해야 할 요소가 여러 개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비용'측면에서는 A가 최적대안이라고 나와도 '리드타임' 측면에서는 B가 더 나을 수 있다. 그러면 평가하고자 하는 요소별로 위의 표(매트릭스)를 만들어서 합계들의 총합을 구하면 된다.

이런 방법을 Analytic Hierarchy Process(AHP)라고 한다. 사람들은 여러 개를 한꺼번에 비교하는 것보다 두 개씩 놓고 비교하는 건 잘 한다. 그 특징을 이용한 방법이 AHP이다. 최적대안을 구할 때, 직원들을 상대평가할 때,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찾을 때 등등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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