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C(균형성과표)를 버려라!   

2008. 10. 28. 09:54

로버트 캐플랜과 데이비드 노튼이 주창한 균형성과표(Balanced Scorecard, BSC)가 소개된 지 이제 10년이 되어 간다. BSC란, 재무지표에 따라 근시안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전략을 평가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비재무적인 성과요소들에 대한 균형적인 관리를 통해 보다 미래지향적인 기업 가치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한 경영기법이다.

(사진 : 유정식)


‘전략집중형 조직’ 구축의 실천적인 방법을 제시한 BSC가 각광을 받으면서, 기업들은 앞 다투어 BSC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사기업을 중심으로 BSC 열풍이 불더니 이제는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들이 BSC의 도입을 앞장서고 있다. 도입만 하면 성과가 몰라보게 성장함은 물론, 비전에 좀더 빠르게 다가설 수 있을 것처럼 열렬히 홍보되고 있다. 그리고 BSC의 성장과 함께 컨설팅 회사들은 수익을 불려나가고 있다.

그런데, 내가 몇몇 회사의 BSC 운영 실태를 보고 들은 바에 의하면 당초 기대했던 기업 가치의 제고니, 비전 달성이니, 하는 효과는커녕 BSC가 오히려 혼란만 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괜히 BSC를 도입해서 회사 분위기만 망쳐 놓았다는 직원들의 불만은 상상외로 크다. 항상 변화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목소리를 크게 하는 경향이 있기 마련이지만, BSC를 도입해 ‘회사가 진짜 좋아졌다.’ 라고 말하는 걸 나는 한번도 듣지 못했다.

이런 말을 하면 BSC로 먹고 사는 컨설팅사는 성공사례를 보란 듯이 들이댈 것이다. 여러 책에서 BSC 도입이 꽤나 성공한 듯이 무용담을 늘어놓고 있지만, 난 그런 사례를 볼 때마다 컨설팅사가 돈벌이를 위해 ‘광고’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어느 책에 성공사례로 열렬히 소개된 은행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BSC는 어디까지나 도구다. 비전과 전략의 실행 도구하며 모니터링 도구다. 성과가 나쁜 회사가 BSC를 운영한다고 예전엔 없던 성과를 새로 창출할 수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전략이 원래부터 잘못됐고 사업구조 자체가 취약한데, 그걸 기초로 BSC를 만들면 경쟁력이 되살아난단 말인가? 의사가 처방을 잘못 내리면 진단장비가 제아무리 좋아 봤자 환자의 병은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될 뿐이다.

그러니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이 몰라보게 활성화되고 강력하게 변화관리를 추진할 수 있으며 회사의 비전을 곧 달성할 수 있을 거라는 헛된 소리는 제발 그만 하라. BSC는 비전과 전략 실행을 위한 도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딱 그만큼만 기대해야지, 마술지팡이처럼 과대선전해서는 곤란하다.

컨설팅사도 문제지만 고객사도 문제다. BSC 관련서적 어디를 살펴봐도, BSC가 조직 및 인사평가의 도구라는 말은 없다. 그런데 많은 회사들은 BSC를 비전과 전략에 다가가는 로드맵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단위조직과 개인의 성과를 평가해서 잘잘못을 가리거나 보상에 연계시키는 방법으로 BSC를 쓰고 있다.

 비전과 전략에 관한 깊은 성찰 없이, BSC의 4가지 관점에 따라 전사 차원의 성과지표(KPI)를 만들고 이를 사업부와 팀도 똑같은 체계에 따라 진행하도록 한다. 그리곤 평가를 하려면 측정 가능해야 하니 어떻게든 정량적인 지표를 만들어내라고 강요한다. 예를 들어, 경영기획팀에게 KPI를 만들라고 하면, 품질 측정은 어려우니까 ‘기획서 보고건수’와 같은 우스꽝스러운 지표들이 나온다. 그리고 고객만족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서인데도, 고객만족도는 빠지지 않는다.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막막하다. 하지만 그것 말고 적당한 게 딱히 없다’라고 말한다.

재무, 고객, 프로세스, 학습과 성장이라는 4가지 관점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것일 뿐, 결코 변형되지 말아야 할 원칙은 아니다. 업의 특성에 따라서,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서 BSC 체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재무 성과와 직접 관련이 없는 조직에게 재무 관점의 KPI를 수립하라고 강요하면 안 된다. 그 조직이 실현할 수 있는 전체 성과면 되지, 2가지 관점이면 어떻고, 한 가지 관점이면 어떤가?

이 모든 오류들이 BSC를 조직 및 인사평가의 도구로 쓰기 때문에 발생한다. 평가를 하자니 모든 단위조직들을 똑같은 체계로 평가해서 보상해야겠고, 보상을 하자니 지표들이 측정 가능해야겠고, 측정을 하자니 아무래도 정량적이어야 하다보니 희한한 지표들이 BSC를 가득 채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제언하고 싶다. 억지로 말도 안 되는 KPI를 뽑아내는 데 힘쓰지 말고, 각 단위조직들로 하여금 회사의 전략 달성에 필요한 ‘전략과제’를 수립토록 하라. 그리고 수시로 전략과제의 실행과정을 모니터링하라. KPI가 없어도 충분히 모니터링할 수 있고 전략과제의 실행결과를 측정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BSC가 아니라, 경영의 기본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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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유정식)

어느 회사이건 간에 직원의견조사 설문과 인터뷰 내용을 분석할 때마다 항상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하나 있는데, 바로 ‘우리회사는 직원에 대한 교육을 별로 시키지 않는다’, ‘교육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라는 직원교육의 문제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여러 기업의 경영진단을 수행하면서 보아온 회사들의 교육체계는 대개 나쁘지 않았으며, 몇몇 회사의 직원교육은 업계 평균보다 오히려 월등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직원들의 교육에 제법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교육에 관한 불만이 왜 터져 나오는 것일까? 필자는 그 원인이 교육 자체의 문제점 때문이 아니라 교육 이외의 다른 것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첫째, 직원들은 교육을 역량개발의 수단이라기 보다는 업무의 긴장감을 풀기 위한 일종의 피난처로 여기는 경향이 크다. 즉 교육기간 동안에는 적어도 업무를 잊고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교육을 받을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1년에 한번은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 정당하다며 불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업무강도가 높은 직원은 교육을 통해 리프레쉬를 해주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겠는데, 특이한 것은 그와는 반대로 업무강도가 낮은 직무에 종사하는 직원들도 교육 불만을 큰 목소리로 표출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짐작하건대, 교육을 휴식의 도구로 여기기도 하지만 지루한 일상업무에 긴장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도구로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원인은 정보홍수의 시대, 지식사회 등으로 불리는 요즘의 시대흐름 때문이다. 질적으로 양적으로 나날이 창출되고 발전되는 지식과 기술로 인해 직원들은 자칫 한눈을 팔면 자신이 낙오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자연스레 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 직원들은 이런 불안감을 어떻게든 교육을 많이 이수함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회사가 충분하게 교육 욕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할 경우 불만을 표출하게 된다. 또한, 회사가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이 ‘그 나물에 그 밥’ 이라며 직원교육이 좀더 유행을 따라가 주기를 바라곤 하는데, 몇몇 악의를 가진 직원들은 회사 성과에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기만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회사로부터 더 많은 교육을 받아내고자 작정하는 도덕적 해이를 보이기도 함에 유의해야 한다.

세 번째 이유는 교육을 받는 것에 대해 터부시하는 조직 분위기 때문이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첫 번째 이유와 상통하는데, 바로 교육을 역량 함양의 기회로 보지 않고 업무를 피하여 휴식을 취하려는 행위로 보는 경향이 조직에 퍼져있는 경우에 그렇다. 업무 수행에 진짜로 유용한 교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사와 타 직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조직분위기라면 교육을 받겠노라 과감하게 나서는 직원은 별로 없을 것이며, 이러한 조직분위기는 고스란히 교육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게 된다.

교육에 대한 불만은 교육 그 자체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불만을 표출하는 직원들의 이기심과 교육을 왜곡하여 인식하는 조직 분위기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회사의 인사담당자에게 교육에 관한 직원들의 불만이 나오면 전전긍긍하지 말고 과감히 무시하라고 조언한다. 불만을 위한 불만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회사는 직원들의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교육은 직원 역량을 배양함으로써 회사의 성과를 함께 높이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지, 교육 그 자체가 목적은 절대 아니다. 때문에 교육에 대한 구성원의 불만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사회적 책임상 회사가 직원 개인의 발전을 도와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될 수 있겠으나 어디까지나 성과향상이라는 틀에서 직원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게다가 교육이 직원의 Refresh 수단이 되어서는 더더욱 곤란하다. 물론 열심히 일한 직원에게 보상 차원으로 장기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직원에 국한하여 운영되어야 하며, 모든 직원에 대해 교육이 휴식의 도구로 인식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업무가 바쁘면 업무가 우선이지, 절대로 교육이 우선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주지시켜야 한다. 바쁜 일을 나 몰라라 하고 교육 받으러 가버리는 직원에게 좋은 인사평가점수를 주는 것은 절대 안 된다라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교육에 있어 직원은 스스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일이 바쁜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역량계발에 노력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자신의 능력은 안되면서 ‘교육 못 받아서 그렇다’ 는 핑계로 회사측에 화살을 돌려서는 곤란하다. 더 이상 주는 떡만 받아먹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그래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요즘에는 ‘10% Rule’이라고 해서 전체 직원의 10%는 항상 교육을 받고 있어야 한다든지, 교육학점제라고 해서 1년 동안 반드시 몇 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든지의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제도의 기본철학은 직원들이 스스로 자기가 받아야 할 교육을 직접 찾아 수강할 것을 일정부분 강제하여 회사의 성과 창출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놀 수 있는’ 교육시간을 보장하고 월급도 꼬박꼬박 받게 해주겠다는 것이 절대 아님을 알아야 한다.

회사는 신입사원교육, 신임간부교육 등 몇몇 오리엔테이션 성격의 교육만을 직접 운영하고 나머지는 직원 스스로 계획하여 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와 가이드를 제공해주면 그만이다. 즉, 인사부서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애먼 노력을 쏟지 말고 직원이 스스로 필요한 교육을 직접 찾아 수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나 교육효과 측면에서나 더 낫다.

단, 회사의 성과 향상에 별 관계가 없는 교육을 직원들이 수강하고자 할 때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성과향상에 미치는 교육의 효과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교육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만큼만 시켜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바꿔 말해, 교육이 전략적으로 활용되려면 회사의 우수인재와 그렇지 않은 일반인재를 구분하여 각각에게 필요한 교육을 적절한 수준으로 제공해야 한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회사에서 실시하는 교육의 효과는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다고 하며, 교육의 효과를 높이려면 인재의 성격에 따라 차별적인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한다.

인사부서에서는 모든 구성원에 대해 천편일률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다. 다양성의 시대에 맞게 다양한 스펙트럼의 가이드를 줄 수 있는 교육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경영진단시 교육에 대한 불만 이외에 나타나는 몇 가지 대표적인 것을 들어보면,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된다라는 것, 구성원간의 업무분장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 전문능력을 갖춘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회사의 중장기 비전과 전략이 부재하다는 것 등이다. 교육에 대한 불만에서와 같이, CEO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실체를 파악하여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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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직원'들을 활용하라   

2008. 10. 22. 10:15

미래의 기업 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줄 트렌드는 무엇일까?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 경영자라면 인력의 급속한 고령화를 무엇보다 주목해야 한다. 고령화는 지금까지의 경영철학과 정책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는 매머드급 태풍이다.

2005년의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40대 이상의 직장인이 전체의 5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도 2050년에는 노인인구가 젊은이보다 많아지고, 일본의 경우 중위(中位) 연령이 2050년에 49세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우리나라도 2005년 현재 35세인 중위연령이 머지않아 45세에 이르지 않을까 염려된다.

출생률 저조로 인해 20대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대학원 진학 등으로 취업연령도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조직의 고령화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인력의 고령화는 생산성 저하, 고임금으로 인한 지불능력 약화, 승진적체에 따른 불만 가중, 조직 활력 저하 및 의식의 보수화로 인한 갈등 등을 야기할 것이다. 향후 10년 이내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인력의 재배치, 강제퇴출 등의 인력 구조조정을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손댈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린 인력구조의 문제를 단칼에 해결하기란 매우 어렵다. 유연하지 못한 조직구조와 프로세스, 조직 내 권력 간의 정치적 충돌, 구성원들의 감정적 반발로 번번이 좌절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만큼 일개 기업이 거대한 인구학적 트렌드를 막아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진 : 유정식)


따라서 피할 수 없다면, 고령인력을 잘 활용하는 쪽으로 경영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정부도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해 노령인구를 경제활동인구로 계속 활용하도록 권장하거나 강제하는 대(對)기업 정책을 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인력을 많이 고용할수록 세제 등의 혜택을 주거나 정년을 60세 이후로 법제화하는 등의 방안이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인력의 고령화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공기업 및 금융권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가 대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총임금의 상승을 억제시킬 목적으로만 적용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지식은 폐기해서는 안 될 소중한 무형자산이다. 이를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생산성을 젊은 인력과 동일하게 유지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젊은 인력을 꾸준히 확보함으로써 인력 공급의 선순환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만 찾지 마라. 해외의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글로벌 인력 소싱’에 힘을 기울여라. 앞으로 글로벌 인력체계관리역량이 경영의 핵심역량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90년대부터 성과주의가 경영의 핵심키워드였으나, 앞으로는 고령화의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인력관리’가 새로운 경영의 조류 중 하나가 되리라 확신한다. CEO는 이 점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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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풍미했던 블루오션 전략... 워낙 많이 들어서 식상하지만 그 의미까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그 의미를 놀이터의 시소로 쉽게 알아보자.)

우리가 놀이터에 흔히 볼 수 있는 시소에도 블루오션 전략의 비결이 숨어 있다. [그림1]을 먼저 보도록 하자. 설명을 간단하게 하기 위하여, 시장에 2개의 기업(A사, B사)만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여기서 AP와 BP는 각 회사들의 제품가격 또는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이득을 말하는데, 만약 그 가격들이 고객들이 기꺼이 호주머니를 열만큼 적정하게 책정됐다고 한다면 이는 결국 각 회사들이 시장에서 인정받는 가치의 크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가치의 크기는 각 사의 경쟁력의 상대적 우위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그림1]에서는 A사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태에 있음으로 보여주고 있다.

레드오션의 징조
만약, 현재의 경쟁구도를 변화시킬 만한 혁신을 B사가 이루어냈다면 상황은 어떻게 변할까? 일단 B사 입장을 먼저 생각해 보자.

B사는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를 제일 먼저 고민한다. 혁신에 따른 비용과 시간이 이미 엄청나게 소요됐고 또 기존제품보다 기능면이나 디자인면에서 월등하게 낫다고 스스로 판단하기 때문에 가격을 현재보다 높이고자 할 것이다. 시장에서 자신의 신제품이 지니고 있는 가치의 수준 또한 기존제품보다 높다고 가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그림2-1]에서 보듯이, B사는 기존제품 가격 BP에 D를 더한 새로운 가격을 채택하여 BP+D만큼의 이득을 추구하려 한다.


B사가 혁신에 의해 탄생시킨 신제품을 높은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우위를 점해왔던 A사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지만 대항할 만한 신제품을 내놓은 시간도 없고 비용도 만만찮다. 어떻게든 B사에게 경쟁우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하겠지만 결국 그들이 내놓는 1차적 대안이란 자사제품의 가격을 C만큼 끌어내려 시장의 손실을 만회하는 방법뿐이다.

따라서 A사의 이득은 AP-C로 줄어든다. A사는 결국 경쟁의 회오리에 휘말려서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제품의 원래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어어, 하다가 레드오션에 갇히게 된 것이다.

다시 고개를 돌려 B사를 바라보자. B사는 과연 블루오션의 바다를 헤엄치며 승승장구하게 될 것인가? 만일 그들이 제대로만 한다면 푸른 바다를 만끽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역시 여전히 경쟁의 논리로 시장을 다룬다면 다시 레드오션으로 컴백할 위험에 처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왜 그런지 따져보자.

B사는 A사의 가격인하정책을 처음에는 무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A사의 가격인하정책은 고객들로 하여금 B사가 책정한 가격대가 과연 합당한지에 대한 의심을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때 B사의 가격대가 고객이 인정하는 가치의 수준보다 높을 때, 즉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다면 B사의 신제품 판매는 급격히 둔화되고 고객은 제공하는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A사 제품 쪽으로 손을 돌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레드오션의 최후
B사는 예견치 못한 이러한 상황에 당혹감을 나타내곤 하지만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경향이 크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혁신지상주의 기업이 그러하듯 그들이 이루어 낸 혁신이야말로 정말로 놀랍고 위대한 것이라는 도취와 자기최면에 빠져 있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수습해보려 하지만 그 수습책이라고 하는 것이 십중팔구 '고객을 가르치려 하는' 광고전략이기 일쑤다. 즉, 대대적인 광고와 판촉을 통해 A사를 제압하여 시장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을 편다. '혁신으로 제품을 만들어 열심히 광고한다.'라는 전통적인 마케팅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같은 광고의 홍수시대에 어지간해서 누가 B사의 광고를 보고 감동이나 할까? 누가 그 광고를 보고 당장에 매장으로 달려가 제품을 사고야 말 것인가?

광고는 이미 죽었다. 하지만 그 죽은 광고는 끝까지 B사를 괴롭힌다. 엄청나게 쏟아 부은 광고비는 고스란히 매출 압박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더 많은 제품을 팔기 위해 더 많은 광고비를 지출해야 하고, 이미 많은 광고비를 지출해서 가격을 낮출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떻게든 더 많이 팔아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혁신에 의지한 B사 역시 레드오션에 갇히게 된 것이다.

B사는 시장의 저항에 항복하여 원래의 가격, BP로 환원하고 싶어하지만 그마저도 A사가 내려놓은 가격 때문에 쉽지 않다. 그래서 [그림2-2]와 같이 눈물을 머금고 A사 가격대와 비슷한 BP-C로 가격인하를 단행한다. 결국 과거에 AP+BP 이던 시장전체의 매력도가 AP+BP-2C로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A사, B사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 매력이 떨어진 시장을 떠나고자 다른 사업을 기웃거리게 되는 상황까지 자연스레 이르게 된다. 레드오션에 빠진 기업들일수록 신사업이란 미명하에 다각화를 시도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시소에서 배우는 블루오션의 원리
그렇다면 이와 같이 타사와의 경쟁의 시각에서 사업을 하다가 레드오션에 빠지는 오류를 피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이제는 시소의 양팔의 길이가 아니라 받침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소의 받침대가 상징하는 것은 바로 게임의 법칙이다. 다시 말하면, 업계에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품질, 기능, 디자인, 서비스 등을 말한다. 쉽게 말해 블루오션 전략이란 이 게임의 법칙을 뒤바꿔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르크 뒤 솔레이유가 서커스에서 당연시 됐던 동물쇼와 스타곡예사 시스템 등을 과감히 제거하고 뮤지컬, 연극, 매직쇼를 환상적으로 혼합한 서커스를 공연하듯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지정좌석제와 기내식 서비스 등을 폐지하고 정시도착/출발과 재미있는 여행경험을 극대화했듯이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것이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이다.

[그림3]에서 B사는 혁신에 의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대신에 받침대를 A사쪽으로 밀어내어 C만큼의 추가이득을 얻어냄과 동시에 A사의 이득을 그만큼 축소시키는 전략을 편다. 즉, 시장에서 고객들이 인지하는 가치를 C만큼 창출하여 고객들이 기꺼이 호주머니를 열어 더 많은 제품을 사도록 하는 전략인데, 시르크 뒤 솔레이유와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취한 전략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렇게 해서 시장 전체의 매력도는 종전과 같은 AP+BP를 유지하거나 그 이상을 상회하게 되어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남는다. 물론 B사에게만 매력적인 시장이 된다.

업계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요소를 유리하게 재편하는데 드는 비용은 혁신에 의해 소요되는 비용보다 훨씬 적다. 또, 가격을 올리기 전에 '고객에게 받아들여지는 가치'를 먼저 올리기 때문에 고객에게 따로 대대적인 광고를 펼 필요도 없다.

절대 오해하지 말라
오해하지 말라. 블루오션 전략은 '혁신'이 아니다. 가치의 재편이다. 가치를 재편하고 한두 가지 가치의 극대화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다. 혁신은 돈과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가치재편과 집중은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 명석한 아이디어와 철저한 실행력이 있으면 충분하다. 물론 실행에 옮기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지만 말이다.

무모한 혁신은 추가적으로 대대적인 광고를 요구하지만, 가치의 재편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은 그 자체가 광고가 되고 고객의 입소문은 돈 한푼 안 드는 마케팅 활동이 된다. 블루오션을 꿈꾼다면 경쟁자 생각은 잠시 제쳐두고 먼저 시장의 구조를 뜯어보는 혜안이 경영자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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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시나리오를 어떻게 수립하고 시나리오에 따라 전략을 수립하는 방법론을 중심으로 알아보았다. 절차 자체는 까다로울 것이 없으나, 단계 단계별로 합의하고 의사결정해야 하는 과정은 꽤나 힘겹고 어떨 때에는 매우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시나리오 하나를 수립하는 데에도 몇 개월을 넘어 몇 년이 소모되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결국 유야무야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완벽한 시나리오를 모두 수립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 법이다. 그러므로 시나리오플래닝 과정의 속도와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는데, 이번 회에는 조직 내에서 시나리오플래닝 프로세스를 도입, 운영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시나리오플래닝 중요성 인식시키기
시나리오플래닝 프로세스를 조직 내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면, 모든 구성원들에게 시나리오플래닝의 중요성과 효과를 인식시키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 전체가 시나리오플래닝에 관해 일관된 하나의 시각을 공유할 수 있으며 그들로부터 여러 가지 협조를 얻기가 쉬워 진다.

필자가 보기에, 시나리오플래닝을 전략기획부서와 같은 자칭 ‘Brain’에 해당하는 조직 구성원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 스스로 무엇인가 대단한 일을 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자기네들끼리 시나리오를 도출해 수립한 전략은 시각 자체가 편협할뿐더러 결국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지난 회까지 설명한 시나리오플래닝 방법론 절차를 자세히 살펴보면, 프로세스의 성공 포인트 중 하나는 될 수 있는 한 다양한 시각을 가진 많은 사람들의 참여에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 수 있을 것이다. 시나리오 팀은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하더라도, 조직 내 모든 구성원들이 시나리오플래닝의 의미와 효과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부의 시나리오플래닝 전문가에게 의뢰해 시나리오플래닝의 여러 가지 사례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교육 세션을 가능한 한 자주 개최하도록 하라. 그리고, 향후에 발생하게 될 위험요소가 무엇인지를 있는 그대로 알려줌으로써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켜라. 전체적으로 환경의 변화 동향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지고 바라보고 공통적인 인식을 형성해야 시나리오플래닝을 시작할 수 있다.

시나리오 팀원 구성하기
시나리오플래닝 프로세스의 두번째 단계는 바로 시나리오팀의 일원을 뽑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어느 프로젝트나 마찬가지지만, 적절하게 팀원을 구성했느냐의 여부가 시나리오플래닝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 중에서도 프로젝트를 이끄는 프로젝트 매니저(PM)의 역할은 누구보다고 중요하다 하겠다. 그렇다면 누가 PM이 되어야 하는가? 아마 여러분은 시나리오플래닝의 과정이 일종의 전략 수립과정의 수단이므로, 조직 내에서 전략 수립에 책임이 있는 부서의 장이 PM을 맡아야 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시나리오플래닝 프로젝트를 이끌 PM은 오히려 전략기획부서 이외의 부서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략기획부서는 전통적으로 행해 왔던 전략 수립의 과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시나리오플래닝 방법론에 대해 이해가 빠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맹점은 바로 시나리오플래닝을 이해하는 데 그치고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SWOT 분석으로 요약되는 전통적인 전략수립 프로세스는 과거와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개념 자체가 정적인 분석 프로세스를 따르고 있다. 반면 시나리오플래닝의 시점은 미래에 맞춰져 있으며 사고 프로세스가 동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나리오플래닝을 시도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사고가 필요하며 그 과정은 이전 방법보다 고된 정신적 노동을 요구한다.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는 일보다는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전략기획부서 구성원은 과거로부터 해왔던 전략 수립의 과정에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어렵고 낯선 시나리오플래닝 프로세스보다는 예전 방법으로 돌아가거나 예전 방법에 시나리오플래닝의 개념을 약간 보태기만 할 공산이 크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필자도 처음 시나리오플래닝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시나리오플래닝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여 SWOT분석과 같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시나리오를 수립하려는 오류를 범했었다. 요약하면, PM을 뽑을 때부터 선입견을 깨야 한다는 말이다. 부서보다는 사람을 먼저 보란 말이다.

그렇다면 누가 PM이 될 수 있는가? 당연한 말이지만 시나리오플래닝의 의미와 방법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어야 한다. 시나리오플래닝이 전략 수립에 있어 새로운 사고방식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한 곳에 편협함 없이 다양한 시각을 격려하고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한, 과거와 현재의 좋지 않는 측면보다는 미래의 밝은 측면에 관심을 두는 미래지향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시나리오플래닝을 조직 내에 도입하고자 하면 조직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PM 후보자들을 선정하여 그들 중 누가 적임자인지를 심도 깊은 인터뷰를 통해 판단해 보라. PM을 선정하는 과정에 어쩌면 1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걸려도 적임자만 선정할 수 있다면 그 시간은 아까운 시간이 아니다. 초기에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팀원은 누가 되어야 하는가? PM을 적임자로 뽑았다면 그에게 팀원 구성의 전권을 일임하라. 어떤 사람들이 시나리오 팀원으로 적절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PM에게 단 한가지의 가이드만 준다면, 될 수 있는 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팀원을 구성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서 단위로 본다면, 소위 M-P-R-S를 골고루 참여시켜라.

즉, 생산(Manufacturing), 기획(Planning), 연구(Research), 지원(Supporting)을 담당하는 부서의 직원들이 고루 시나리오플래닝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 개개인의 특성으로 본다면, 논리적이면서 상상력도 풍부한 사람, 문장력이 뛰어난 사람, 흩어져 있는 개별 사안 사이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사람, 정보 수집과 정리를 잘하는 사람 등을 팀원으로 참여시켜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시나리오플래닝 프로세스의 성공 포인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란 점을 잊지 말라.

시나리오플래닝 프로세스를 한 번 수행하는 데 얼마나 긴 시간이 소요될까? 핵심이슈의 경중에 따라 어떨 때에는 2~3개월, 어떨 때에는 1년이 넘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 기간에 관계없이 따라야 할 프로세스는 동일하다. 이제부터 시나리오플래닝 프로세스의 상세 절차를 알아보자.

시나리오 워크숍 준비 단계
실제적으로 시나리오의 도출은 워크숍의 형태로 진행된다. 워크숍을 개최하기 전에 먼저 시나리오팀원을 대상으로 미래에 관한 시각을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아무 생각없이 워크숍에 들어와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멀뚱멀뚱 쳐다만 본다면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럿이 함께 모여 브레인스토밍만 하면 저절로 시나리오가 뚝딱하고 나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브레인스토밍을 하려도 해도 사전에 기본 지식이 없으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나기 어려울뿐더러 의미 없는 시간만 보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팀원들에게 미래에 대한 시각과 정보를 정리할 수 있도록 하려면 첫째, 트렌드에 관련된 여러 책들을 가능한 한 많이 읽게 해야 한다. 연말이 되면 서점가를 휩쓸 듯 출시되는 각종 예측서를 읽도록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연말에 반짝하고 나오는 그러한 예측서들은 내용이 깊지 않을뿐더러 단기적인 전망에 치우쳐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비교적 검증된 기관에서 나온 예측서를 선정해 주도록 한다.

필자는 예측서보다는 정치, 경제, 사회 등에 관련된 도서를 권장하고 싶다. 몇 권을 추천해 준다면,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문명의 충돌’,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세계는 평평하다’, ‘사다리 걷어차기’, ‘미래를 읽는 기술’ 등이다.

또는, 시대의 흐름을 독특한 시각으로 전달하는 잡지를 섭렵케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표 1은 ‘미래의 읽는 기술(The Art of the Long View)’를 쓴 피터 슈워츠가 추천하는 잡지로서, 트렌드를 감지하고 미래를 그려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디스커버(Discover)
이코노미스트(Economist)
와이어드(Wired)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퓨처 서베이(Future Survey)
그란타(Granta)
하퍼스(Harpers)
맨체스터 가디언 위클리(Manchester Guardian Weekly)
몬도 2000 (Mondo 2000)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
옴니 (Omni)
릴리스 2.0 (Release 2.0)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사이언스 (Science)
테크놀로지 리뷰 (Technology Review)
유튼 리터 (Utne Reader)
워싱턴 스펙테이터 (Washington Spectator)
홀 어스 리뷰 (Whole Earth Review)

책을 읽은 다음에는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각자가 읽은 책의 내용을 발표하고 비판적인 토론을 벌인다. 발표 내용은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하되 조직의 사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을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토론 중에 의견이 서로 상반돼 갈등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의견 대립은 미래에 관한 다양한 시각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권장되어야 한다. 이때의 이를 중재하는 PM의 역할이 중요하다.

둘째, 미래학 전문가들을 여러 차례 초청하여 강연을 실시하라. 이 방법은 독서 토론보다 손쉽고 효과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강연료로 비용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이 방법은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고 책보다는 단시간 내에 미래의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몇몇 전문가들의 미래를 보는 편협한 시각에 의해 잘못된 방향으로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위험 또한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강사를 섭외할 때에도 다양성을 훼손하지 않는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나리오 워크숍을 개최하기 전까지 팀원 전원이 미래에 관한 풍부한 정보와 다양한 시야를 확보토록 해야 하므로 그 기간은 짧게 잡아도 1~2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 시나리오플래닝 프로세스를 도입한다면 이 정도의 사전 준비는 매우 필수적이다. 조급증에 빠져 일단 시작하고 본다는 생각일랑 하지 말라. 천천히 단계를 밟아가야 성공적인 프로세스를 기대할 수 있다.

1차 시나리오 워크숍 실시
시나리오 팀원들이 균일하게 미래의 정보를 익히고 열린 시각을 통해 미래를 바라볼 준비가 됐다면, 1차 시나리오 워크숍을 실시한다. 1차 워크숍에서 지난 회까지 설명했던 시나리오플래닝 방법론에 따라 시나리오를 도출하는 작업을 실시한다.

워크숍에 참여할 시나리오팀원은 보통 15명에서 20명 정도면 적절하다. 토론의 효율성과 효과를 위해서는 전원을 여러 개의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별로 시나리오플래닝 절차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한 그룹당 4명 정도가 적정하다. 4명보다 많아지면 반드시 무임승차자(Free Rider)가 생기기 마련이니 주의해야 한다. 각 그룹이 토론을 통해 시나리오를 도출해 보고, 이를 취합하여 참가자 전원이 토론을 통해 최종적으로 시나리오를 결정한다.

워크숍은 보통 1박 2일 정도 집중적으로 실시하도록 한다. 첫째 날은 시나리오의 방향을 설정하고 의사결정요소를 파악하며 핵심환경요인을 정의하는 작업을 실시한다. 즉, 시나리오플래닝 방법론의 Step 3까지를 완료한다. 그리고 둘째 날에는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시나리오를 쓰는 Step 5까지를 완료한다. Step 5까지 진행하기에는 하루나 이틀의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이상의 시간이 넘어가면 참가자들이 지치기 시작하여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시간이 부족할 경우 일주일 정도를 쉬었다가 다시 1박 2일 일정으로 속개하는 것이 좋겠다. 워크숍 당일에 생각나지 않았거나 다소 완전치 못했던 아이디어가 쉬는 동안 양생(養生)될 시간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나리오 도출 워크숍을 너무 질질 끄지는 말라. 시간을 끈다고 좋은 아이디어가 생겨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1박 2일짜리 워크숍은 최대한 1번으로 끝내되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3번까지만 실시할 것을 권한다.

시나리오플래닝 프로세스를 처음으로 도입하는 조직이라면 워크숍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를 잘 몰라서 말 그대로 헤매는 경우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이 때는 외부의 전문 퍼실리테이터를 초청하여 워크숍 진행을 의뢰하는 것이 프로세스를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외부 퍼실리테이터를 활용하려면 워크숍 준비 단계 때부터 동참시키는 것이 좋다. 그래야 회사가 요구하는 시나리오플래닝의 목적, 방향 등을 사전에 인지하여 동일한 인식 배경을 가지고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차 시나리오 워크숍 실시
1차 워크숍이 종료되면 도출된 시나리오들을 전 조직 구성원에게 공유시켜라. 아마 시나리오팀원들은  시나리오 도출 결과가 대단한 비밀이나 된 듯 공개하길 꺼려할지 모른다. 물론 경쟁사에게 알려질 위험은 있다. 그러나 필자는 경쟁사가 알게 되어 발생할 위협의 크기보다는 조직 구성원들이 미래에 대하여 동일한 수준의 정보를 가지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사실 시나리오 자체는 비밀이랄 것이 없다.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수립한 전략이 바로 비밀인 것이다.

2차 시나리오 워크숍은 바로 시나리오를 통해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과정이다. 즉, 지난 회에 소개했던 시나리오플래닝 방법론의 Step 6를 실시한다. 2차 워크숍의 참가자는 1차 워크숍 참가했던 시나리오 팀원 전원이 그대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 동일한 인식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배경을 몰라서 발생하는 질문과 오해로 인해 시간이 지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2차 워크숍도 마찬가지로 1박 2일의 일정으로 실시하되, 시간이 더 필요하면 최대 3번까지만 반복 진행한다.

지금까지 조직 내로 시나리오플래닝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방법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다음에는 시나리오플래닝 이후에 과연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질지를 주시하여 조기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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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유정식)


과학사를 들여다보면 기존 체계에 도전했다가 곤욕을 치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꽤 찾을 수 있다. 천동설을 부정하고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대표적인 예이다. 막강한 교회 권력은 그를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이단자로 매도하고 목숨까지 위협했다.

영원히 침묵할 것을 맹세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질 뻔했다. 교회로 대표되는 시대정신은 갈릴레이가 오랜 기간의 연구 끝에 정립한 이론의 옳고 그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그가 얼마나 이단적인 생각을 품었는지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그들에게 갈릴레이는 진리의 안내자가 아니라 그저 불온한 이단자에 불과했다.

이단이냐 아니냐의 여부는 ‘밈(meme)’에 반하느냐 동조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밈은 리처드 도킨스가 주창한 개념으로, 사상, 선전 문구, 옷의 패션, 건축 양식 등 한 사회 내에 문화적으로 동질성을 갖는 요소들을 일컫는다.

도킨스는 밈이 마치 유전자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로 전달되면서 다음 세대로 복제되고 매우 이기적인 특성을 지녔다고 말한다. 성질이 다른 밈을 가진 사람이 고유의 영역을 침범하면 거의 반사적으로 연대를 강화하여 공격을 가하고 심할 경우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교회 권력이 갈릴레이에게 가한 위협 역시 이러한 밈의 잔혹한 특성 때문이다.

갈릴레이의 경우처럼 목숨을 위협 받는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밈의 꾐 때문에 과학의 발전이 정체에 빠진 사례는 더 많다. 천문학자인 토미 골드는 석유가 지구의 맨틀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이색적인 주장을 펼쳤다. 오래 전에 살던 동물들이 죽은 뒤 그 위에 긴 시간 동안 퇴적물이 쌓이고 높은 압력과 열을 받아 부패되면서 석유가 만들어졌다는 학설이 밈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이론은 많은 전문가들의 비웃음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04년에 카네기 연구소에서는 맨틀에 존재하는 세 가지 물질을 혼합하고 맨틀의 온도와 압력을 가하는 실험을 통해 석유와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이 다량 산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토미 골드의 이론이 맞을 수도 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완벽한 증명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런 사실을 전달받기 불과 3일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석유의 기원에 대한 이론 이외에도 그는 평생 남들의 비웃음을 살 만한 주장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생각은 대개 옳은 것으로 판명됐다. 학계의 밈이 그의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수용하고 검증했더라면 과학의 진화는 속도를 더했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엉뚱한 길에서 헤매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밈의 편협함이 과학의 발전을 종종 저해했듯이 기업의 밈 역시 자신의 발전에 스스로 뒷다리를 걸기도 한다.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문화적 동질성을 구축해가며 고유의 밈을 형성한다.

조직의 밈은 구성원의 연대를 강화하고 목표에 집중케 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미는 자가 있다면 내부인이건 외부인이건 상관없이 가차 없이 처벌을 가하려는 냉혹하고 불합리한 면도 지녔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 마찰을 각오하면서까지 옳은 주장을 펼치는 것이라 해도 그런 충심은 수용되기는커녕 무시되거나 축출되기 십상이다. 이성적인 수용보다 괘씸함이 앞선다.

그러나 이단을 수용할 때 발전과 도약이 가능함을 수많은 사례가 증명한다. 아인슈타인이 뉴턴의 결정론적 우주관을 뒤엎는 상대성 이론을 정립했듯이 과학의 도약은 대개 이단적 발상을 통해 이루어졌다. 기업도 이와 같다. 조직 혁신의 동력은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는 충심 어린 이단자들로부터 나옴을 기억해야 한다.

르네상스를 화려하게 꽃피운 이탈리아의 영광이 순식간에 몰락한 결정적 원인은 바로 갈릴레이를 영원히 침묵하게 만든 것이라고 영국의 시인 존 밀턴은 간파했다. 변화에 저항하며 달콤하게 속삭이는 자들을 물리치고 이단자의 ‘거친’ 말에 귀를 기울이라는 충고다. 용기 있는 이단자들을 포용하고 활용하라. 그것이 지속경영을 가능케 하는 경영의 덕이자 지혜임을 명심하자.


(본 칼럼은 광주일보 2008년 10월 10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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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우면 일 못한다   

2008. 10. 9. 14:57

어느 날 모 고객사의 A사업부를 방문할 일이 있었다. 건물 로비를 들어서니 웬지 모를 답답함과 음침함이 느껴졌다. 조명은 흐릿했다.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래도 그곳은 로비에서의 실망스러움을 만회해 주겠지, 라는 생각은 여지 없지 빗나갔다. 파티션은 거의 천정에 닿을 정도로 높았고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책상 아래와 구석에 널려있었다. 비록 남의 회사였지만, 마치 내 방이 어질러져 있는 것처럼 가라앉았다.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큰 사무실에 2~3명이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게다가 조명은 왜 그리 어둡고 공기는 쌀쌀한지...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그런 것인지, 원래 조도가 낮은지 알 수 없었지만, 착 가라앉은 기분은 내내 좋지 않았다.

(사진 : 유정식)


그곳에서의 일을 마치고 같은 건물에 있는 B사업부(동일 회사의)의 사무실로 자리을 옮겼다. 그곳도 역시 우울하겠지, 라는 지레 짐작은 틀리고 말았다(내 예측은 항상 틀린다니까...). 그 사무실은 아늑하고 따뜻했다. 조명도 환하고 직원들의 표정도 밝았다. 곳곳에 놓인 화분들이 사무실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한 회사 내에서 이렇게 사무실 분위기(조명, 온도, 공기, 직원 표정 등등)가 다를 수 있다니! 알고 보니 그것은 각 사업부의 성과와 다르지 않았다. A사업부는 안정적인 성과를 달성하느라 현재 악전고투 중이었다. 그럼에도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반면 B사업부는 시장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고 회사 내에서 성과 기여도가 높은 곳이었다.

아하! 사무실 분위기와 성과가 연관이 있구나! A사업부 직원들의 표정이 어두운 게 다 이유가 있구나! 목표 달성에 매일 채근 당하다 보니 사무실 레이아웃, 정리정돈, 장식, 조명 등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게다. 사무실 인테리어를 좀 바꿔 보겠다고 하면, 실적이나 낼 것이지 팔자 좋게 그런 거나 할 생각이냐고 질책 받을까 지레 포기했을 게다.

나는 사무실 환경(조명,인테리어, 표정 등등)가 바로 그 회사의 현재 성과와 미래 성과를 짐작케 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한 사무실 분위기를 환하게 변모시키면 거꾸로 성과를 올릴 수도 있겠구나, 라는 느낌도 들었다.

근무환경, 그 중에 특히 쾌적한 조명과 온도는 생산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때문에 이런 '명제'는 대체적으로 옳다. '사무실 환경이 어떤들 그게 뭐 대수겠어?'라고 지나치기 쉽지만 사무실 환경이 직원들의 세로토닌(호르몬의 일종) 분비를 좌우한다는 것을 알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세로토닌은 생산성에 관련된 호르몬이다. 세로토닌의 수치가 낮으면 불안감이 유발되고 수치가 높으면 행복감이 높아져서 업무 능률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의 생성은 2500럭스 이상의 빛에서 왕성해진다. 그러므로 생산성을 높이려면 사무실의 조명을 밝게, 온도를 최적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할 맛이 나야 성과가 난다. 일할 맛이 나려면 일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꾸며 줘야 한다. 가난한 천재들이 골방에서 위대한 작품을 완성하기도 했다고 해서 근무환경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많은 CEO들이 그런 식("돼지우리 같은 곳에서도 아름다운 작품이!")으로 생각한다. 자신들의 직원이 모두 천재가 아닌 걸 알면서도...

천재가 아닌 직원들은 어두우면 일 못한다. 돈 좀 들더라도 사무실 환경을 쾌적하게 바꾸고 유지하라. 장기적으로 보면 돈 남는 장사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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