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만한 CEO의 결정을 의심하라   

2012. 11. 28. 09:17


알다시피 미국에서는 기업 간의 인수합병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에서는 총 1만 2천 건의 인수합병 건이 성사되었고 금액으로 따지면 3조 4천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인수합병으로 이득을 챙기기는커녕 같은 기간에 2천 2백억 달러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울리크 말멘디어(Ulrike Malmendier)와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제프리 테이트(Geoffrey Tate)는 인수합병이 손실로 끝나는 이유가 경영자의 '과신(overconfidence)'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나치게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며 자신의 결정을 과신하는 경영자는 인수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과대평가하여 피인수 기업을 지나치게 비싸게 사들인다는 것입니다.





말멘디어와 테이트는 1980년부터 1994년까지 이루어진 394건의 인수합병 건을 정량적으로 분석하여 이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은 분석을 통해 CEO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스톡옵션을 언제 행사하는지 살펴보면 과신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주가가 벤치마크보다 높을 때조차도 CEO들이 스톡옵션의 만기일까지 옵션 행사를 미루거나 적어도 5년 이상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채 들고 있다면 그것은 그만큼 회사의 미래 성과를 훨씬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는 뜻이었죠. 말멘디어와 테이트는 이런 CEO들이 어떤 시점에 기업 인수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뉴욕 타임즈>, <비즈니스 위크>, <파이낸셜 타임즈> 등의 비즈니스 관련 기사에서 '자신감 넘친다', '낙관적이다'라고 묘사되는 CEO들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과신에 빠진 CEO가 인수합병을 발표하면 투자자들은 3일 동안 평균적으로 100 베이스 포인트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과신하지 않는 성향의 CEO의 인수합병 건은 투자자들에게 27 베이스 포인트의 손실만을 끼쳤습니다. 그들이 시도한 인수합병이 기업가치의 제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신하는 CEO들은 자신들이 주주의 이익에 따라 민감하게 행동한다고 믿었죠.


연구의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과신하는 경영자라고 해서 특별히 인수합병을 많이 시도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피인수 기업을 비싸게 사들이고, 기업가치를 깎아먹는(즉 주주의 가치를 해치는) 인수를 결정하며, 충분한 내부 자원이 있는데도 맹목적으로 인수를 결정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투자를 결정할 때는 그 회사의 CEO(혹은 오너)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도 중요한 의사결정 포인트임을 이 연구가 말해 줍니다.


평소 자신감에 찬 CEO들이 피인수 기업을 비싸게 사들이는 경향이 있고 기업가치를 훼손시켜 모(母)기업까지 위태롭게 만든다는 말멘디어와 테이트의 연구 결과를 보니, 얼마 전 법정관리를 신청한 어떤 그룹사가 곧바로 떠오릅니다. 자신만만한 CEO의 결정은 항상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신은 개인에게도 기업에게도 경계해야 할 감정 상태입니다.



(*참고논문)

Ulrike Malmendier, Geoffrey Tate(2006), Who Makes Acquisitions? CEO Overconfidence and the Market’s Reaction,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Vol. 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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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브래드 바버(Brad M. Barber)와 테런스 오딘(Terrance Odean)은 증권 중개인들과 전화를 통해 주식을 사고 팔다가 온라인 주식 거래 방식으로 전환한 1,607명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투자 수익률과 투자 습관 등을 조사했습니다.1)  다소 복잡한 데이터 분석 방법을 썼기에 여기에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려우니 그 결과만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연구 샘플에 포함된 투자자들은 전화로 거래하던 방식에서 시장 수익률보다 2%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헌데 온라인 거래 방식으로 전환하고 나니 그들의 평균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보다 연간 3%포인트 이상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또한 그들은 전화를 통해 투자할 때보다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거래했고 투기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주식 턴오버(turnover)율이 73.7%에서 95.5%로 증가했고, 투기성 턴오버율이 16.4%에서 30.2%로 상승한 것이 바로 증거였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한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바버와 오딘은 '지식의 환상(Illusion of Knowledge)'으로 이 결과를 설명합니다. 지식의 환상이란 무언가에 관한 데이터와 정보를 많이 알면 알수록 그것을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경향을 일컫는 말입니다. 투자자들은 온라인 거래 시스템을 통해 투자와 관련된 각종 수치와 그래프, 리서치 자료 등을 전화로 거래할 때보다 훨씬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 넘쳐나는 정보들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시장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과신을 주기에 충분하죠. 지식의 환상에 사로잡혀 자신이 내리는 투자 의사결정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여기며 투기성 투자의 실제 리스크를 낮게 평가합니다. 


우리는 좀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좀더 많은 정보를 찾아내면 미래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허나 이 또한 지식의 환상은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밀하게 보이는 수치들과 정량적 모델이 특정한 미래를 확신하도록 만들지 않는지 경계해야 합니다.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가 쓴 <승자의 편견>에서 언급된 AT&T가 단적인 사례입니다.2)  1980년에 AT&T는 세계적인 컨설팅사인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에게 2000년이 되면 전세계 휴대전화 사용자수가 얼마나 될지를 예측해 달라고 의뢰했습니다. 알다시피 맥킨지는 미국의 Top 5 MBA 출신이 아니면 들어가기 어려운, 소위 '두뇌 집단'이죠. 


맥킨지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광범위하고 복잡한 조사와 정밀한 정량 모델을 써서 2000년의 휴대전화 사용자는 전세계 통틀어 100만 명 밖에 안 될 거라 예측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AT&T는 휴대전화 사업 진출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를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 당시 휴대전화 사용자는 7억 5천만 명에 달했습니다. 예측치보다 무려 750배나 컸죠. AT&T는 휴대전화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잘못된 맥킨지의 예측 때문에 잃어버렸고 그 근본원인은 지식의 환상에 있었습니다.


많이 알수록 미래를 더 잘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적게 알아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많이 알면 알수록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대비하지 못한다는 것이 진짜 문제입니다. 수치와 각종 정보는 이미 지나온 과거에 대해서만 정확한 결과를 알려줄 뿐입니다. 그것들이 정확한 미래를 약속한다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오늘 내리는 의사결정이 지식의 환상으로 비롯된 '과도한 믿음'은 아닌지 숙고하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1) Brad M. Barber, Terrance Odean(2002), Online Investors: Do the Slow Die First?, Th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Vol. 15(2)


2)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 <승자의 편견>, 박여진 역, 생각연구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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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투자는 '신중한 도박'이다   

2011. 12. 20. 10:16



여러분은 지금 라스베거스에 와 있습니다. 주위에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네온사인이 여행자의 마음을 들뜨게 만듭니다. 알다시피 라스베거스는 도박의 도시. 여러분은 수중에 있는 10만원의 여유자금을 가지고 떳떳하게(?) 도박을 즐기고자 합니다. 10만원을 몽땅 잃어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그러려고 왔으니까요. 다만 이왕 도박의 도시에 왔으니 가능한 한 오랫동안 도박을 즐기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려면 어떤 종류의 도박을 하든지 한번에 올인(all-in)하지 말고 10만원의 돈을 쪼개어 배팅을 해야겠죠?

그렇다면 1회에 배팅하는 금액을 얼마로 해야 가능한 한 오래 도박을 즐길 수 있을까요? 이때 등장하는 공식이 있습니다. 바로 '켈리의 공식(Kelly's formula 혹은 Kelly's Criterion)'입니다. 이 공식은 벨 연구소(Bell Lab)에서 일하던 물리학자인 존 L. 켈리(John L. Kelly)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켈리의 공식은 베팅을 할 때마다 얼마의 판돈을 걸어야, 즉 여러분이 가진 돈 중에서 몇 퍼센트의 돈을 매번 판돈으로 걸어야 하는지를 알려 줍니다.



켈리는 최대한 오랫동안 도박을 즐기려면 매번 판돈을 다음과 같은 퍼센테이지만큼 걸라고 충고합니다.

매 게임 판돈(%) =  { p(b+1) - 1 }  / b



이 공식이 바로 켈리의 공식입니다. 여기에서 p는 게임에서 이길 확률을 말하고, b는 배당률을 말합니다. 배당률은 보통 'b:1'이라는 형식으로 표현되는데, 이 말은 1원을 걸고 게임에 이기면 b를 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여러분 수중에는 1+b 라는 돈이 남겠죠.

예를 들어, 여러분이 어떤 도박(블랙잭이든 룰렛이든)을 할 때 이길 확률이 50%, 질 확률로 50%라고 해보죠. 그리고 배당률을 1:1 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배당률이 1:1이라는 말은 여러분이 1원를 판돈으로 걸면, 게임에 이겼을 때 1원를 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1원이 2원으로 늘어날 겁니다). 켈리의 공식에 대입하면, 여러분이 매번 걸 판돈은 다음과 같습니다.

매 게임 판돈 =  ( 0.5 * 2 -1 ) / 1 = 0%



즉, 여러분이 게임에서 이길 확률이 50%라면 매 게임에 거는 판돈은 여러분이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의 0%를 걸라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도박을 하지 말라!'라는 뜻이죠. 사실 50%의 이길 확률은 여러분에게 유리하게 잡은 겁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카지노를 상대로 게임을 벌일 때 실제 여러분이 이길 확률은 50%보다 조금 작기 때문입니다. 크랩스라는 게임의 경우, 카지노는 여러분보다 이길 확률이 1.42%P 더 큽니다. 그렇다면, 위의 켈리의 공식에 따라 여러분이 매번 게임에 걸 판돈의 크기는 '마이너스'가 됩니다. 즉, 도박을 하지 말라는 충고를 넘어서 카지노로부터 돈을 오히려 받아내라는 뜻이겠죠(그렇게 하기 힘들다면 카지노가 제공하는 공짜 서비스를 마음껏 즐김으로써 벌충해야겠죠).

하지만, 여러분은 돈을 따러 온 것이 아니라 즐기러 라스베거스에 왔으니 여러분이 이길 확률이 50% 밖에 안 되더라도 여기에 3% 정도의 추가 승률을 더해서 이길 확률을 53%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3%는 도박이 주는 재미를 감안해서 더해 준 겁니다. 그렇다면, 매번 걸 판돈은 다음과 같이 결정되겠죠.

매 게임 판돈의 퍼센테이지 =  ( 0.53 * 2 -1 ) / 1 = 6%


여러분의 수중에 10만원이 있다면 첫 배팅을 할 때 6천원을 걸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배팅할 때는 '10만원+(첫 게임에서 딴 금액)'의 6%를 걸면 되겠죠. 이렇게 하면 결국에 가서 10만원을 다 잃겠지만(왜냐하면 장기적으로 카지노를 이길 수 없으므로), 가능한 한 오랫동안 도박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글을 쓰다 조금 길어졌는데, 오늘 말할 주제는 도박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의사결정입니다. 투자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도박과 비슷합니다. 신사업을 하든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든 성공확률에 따라 투자금을 크게 상회하는 이익을 거둘 수 있으냐 없느냐가 결정되니 말입니다. 물론 사전적으로 성공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알 길이 없지만, 켈리의 공식을 쓰면 투자를 집행할지를 결정할 때 하나의 참고 기준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보통 투자의사결정을 할 때 투자의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 줄여서 NPV)를 계산하여 그 값이 0보다 크거나 원하는 값보다 클 때 투자를 집행하는 방식을 씁니다. 이 방법은 간단하긴 하지만, NPV값이 양수이든 음수이든 투자의 성공확률을 100%으로 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물론 경우에 따라서 확률을 감안해서 NPV를 계산할 수도 있겠죠). 켈리의 공식은 그 단점을 커버하는 보완장치의 역할을 합니다.

신사업의 성공확률을 사전적으로 가늠하긴 어렵지만 벤치마킹이나 역사적 데이터를 감안하여 얻은 다음, 투자비 1단위를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산정하여 켈리의 공식에 대입할 수 있을 겁니다. 만일 공식을 통해 나온 값이 0이거나 0보다 작다면 투자를 집행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겠죠. 예를 들어, p가 60%이고 투자비 1단위를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순이익이 장기적으로 1 이라면, 켈리의 공식은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놓습니다.

투자(배팅)할 금액 = { 0.6*(1 + 1) -1 } / 1 = 0.2 = 20%



일단 값이 플러스가 나왔으니 투자를 진행해도 좋지만 투자자금을 몽땅 쏟아넣을 것이 아니라 그 중에 20%만 투자하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결과입니다. 물론 특정 투자건은 성격상 투자금을 찔끔찔끔 투여하기가 힘들고 한꺼번에 투자해야 하기도 합니다(장치사업의 경우).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단계적으로 투자할 방법을 찾는 것이 쉽게 많은 돈을 잃지 않게 할 뿐더러 사업을 지속적으로 관망하다가 사업을 털고 나고는 '손절매' 타이밍을 잘 잡도록 하지 않을까요? 투자비를 100% 투입할 것이 아니라, 파일럿 테스트의 개념으로 20% 규모만 실행한 후에 좋은 결과가 나오면 나머지 80%의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켈리의 공식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기업의 투자는 도박입니다. 이 말은 투자를 경원시하거나 반대로 방만하게 진행하라는 말이 아니라, 잃기 쉬우니 그만큼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진행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켈리의 공식은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랜 버핏도 애용하는 투자의사결정 방식이라고 합니다. 불확실성이 클 때 이와 같은 보수적인 방법, 하지만 매우 현명한 방법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참고논문 : A New Interpretation of Information 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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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확률이 "10분의 1" 인 게임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이 게임을 이렇게 제안합니다. 


이 게임을 하려면 100 만원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한 번 이기기만 하면 1000 만원을 딸 수 있습니다. 어때요, 한번 해 보시지요?



구미가 당기는 제안인가요? 이 게임에서 이길 확률은 10분의 1이니 10 번에 한 번 꼴로 이기는 게임이겠지요. 그래서 여러분은 머리 속으로 다음과 같이 계산할지도 모릅니다.


10 번 게임을 하는 데 드는 비용 = 100 만원 * 10번 = 1000 만원
한 번 이기면 딸 수 있는 금액 = 1000 만원

∴ 잃어봤자 본전이니, 게임을 해보자!


그러나 수치로 나오는 확률과 실제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이길 확률이 10분의 1 이라고 해서 10 번 게임을 하면 적어도 한 번은 이긴다고 장담하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10번 게임을 해서 모두 질 확률이 35%나 되기 때문입니다.


10번 게임을 모두 질 확률 = (9/10)의 10제곱 = 약 35%


35% 라는 수치는 꽤 높은 확률이어서, 쉽게 1000 만원을 몽땅 털릴 위험이 크다는 걸 의미합니다.

물론 10번 게임해서 적어도 한 번 이상 이길 확률이 65%이고, 운이 좋아서 2번 이상 이길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분은 꽤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큽니다.

성공할 확률이 작고 비용 부담도 크지만 성공하게 되면 '대박'이 터지는 사업이나 투자가 있습니다. 그런 사업이나 투자를 여러 번 한다고 해서 '한 번은 성공할 거니까 몇 번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습성을 경계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기대와는 달리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서 '쪽박'을 찰지 모르는 일입니다.

현명하지 못한 사람은 성공확률이 작은 '대박 투자'를 여러 번 하려고 하지만(과거의 벤처 캐피탈리스트들), 현명한 사람은 성공확률이 높은 투자만을 엄선할 줄 압니다. 투자와 사업의 성공은 '성공확률에 있는 것'이지 성공했을 때에 주머니에 들어올 돈의 규모에 있지 않습니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머리 속으로는 잘 알아도 주식 투자나 전략을 실행할 때 이 교훈을 잊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성공확률이 작고 비용부담이 크지만 일단 성공하면 대박이 터지는,일명 '모 아니면 도' 방식의 투자나 사업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이라면 자신의 선택이 과연 올바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대박 투자는 쪽박의 지름길일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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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 효과'를 조심하세요   

2010. 1. 21. 22:41

여러분의 회사는 두 곳의 공장(A공장과 B공장)을 운영하면서 단일 제품을 생산 중입니다. 제품의 불량율 감소(또는 수율 증가)를 위해서 생산 라인에 10 억원이란 자금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헌데,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 두 곳의 공장 중 어느 곳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의사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투자 분석을 해 보니까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수치는 확연히 구분하도록 임의로 붙였습니다.)

A공장에 투자할 경우 : 

      1년 간 불량품 개수 = 10만 개
      투자 이후 불량품 개수 예상 = 9만 7천 개
      감소 개수 = 3천 개

B공장에 투자할 경우 :

      1년 간 불량품 개수 = 1만 개
      투자 이후 불량품 개수 예상 = 8천 개
      감소 개수 = 2천 개 

이 두 가지 안을 놓고 여러분이 의사결정한다면 어떤 안에 찬성표를 던지겠습니까?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두 번째 안인 B공장에 투자하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1만 개의 불량품 중에서 20%나 개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A공장은 10만 개나 되는 엄청난 불량품 중 겨우 3%만을 개선할 뿐이죠. 원래 불량품이 많은 공장이니 10억 원의 돈을 쏟아 붓는 게 아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10억 원을 집행하면, B공장은 20%의 불량 개선 효과가 있지만 A공장은 3% 밖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B공장에 투자하고픈 욕구가 생깁니다. B공장과 관련된 임직원들은 20%가 3%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자기네 공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겁니다. 그래야 성과 향상의 폭이 커서 두둑한 성과급을 기대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물론 20%의 향상은 3%보다 뛰어나지만, 퍼센테이지가 아닌 절대 개수로 보면 A공장에 투자할 때가 B공장에 투자할 때보다 1천 개 더 많은 개선효과가 있습니다. 전사적인 시각으로 보면 A공장에 투자를 해서 1천 개의 불량품을 더 줄이는 게 이득입니다. 따라서 A공장이 겨우 3%의 개선효과를 낸다고 해서 그들의 성과를 불리하게 측정하면 곤란하겠죠.

이렇게 절대치로 따지지 않고 비율로 따지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비효율적인 투자를 집행하는 현상을 '망원경 효과(Telescope Effect)'라고 부릅니다. 가까이 들여다 보며 세세히 따지지 않고 지휘관이 멀리서 망원경으로 보이는 어렴풋한 광경만을 살펴보고 명령을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망원경 효과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리모트 콘트롤'의 오류를 말하기도 합니다.

위의 예처럼 개선되는 불량품의 갯수, 증가하는 고객수, 늘어나는 매출액과 같은 절대치로 판단하기보다 감소율이나 증가율에 의해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오류를 범하는 현상이 경영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망원경 효과입니다. 이 때문에 잘못된 투자 결정과 억울하고 비합리적인 성과 평가가 이뤄지곤 하죠.

물론 비율(감소율이나 증가율)로 따져야 할 것들이 있지만, 비율만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서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려서는 안되겠죠. 투자를 해서 20%의 이익 증가율을 얻었다 해도 속을 들여다 보니 원래의 이익이 얼마 되지 않으면 증가한 이익은 겨우 몇 억원 밖에 안 될 겁니다. 비율에 속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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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동전 던지기와 관련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앞면과 뒷면이 고루 나오지 않고, 예상보다 자주 무리져(덩어리져) 나온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하고(비록 조악하지만) 예측전문가들의 예측을 동전 던지기에 빗댄 글이었다.

그 글에 이어서 오늘은 '주식 투자와 동전 던지기'를 한데 엮은 실험을 소개할까 한다. 실험 주제는 다음과 같다.

 동전을 던져 주식 매매를 결정하면 수익률이 어떨까?

뜨악한 주제인가? 엘리어트 파동 이론이니, 가치 투자니, 주식 매매를 다루는 유명한 이론이 쟁쟁한데, 고작 동전 던지기로 주식 투자를 해보자는 건가? 하지만 해보기 전에는 모르니 실험으로 동전 던지기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가려보자.

아래의 실험 내용을 보기 전에 머리 속으로 한번 예상해 보자. "동전을 던져 주식 매매를 결정하면 그 수익률은 얼마 정도일까?" 마이너스 20%? 혹은 플러스 5% 정도?  아마도 '동전으로 주식 매매를 결정한다고? 돈 까먹지 않으면 다행히지'라면서 수익률을 상당히 낮게 잡으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실험을 진행해 보니, 동전 던지기로 주식 매매를 결정하여 얻은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으며, 어떤 경우에는 연평균 수익률이 10%을 넘기도 했다.

그것이 진짜인지 보이기 위해, 지금부터 여러분과 같이 실험을 진행하고자 한다. 실험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다음과 같은 투자의 규칙과 가정사항을 알아두자.

- 투자 대상은 주가지수(KOSPI)로 한다.
- 최초 보유 주식수는 2만주로 시작한다.
- 주가지수 데이터는 2000.1.1부터 2009.5.4일까지(약 9.3년간)를 사용한다.

-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사고', 뒷면이 나오면 '판다'.
- 매매 가격은 직전 영업일의 주가지수 종가(終價)로 한다.
- 거래량은 하루 100주로 고정한다.

- '주식가치=주가지수*보유주식수' 로 가정한다.
- 주문은 매장 개시와 동시에 내고, 주문 즉시 거래가 체결된다고 가정한다.
- 매매 수수료율은 0.015%
- 매도시 세금은 거래세 0.15%, 농특세 0.15%

보다시피,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사고(Buy), 뒷면이 나오면 파는(Sell) 단순한 투자원칙이다. 동전을 직접 던져서 결정하는 일은 꽤나 고단한 일이라서, Excel의 Randbetween(0,1) 함수를 써서 동전 던지기 효과를 시뮬레이션했다. 이 함수가 무작위하게 결과를 낼까 의심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의 동전도 앞 뒷면의 문양 차이, 밀도 차이 등으로 무게중심이 완벽히 '가운데'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Excel의 함수를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가정했다(혹시 무작위성이 증명된 random number 추출 프로그램이나 알고리즘을 안다면, 알려주면 고맙겠습니다).

서설이 길었는데, 이제부터 같이 실험을 해보자.

[실험 방법]
- 우선 아래의 Excel 파일을 다운로드해서 열어 보자. 


- '동전던지기 투자 게임 1'이란 sheet를 열자.
- 그 sheet 맨 밑에 '연평균 수익률' 값이 나온다.
- randbetween()함수를 리프레시 해보자. 아무 '빈 셀'로 이동해서 Del 키를 누르면 그때마다 리프레시 된다. 연평균 수익률 값이 그때마다 변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어떨 때는 수익률이 꽤 좋아서 10%를 넘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기도 한다.
- 그리고 sheet의 상단 오른쪽을 보면 아래와 같은 '부(wealth)의 그래프'도 있으니 참조하자.



연평균수익률이 어떻게 변하는지 대략 감을 잡았는가? 간혹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타나지만 플러스 수익률이 더 자주 나타남을 느끼지 않았는가? 

진짜 그러한지 판단하기 위해, 직접 리프레시해서 얻은 값을 일일이 손으로 옮겨 적어서 다음과 같은 그래프를 얻었다. 모두 250번 리프레시한 결과다. 250번 밖에 리프레시 하지 않아서 매끄럽게 곡선이 그려지지 않았다. 시간과 프로그래밍 실력이 뒷받침된다면, 플러스 수익률 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종형 그래프'가 그려지지 않을까 예상된다(물론 적어도 수만번 시행해야지만...).


보다시피 평균 3.78%의 수익률이 나온다. 은행 이자 정도(세후) 되니 나쁘지 않은 수익률이다. 실험을 하기 전에 예상했을지도 모를 형편없는 수익률은 적어도 아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실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동전 던지기가 투자 자문을 대신할 수 있단 말인가? 2000년 1월 1일부터 동전던지기로 투자한 결과와 실제로 여러분의 투자수익률을 비교하면 어떤가? 동전던지기보다 더 나은가, 아니면 더 나쁜가? 개인별로 다르지 싶다.

다음의 2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해석 1) 동전던지기가 이성적인 투자의사결정보다 나쁘지 않다. 혹은 더 낫다.
(해석 2) 투자자문이나 투자예측의 결과를 믿느니 동전던지기로 투자하는 게 더 낫다.

나는 1번의 해석에 심적으로 동의한다(그런 가설을 가지고 이 실험을 시행했으니까...) 하지만 이 해석이 전적으로 유효하려면 이 글에 실린 실험보다 정밀하고 통계적으로 유의한 실험이 시행돼야 한다.

능력이 안 되는 나는 여기까지 동전던지기의 효과를 제기하는 데 만족하련다. 혹시 여러분 중 통계와 수리에 능하다면 동전던지기 투자 게임을 주제로 논문을 써도 좋겠지 싶다(나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한다면 더 좋겠다  ^^ ).


[추가]
첨부된 Excel 파일에는 '동전던지기 투자 게임 2'라는 sheet도 있다. 매매 여부 뿐만 아니라, 거래량도 동전던지기로 결정하는 게임인데, 평균적으로 거래량이 많아서 그런지 최고수익률과 최저수익률 사이의 스프레드가 위의 경우(거래량을 100으로 고정시킨 경우)보다 컸다.

동전던지기 투자 게임을 할 때 수익률을 최대로 높이는 '최적 거래량'은 얼마일까, 란 새로운 의문이 든다. 거래량을 크게 해야 좋을까, 아니면 주가지수 증가율에 연동하여 거래량을 정해야 할까? 이 주제도 연구를 해보면 좋겠지 싶다.

또한, 이 실험은 인덱스 펀드마냥 주가지수 전체에 투자를 했는데, 개별 종목이나 특정 포트폴리오를 대상으로 동전 던지기를 해보면 어떨까?

해보고 싶은 주제는 많은데, 능력이 안 되니 아쉬울 따름이다. ^^

(*수정사항이 많아 재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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