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같을 확률은 의외로 크다   

2010. 1. 17. 22:26

오늘 트위터에 글 하나를 올렸는데, 몇몇 분이 그 이유를 궁금해 하셔서 블로그를 통해 상세하게 설명하고자 합니다. 트위터 특성상 긴 글로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트윗에 올린 문제의(?) 글은 이것이었습니다. 실제 트윗의 내용을 보완했습니다.

"무작위로 뽑은 60명의 사람들 중에서 생일이 같은 사람들이 최소한 1쌍이라도 있을 확률은 얼마일까? 답은 거의 100% 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의 답을 25% 정도 되리라 답합니다. 답이 100%에 가깝다고 이야기하면 놀라거나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지요. 1년은 365일이고, 60 이란 숫자는 고작 365의 '6분의 1'도 안되니까, 확률이 100%가 나올 리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확률이 거의 100%인 이유를 증명해 보겠습니다. 위의 문제는 "무작위로 뽑은 60명의 생일이 모두 다를 확률은 얼마일까?"란 질문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질문의 답을 1에서 빼면 원래 문제의 답을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일이 모두 다른 사람이 선택되도록 하려면, 이렇게 하면 됩니다. A라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A와 생일이 다른 B라는 사람이 선택될 확률은 364/365 입니다. 그리고 A와 B 모두와 생일이 다른 C라는 사람이 선택될 확률은 363/365 입니다. 이렇게 모두 60명의 사람을 모으면 되겠죠. 

확률의 곱셉법칙(사건들이 동시에 일어날 확률은 개별 사건의 확률을 곱하면 된다)에 의하면, 60명 모두 생일이 다를 확률은 아래와 같은 식으로 나타납니다. (1년이 366일인 윤년은 고려하지 않기로 합니다.)

1  *  364/365  *  363/365  *  362/365 *  ......... * 306/365

계산해 보면 나오겠지만, 이 식의 답은 0.0059 입니다. 따라서 원래 문제(60명 중 생일이 같은 사람이 최소한 1쌍 이상 존재)의 확률은 1에서 0.0059를 뺀 0.9941 입니다. 거의 100%에 가까운 값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직감으로 내놓은 25%와는 큰 차이가 납니다.

이 확률 문제에서 우리가 깨달을 시사점은 3가지 입니다. 첫째, 인간의 직감은 확률에 대해 그리 능숙하지 못합니다. 둘째, 그렇기 때문에 확률 문제를 직감으로 접근하면 안 되겠죠. 셋째, 확률에 대한 우리의 약점을 역이용하여 직감 대신에 명철하게 판단한다면 남들과 구별되는, 소위 '엣지(Edge)'를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를 골탕 먹이긴 하지만, 알면 알수록 확률은 참 재미있고 오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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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 잡는 경영, 과연 필요한가?   

2009. 4. 13. 12:13

재작년이었던가, 잠깐 동안 호사가들의 입에 올랐던 해프닝을 기억할런지 모르겠다. 35, 36, 37, 41, 44, 45이라는 1등 로또 당첨번호 때문이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41을 제외하고는 일련번호인데다가 30대와 40대 몰려 있는 ‘맞추기 어려운’ 숫자에 무려 15명의 1등 당첨자가 배출됐다는 걸 애써 이슈화를 시켰다. 몇몇 네티즌들은 어떻게 그런 숫자에 그렇게 많은 당첨자가 나올 수 있냐며 무언가 사전에 조작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박은 확률의 개념을 오해한 데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전문가들도 쉽게 속는 경향이 있다). 극단적인 일련번호인 1, 2, 3, 4, 5, 6 이 나올 확률과 무작위 숫자들이 나올 확률은 정확히 똑같다는 걸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숫자 각각이 나올 사건은 서로 독립적이고 순전히 우연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일어난 사건이 그 다음에 일어나는 사건에 영향을 미칠 거라 잘못 생각한다. ‘무작위’는 ‘고루 섞여 있음’을 의미하고, 고루 섞여 있어야 안정적이고 덜 우연적인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수용키 어려운 1, 2, 3, 4, 5, 6이란 번호도 확률의 세계에서는 충분히 무작위적이다.

사람들은 기질적으로 ‘우연’을 참지 못한다. 로또 당첨번호처럼 특이한 사건일수록 더욱 그렇다. 만일 당신이 고개를 내밀어 창문을 내다보는 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창문에 코를 부딪쳐 코뼈가 내려앉았다고 해보자. 다음날 중요한 오디션에 나가기로 돼 있는 당신은 이로 인해 그만 소망하던 배우의 꿈을 접고 평범한 직장인이 됐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러한 불행의 모든 책임을 자신의 이름을 하필 그때 부른 그 사람에게 돌리며 한탄한다. 나아가 그 사람이 의도적으로 당신의 코가 깨질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에 그 같은 행동을 취한 것이 아닐까 의심까지 들게 된다. 억지스럽더라도 우연을 필연으로 여겨야 맘이 놓인다. 자신의 재능 부족은 입도 뻥끗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을 수도 없이 접하면서 때로는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더욱 우연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취업준비생들이 대기업으로만 몰리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수입, 안정성, 교육 및 복리후생 등이 중소기업보다 나을뿐더러 적어도 왔다갔다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 다시 말해 ‘덜 우연적’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대기업에 들어가서도 ‘우리 회사는 원칙이 없는 것 같다. 전혀 예상이 안 되고 엉성하다.’ 등의 불만을 쏟아내는 것을 볼 때 우연에 대한 혐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경영자들도 우연을 싫어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의 의도가 말단조직에까지 착착 미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직원들이 업무를 체계적으로 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회의 때 내놓는 현황 분석 데이터들이 시원찮다든가 할 때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이 때 가장 많이 궁리해 내는 아이디어가 바로 ‘체계를 잡는 것’이다. 지시가 물처럼 아래로 잘 하달되도록 조직을 뜯어 고치거나, 일 못하는 직원을 가려내기 위한 의도로 평가제도를 강화시키거나, ERP 등 정보시스템 구축에 투자를 결심한다. 또는 실패 가능성을 줄이려 다른 회사의 성공사례를 전적으로 모방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게 우연성을 줄이고 효율성은 높이려는 시도인데, 요즘같이 불황일 때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이 오히려 우연에 맡길 때보다 더 큰 비용을 발생시키거나 더 큰 기회를 상실시킨다면, 본능적인 우연 혐오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안정적인 대기업만을 선호하는 바람에 쟁쟁한 인력 틈에서 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그렇고 그런 범용인재로 인생을 허비할 수 있다. 자아실현의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중소기업에 입사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체계 또는 군기를 잡는다고 조직을 뜯어 고쳤다가 오히려 옥상옥의 결과만 초래한다면 의사소통은 심각한 병목현상에 빠질 수 있다. 성과 위주의 평가제도를 성급히 모방했다가 일 잘하는 직원은 회사를 떠나고 일 못하는 직원들만 남아 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보고서를 근사하게 뽑으려고 구축한 정보시스템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시스템 관리 때문에 인력만 늘어나는 꼴이 빚어진다. 우연을 회피하고자 시도하는 여러 행위들은 불확실성을 확실히 줄여주기는 한다. 그러나 그만큼의 기회 역시 줄어든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우연은 불확실성이고 불확실성은 위험이라는 단선적인 사고방식에서 깨어나야 한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태도가 지나치면 기회를 잃게 된다. 조직 운영에 있어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생각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제고하려면 어느 정도의 유연함, 즉 우연성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꽉 짜여진 체계에 따라 조직을 움직이고 직원들이 그 체계 하에 보호 받도록 하는 것에 마음이 가겠지만 자유로움과 규율 사이, 불확실성과 확실성 사이, 우연과 효율성 사이에 적절한 무게중심을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경영자가 가져야 할 중용의 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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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대신 자동차를 받고 싶다면?   

2008. 7. 17. 20:1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천재 수학자인 에르되스를 한때 곤경에 빠뜨렸던 ‘몬티 홀 딜레마’라는 확률 문제가 있다. 1969년 미국의 TV 사회자였던 몬티 홀이 진행한 게임 얘기다. 세 개의 문 중 한 곳에 자동차가 있고,다른 두 곳엔 염소를 숨겨놨다. 하나의 문만 선택해 경품으로 받을 수 있다. 당신이 1번 문을 선택하자, 모든 상황을 아는 사회자가 3번 문을 먼저 열어 보인다. 거기에는 염소 한 마리가 있다.

이때 사회자는 짓궂게 묻는다. "2번 문으로 바꿔도 됩니다. 바꾸겠습니까?" 만일 당신이 자동차를 받고 싶다면 1번에서 2번으로 바꿔야 할까, 말아야 할까?

정답은 이렇다. 자동차가 1번 문 뒤에 있을 확률은 3분의 1이고, 2번 문이나 3번 문 뒤에 있을 확률은 3분의 2다. 그런데 사회자가 3번 문 뒤에 염소가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에 2번 문에 자동차가 있을 확률은 3분의 2가 된다. 왜냐하면 확률은 모두 더해 1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2번 문으로 바꿔야 유리하다.

에르되스도 이런 경우 확률이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이 때문에 미국 전역이 한 때 논쟁으로 들끓었다. 흥미로운 것은 많은 사람은 1번 문을 선택한 결정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인은 확률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의사결정을 바꿔서 발생할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고의 관성’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일은 증권시장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주가가 상승하면 계속 오르려 하고, 하락하면 더 떨어지려는 현상은 시장 참여자의 사고의 관성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기업경영에서도 사고의 관성에 지배받는 경우가 있다. 많은 경영자는 새로운 기회가 보이는 데도 이미 선택한 사업영역에만 안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실패했을 때 받게 될 비난보다 그대로 있어서 받게 될 비난이 적기 때문이다.

즉석카메라 사업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던 폴라로이드사는 급부상하던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무시했다. 폴라로이드는 즉석카메라 사업을 정당화하고 미화하기까지 했다. 또 미국의 지상파 채널인 ABC, CBS, NBC는 30년 가까이 진입규제 보호 속에서 엄청난 이득을 누렸다. 위성방송과 케이블방송의 잠재력을 알고 있었음에도 기존 영역에만 안주했다. 이 틈을 비집고 CNN이 뉴스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관성에 빠지면 기회를 상실하고 시장에서 잊혀질 수도 있음을 상기시키는 사례들이다.

의사결정을 할 때 관성을 조심할 일이다.

(본 칼럼은 2007년 4월 8일자 '중앙선데이'에 게재됐습니다.)

*보충설명 : 몬티 홀 확률 문제는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에르되스도 그랬죠. 아래는 보충설명입니다.

1번문 2번문 3번문
염소 염소
염소 염소
염소 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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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준 후 ↓
1번문 2번문 3번문
염소 염소
염소 염소
염소 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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