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만한 CEO의 결정을 의심하라   

2012. 11. 28. 09:17


알다시피 미국에서는 기업 간의 인수합병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에서는 총 1만 2천 건의 인수합병 건이 성사되었고 금액으로 따지면 3조 4천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인수합병으로 이득을 챙기기는커녕 같은 기간에 2천 2백억 달러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울리크 말멘디어(Ulrike Malmendier)와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제프리 테이트(Geoffrey Tate)는 인수합병이 손실로 끝나는 이유가 경영자의 '과신(overconfidence)'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나치게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며 자신의 결정을 과신하는 경영자는 인수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과대평가하여 피인수 기업을 지나치게 비싸게 사들인다는 것입니다.





말멘디어와 테이트는 1980년부터 1994년까지 이루어진 394건의 인수합병 건을 정량적으로 분석하여 이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은 분석을 통해 CEO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스톡옵션을 언제 행사하는지 살펴보면 과신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주가가 벤치마크보다 높을 때조차도 CEO들이 스톡옵션의 만기일까지 옵션 행사를 미루거나 적어도 5년 이상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채 들고 있다면 그것은 그만큼 회사의 미래 성과를 훨씬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는 뜻이었죠. 말멘디어와 테이트는 이런 CEO들이 어떤 시점에 기업 인수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뉴욕 타임즈>, <비즈니스 위크>, <파이낸셜 타임즈> 등의 비즈니스 관련 기사에서 '자신감 넘친다', '낙관적이다'라고 묘사되는 CEO들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과신에 빠진 CEO가 인수합병을 발표하면 투자자들은 3일 동안 평균적으로 100 베이스 포인트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과신하지 않는 성향의 CEO의 인수합병 건은 투자자들에게 27 베이스 포인트의 손실만을 끼쳤습니다. 그들이 시도한 인수합병이 기업가치의 제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신하는 CEO들은 자신들이 주주의 이익에 따라 민감하게 행동한다고 믿었죠.


연구의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과신하는 경영자라고 해서 특별히 인수합병을 많이 시도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피인수 기업을 비싸게 사들이고, 기업가치를 깎아먹는(즉 주주의 가치를 해치는) 인수를 결정하며, 충분한 내부 자원이 있는데도 맹목적으로 인수를 결정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투자를 결정할 때는 그 회사의 CEO(혹은 오너)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도 중요한 의사결정 포인트임을 이 연구가 말해 줍니다.


평소 자신감에 찬 CEO들이 피인수 기업을 비싸게 사들이는 경향이 있고 기업가치를 훼손시켜 모(母)기업까지 위태롭게 만든다는 말멘디어와 테이트의 연구 결과를 보니, 얼마 전 법정관리를 신청한 어떤 그룹사가 곧바로 떠오릅니다. 자신만만한 CEO의 결정은 항상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신은 개인에게도 기업에게도 경계해야 할 감정 상태입니다.



(*참고논문)

Ulrike Malmendier, Geoffrey Tate(2006), Who Makes Acquisitions? CEO Overconfidence and the Market’s Reaction,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Vol. 89(1)



  
,

사장님, 나빠요!   

2010. 2. 8. 09:00

모 회사의 직원들은 사장에 대한 불만이 매우 컸습니다. 도무지 대화가 안 된다는 불만이었죠. 사장은 자기가 직원들과 자주 대화하고 있다며 자랑스레 말을 하곤 했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CEO는 자신의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개진될라치면, 그게 근거가 있든 없든 앞뒤 가리지 않고 소리부터 질러댔습니다. 한번의 실수 때문에 사장에게 붙들려 몇 시간이고 고성의 훈화 말씀을 들어야 하니 직원들로서는 고역이 따로 없었지요.

직원들은 자연히 방어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웬만해서는 사장 앞에서 말을 꺼내지 않았죠. '꺼내 봤자깨지기만 할 테니 입 다물고 고개나 끄덕거리자, 그게 만사 편하다' 는 생각이었습니다. 회의가 2시간 걸렸다면 직원들의 발언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일방통행이었지만 2시간이나 대화(?)를 했으니 사장은 얼마나 스스로를 대견해 했을까 싶습니다. 직원들이 오래 전 마음의 문을 닫은 사실을 알기나 하는지 안타까웠죠.

사장님의 차?


사장은 자기가 직원들을 심하게 몰아세우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래도 뒤끝이 없다'고 자랑스레 말을 이었습니다. 성격이 호탕해서 그렇다나요? 아마도 여러분 주변엔 이렇게 말하는 자들이 주변에 꽤 있을 겁니다.

헌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자기에게 남은 뒤끝이야 없겠지만 상대방의 가슴에 남은 뒤끝은 왜 모른 채 하지?'란 생각입니다. 본인은 스트레스를 개운하게 풀었을지 모르지만 상대방이 느낄 엄청난 스트레스를 모르는(아니면 모른 채 하는) 그들입니다. 성격이 호탕한 것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격에 문제가 있는지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또 다른 회사의 사장은 직원들에게 불만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상당한 수준의 불만이었죠. 그의 눈에는 직원 대부분이 편하게 놀면서 높은 임금을 받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많은 CEO들이 직원 역량에 만족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공공연히 “일 못하는 직원들은 모조리 월급을 깎아야 해.” 라는 소리를 외치고 다닐 정도였습니다.

직원들의 연봉이 확실히 높았습니다. 직급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제조업 평균에 비해 1.5배 정도 높은 수준이었죠. 그러나 그 업계에 있는 종사자들이 그 정도의 연봉을 받았기에 특별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직원들의 연봉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통의 수준이라고 간주되는 B등급(S-A-B-C-D등급 체계에서)의 직원들조차 기본급 인상은 없어야 하며, C등급과 D등급 직원들은 기본급을 깎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무려 70%나 되는 직원들이 기본급이 동결되거나 깎이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고 경고해도 들으려 하지 않았지요. 30%의 직원들만 챙기겠다는 말인데 그들만 데리고 어떻게 업무를 할 수 있겠냐고 물으면, 그렇게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직원들이 정신을 차릴 거고 능력 안 되는 직원들은 제 발로 회사를 나갈 것이 아니나, 며 반문했습니다.

'기본급은 회사의 안정적인 운영과 직원 개인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그렇게 확 바꾸면 안 된다', '직원들이 납득하는 수준에서 천천히 조정해야지 무리가 없다', '조직 사기가 떨어지면 회사가 자칫 어려워질 수도 있다', 등등의 충고도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이대로 직원들의 임금을 지불하다가 보면 매출액보다 직원들의 임금이 많아지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출처 없는 근거를 가지고 반론들을 일축했습니다.

설령 직원들의 역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사장의 이 같은 의도에 동의할 직원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믿고 따르기는커녕 무조건적인 반목으로 CEO와 회사를 대하게 될 겁니다. 사장은 먼저 본인이 경영의 책임을 다하는지 반문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건비 삭감과 같은 단순무지한 방법 말고, 소위 '노는 직원'에게 어떤 일을 주어야 하는지,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일 방법은 없는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예상되는 매출의 감소만 지적하지 말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회사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지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밖에서 돈 벌어 올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식구들만 괴롭히는 가장과 다를 바 없습니다.

자신이 사장이니까 무조건 자신의 말을 따르라고 권위만을 강요하고, 까닭 없이 직원들을 미워하며, 직원들의 역량을 의심하고 믿어 주지 않고, 모든 위험의 책임을 직원에게 돌리려 한다면, 우리를 그를 회사의 어른으로 존중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의 링크를 눌러서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여기를 클릭!



  
,



컨설팅을 하다보면 갑작스럽게 외형이 성장한 회사를 가끔 만난다. 이런 회사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하나는 개인 또는 가족기업의 형태를 유지하다가 관련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면서 외형이 갑작스레 커진 회사이다. 두 번째 유형은 90년대 말 벤처기업으로 시작하여 호황기와 몰락기를 거치면서 살아남은 회사로서, 기술력을 통해 기하급수적인 성공을 구가하는 몇몇 첨단 분야의 기업들이다.

유형이야 어찌됐건 그들의 고민은 대개 비슷하다. 바로 ‘경영시스템의 부재’가 그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경영시스템이란, 경영요소의 체계 전반을 일컫는 말이다. 경영시스템의 맨 꼭대기에는 회사의 미션과 비전이 자리 잡는다. 즉, 회사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 그리고 비전과 미션을 달성케 하는 방법론으로서 전략이 존재해야 하며, 전략의 실행은 조직, 사람, 프로세스에 의해 구체화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IT시스템, 규정 등 인프라를 갖춰서 경영시스템을 완성해야 한다.

기술의 우위, 제품의 차별성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지 모르나 그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핵심역량이 "보편역량'으로 변하면서 성장은 꺾이기 시작한다. 이 시점에서 경영자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를 원한다. 그동안 돈을 좀 벌었으니 투자하여 제2의 도약을 일굴 만한 아이템을 찾기 시작한다. Hanmail로 유명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포털사업의 한계를 느끼고 온라인보험과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전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일단 그러한 아이템을 찾아내기가 꽤나 어렵다. 혁신적인 사고와 열린 눈을 가지지 않으면, 남들이 다 하는 사업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새로운 아이템을 찾은 이후에 그것을 뒷받침할 경영시스템이 부재해서 추진력을 얻기 힘들다는 데 있다. 조직이 갖춰지지 않고, 수행할 사람이 없고,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개인기업이나 벤처기업 시절에 잘 먹혔던 관리체계가 외형이 커진 상황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배고프던 시절의 향수를 기억하는 자수성가형 CEO들은 하나에서 열까지 자신이 챙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면 즉흥적으로 의사결정 내리는 습관에 빠진다. 게다가 CEO가 빠져버리면 임원이나 관리자들이 아무것도 의사결정 내리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더 큰 문제다. CEO가 조직성장의 크리티컬 포인트이면서 동시에 보틀넥(Bottle Neck)이 되는 모순적인 상황 하에서는 제2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제2의 성장은 CEO와 조직 구성원들의 공감과 동참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성장을 CEO가 만들어 냈다면, 새로운 성장은 조직 전체가 움직여야만 도달 가능하다. 이를 위해 조기에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훌쩍 커버린 청소년이 아직까지 유아복을 입는다면 응당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혀야 한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넘어가는 사춘기에 ‘2차 성징’을 겪는 이유도 커지는 몸에 맞게 호르몬 분비체계를 재조정하는 과정 때문이다. 기업도 커져가는 몸집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면 이 같은 ‘성장통’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할까? 흔히 새로운 부서를 추가하거나 세분하여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작업을 경영시스템 구축의 출발점으로 잘못 이해한다. 예를 들어, 총무팀에서 인사업무, 기획업무, 총무업무를 맡아 수행했다면 인사팀, 기획팀, 총무팀으로 분화하고 각 팀에 팀장을 임명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매출규모가 커졌으니 사람도 많이 뽑아야 하고 조직의 크기도 함께 키워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 때문이다.

경영시스템 구축을 인력과 조직의 확대로 오인할 경우 두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관료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소규모 조직의 장점인 빠른 의사결정력이 급격히 둔화되고 불필요한 의사결정단계가 이중삼중 추가되기 쉽다. 인사팀, 기획팀, 총무팀으로 분화시켰다면 이들을 총괄할 경영관리 본부장 직위를 신설하고 싶어진다. 과거엔 CEO에게 바로 올라갔던 사안이 경영관리 본부장의 존재로 인해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사안의 내용이 왜곡되는 ‘옥상옥’의 폐해가 발생되기 시작한다. 몸집은 어른 만큼 커진 고등학생에게 어른에게나 어울릴 법한 양복을 입히면 ‘애늙은이’로 보이듯이, 관료화는 조직을 조로(早老)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둘째, 조직 분위기의 혼란을 야기한다. 조직의 물리적인 크기를 확대하려면 아무래도 내부인력의 승진을 통한 충원보다는 외부로 눈을 돌리게 마련이다. 외부인력을 찾아 앉히는 방법이 비용편익상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인력과 새로 영입된 인력 사이에 발생하는 충돌을 간과하기 쉽다. 다 그렇지 않지만, 영입된 인력들 몇몇은 ‘뜨내기’처럼 행동한다. 거쳐 가는 경력의 일부로 현 직장을 간주한다는 말이다. 이런 자들이 관리자가 되면 단기 성과만을 챙기는 과정에서 기존직원과 마찰을 빚는다. 급기야 신진세력과 보수세력 간의 대립으로 비화된다. 그들은 보통 체계가 잘 잡힌 큰 회사 출신인 경우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체계가 미약한 현 조직을 깎아내리는 통에 조직 분위기가 흐려진다. 이를 경계하자.

경영시스템의 체계를 잘 갖추려면, 신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려면, 조직도를 다시 그리는 작업에 연연하지 않고 경영요소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조직이 나아가야 할 비전과 미션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한다. 그리고 조직, 사람, 프로세스, 인프라를 어떻게 정렬(Alignment)할지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너무 급히 하면 곤란하다. 꿰었던 단추를 다시 풀 위험이 있으니까.


  
,

'군기' 잡는 경영, 과연 필요한가?   

2009. 4. 13. 12:13

재작년이었던가, 잠깐 동안 호사가들의 입에 올랐던 해프닝을 기억할런지 모르겠다. 35, 36, 37, 41, 44, 45이라는 1등 로또 당첨번호 때문이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41을 제외하고는 일련번호인데다가 30대와 40대 몰려 있는 ‘맞추기 어려운’ 숫자에 무려 15명의 1등 당첨자가 배출됐다는 걸 애써 이슈화를 시켰다. 몇몇 네티즌들은 어떻게 그런 숫자에 그렇게 많은 당첨자가 나올 수 있냐며 무언가 사전에 조작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박은 확률의 개념을 오해한 데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전문가들도 쉽게 속는 경향이 있다). 극단적인 일련번호인 1, 2, 3, 4, 5, 6 이 나올 확률과 무작위 숫자들이 나올 확률은 정확히 똑같다는 걸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숫자 각각이 나올 사건은 서로 독립적이고 순전히 우연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일어난 사건이 그 다음에 일어나는 사건에 영향을 미칠 거라 잘못 생각한다. ‘무작위’는 ‘고루 섞여 있음’을 의미하고, 고루 섞여 있어야 안정적이고 덜 우연적인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수용키 어려운 1, 2, 3, 4, 5, 6이란 번호도 확률의 세계에서는 충분히 무작위적이다.

사람들은 기질적으로 ‘우연’을 참지 못한다. 로또 당첨번호처럼 특이한 사건일수록 더욱 그렇다. 만일 당신이 고개를 내밀어 창문을 내다보는 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창문에 코를 부딪쳐 코뼈가 내려앉았다고 해보자. 다음날 중요한 오디션에 나가기로 돼 있는 당신은 이로 인해 그만 소망하던 배우의 꿈을 접고 평범한 직장인이 됐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러한 불행의 모든 책임을 자신의 이름을 하필 그때 부른 그 사람에게 돌리며 한탄한다. 나아가 그 사람이 의도적으로 당신의 코가 깨질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에 그 같은 행동을 취한 것이 아닐까 의심까지 들게 된다. 억지스럽더라도 우연을 필연으로 여겨야 맘이 놓인다. 자신의 재능 부족은 입도 뻥끗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을 수도 없이 접하면서 때로는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더욱 우연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취업준비생들이 대기업으로만 몰리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수입, 안정성, 교육 및 복리후생 등이 중소기업보다 나을뿐더러 적어도 왔다갔다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 다시 말해 ‘덜 우연적’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대기업에 들어가서도 ‘우리 회사는 원칙이 없는 것 같다. 전혀 예상이 안 되고 엉성하다.’ 등의 불만을 쏟아내는 것을 볼 때 우연에 대한 혐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경영자들도 우연을 싫어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의 의도가 말단조직에까지 착착 미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직원들이 업무를 체계적으로 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회의 때 내놓는 현황 분석 데이터들이 시원찮다든가 할 때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이 때 가장 많이 궁리해 내는 아이디어가 바로 ‘체계를 잡는 것’이다. 지시가 물처럼 아래로 잘 하달되도록 조직을 뜯어 고치거나, 일 못하는 직원을 가려내기 위한 의도로 평가제도를 강화시키거나, ERP 등 정보시스템 구축에 투자를 결심한다. 또는 실패 가능성을 줄이려 다른 회사의 성공사례를 전적으로 모방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게 우연성을 줄이고 효율성은 높이려는 시도인데, 요즘같이 불황일 때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이 오히려 우연에 맡길 때보다 더 큰 비용을 발생시키거나 더 큰 기회를 상실시킨다면, 본능적인 우연 혐오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안정적인 대기업만을 선호하는 바람에 쟁쟁한 인력 틈에서 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그렇고 그런 범용인재로 인생을 허비할 수 있다. 자아실현의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중소기업에 입사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체계 또는 군기를 잡는다고 조직을 뜯어 고쳤다가 오히려 옥상옥의 결과만 초래한다면 의사소통은 심각한 병목현상에 빠질 수 있다. 성과 위주의 평가제도를 성급히 모방했다가 일 잘하는 직원은 회사를 떠나고 일 못하는 직원들만 남아 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보고서를 근사하게 뽑으려고 구축한 정보시스템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시스템 관리 때문에 인력만 늘어나는 꼴이 빚어진다. 우연을 회피하고자 시도하는 여러 행위들은 불확실성을 확실히 줄여주기는 한다. 그러나 그만큼의 기회 역시 줄어든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우연은 불확실성이고 불확실성은 위험이라는 단선적인 사고방식에서 깨어나야 한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태도가 지나치면 기회를 잃게 된다. 조직 운영에 있어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생각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제고하려면 어느 정도의 유연함, 즉 우연성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꽉 짜여진 체계에 따라 조직을 움직이고 직원들이 그 체계 하에 보호 받도록 하는 것에 마음이 가겠지만 자유로움과 규율 사이, 불확실성과 확실성 사이, 우연과 효율성 사이에 적절한 무게중심을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경영자가 가져야 할 중용의 덕이 아닐까 한다.


  
,

당신은 CEO가 될만한 성격인가?   

2009. 3. 31. 12:54
신입사원일 때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이 회사 CEO가 될 수 있을까?' 비록 직장을 오래 다니다 보면 어릴 적의 포부가 점점 옅어져서 '그냥 이 회사에 오래 다니기만 하자'라는 생각으로 후퇴해 버릴지라도 말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경영자들의 MBTI 평가 결과를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기에 핵심만을 소개해 본다. (출처 : '최고경영자의 MBTI에 관한 연구', 선문대학교 김범성) 당신의 경우와 한번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MBTI는 사람의 성격의 유형을 16가지로 규정한 지표를 말한다. MBTI에 관한 자세한 소개는 여기서는 생략한다. 연구 결과, 경영자들의 성격 유형의 분포는 다음과 같다.

(source : 김범성)


위의 표에서와 같이 ESTJ(외향적-감각형-사고형-판단형)과 ENTJ(외향적-직관형-사고형-판단형)이 가장 많은 빈도로 나타났다. 또한 MBTI 매트릭스의 꼭지점에 해당하는 성격 유형이 다른 것보다 상대적으로 큰 빈도를 보였다.

그렇다면, 일반인들과 경영자 사이의 MBTI 분포는 어떻게 다를까? 아래의 표를 보기 바란다.

(source : 김범성)


일반인들 중 가장 큰 빈도를 나타내는 MBTI 유형은 ISTJ(내향적-감각형-사고형-판단형)이다. 경영자들의 MBTI 분포와 차이가 난다. 미국의 경영자와 한국의 경영자를 비교해 보면,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패턴이 보이기도 한다. 가령 미국의 경영자 중에는 P타입이 30% 정도인데, 한국의 경영자 중에는 10%만 P타입이다.

이 연구 결과를 보고 당신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경영자가 될 가능성이 큰 MBTI 유형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말일까? 바꿔 말해, 자신의 성격이 경영자가 될만한 성격이 아니라면 애초에 꿈도 꾸지 말란 이야기일까?'

연구자(김범성)가 밝혔듯이, 이 연구는 한계가 존재한다. 표본의 대표성, 표본의 크기 등의 문제 때문이다. 본인이 위의 성격 유형(노란색으로 표시된 성격유형)이 아니라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른 유형의 성격을 가진 사람도 경영자로 성공한 사람이 제법 되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경영자들은 이런이런 성격 타입이 많다'라는 것만 밝혔을 뿐, '경영자가 되려면 이런이런 성격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니,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A이면 B이다'가 참이라고 해서 그 역(易)을 참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일 성격과 CEO와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정확하게 밝히려면, 어렸을 때(예컨데 대학생 때) MBTI를 측정하고 나서 그사람이 나중에 CEO가 되는지를 살펴보는 방식의 '종단면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꼭 경영자가 되어야만 행복한 것도 아니다.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게 중요하지, CEO가 누구에게나 공통의 목표일 수는 없다. 게다가 한 회사의 CEO는 한 사람 뿐이다. 어디까지나 이 연구 결과는 참고만 하기 바란다.

자세한 결과는 아래의 논문 원본을 참조하기 바란다.




  
,

(사진 : 유정식)

어느 회사이건 간에 직원의견조사 설문과 인터뷰 내용을 분석할 때마다 항상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하나 있는데, 바로 ‘우리회사는 직원에 대한 교육을 별로 시키지 않는다’, ‘교육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라는 직원교육의 문제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여러 기업의 경영진단을 수행하면서 보아온 회사들의 교육체계는 대개 나쁘지 않았으며, 몇몇 회사의 직원교육은 업계 평균보다 오히려 월등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직원들의 교육에 제법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교육에 관한 불만이 왜 터져 나오는 것일까? 필자는 그 원인이 교육 자체의 문제점 때문이 아니라 교육 이외의 다른 것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첫째, 직원들은 교육을 역량개발의 수단이라기 보다는 업무의 긴장감을 풀기 위한 일종의 피난처로 여기는 경향이 크다. 즉 교육기간 동안에는 적어도 업무를 잊고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교육을 받을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1년에 한번은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 정당하다며 불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업무강도가 높은 직원은 교육을 통해 리프레쉬를 해주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겠는데, 특이한 것은 그와는 반대로 업무강도가 낮은 직무에 종사하는 직원들도 교육 불만을 큰 목소리로 표출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짐작하건대, 교육을 휴식의 도구로 여기기도 하지만 지루한 일상업무에 긴장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도구로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원인은 정보홍수의 시대, 지식사회 등으로 불리는 요즘의 시대흐름 때문이다. 질적으로 양적으로 나날이 창출되고 발전되는 지식과 기술로 인해 직원들은 자칫 한눈을 팔면 자신이 낙오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자연스레 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 직원들은 이런 불안감을 어떻게든 교육을 많이 이수함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회사가 충분하게 교육 욕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할 경우 불만을 표출하게 된다. 또한, 회사가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이 ‘그 나물에 그 밥’ 이라며 직원교육이 좀더 유행을 따라가 주기를 바라곤 하는데, 몇몇 악의를 가진 직원들은 회사 성과에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기만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회사로부터 더 많은 교육을 받아내고자 작정하는 도덕적 해이를 보이기도 함에 유의해야 한다.

세 번째 이유는 교육을 받는 것에 대해 터부시하는 조직 분위기 때문이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첫 번째 이유와 상통하는데, 바로 교육을 역량 함양의 기회로 보지 않고 업무를 피하여 휴식을 취하려는 행위로 보는 경향이 조직에 퍼져있는 경우에 그렇다. 업무 수행에 진짜로 유용한 교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사와 타 직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조직분위기라면 교육을 받겠노라 과감하게 나서는 직원은 별로 없을 것이며, 이러한 조직분위기는 고스란히 교육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게 된다.

교육에 대한 불만은 교육 그 자체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불만을 표출하는 직원들의 이기심과 교육을 왜곡하여 인식하는 조직 분위기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회사의 인사담당자에게 교육에 관한 직원들의 불만이 나오면 전전긍긍하지 말고 과감히 무시하라고 조언한다. 불만을 위한 불만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회사는 직원들의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교육은 직원 역량을 배양함으로써 회사의 성과를 함께 높이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지, 교육 그 자체가 목적은 절대 아니다. 때문에 교육에 대한 구성원의 불만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사회적 책임상 회사가 직원 개인의 발전을 도와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될 수 있겠으나 어디까지나 성과향상이라는 틀에서 직원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게다가 교육이 직원의 Refresh 수단이 되어서는 더더욱 곤란하다. 물론 열심히 일한 직원에게 보상 차원으로 장기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직원에 국한하여 운영되어야 하며, 모든 직원에 대해 교육이 휴식의 도구로 인식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업무가 바쁘면 업무가 우선이지, 절대로 교육이 우선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주지시켜야 한다. 바쁜 일을 나 몰라라 하고 교육 받으러 가버리는 직원에게 좋은 인사평가점수를 주는 것은 절대 안 된다라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교육에 있어 직원은 스스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일이 바쁜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역량계발에 노력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자신의 능력은 안되면서 ‘교육 못 받아서 그렇다’ 는 핑계로 회사측에 화살을 돌려서는 곤란하다. 더 이상 주는 떡만 받아먹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그래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요즘에는 ‘10% Rule’이라고 해서 전체 직원의 10%는 항상 교육을 받고 있어야 한다든지, 교육학점제라고 해서 1년 동안 반드시 몇 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든지의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제도의 기본철학은 직원들이 스스로 자기가 받아야 할 교육을 직접 찾아 수강할 것을 일정부분 강제하여 회사의 성과 창출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놀 수 있는’ 교육시간을 보장하고 월급도 꼬박꼬박 받게 해주겠다는 것이 절대 아님을 알아야 한다.

회사는 신입사원교육, 신임간부교육 등 몇몇 오리엔테이션 성격의 교육만을 직접 운영하고 나머지는 직원 스스로 계획하여 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와 가이드를 제공해주면 그만이다. 즉, 인사부서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애먼 노력을 쏟지 말고 직원이 스스로 필요한 교육을 직접 찾아 수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나 교육효과 측면에서나 더 낫다.

단, 회사의 성과 향상에 별 관계가 없는 교육을 직원들이 수강하고자 할 때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성과향상에 미치는 교육의 효과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교육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만큼만 시켜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바꿔 말해, 교육이 전략적으로 활용되려면 회사의 우수인재와 그렇지 않은 일반인재를 구분하여 각각에게 필요한 교육을 적절한 수준으로 제공해야 한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회사에서 실시하는 교육의 효과는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다고 하며, 교육의 효과를 높이려면 인재의 성격에 따라 차별적인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한다.

인사부서에서는 모든 구성원에 대해 천편일률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다. 다양성의 시대에 맞게 다양한 스펙트럼의 가이드를 줄 수 있는 교육정책이 수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경영진단시 교육에 대한 불만 이외에 나타나는 몇 가지 대표적인 것을 들어보면,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된다라는 것, 구성원간의 업무분장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 전문능력을 갖춘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회사의 중장기 비전과 전략이 부재하다는 것 등이다. 교육에 대한 불만에서와 같이, CEO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실체를 파악하여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자금, 사업포트폴리오, 시스템(제도) 등의 측면에서 약점을 지니고 있어 상대적으로 인재관리 역량이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신경 쓸 여력도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은 인재유출에 따른 리스크가 대기업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에 CEO의 역할이 더욱 빛을 발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중소기업 CEO들은 인재들이 잘 들어오려고 하지 않고, 힘들게 뽑아 놓아도 금방 나가버린다며 인재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래서 인재를 외부에서 힘들게 모셔올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키워라, 그게 편리하고 안전한 방법이다, 라는 것이 중소기업을 위한 인재전략으로 종종 제시되곤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생각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차선책일 뿐 한계가 뻔히 보이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1982년의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프로야구팀을 기억할 것이다. 15승 65패라는 성적과 18연패라는 깨지기 힘든 기록을 가지고 있는 불행한 팀이었다. 참담한 성적을 기록하던 삼미 슈퍼스타즈는 이듬해 장명부라는 거물급 투수를 당시에는 천문학적인 1억 2천만원의 연봉으로 전격 스카우트한다.

OB 베어스의 박철순 투수가 당시 2,400만원을 받고 있었으니 삼미로서는 운명을 건 투자라고 할 수 있었다. 장명부의 영입 이후 삼미는 그 해 전기리그 2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며 장명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장명부는 60게임에 출장하여 한 시즌 30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그야말로 ‘핵심인재’였던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사례가 중소기업의 CEO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만약, 죽을 쑤고 있던 그 팀이 회사이고 CEO가 감독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우선 선수들을 혹독하게 맹훈련시킬 것인가? 그런데 이 방법은 선수들의 정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지 몰라도 우수한 성적을 내는 데는 아마 역부족일 것이다.

따라서, 회사 내부인력의 역량이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그리고 현재 긴급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면, 과감히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최고이며 유일한 방법이다. 중소기업은 느긋하게 내부인력을 양성할 시간이 없다. (*이건희 회장이 이야기하는 '천재론'을 말하는 것이 아님)

만일 영입을 해야 하는데 줄 수 있는 연봉에 한계가 있다면 그 틀을 파괴해서라도 인재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CEO는 해야 한다. 당장에 연봉을 타 직원보다 많이 주는 것에 부담을 느끼겠지만 그보다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직접 발품을 팔아 인재를 찾아 나서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인재가 나가지 않고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명부가 30승 달성시 약속된 1억원의 보너스를 받지 못하자 일부러 지는 바람에 또다시 만년 꼴찌팀으로 전락한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현금흐름(Cash Flow)가 있듯이 인재흐름(Human Resource Flow)가 있다. CEO는 ‘인재흐름경영’을 추구해야 한다. 현금흐름이 막히면 유동성 위기로 인해 자칫 회사가 망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재들이 들어와 성장하여 수익에 기여하는 흐름이 정체되면 경쟁력 제고는 기대할 수 없을 뿐더러 머지않아 회사는 도태된다.

늘 새로운 능력과 시각을 갖춘 인재로 조직이 채워질 수 있도록 하고, 항상 ‘싱싱한’ 인재들이 스스로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CEO의 역할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