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주면 '장땡'일까?   

2011. 11. 14. 09:00



어느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난 1년 동안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사장은 직원들에게 그간의 수고를 치하하고 동시에 친목과 단결을 다지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에 빠졌다. 고민 끝에 그가 떠올린 방법은 직원들을 모두 데리고 동남아로 4박 5일 간의 워크숍을 다녀오는 것이었다. 사장은 이런 결정이 직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리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비록 사장 앞에서 말은 안 했지만 '그냥 돈으로 주지, 뭐 하러 그런 데를 가느냐?'는 눈치가 역력히 느껴졌다. 앞뒤 가리지 않고 말하던 어느 직원은 '거기까지 가서 지겨운 사장 얼굴을 또 봐야 하느냐?'라고 구시렁거리기도 했다.
 
사장은 아주 섭섭했다. 돈 쓰고도 욕먹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비록 직원들이 30명 남짓인 작은 회사였지만, 동남아로 여행을 다녀오는 데 드는 비용이 꽤 많이 소요될 터였기 때문이다. 딴에는 큰 결정이었는데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직원들이 야속했다.  상심한 그는 사석에서 이렇게 털어놓았다. "직원들에겐 이런 거 저런 거 필요 없어요. 돈이면 장땡이에요." 정말 그럴까? 직원들은 돈만 많이 주면 회사에 충성할까?


 
사장과 직원들 사이에 생기는 오해들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처럼 '직원들은 돈이면 다 좋아한다.'는 생각은 그 중에서 가장 풀기 힘든 오해 중 하나이다. '돈으로 주면 좋겠다.'라는 말을 글자 그대로 수용하면 '직원들은 돈이면 장땡이다'라고 생각할 만하지만, 사실 그렇게 내뱉는 직원들이 마음속에서 진짜로 갈구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배려이고 관심이다.

위에서 떨어지는 업무 지시를 수행하느라 밤낮으로 일하면서 삶을 소모한다는 느낌이 들 때 그 결핍감을 그나마 메울 생각으로 '돈으로 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돈이야말로 배려나 관심을 기대할 수 없는 회사 내에서 자신이 구할 수 있는 가장 가깝고 그 가치가 쉽게 변치 않는 대용물이니까 말이다. 직원들이 짓는 냉소적인 표정의 이면을 봐야 한다. 
 
사장이 직원들의 말을 그대로 따라 돈으로만 보상한다면, '그냥 돈으로 달라'는 직원들의 냉소와 '직원들은 돈이면 장땡이다'란 사장의 편견이 악순환하면서 두 계층 사이에 씻을 수 없는 앙금으로 남는다. 또한 다음의 사례처럼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의 '사회 규범'이 '시장 규범'으로 변질되고 말지도 모른다. 세바스티안 쿠베라는 실험경제학자는 한 가지 실험을 고안했다. 그는 사람들이 높은 보수를 받으면 그만큼 열심히 일할 거라는 통념이 과연 옳은지 따져보고 싶었다. 그는 도서관에서 3시간 동안 도서 목록을 만드는 작업을 하면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광고를 내고 학생들을 모집했다. 
 
쿠베가 광고에서 학생들에게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금액은 시간당 12유로였다. 그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학생들을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눴다. 일을 시작하기 전, 첫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광고에서 약속한 금액대로 급여를 지급(3시간 동안 일하니 모두 36유로를 지급)하겠다고 말한 반면, 두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뜻밖의 선물'을 주었다. 바로 학생들에게 7유로를 더 주기로 한 것이다. "여러분에게 감사의 표시로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 일이 끝나면 7유로를 더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왜 당초 약속한 금액보다 20%나 더 많은 돈을 주는지 이유를 분명하게 알렸다.

세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도 일을 수행하던 도중에 '뜻밖의 선물'을 약속했지만 그것은 돈이 아니었다. 7유로에 해당하는 보온병을 역시 "감사의 표시로" 주기로 했다. 이 세 그룹의 학생들 중 어느 그룹이 가장 좋은 성과를 올렸을까? 뜻밖의 선물이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7유로라는 뜻밖의 선물을 받은 두 번째 그룹은 첫 번째 그룹과 비슷한 성과를 보였다. 처음에만 반짝하다가 결국 생산성이 비슷해졌다. 20%나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생산성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 셈이다. 반면, 보온병이라는 선물을 받기로 한 세 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다른 그룹보다 30%나 높은 생산성을 나타냈다. 게다가 그들의 높은 생산성은 3시간 내내 계속됐다고 한다.
 
이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쿠베의 실험이 주는 시사점은 비금전적인 보상이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뜻밖의 선물이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7유로의 돈과 7유로짜리 보온병 중에서 어떤 것이 더 활용가치가 클까? 당연히 7유로의 돈이 크다. 보온병은 사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선물이다.

하지만 보온병이란 선물은 학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 '나를 고용하는 사람이 내게 선물을 하는 의도'를 선(善)하게 느끼도록 하는 효과가 현금보다는 훨씬 크다. 선물을 하기 위해 뭔가 고심을 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즉 보온병이 현금보다는 '왜 나에게 좋은 보상을 해주는가?'란 의문에 더 충분한 답을 주는 셈이다. 이와 비슷한 연구 사례는 너무나 많다.
 
직원들의 성과를 인정할 때 금전적 보상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회사로부터 배려 받고 있다', '내 성과가 정당하게 인정받고 있다'란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주기에 돈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효과가 있어도 처음에만 '반짝'하고 만다. 그런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달하려면 비금전적 보상을 함께 구사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복리후생제도는 '직원들은 돈이면 장땡이다'라는 경영진의 편견과 '그냥 돈으로 달라'는 직원들의 냉소가 악순환의 고리로 심화되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비금전적 보상의 장치이며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성과 창출에 지친 직원들의 노고를 사심 없이 인정하고 그들의 고충과 관심을 배려한다는 느낌을 전달함으로써 경영진과 직원 사이의 '사회 규범'이 늘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좋은 복리후생제도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복리후생제도가 정말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하려면 먼저 직원들이 이 제도를 충분하게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열쇠일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메뉴의 가짓수를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심리학자 쉬나 아이엔가는 시식코너에서 24가지의 잼을 보여줄 때와 6가지 잼을 보여줄 때 고객들이 실제로 얼마나 잼을 구입할지를 살펴봤다. 그 결과 적은 가짓수를 본 고객들의 30퍼센트가 잼을 사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반면에 많은 종류의 잼을 본 고객들은 겨우 3퍼센트만이 구매했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선택되지 않는 것들이 함께 많아지기 마련이라서 자신이 옳은 선택을 했는지 확신을 가지기가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무력해지는 법이다. 메뉴의 가짓수를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직원들에게 꼭 필요하고 나아가 업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메뉴를 알차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직원들의 유형별로 '메뉴판'을 다르게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연령대에 따라 필요로 하는 메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미혼인 직원들은 주로 자기계발이나 오락 활동을 선호하고,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고참 직원들은 교육비 지원 등과 같이 자녀를 위한 메뉴를 많이 고른다. 따라서 동일한 메뉴판을 제시하기보다는 직원들의 연령대별로 맞춤 설계된 메뉴판을 제공한다면 "저는 혜택 받을 게 별로 없네요."라는 말이 덜 나올 것이고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또한, 연령대별로 메뉴판을 달리하는 조치는 너무나 많은 메뉴를 쳐다보면서 무엇을 고를지 막막해 하는 직원들을 도와주는 역할도 할 것이다.
 
셋째, 수혜자를 직원 개인에게 한정시키지 않는다. 여러 가지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직원 자신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할 필요가 있을까? 직원의 직계존속에게 회사의 복리후생 메뉴를 공개하고 같이 즐기면 어떨까? 복리후생제도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뿐더러 직원의 가족들까지 배려하고 관심을 기울인다는 회사의 진정성을 보다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지출될 복리후생비라면 이런저런 제약을 두기보다는 완전히 써버리되 '잘 써버리는' 전략이 중요하다.
 
이제 서두에서 언급했던 어느 회사의 뒷이야기를 전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자. 사장은 몇몇 직원들의 노골적인 불만을 무릅쓰고 전 직원 해외 워크숍을 진행하는 용기를 보였다. '그냥 돈으로 주지. 뭐 하러...'란 직원들의 냉소 때문에 괴로워하던 사장은 워크숍을 다녀온 이후에 그 고민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회사가 설립된 이후에 처음으로 직원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고충을 귀담아 들을 수 있었던 기회였다.

직원들도 회사가 자신들의 공을 인정하여 직원 모두와 함께 해외 워크숍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자랑삼아 이야기했다. 이처럼 태평양만큼이나 넓던 사장과 직원들 사이의 간극이 크게 줄어들었음을 나타내는 신호들이 여기저기서 감지됐다. 물론 그 간극이 완전히 사라지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가장 다행스러운 일은 사장이 '직원들은 돈이면 장땡이다'란 편견을 버린 것이었다. 이런 편견을 없애는 일이 복리후생제도가 맨 먼저 넘어야 할 커다란 도전일 것이다.

(* 본 칼럼은 ezwel.com 에 11월 4일자로 실렸습니다. 원문 보러 가기 클릭!)


  
,

직원들의 불만은 없앨 수 없다   

2011. 3. 17. 09:00



사라 솔닉크와 데이비드 헤멘웨이는 여러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두 개의 문장을 보여준 다음에 무엇을 선호하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골라 보기 바랍니다.

A : 당신의 신체적인 매력 점수는 6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평균 4점이다.

B : 당신의 신체적인 매력 점수는 8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평균 10점이다.

아마 여러분은 B보다는 A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을 것 같습니다. 솔닉크와 헤멘웨이의 실험에서도 약 75%의 사람들이 A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이들이 이 실험을 하버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해보니 무려 93%의 대학생들이 A를 택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합리적이라면 A보다는 B를 더 선호한다고 답해야 합니다. 자신의 매력 점수가 B에서 2점 더 높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야 어떻든 B를 택해야겠죠. 그게 훨씬 유리하니까요. 헌데 왜 사람들은 A를 선호하는 걸까요?

그것은 '불평등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때문입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동물입니다. '내가 남보다 무엇이 못한가'라는 능력의 비교뿐만 아니라'내가 남보다 무엇을 손해보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계산하죠. 진화적으로 우리의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원숭이(예전 포스팅 클릭!)들도 불평등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B보다 A를 선택하는 행동은 인간의 DNA에 뿌리 깊에 박혀있는 본능적인 반응입니다.

사람들은 절대적인 지위보다 상대적인 지위에 더 신경을 씁니다. 본질적으로 질투가 심하다는 뜻이죠. 이를 간파한 경제학자 존 K. 갤브레이쓰는 "소비의 수요의 많은 부분은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 사회적 압력 때문에 증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쳇말로 지름신은 그 물건이 꼭 필요해서 강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 물건을 소유했기 때문에, 그 물건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 우쭐대고 싶기 때문에 강림(?)한다는 말입니다.

행동경제학의 선구자인 트버스키와 위의 실험과 비슷한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A : 당신은 3만 5천 달러를 받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3만 8천 달러를 받는 회사

B : 당신은 3만 3천 달러를 받고, 다른 사람을은 모두 3만 달러를 받는 회사

이 두 개의 회사가 있을 때 어느 쪽에 입사하고 싶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B를 택했다고 합니다. A회사로 입사하면 2천 달러를 더 받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인 지위가 더 높은 B회사를 택합니다. 상대적 지위라는 행복(?)을 획득하기 위해 2천 달러의 돈을 기꺼이 쓰는 것이죠.

사람들이 절대적인 지위보다는 상대적인 지위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인지 인사제도를 운영할 때 항상 불만이 나옵니다. 불만이 없는 인사제도는 아마 전 지구를 통틀어 한군데도 없을 겁니다.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은 자신의 능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기에 남들보다 승진이 늦고 남들보다 적은 돈을 받는 것을 수용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탓이 아니라 제도의 부조리 때문이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폄훼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낮은 평가를 받고 적은 보상을 받을 때 자신이 잘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인정하는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죠.

인사제도 자체가 허점 투성이라서 능력과 성과가 있는데도 잘못 평가 받는 사람들이 많으면 진짜로 심각한 문제라서 시급하게 인사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하지만 불만이 많다는 이유로 인사제도를 개선한다면 원칙을 잃고 헤매기 일쑤입니다.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합심하여 불만을 강하게 제기할 때 이리저리 휘둘리는 인사제도를 종종 목격했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그런 회사의 인사제도는 말 그대로 여기저기에 조각천을 기운 누더기와 같았죠.

상대적인 지위의 차이를 추구함으로써 성과 창출을 자극하는 인사제도는 직원들의 불만은 영원히 없앨 수 없습니다. 그런 인사제도 하에서는 직원 전체의 임금을 상향한다고 해서 불만이 줄지 않습니다. 절대적인 지위를 올려줘 봤자 상대적인 지위가 그대로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인사제도 개선에 관해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하나는 상대적인 지위의 차이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인사제도를 변화시키는 방법입니다. 보상의 차등폭을 줄이고 직급의 단계를 줄이는 등 상대적인 차별을 도모하는 모든 제도를 약화시키는 거죠.

하지만 '완전 평등'의 개념으로 인사제도를 확립한다면 그 또한 문제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왜 자신이 일 못하는 사람과 똑같은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충 일하거나 더 많은 보상을 약속하는 곳으로 떠나버리죠. 겉으로 보기엔 평등한 인사제도라 해도 이처럼 'Give에 대한 Take의 비율'을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불평등까지 없애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무사안일, 공평무사와 같은 나쁜 문화를 타파하는 조직문화 차원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평등주의 인사제도는 조직 전체의 성과를 하향평준화할 우려도 매우 큽니다.

두 번째 방향은 단순하게 불만의 크기로 인사제도의 문제점을 판단하기보다는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불만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를 따져봄으로써 개선의 포인트를 잡는 것입니다. 어차피 발생할 불만이라면 Give에 대한 Take의 비율이 작은 사람의 목소리에 기울이자는 것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봐도 역량이 딸리고 성과가 저조한 사람들이 목소리는 훨씬 큰 경우를 심심찮게 봅니다. 인사제도는 그들의 목소리보다는 입을 닫은 사람들의 소리없는 불만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상대적인 지위에 대한 추구는 인간의 본성이라서 인간이 절대적인 지위 선호로 진화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사제도는 불만 제로의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합리적인 불만'을 수용함으로써 '합리적이지 않는 불만'의 최소화를 지향해야 합니다. 이것이 최선의 중용입니다.

(*참고논문 : 여기 클릭)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

역량은 인사의 기초   

2011. 3. 11. 09:00



여러분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회사에 근무한다면 업적평가와 함께 역량평가를 받을 겁니다. 역량평가를 실시하려면 먼저 '역량모델'이 설계가 되어야 합니다. 역량모델은 조직에서 하나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기술, 특성의 조합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선발, 교육, 평가, 승계계획(Succession Plan) 등을 위한 관리도구로 활용됩니다.

역량모델을 구축하는 방법, 즉 역량모델링은 많은 기업들이 이미 실행 중이라 자세한 내용은 잘 알고 있으리라(여러분이 인사 담당자라면) 판단됩니다. 헌데 제법 많은 사람들이 역량모델에 대해 몇 가지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자주 제기되는 오해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역량모델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 즉, 무엇이 역량인지 이미 다 알고 있다’ 라는 오해
2) ‘환경이 계속해서 변하는데 어차피 바뀔 역량모델에 왜 힘을 쓰는가’ 라는 오해
3) ‘역할과 직무가 다양한데 하나의 모델로 표현할 수 있는가’ 라는 오해



첫 번째 '역량모델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란 오해는 일반적으로 회사에 오래 근무한 관리자들이 자주 제기하는 것인데, 직원들이 우수한 성과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이미 다 안다는 직감에서 나오는 오해입니다. 그들은 정리되지는 않을 뿐이지 다 아는 것을 돈을 들이고 직원들의 시간을 뺏어가면서까지 ‘멋있게’ 정리하고 증명할 필요가 있냐는 반대 의사를 보입니다.

이러한 오해는 어떻게 해서 발생하는 것일까요? 여러 회사의 인사 담당자와 인터뷰를 해보면, 몇몇 인사 담당자는 역량모델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그들은 직무기술서를 뭔가 있어 보이게 만들는 것에 불과하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의 근본원인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몇몇 소수(일반적으로 경영자나 인사부서)의 직감으로 역량모델을 ‘대충’ 만들어 낸 탓에 담당자 스스로 신뢰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역량모델을 구축해 놓고도 그것을 선발, 평가, 교육 등 인사제도에 적절하게 반영하거나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시용으로 만들어 낸 역량모델이니 인사 운영에 활용될 리 만무할 겁니다. 바로 이런 관행 때문에 역량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하면, ‘우리 조직의 역량모델이 무엇인지 잘 안다. 다만 활용하지 않을 뿐이다’ 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오해와 저항에 대하여 인사부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역량모델링은 무엇이 우리 조직의 성과 향상을 위해 필요한 역량인지 밝히는 과정입니다. 다시 말해 수 차례의 인터뷰와 서베이와 관찰을 통해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생각을 명확히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도출된 역량모델을 선발, 교육, 평가 등에 적용하여 성과의 지속적인 향상이 가능하게 됐다면 역량모델에 투자할 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오래 근무한 구성원일수록 과거의 사고방식, 기업환경 등에 기초하여 역량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상명하복’과 같은 구닥다리 신념에 근거한 역량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거의 신념들을 깨뜨리고 새로운 조직문화 구축을 가속하기 위해서라도 역량모델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두 번째  ‘환경이 계속해서 변하는데 어차피 바뀔 역량모델에 왜 힘을 쓰는가'란 오해는 수시로 변화하는 기업 환경 때문에 어차피 다시 뜯어 고쳐야 할 것이라면 뭐하러 비용과 시간을 소요해 역량모델을 설계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기업이 시장의 요구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하여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체질을 갖추는 일은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역량모델은 특정한 상황에 일회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처방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이 갖추어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 밝혀내어 구체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많은 기업이 고객관계관리시스템(CRM)을 구축했거나 구축 중인데 앞으로 몇 년 후에 다른 종류의 시스템이 도입되거나 변경될 수는 있겠지만, 역량모델은 ‘고객관리’를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실행하도록 기업 고유의 ‘철학’을 제시합니다. 따라서, 역량모델이 환경에 따라 쉽게 변한다면 이것은 기업의 경영철학이 매번 환경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는 것과 다를 바 없겠죠.

세 번째 ‘역할과 직무가 다양한데 하나의 모델로 표현할 수 있는가’ 란 오해는, 조직 내에 운영관리자, 영업관리자, 생산관리자, 연구원 등 서로 다른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역할과 직무가 다양한데 이를 역량모델이라는 하나의 공통모델로 묶으려는 시도는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에서 비롯됐습니다. 이는 역량모델의 구성을 잘못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역량모델은 일단 전사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을 먼저 고려하여 설계됩니다. 즉, 인사팀장이든 영업사원이든 우리 회사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갖추어야 할 행동의 특성을 명확하게 해 주는 것이 역량모델입니다. GE의 경우 ‘1등 아니면 2등’ 철학은 일부의 역할 및 직무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사고와 행동의 특성을 규정하는 '지시봉'입니다.

앞서나가는 기업이라면 경영자에서 말단 사원을 꿰뚫는 서너개의 역량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하며 역할 또는 직무별로 그런 역량을 갖추기 위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세번째 오해에서 말하는 역할 및 직무별 다양성은 ‘역량의 개별적 구성’이 아니라 ‘역량개발방안의 차별성’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또한 역량모델은 전사적으로 공통적으로 갖추어야 할 역량(이를 공통역량이라 함) 뿐만 아니라, 각 역할과 직무에 따라 특수하게 요구되는 개별역량(이를 직무역량이라 함)도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세 번째 오해는 잘못된 것입니다.

물론 역량모델을 갖춘다고 조직의 성과가 향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역량모델을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여러 필요조건 중 하나이지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러나 역량모델은 인사제도의 기초공사에 해당합니다. 기초공사 없이 그 위에 인사제도를 쌓아올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회사의 비전에 직원들의 행동과 사고를 정렬시키는 도구인 역량모델을 다시 점검해 보기 바랍니다. 회사는 이 산으로 가려고 하는데 직원들은 저 산으로 가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

타협이 힘들고 불편한 이유   

2011. 1. 4. 09:00



벌써 인사평가가 끝난 회사도 있고 이제 평가를 시작하는 회사도 있을 겁니다. 평가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피평가자(부하직원)들의 불만 중 하나는 평가자(상사)가 객관적인 기준이나 근거 없이 주관적인 관점으로 평가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의를 제기할 겨를 없이 평가 결과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관행도 불만을 키우는 주범이죠.

이런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각각 자신이 생각하는 평가 결과를 한 자리에 모여 '합의'하는 절차를 운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절차를 진행하면 평가자나 피평가자가 아주 어색해 하거나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평가자는 피평가자에게 자신의 평가 결과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난감해 하고, 피평가자는 자기평가의 근거를 어떻게 제시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죠.



합의하는 자리에서 서로 생각이 달라서 얼굴을 붉히거나 고성이 오갈 수 있고, 피평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평가가 관대해질 수 있으며, 합의라고 말은 하지만 결국 평가자가 일방적으로 통보하듯이 되어버린다는, 새로운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서로 잘 해보자는 제도가 구성원들의 불화를 야기하는 불씨라고 공격 받기도 하죠. 그래서 평가 합의 절차는 없던 것으로 하고 과거의 '밀실 평가' 방식으로 회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왜 평가 결과를 합의하고 타협하는 걸 불편해 하고 두려워하는 걸까요? 왜 우리는 합의를 어려워하는 걸까요?

에릭 와이너는 "서구 사람들, 특히 미국 사람들은 타협의 필요성을 없애 버리려고 애쓴다"고 말합니다. 요즘 나오는 자동차를 보면 탑승자 각각이 자신에 맞는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있습니다. 자동차 실내의 적정온도도 서로 타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각자 알아서 조절하도록 만든 것이죠. 주위를 살펴보면 점차 이런 물건들이 많아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이 강조되면서 하나의 물건을 공유하는 개인들이 각자의 취향을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에릭 와이너는 개별온도조절장치를 예로 들면서 "이렇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물건을 놓고 타협할 필요가 없다면, 정말로 중요한 문제 앞에서는 어떻게 될까?"라고 진지하게 묻습니다. 그러면서 "타협은 기술이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이 사용하지 않으면 점점 퇴화한다"고 덧붙입니다. 개인화된 편안한 생활 뒤에 숨은 비용이 생각보다 큼을 경고합니다.

저는 이 말을 들었을 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평가 합의 절차가 불편하고 어색하다는 새로운 불만을 없애려고 '평가지표'를 객관적이고 계량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쪽으로 제도 개선의 방향을 잡는 것, 바로 이것이 타협의 필요성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구성원 각자의 업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내는 평가지표만 잘 구축되면 평가자나 피평가자나 평가 결과에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구성원 각자의 업무를 미시적으로 분석해서 '개인화'된 평가지표를 만들면 타협과 합의와 같이 불편한 과정 없이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개인화된 물건들과 서비스가 넘쳐나면서 평가제도도 그렇게 개인화될 수 있다고, 우리는 믿게 된 건 아닐까요? 에릭 와이너의 말처럼 타협이 힘들고 불편하다고 해서 제도가 개인적으로 치달으면 우리는 타협과 합의의 기술을 잊게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계속 개인화가 심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겠죠.

타협은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의 중요한 절차로서 매우 소중한 기술입니다. 그 과정이 불편하고 어색하다고 해서 타협의 필요성을 없애는 쪽으로 제도가 설계되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승용차에 탄 서너 명의 승객이 "조금 더우니 온도를 낮추자"라는 아주 간단한 타협의 필요조차 없도록 개별온도조절장치를 설치하는 비용, 그것은 생각보다 아주 클지 모릅니다.

(*참고도서 : '행복의 지도', 에릭 와이너)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

평가조정, 가능하면 하지 말자   

2010. 12. 28. 09:00



어느 회사든 인사평가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항상 나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바로 평가의 '관대화' 경향이죠.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볼 때 직원들의 평가점수 분포가 95점 근처에 몰리는 극(極)관대화의 경향이 평가를 할 때마다 나타나서 골머리를 앓는 회사가 꽤 됩니다. 0.1점 차이로 운이 좋아 S등급이 되기도 하고, 운이 나쁘면 C등급에서 D등급으로 떨어지기도 하는 일이 벌어지죠.

이러한 평가의 관대화 경향을 줄이고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는 사전적(事前的) 방법과 사후적(事後的) 방법이 있습니다. 사전적 방법이란 평가 시즌 직전에 평가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것을 말합니다. 평가자 교육은 금년에 바뀐 평가 방식을 설명해주고, 피평가자들을 왜곡되지 않게 평가하려면 무엇을 염두에 둬야 하는지 '재인식'시키려는 목적으로 실시하죠.


하지만 평가자 교육은 보통 평가 시즌 직전에 실시하기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했어야 하는' 평가자의 의무인 코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은 그다지 효과가 높지 않습니다. 평가자 교육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평가자 교육이 요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피평가자들의 역량개발 과정과 목표달성 과정을 평가자가 주의 깊게 관찰하고 면담하도록 의무화하고 그 결과를 기록하게 해야 합니다. 근거를 기반으로 평가가 이뤄지게 유도하기 때문에 평가의 관대화를 막는, 보다 사전적인 방법이라 말할 수 있죠.

사후적 방법은 평가 결과에 통계적인 조정을 가하여 관대화 경향을 희석시키거나 제거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간단히 말해 '평가 조정'을 의미하죠. 사실 관대화 경향을 희석시킨다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사후적인 조정인지라 평가자들의 '관대한 평가 성향'을 미리 차단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희석시킨다는 말은 관대한 평가 결과를 통계적인 조정을 통해 정상적인 결과인 양 '해석'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통계적인 조정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크게 소극적인 조정과 적극적인 조정으로 나뉩니다. 소극적 조정이란, 평균과 표준편차의 적정 범위를 규정한 다음 그 범위를 벗어나게 평가하는 평가자들에게 재평가를 요구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조정은 일괄적으로 평가의 분포를 조정하는 방법을 일컫습니다. 여기에는 평균과 표준편차를 동시에 조정하는 방법과, 평균만 조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평균만 조정하면 관대화만, 표준편차까지 조정하면 관대화와 중심화 경향을 희석시킬 수 있습니다.

소극적 조정 : 평균과 표준편차의 일정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 재평가 실시
적극적 조정 : (1) 평균 조정
                    (2) 평균표준편차 조정

적극적 조정에서 조정의 기준으로 삼게 되는 조정평균과 조정표준편차를 매년 고정적으로 가져가느냐, 아니면 매년 다르게 가져가느냐(매년 전사 평균, 전사 표준편차로 조정)에 따라 다시 나뉩니다. 조정평균과 조정표준편차를 고정화하면, 매년 평가자들의 평가 성향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연도별로 비교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매년 가변적으로 설정하면, 해당 연도의 평가 의도를 반영할 수 있죠.

소극적 조정 : 평균과 표준편차의 일정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 재평가 실시
적극적 조정 : (1) 평균 조정
                       (1-1) 평균 고정
                       (1-2) 평균 가변
                    (2) 평균표준편차 조정
                       (2-1) 평균, 표준편차 고정
                       (2-2) 평균, 표준편차 가변

(*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평가조정의 강도가 커짐)

평가의 관대화 경향을 줄이려면, 사후적 방법보다는 사전적 방법에 집중해야 합니다. 일이 나빠지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사전적 방법은 결국 평가자의 노력과 양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펑가자들의 ‘평가 잣대’를 통일시키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사전적 방법을 사용하여 평가자별 평가 성향의 차이를 최소화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평가 성향의 차이는 사후적 방법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사후적인 방법은 가능한 한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피평가자가 평가자로부터 피드백 받은 최초의 평가 결과가 조정(사후적 방법)의 과정을 거치면 다르게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피평가자들이 평가를 납득하지 못하고 평가제도 전반에 불신을 가질 위험이 큽니다. 또한 평가자들에게 "난 잘 줬는데, 평가가 조정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어"라는 좋은 핑계거리를 주게 되죠.

따라서 사전적 방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평가의 왜곡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하며, 일정 수준 이하로 평가의 관대화 경향이 감소한다면 적극적 조정에서 소극적 조정 쪽으로 차츰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다"란 말이 사라지지 않는 한 관대화 경향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크기를 줄일 수는 있죠. 내년에는 여러분들의 회사에서 관대화 경향이 올해보다 약해지기를 바랍니다. ^^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

경력개발을 시스템으로!   

2010. 7. 8. 09:00

많은 기업들이나 공공기관들이 앞다투어 경력개발제도(CDP)를 도입합니다. 경력개발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회사의 목표와 자아실현의 목표를 일치시킴으로써 성과를 최대한 이끌어 내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인사정책의 방향이 회사 입장에서 직원 입장으로, 중앙통제 중심에서 개인 자율로 변화하는 흐름을 반영합니다.

경력개발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성공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죠. 무엇보다 훌륭하게 만들어진 제도가 서류상의 제도로 남지 않고 원활하게 실행에 옮겨지려면 IT시스템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경력개발을 위해 직원, 관리자, 인사부서가 해야 할 일들이 당연히 늘어나게 되는데,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면 가뜩이나 할 일이 넘쳐나는 개인들의 반발에 부딪쳐 결국 경력개발제도는 유야무야해질 게 뻔합니다.


요즘에는 e-HR이라 하여, 인사관리의 모든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운영하려는 회사가 많은데, e-HR 내 경력개발 모듈에서 갖춰야 할 기본 기능은 아래와 같이 모두 5가지입니다.

- 경력정보 제공
- 경력개발 활동 관리
- 자기개발계획 기능
- 직무적합도 평가 기능
- 교육 기능

경력개발 IT시스템은 회사 내에 어떤 직무가 존재하고 직무별 요건은 무엇인지, 각 직무는 어떠한 표준경력경로를 갖게 되는지를 분명하게 정의해 놓은 ‘경력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누구나 쉽게 자신이 목표로 하는 직무의 내용을 인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보통 직무기술서의 형태로 경력정보를 제공하는데, 가장 간단한 것인데도 많은 기업들이 직무의 기본정보를 제공하는 데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직무가 요구하는 여러 조건(역량, 지식/스킬, 사전 경력 등)에 자신이 얼마나 적합한지, 또는 얼마나 부족한지를 스스로 평가해 볼 수 있도록 ‘직무적합도 평가’ 기능을 포함해야 합니다. 단순한 평가보다는 ‘어떤 것이 부족하니까 이렇게 해 보라’라고 교육과정을 권한다든지 등의 조언을 해주는 시스템이 되어야 합니다. 간단한 로직인 것 같지만, 의외로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죠.

또한 경력개발 IT시스템에 교육 관련 정보들이 집약되어야 합니다. 경력개발 지원에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구성원의 만족도를 가장 크게 높이는 방법이 바로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경력개발시스템은 회사 내외에서 실시하는 모든 교육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 포탈’이 되어야 합니다.

경력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인사부서에서 여러 활동을 하게 되는데, 사내채용(Job Posting), 경력상담, 멘토링(Mentoring), 지식동아리(CoP) 운영 등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구성원들이 이러한 활동에 스스로 참여하여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능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인사부서가 경력개발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수시로 분석하고 통제하도록 통계기능과 보고자료 작성 기능도 갖추면 좋겠죠.

많은 이들이 경력개발제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오해는 ‘내가 가만히 있어도 제도가 나의 경력을 개발해 줄 것이다.’ 라는 식의 생각입니다. 경력개발 활동들은 기본적으로 회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율에 의한 것입니다. 회사는 어디까지나 지원자일 뿐이죠. 스스로 무엇을 개발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우고 교육 이력 등을 관리해 나가는 공간을 경력개발 IT시스템이 제공해야 합니다.

그밖에, 퇴사 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취업정보, 창업정보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퇴사자와 재직자가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경력개발 IT시스템의 활성화를 위해 도움이 되는 기능입니다.

오늘도 즐겁게 '경력개발' 하시기 바랍니다. ^^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아래 그림 클릭!) 
                               
inFuture 앱 다운로드 받기


  
,

어중간한 성과주의, 할 생각 마라   

2010. 7. 7. 09:00

우리나라에 성과주의 인사관리가 도입된 때가 90년대 초입니다. 그리고 IMF 환란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기 시작하면서 회생을 위한 한 가지 방편으로 성과주의 인사관리를 도입하는 기업이 급증했죠. 연공의 파괴, 능력에 따른 승진과 보상으로 대표되는 성과주의는 어느새 필수불가결한 철학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하면 개인은 남들보다 성과를 많이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인 논리는 경영자와 HR관리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습니. 게다가 연공에 의해 돈만 많이 받아가면서 성과는 보잘 것 없는 직원들을 정리할 명분도 챙길 수 있으니 IMF 위기로 돌파구를 찾던 많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죠.


'후지쯔 성과주의 리포트'라는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후지쯔가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일찍이 도입해서 놀랄만한 성공을 거뒀다는, 무용담류의 책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첫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성공담을 기대하던 마음은 점점 심각하게 변해갔죠.

후지쯔 성과주의 리포터

과거 후지쯔의 인사부에 근무하던 저자는 이 책에서 후지쯔의 형편없는 성과주의 실태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합니다. 후지쯔는 1990년대 초 일본식 종신고용제와 연공서열제를 최초로 폐지하고 성과주의를 도입하여 일본 내 큰 충격을 가져다 준 회사로 유명합니다. 성과주의로 미국의 IBM도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충만하던 후지쯔가 어찌하여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되었을까요?

저자는 성과주의 때문에 후지쯔가 망하기 일보직전까지 갔고 아직도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고 거침없이 일갈합니다.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저자가 주장하는 성과주의 실패의 원인은, 인사담당자들이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제도를 전파하여 억지로 따르게 하려는 기계적 사고방식에 젖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또한,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연공우대 정책, 파벌주의 등과 적당히 타협하여 '어중간한 성과주의'를 채택할 생각은 말라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그리고 연공서열 관행에 젖은 관리자들의 생각을 혁신하지 못한 채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하면 오히려 일신의 안위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지 모른다는 점을 꼬집습니다. 무엇보다 인간적인 면을 도외시한 성과주의는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죠.

이 책에서 제시되고 있는 후지쯔의 성과주의 병폐는 컨설팅 현장에서 고객들로부터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평가를 관대하게 주는 문제, 힘 있는 부서 직원들에게 높은 점수가 은연 중 부여되는 문제, 성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관리자 문제, 비밀리 진행되는 평가 조정의 문제, 직원들 간의 반목과 갈등 문제 등이 그것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특히 인사담당자들이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제 성과주의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과 찬사에 스스로 눈이 어두워져 직원들을 잘못된 성과주의의 틀에 가두려는지 자아비판을 해 볼 때가 됐기 때문입니다. '하면 된다'와 '까라면 까라'식으로 제도를 강요하면서도 기득권은 포지하지 않으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는지, 제도만 던져주고 나 몰라라 뒷짐 지지 않았는지, 윗사람에게 되도록 피해 안주려고 밑의 사람들을 성과주의의 희생양으로 삼지 않았는지를 반성해야 합니다.

컨설팅으로 밥 먹고 사는 저에게도 반성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고객에게 제출하는 보고서 몇 줄이 고객의 존망을 결정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경영학을 하는 사람이나 컨설턴트들은 회사를 하나의 기계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사담당자들이 잘못된 성과주의 신화(?)에 전염된 것은 컨설턴트들 탓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성과주의는 폐기해야 할 경영이념일까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성과주의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성과주의의 무조건적인 수용에 있는 것이지, 성과주의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외국의 패밀리 레스토랑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조리법으로 성공했듯이, 우리 정서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면 성과주의는 그때야 비로소 제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회사(會社)는 말 그대로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애정이 결여되었다면 제 아무리 좋은 제도도 약(藥)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독(毒)이 됨을 이 책을 통해 새삼 되새깁니다.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아래 그림 클릭!) 
                               
inFuture 앱 다운로드 받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