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길태 사건 때문에 거짓말탐지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듯 합니다. 또한 몇몇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해 참가자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코너가 인기를 끌더군요. 알다시피 거짓말탐지기는 심장 박동수, 호흡, 피부의 습기 등으로 거짓말 여부를 측정하는 도구죠. 


여러분은 거짓말탐지기의 신뢰도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어떤 용의자가 거짓말탐지기를 통해 '거짓말 한다'라는 판정을 받았다면 그가 진짜 범죄자일 확률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그 값을 한번 계산해 보겠습니다.

먼저 다음의 글을 읽어보기 바랍니다.

검찰은

"거짓말탐지기는 미국의 관련 학회에서 92%의 신뢰도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 검사 도구이며,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에겐 오히려 억울함을 풀어주는 기능도 하고 있다. 검사와 재판 결과가 약 81.3%의 일치도를 보였고, 그간의 연구와 노력을 법원도 인정하기 시작했다."

라고 말했다.

이 글은 거짓말탐지기의 신뢰도가 높으므로 증거로 채택해야 한다는 검찰 측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그런지 따져보겠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에 우리나라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은 사람은 2,719명이라고 합니다(출처 : 중앙일보 2010.1.12 일자). 계산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 3,000 명이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는다고 하겠습니다.

이 3,000 명 중에서 실제 범죄자는 어느 정도일까요? 이것에 대한 자료는 없기 때문에 정확한 값은 모릅니다. 대략 추측해서 70% 라고 정하겠습니다. 그렇다면, 3,000 명 중 70%인 2,100 명이 실제 범죄자입니다. 하지만 누가 2,100 명에 속하는지는 아직 알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 2,100 명의 범죄자가 거짓말탐지기를 통해 '범죄 있음'으로 옳게 판정 받을 확률은 얼마일까요? 위의 검찰의 글에서 '검사와 재판 결과가 약 81.3% 일치한다'라고 했으므로, 81.3%가 답일 겁니다. 그러면, 2,100 명의 81.3%인 1,707 명이 '범죄 있음'으로 옳게 판정 받겠네요.

하지만, 3,000 명 중에서 범죄자가 아닌 사람(900 명)들이 거짓말탐지기에 의해 '범죄 있음'으로 잘못 판정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럴 확률은 딱 들어맞진 않지만 100 에서 81.3을 뺀 18.7% 라고 간주하겠습니다.

하지만 결백한 사람들도 거짓말탐지기 앞에서 불안에 떨기 때문에 이 값(18.7%)보다는 훨씬 높다고 합니다. 어쨋든 거짓말탐지기의 성능을 최대한 좋게 봐줘서 18.7% 이란 확률을 적용하면, 900 명 중 168 명이 억울하게도 거짓말탐지기 때문에 범죄자로 의심 받습니다.

이런 상황일 때, 어떤 용의자가 거짓말탐지기에 의해 '범죄 있음'으로 판정 받았다면 그가 진짜 범죄자일 확률은 얼마일까요? 그 값은 다음과 같이 91%로 계산됩니다.

1707  /  (1707 + 168 )  = 91%

위에서 검찰이 말한 '92%의 신뢰도'와 비슷한 값이군요. 신뢰도가 비슷하게 나왔다는 말은 앞에서 대충 추측한 70%란 값이 대략 맞다는 의미이거나 우연이거나 둘 중 하나겠네요.

여러분은 이 값을 보고 거짓말탐지기의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하는지요? 아마 그렇게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범죄가 있는데도 그걸 못 맞추는 확률이 18.7%나 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거짓말탐지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범죄자가 풀려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맙니다.

두 번째 이유는,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확대해서 실행하면 91%란 신뢰도가 뚝 떨어진다는 점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조금이라도 범죄가 있을 것 같은 사람을 죄다 모아 검사를 시키면 거짓말탐지기의 신뢰도는 추락합니다.

위에서 검찰이 자신 있게 언급한 거짓말탐지기의 신뢰도 "92%"는 수사를 통해 범죄 증거가 어느 정도 확보된 용의자들만을 대상으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했기 때문에 나온 값일지도 모릅니다.

만일 3,000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거짓말탐지기를 적용하면, 그 중 실제 범죄자의 비율은 70% 보다 작은 값을 가질 겁니다. 죄 없는 사람까지 무분별하게 거짓말탐지기를 확대 적용하기 때문이죠.

검사 대상자를 3,000 명에서 6,000 명으로 확대해보죠. 그렇다면 범죄자의 비율은 70%에서 35%로 줄어듭니다. 다음의 결과는 이럴 경우 거짓말탐지기의 신뢰도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보여줍니다(위에서 계산한 방식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검사대상자 :     6,000 명
범죄자 비율 :     35%
범죄자 수  :       2,100 명
결백한 사람 수 : 3,900 명

범죄자가 거짓말탐지기에서 양성 판정을 받을 확률 : 81.3% = 1,707 명
결백한 사람이 거짓말탐지기에서 양성 판정을 받을 확률 : 18.7% = 729 명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실제 범죄자일 확률 : 1,707 / (1,707 + 729)  = 70.1%

이처럼 거짓말탐지기를 '마구' 사용하면 더 많은 무고한 사람을 거짓말탐지기 앞에 세우기 때문에 거짓말탐지기로 인해 억울하게 죄인 취급을 받는 사람이 많아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탐지기로 유죄 여부를 판정하겠다는 검찰이나 경찰의 생각은 매우 위험합니다.

또한 거짓말탐지기로 인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아 죄가 없는데도 죄가 있는 것처럼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도 간혹 있기 때문에 거짓말탐지기의 사용은 자제되어야 합니다.

허나 거짓말탐지기 사용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2009년 상반기에만 1,715번이나 거짓말탐지기가 사용됐는데 단순하게 계산해도 2008년 수준보다 급증한 횟수입니다.

거짓말탐지기는 유죄 여부를 가리는 도구가 아니라, 범죄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해서 자백에 이르게 하는 도구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탐지기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검사 결과를 지나치게 맹신하지 말아야 합니다. 무고한 사람의 인생을 '기계 장치' 하나 때문에 망쳐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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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문제를 접할 때마다 그것이 불러 일으키는 불편한 감정 때문에 해결책부터 궁리하기 시작합니다. 한시라도 빨리 문제를 벗어나려는 본능적인 욕구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가장 그럴싸한 해결책을 취해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데, 쉬운 문제이거나 파급효과가 적은 문제일 경우엔 유용한 방법입니다.

(둘은 무슨 관계일까요?)


그러나 어렵고 복잡한 문제이거나 파급효과가 큰 문제라면 이리저리 부딪히는 시행착오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 들어가는 방법은 피해야 합니다. 꾸러미의 내용물을 면밀히 살펴보고 ‘아, 문제란 이런 모양이구나’ 라는 정확한 인식이 없다면 어떤 해답을 제시할지 모를뿐더러 애써 해결책을 내놨다 해도 문제를 옳게 해결할 수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을 야기할지도 모릅니다.

다음의 사례를 읽어보기 바랍니다.


북극해에 위치한 핵 미사일 기지의 레이더 화면에 이상한 물체들이 감지되었는데, 미사일들이 한꺼번에 이쪽을 향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를 보고 받은 미사일 기지의 사령관은 워싱턴에 있는 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미사일 기지의 장교들은 이미 미국 본토에 핵 폭탄이 투하되어 전화가 불통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레이더 화면에 깜박거리는 점들은 ‘우리 기지를 파괴하기 위해 날아오는 핵 미사일일 거야!’ 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일시에 공황 상태에 빠졌다.

    ‘즉각 버튼을 눌러 소련으로 핵 미사일을 발사해야 하는가?’ 

자칫 판단을 잘못했다가는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될 뿐만 아니라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파국을 몰고 올 터였다. 인류의 운명이 그들의 손가락 위에 놓인 셈이었다.

이때 가만히 있던 사령관이 이렇게 말했다.

     “흐루시쵸프는 어디 있지?” 

이 말을 듣고 모든 사람들은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 그 당시 흐루시쵸프(소련 공산당 서기장)는 국제연합(UN) 회의로 뉴욕을 방문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후에 알아낸 바에 따르면 레이더 화면 상의 점들은 달에서 나온 전자파와 대기권 사이의 반사작용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전화가 불통이었던 이유는 그저 통신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고장을 일으켰기 때문이었죠.

공교롭게 발생확률이 적은 두 사건이 동시에 발생하는 바람에 인류를 멸망시킬지 모를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던 겁니다. 결과론적이지만 인류를 구한 건 사령관의 ‘제대로 갖춰진 문제해결력’입니다. 만일 사령관이 부하들과 함께 즉각 응사한다는 해결책부터 궁리했다면 인류는 핵전쟁이라는 아마게돈을 경험했을지 모릅니다.

그는 해결책을 명령하기 전에 ‘핵 미사일들이 다가온다’라는 문제 자체가 발생 가능한 것인지 따져보는 세 마디의 질문 ‘Where is Khrushchyov?”을 던졌습니다. 소련 측이 자기네 서기장이 미국을 방문 중일 때 핵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으리라 추론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나 개인의 문제를 해결할 때도 해결책을 당장 마련하려는 생각을 뒤로 미루는 것이 유용합니다. 매출이 오르지 않는 현상을 접할 때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의하지 않거나 매출이 오르지 않는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서 ‘영업사원을 늘려라, 제품 가격을 낮춰라’와 같은 해결책을 곧바로 실행한다면 과연 성공적으로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까요?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브랜드를 바꿔 본다든지 새로운 기능을 덧붙여보는 조치를 연달아 적용하겠죠. 어쩌다 효과적인 방법을 찾았다 해도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을 겁니다. 이와 같은 방식의 문제해결은 주사위를 던져서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소위 ‘도박 경영’입니다. 

문제를 접하자마자 해결책부터 떠올리는 잘못된 습관을 제지할 줄 알아야 성급한 의사결정의 폐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요컨대, ‘해결책 지향’이 아니라 ‘문제 지향’이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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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제트 비행기만 타본 남자가 프로펠러가 달린 경비행기가 신기한지 친구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이 비행기에는 왜 프로펠러가 달려 있지?”

이 질문에 친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조종사의 땀을 식혀주기 위해서야.”

“뭐라구? 말도 안 돼!” 남자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친구는 정색을 하며 이렇게 대답합니다. “정말이야. 전에 프로펠러가 고장 난 비행기를 봤는데, 조종사가 엄청 진땀을 흘리던 걸.”

이 비행기엔 프로펠러가 왜 있을까요?


이 유머는 시간적으로 앞선다고 해서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음(앞선 사건이 항상 뒤에 오는 사건의 원인은 아님)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입니다. 친구의 논리는 “프로펠러가 비행기에 달리면 그런 비행기를 탄 조종사는 땀을 흘리지 않는다”라는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프로펠러가 비행기에 설치된 사건은 조종사가 땀을 흘리지 않는 사건보다 시간적으로 앞서기 때문에 두 사건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주장을 펴는 거죠. 하지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친구의 논리는 엉터리입니다.

이처럼 시간적으로 먼저 일어난 사건을 원인으로 잘못 인식하는 사례는 현실 세계에서 아주 많습니다. 하나만 예로 들어보죠. 알다시피 유방확대수술은 실리콘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행해져 왔습니다. 

그런데 수술을 받은 여성들은 수술 후 실리콘의 누출로 인해 류머티스 관절염, 만성피로, 유방암 등의 질병이 발생했다면서 실리콘을 생산하는 회사인 다우 코닝에 집단소송을 걸었습니다. 

몇 년 간의 법정공방 끝에 다우 코닝은 소송에 져서 피해 여성들에게 42억 5천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보상해야 했고 그때 받은 타격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말았죠.

 유방확대수술을 받은 후에 여러 가지 병에 걸렸다는 여성들의 육성 증언을 들어보면 유방확대수술에 사용된 실리콘이 질병의 주범임이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언급된 질병들이 대개 심각하거니와 유방확대수술이 그런 질병의 발생보다 시간적으로 앞선 사건이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후에 실시된 여러 연구에서 실리콘을 사용한 유방확대수술이 질병 발생의 원인이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그 연구들은 어떤 방식으로 수행된 걸까요? 연구자들은 “어쩌다 유방확대수술을 받은 시기에 병에 걸렸을지 모른다”라는 가설을 세운 다음에 수술을 받은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의 발병 빈도를 따져보는 간단한 접근 방법을 취했습니다. 

만일 수술을 받은 여성들이 더 자주, 더 심각한 질병에 걸린다면 유방확대수술에 사용된 실리콘이 질병의 원흉임이 드러나도록 연구를 설계했던 겁니다. 수 차례 비교 분석한 결과, 두 그룹의 여성들은 발병 빈도에 차이가 없으므로 실리콘이 발병의 원인이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여성들이 질병에 걸린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거액의 보상액을 감당해야 했던 다우 코닝의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한 일입니다. 인과관계를 올바르게 아는 문제해결사가 소송 초기부터 개입했더라면 그처럼 엄청난 금액을 지출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말입니다.

원인이 결과보다 시간적으로 먼저 와야 인과관계가 성립됩니다. 하지만 먼저 일어난 사건이라고 해서 무조건 원인이 되는 사건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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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문제'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탁 막히는 답답함을 본능적으로 느낄 겁니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공포와 비슷한 불편한 감정에 휩싸이는 반응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타인의 시각으로 보면 그저 방 구석에 앉아 있을 뿐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를 타인의 시각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문제가 나 혹은 우리의 것이라고 여긴다면 ‘공포 발현 프로세스’가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압도하기 쉽습니다. 왜 ‘그에게’ 문제가 주어졌을까, ‘그들의 문제’는 어떤 모습인가, 라고 질문을 의식적으로 ‘타자화(他者化)’하면 문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누그러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됩니다. 

이러한 태도가 때로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주기도 합니다.

어느 날, 한 마을에 소대 병력의 미군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마을의 종교지도자를 만나 상호 친선을 도모하라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종교지도자를 만나려면 마을의 중심을 지나야 했는데, 미군들에 대한 반감이 큰 지역이었기 때문에 소대원들은 경계를 한시도 늦출 수 없었다. 

사람들은 행군하는 미군을 적개심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몰려 들었다. 마침내 군중들은 돌멩이나 막대기를 들고서 미군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조그만 잘못 행동해도 불상사가 벌어질 위급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소대장은 유능한 문제해결사였다. ‘해산을 목적으로 위협사격을 가한다면 사람들이 폭도로 변할 테고 양측 모두 물리적인 피해가 발생하겠지. 그렇다면 친선을 구축하라는 임무는 실패할 수밖에 없어.’ 

소대장은 소대원들에게 총구를 하늘이나 땅으로 향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라고 명했다. 마을 사람들을 해칠 의도가 없고 친구가 되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메시지는 훌륭하게 전달되어 폭동의 기운은 급격히 잦아들었다. 사람들은 막아 섰던 길을 터주고 종교지도자가 있는 곳으로 안내까지 해주었다. 이로써, 일촉즉발의 위기를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마을과 친선을 도모하라는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다.


이 일화는 2003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소대장이 군중들을 향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라는 해결책을 떠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상황을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문제라고 간주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눈에는 미군은 곧 자신들을 제압하려고 등장한 악당으로 비춰짐을 알았던 거죠. 또한 마을 사람들이 미군을 공격할 의도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되돌리지 못할 물리적인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을 간파했습니다.

소대원들이 보인 미소는 무기로 공격할 의도가 없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마을 사람들에게 폭동을 일으키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을 부여한 셈입니다. 소대장이 ‘군중들의 위협을 어떻게 막아야 할까?’ 라고 자신의 관점에서 문제해결을 시도했다면 양측 모두에게 씻지 못할 상처가 됐을지 모릅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관점을 취한다면 문제가 일으키는 공포심은 많은 부분 사라지고 문제해결 프로세스가 옳게 작동됩니다. 문제해결사 여러분은 이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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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인 판단은 언제나 오류의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편협한 판단과 엉뚱한 해법을 내릴 위험이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오류를 수용할 줄 알아야 진정한 문제해결사입니다. 자신의 오류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사이비 종교의 교주와 다를 바 없습니다. 

커피 마시듯 여유로운 마음으로...


그들은 세상이 망할 거라는 둥, 신이 인간을 구원하러 UFO를 타고 올 거라는 둥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예언을 서슴없이 내뱉습니다. 세계 종말이 예정된 시간이 경과해도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런 식으로 변명합니다. 

“너그러운 신께서 우리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주셨다.” 라고 둘러대거나 “신도들이 성심을 다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고 비난하면서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이비 종교의 세계에서는 오류가 절대 용납되지 않을뿐더러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 한(漢)나라의 시조 유방(劉邦)은 영웅호걸이기 이전에 열린 마음을 가진 문제해결사의 전형입니다. 수하에 있던 장수인 한신(韓信)이 제나라를 정복한 후에 제나라 왕을 대리하려 하니 윤허해 주기를 청하는 특사를 유방에게 파견했습니다. 

편지를 보자마자 유방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망할 자식! 이 놈이 나에게 이럴 수 있어!” 
라며 욕을 퍼붓습니다. 라이벌인 항우(項羽)에게 쫓기는 상황인데 도와주러 올 생각은커녕 공적만 챙기려는 한신이 괘씸했기 때문입니다. 

이때 참모인 장량(張良)이 유방의 발뒤꿈치를 조용히 밟습니다. 밟히는 그 순간 유방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직감하고 기지를 발휘하여 이렇게 말을 바꿉니다. 
“이런 정신 나간 놈을 봤나! 사내대장부가 나라를 평정했으면 정식으로 왕이 되어야 하거늘, 무슨 얼어죽을 대리냐! 정식으로 제나라 왕에 오르게 하라.” 

장량이 자신의 발뒤꿈치를 밟는 순간 ‘아뿔사, 내가 화를 내다니! 힘이 막강한 자이니 한신을 섭섭하게 하면 안 된다. 이용 가치가 있으니 지금은 참자’ 라고 생각을 급선회했습니다. 자신의 분노가 경솔했음을 즉시 깨닫고 오류를 인정하는 아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유방의 위치에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화가 난 상태에서 감히 참모가 자신의 발을 밟았다고 장량에게 노발대발하지는 않았을까요? 유방은 성격상 결함이 많은 인물이었지만, 많은 역사학자들이 동의하듯이 그의 '순발력 있는 아량'은 진나라 멸망 후의 혼돈을 잠재우고 역사상 두 번째로 중국을 통일시킨 원동력 중 하나였습니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P. Feynman)은 “과학자는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최대한 빨리 증명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문제해결사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진정한 문제해결사는 오류를 지적 받으면 겸허하게 수용하고 자신의 관점을 수정하고 보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문제해결사에게는 문제해결이 최종 목적이지 자신의 관점을 고집하고 다른 사람의 시각을 꺾어버리는 것이 목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이 실수를 하거나 오류에 빠지더라도 그를 심하게 몰아 세우거나 폭언에 가까운 논평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나의 주관도, 너의 주관도 모두 불완전’하므로 타인의 실수를 관용하고 협의를 통해 좀더 나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오늘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문제를 해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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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급한 상황에서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정이 너무 급박해서 문제로 인해 예상되는 피해를 수습하는 데에 온 정신을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황이 아주 위급하고 위험한 상태라고 해도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문제가 무엇인지 잘 정의할 줄 안다면 훌륭하고 독창적인 해법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전쟁의 역사를 살펴보면,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 좋은 사례들이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중국 한(漢)나라 때의 명장 이광(李廣)의 사례입니다. 한 경제(景帝)가 즉위하자마자 북쪽의 흉노족이 쳐들어왔는데, 이광이 선봉장에 서게 됐습니다. 전장에 도착한 그는 기병 100여 명만을 데리고 주변을 순찰하다가 그만 코 앞에서 수천 명이나 되는 흉노족 기병들에게 위치가 발각되고 말았습니다.

깜짝 놀란 부하들은 이광에게 속히 도망치자고 건의했지만 잠시 생각에 잠기던 이광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다. 적들을 향해 말을 달려라!” 부하들은 이젠 죽었구나, 하며 벌벌 떨었지만 지엄한 명령인지라 따를 수밖에 없었죠. 이광의 부대는 적진 바로 앞까지 돌진해 갔습니다. 

그 다음에 내린 이광의 명령은 부하들을 더욱 공포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모두 말에서 내려라. 그리고 안장을 해체해서 바닥에 내려놓아라.” 부하들이 웅성거리며 주저하자, “안심해라. 적들은 우리가 이렇게 행동하면 필시 무슨 계략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섣불리 달려들지 못할 게다. 우리가 자기들을 유인하는 줄 알 테니까 말이다.” 라고 다독였습니다.

이광의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흉노족 병사들은 엉거주춤하며 이쪽을 주시하다가 말 머리를 돌려서 물러갔습니다. 당연히 이광의 부대는 안전하게 본진으로 돌아왔고 나중에 흉노족을 말끔히 소탕합니다. 안장까지 땅에 내려놓으며 도망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자 흉노족 장군은 이광의 기병들이 자기들을 매복 부대가 있는 곳까지 유인해서 기습을 감행하리라 짐작했던 게 분명합니다.

이광의 지혜는 문제를 독창적으로 정의할 줄 아는 데에서 발견됩니다. 적과 마주쳤을 때 부하들은 아래와 같이 문제를 정의하는 바람에 무조건 도망치는 게 최고의 해법이라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부하들이 정의한 문제 = 적으로부터 안전하게 달아난 상태 
                                   – 적의 코 앞에서 위치가 발각된 상태


그러나, 적의 코 앞에서 발각된 터라 도망을 쳐봤자 빠르기로 유명한 흉노족의 공격에서 목숨을 부지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정의된 문제에 갇히면 사고가 경직되어 도망 밖에는 해법이 없다고 믿기 일쑤입니다. 


이광이 정의한 문제 = 적이 우리의 의도를 오해하는 상태
                                - 적의 우리의 의도를 아는 상태


이광은 부하들과는 다르게 문제를 정의하여 해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는 지혜를 발휘했지요. 이렇게 정의하면 적에게서 달아나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 여유를 부리는 척하면 우리의 의도가 무엇인지 헛갈리게 되겠지요. 필시 매복병이 숨어있으리라 잘못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손무(孫武)는 그가 쓴 손자병법(孫子兵法)의 ‘형(形)’ 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놓고 나서 적과 싸움을 추구하고,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싸움을 걸어놓고 승리를 추구한다.”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손무의 말은 “유능한 문제해결사는 해결이 쉽도록 문제를 잘 정의한 후에 문제를 풀며, 무능한 문제해결사는 문제를 정의조차 하지 않은 채 문제해결에 덤벼든다” 로 해석됩니다.

문제를 두려워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직면한 문제가 무엇이든지 종이 위에 기대하는 상태와 현재의 상태를 기술하는 ‘문제 정의’ 단계가 문제해결의 첫걸음이죠. 여기에 여러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면서 새롭게 정의할 가능성을 탐색하는 능력을 덧붙인다면, 여러분은 문제해결사가 지녀야 할 거의 모든 기초체력을 갖췄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늘도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문제해결 하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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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얼굴을 씻을까?   

2009. 11. 10. 13:13

2명의 청소부가 그으름이 많이 쌓인 굴뚝을 청소했습니다. 굴뚝 청소를 마치고 나왔을 때, 1명의 인부는 얼굴에 검댕이가 많이 묻어 아주 더러웠는데, 다른 1명은 이상하게도 얼굴이 깨끗했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둘 중에 누가 얼굴을 씻으러 갈까요? 답을 맞혀 보세요. (참고로, 그들 주변엔 거울이나 거울 대용물이 없습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답을 금방 생각해 냈을 겁니다.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가 얼굴을 씻는다!" 왜냐하면 얼굴이 더러운 청소부의 얼굴을 보고 '내 얼굴도 더럽겠구나. 얼굴을 씻으러 가야겠다'라고 생각할 테니 말입니다. 재미삼아 트위터에서 이 문제를 내보니, 모든 분들이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를 정답으로 말씀하시더군요.

그러나 정답은 "얼굴이 더러운 청소부가 얼굴을 씻는다"입니다. 왜냐구요?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가 얼굴을 씻으러 갈 때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뤄질 겁니다.

더러운 청소부 :  "넌 얼굴이 깨끗한데, 왜 얼굴을 씻으러 가냐?"
깨끗한 청소부 :  "어, 그래? 난 네 얼굴이 더럽길래 나도 더러운 줄 알았지."
더러운 청소부 :  "내 얼굴이 더럽다고? 그럼 씻을 사람은 나로군."

이제 아셨습니까? 그러나 "둘 다 씻는다"가 더 옳은 답입니다. 왜냐하면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가 자신의 얼굴이 더러운 줄 알고 씻고 난 다음에, 아래과 같이 대화하기 때문이죠.

깨끗한 청소부 :  (얼굴을 다 씻고 돌아와서) "어? 넌 얼굴이 더러운데 왜 안 씻냐?"
더러운 청소부 :  "그래? 난 네 얼굴이 깨끗하길래 나도 깨끗할 줄 알고 안 씻었지."
깨끗한 청소부 :  "뭐라고? 네 얼굴은 온통 검댕이 투성이야. 빨리 씻고 오라구"
더러운 청소부 :  "알았다구!"

여러분이 처음에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가 얼굴을 씻는다"를 정답으로 떠올린 이유는 2명의 청소부 사이에 상호작용(예 : 대화나 표정)을 배제했기 때문입니다. 위에 낸 문제에서 둘 사이에 대화가 없다는 전제가 전혀 없는데도 그렇게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얼굴이 더러운 청소부가 얼굴을 씻는다" 혹은 "둘 다 씻는다"가 정답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협력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고 여러분이 실제로 이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고 상상해 보세요.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만 얼굴을 씻는 상황은 일어나기 매우 어려움을 직감할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사이가 굉장히 안 좋아서 서로 말을 절대 나누지 않는다면 어쩌죠?"라는 의문을 던질 겁니다. 맞습니다. 대화가 없다면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만 얼굴을 씻으러 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둘 다 씻는다"가 옳은 답입니다. 상식적으로 볼 때, 굴뚝을 청소하러 들어간 사람들은 검댕이 때문에 자연스레 자신의 얼굴이 더러워질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얼굴이 절대 깨끗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청소를 끝내고나서 '아무 말 없이' 둘 다 얼굴을 씻으러 갈 겁니다. 둘 사이에 대화가 전혀 없어도 말입니다.

이 문제의 교훈은 문제를 해결할 때나 상황을 관찰할 때 '사고의 한계를 자동적으로 설정하려는 관성'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답은 오직 하나라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고의 한계를 벗어 버릴 때 다양한 정답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양한 정답들을 찾을 수 있을 때 창의력이 샘솟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신입사원 면접 때 던져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둘 다 씻지 않는다'와 같이 위에서 제시하지 않은 새로운 정답을 멋진 이유와 함께 설명하는 친구가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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