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상사에게 보고해야 할 사항이 매출이 급증했다거나 특허를 획득했다는 것과 같이 긍정적인 내용이라면 상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아주 시니컬한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상사는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겁니다. 반대로 매출이 급락했다거나 고객으로부터 클래임을 받았다는 것처럼 부정적인 내용이라면 어떨까요? 부정적인 보고 내용에 기분 좋아할 사람은 없겠죠? 상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심각한 표정을 지며 우울해 하거나 이런 저런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책임 소재를 따지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겠죠.


헌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식의 보고 내용이라면 상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신제품이 출시됐는데 시장의 첫 반응을 살펴보니 대박을 터뜨릴지 머지않아 시장에서 퇴출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보고를 들은 후 상사의 기분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이런 경우는 전형적인 상사의 반응을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제이콥 허쉬(Jacob B. Hirsh)와 마이클 인즈리히트(Michael Inzlicht)는 "불확실하다"는 정보를 접하고 나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의 크기가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뇌파 검사를 통해 밝혀냈습니다.






허쉬와 인즈리히트는 41명의 실험참가자들을 모집하여 먼저 다섯 가지 요소로 성격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런 다음 각자의 머리에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전극 모자를 씌우고 컴퓨터 모니터 상에 표시가 나온 후 1초가 흘렀다고 짐작될 때 키보드를 누르도록 했습니다. 참가자가 비교적 정확하게 타이밍을 맞히면 화면에 플러스(+) 표시가, 1초에서 벗어나면 마이너스(-) 표시가, 그리고 정확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물음표(?) 표시가 나타났습니다. 사실 참가자가 키보드를 정확한 타이밍에 누르든 그렇지 않든 세 가지 표시는 총 168회를 실시하는 동안 거의 같은 빈도로 나오도록 조치했죠.


실험이 끝난 후, 허쉬와 인즈리히트는 참가자들의 '신경질적인 정도'와 '부정적인 뇌파 반응'과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부정적인 피드백(화면에 마이너스 표시)을 받으면 신경증적인 정도와 상관없이 동일한 크기로 부정적인 감정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부하직원으로부터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를 들을 때 거의 모든 상사가 비슷한 정도로 부정적인 감정 상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결과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불확실한 피드백(화면에 물음표 표시)을 받을 때 참가자 각자의 신경질적인 정도에 따라 부정적인 감정 반응의 강도가 달랐다는 점이었습니다. 신경질적인 정도가 낮은 참가자, 다시 말해 흔히 신경이 무딘 사람들은 불확실한 피드백을 받을 때는 그다지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신경질적인 사람들(신경질적인 정도가 높은 참가자)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보다 불확실한 피드백을 받을 때 훨씬 강한 부정적인 감정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우리 신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직 알 수 없다"는 식의 불확실한 보고를 받으면 "제품 매출이 떨어진다"란 부정적인 보고를 받을 때보다 머리 속에 부정적인 감정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허쉬와 인즈리히트의 연구는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사람들은 불확실한 정보에 노출되면 부정적인 정보를 접할 때보다 더 불편해 하고, 신경이 무딘 사람들은 불확실한 정보를 봐도 부정적인 감정 변화가 크지 않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상사의 성격(신경질적인 정도)에 따라 불확실성을 못 참기도 하고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만일 상사가 신경질적이고 예민하다면 불확실성을 참지 못해서 어떻게든 미래를 '예측해 내라'고 부하직원들에게 지시 내릴 가능성이 클 겁니다. 


이런 류의 경영자들에게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전략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시나리오 플래닝'이 눈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경험상 까칠하고 꼼꼼하고 예민하고 다혈질적인 경영자들은 시나리오 플래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설령 시나리오적으로 미래를 그린다 해도 '가장 발생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가 무엇인지 판단하고자 하겠죠(시나리오 플래닝으로 나온 각 시나리오는 발생 가능성이 동일하다고 간주해야 함). 시나리오 플래닝을 그저 비상경영을 대신하는 멋진 문구로 사용할 뿐입니다. 


여러분이 있는 그대로 '아직 이것은 불확실하다'라고 보고할 때 상사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그것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 상사가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는 탓입니다. 여러분의 상사는 어떤 사람입니까? 



(*참고논문)

Jacob B. Hirsh, Michael Inzlicht(2008), The Devil You Know Neuroticism Predicts Neural Response to Uncertainty, Psychological Science, Vol.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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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어떻게 행동할지 머리 속에서 미리 시뮬레이션해 두면 그냥 앉아서 미래가 다가오길 기다리는 것보다 대체적으로 실수할 위험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원하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분도 익히 아는 바입니다. 기업에서 매번 수립하는 여러 종류의 전략이나 실행계획들은 바로 이런 목적으로 존재하죠. 

그런데 미래에 벌어질 일이나 취할 행동들 중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또 어떤 것들은 부정적인 느낌을 전달합니다. 고객의 구매 패턴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거나 우리의 전략이 경쟁사의 마케팅 효과를 상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예상되는 경우, 미래를 상상하고 그에 따라 전략을 수립하는 사람의 머리 속은 온통 장미빛 미래로 가득하겠죠.

반면 애써 연구하여 출시한 제품이 성장 궤도를 타기는커녕 소비자의 관심조차 얻지 못하거나 내부적인 역량의 한계로 인해 전략 실행이 더딜 가능성이 존재하리라 본다면, 당연히 전략가의 마음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려질 겁니다. 주도면밀한 전략가라면 미래의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이 장미빛인지 회색빛인지에 감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각각을 동일한 비중으로 면밀하게 살핀 후에 역시 동일한 노력을 기울여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고 다시 떠올릴 때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것에 더 끌리는 편향이 존재한다는 칼 쉬푸나르(Karl K. Szpunar)와 동료들의 연구 결과는 미래를 바라보는 전략가들이 당혹스럽게 만들기 충분합니다. 쉬푸나르는 보스턴 대학교 학생들 48명에게 과거 10년 간의 기억 속에서 110개의 특별한 장면을 떠올려보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 다음,인물(자신 이외의), 장소, 특정 물건이 반드시 들어가도록 각 장면을 간단하게 기술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달에 스티브와 함께 베스트 바이란 상점에서 새 아이팟을 샀다. 비싼 가격이었지만 그럴 만했다." 라고 써야 했죠. 쉬푸나르는 학생들이 제시한 110개의 정보를 기초로 인물, 장소, 물건을 무작위로 섞어 90개의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를테면 "데이비드 - 월마트 - 담배"라는 식이었죠.

일주일 후 쉬푸나르는 학생들을 실험실로 다시 불러 미리 무작위로 만들어 놓은 90개의 조합을 차례로 제시했습니다. 학생들은 '긍정적으로', '부정적으로', '중립적으로'라는 꼬리표가 하나씩 달려 있는 조합을 본 후에 꼬리표의 내용대로 향후 5년 내에 일어날 일을 상상해야 했습니다. "데이비드 - 월마트 - 담배"란 조합에 '부정적으로'란 꼬리표가 붙었다면 "데이비드와 함께 금연 장소인 월마트 매장 내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매장 관리 직원에 의해 쫓겨날 것이다"란 식으로 미래를 부정적으로 상상하도록 한 것입니다.

90개의 조합에 대하여 이렇게 미래를 상상한 직후(10분 후)에 학생들 중 일부는 쉬푸나르로부터 갑자기 '기억력 테스트'를 하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1일 후에 기억력 테스트를 하겠다는 말을 역시 갑자기 들었죠. 쉬푸나르는 앞서 제시한 각 조합에서 한 가지 요소를 지운 다음(예를 들어 "데이비드 - _____ - 담배") 지워진 내용이 무엇인지 맞혀보라고 학생들에게 요청했습니다. 

학생들은 90개의 조합 속에서 지워진 내용이 무엇인지 잘 맞혔을까요? 10분 후에 테스트 받은 학생과 1일 후에 테스트 받은 학생 중 누가 더 기억을 잘 해냈을까요? 당연히 10분 후에 바로 테스트 받은 학생들이 빈칸의 내용을 맞혔습니다. 하지만 쉬푸나르의 관심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긍정적으로 미래를 상상할 때와 부정적으로 미래를 그릴 때의 기억력 차이가 있는지를 보고자 했습니다.

10분 후에 테스트 받은 학생들은 조합에 달려있던 꼬리표의 내용에 따른 기억력의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1일 후에 테스트 받은 학생들은 긍정적으로 미래를 그리라고 요구 받았던 조합의 내용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35% 정도)이 발견됐습니다. 학생들은 부정적으로 미래를 상상해야 했던 조합의 내용은 상대적으로 기억을 못했습니다(25% 정도만 기억). 중립적인 미래를 그리라고 한 조합에 대해서 학생들은 중간 정도의 기억률을 보였죠.

왜 부정적인 미래의 디테일을 더 빨리 망각하는 걸까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 실험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아마 기억과 관련된 우리 뇌의 생리적 한계 때문이라고 추측됩니다. 우리가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할 때 '그래도 그때가 좋았어'라고 말하며 부정적인 기억을 덜 떠올리는 이유와 동일한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짐작됩니다. 

어찌됐든, 부정적인 시나리오보다 긍정적인 시나리오의 내용을 더 잘 기억해낸다는 쉬푸나르의 실험은 전략가가 미래의 여러 상황을 머리 속에 그리고 대응전략을 수립할 때 긍정적인 시나리오에 끌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우울한 회색빛 시나리오보다는 장미빛으로 반짝거리는 시나리오를 기대하고 그것에 대비하는 데에 힘을 더 쏟을 거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정적인 시나리오의 내용을 더 빨리 망각하기 때문에 그것이 야기할 리스크를 시의적절하게 최소화시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제 경험상, 시나리오 플래닝의 결과물로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의사결정자들에게 제시하면 그들은 가장 최선의 시나리오(장미빛 시나리오)가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처음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뿐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의 영역에서 멀어집니다. 심지어 의사결정자들은 어떻게 하면 장미빛 시나리오가 일어나도록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보입니다. 시나리오는 컨트롤이 불가능한 외부환경의 거대한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네들의 조치를 통해 원하는 시나리오를 유도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편향에 빠지지 않은 채 중심을 잘 잡을 줄 아는 전략가는 미래가 긍정적으로 보이든 부정적으로 느껴지든 간에 항상 동일한 비중으로 세부내용을 검토하려고 대비해야 합니다. 과거의 일이든 미래의 시나리오든 부정적인 것을 더 빨리 망각한다는 인간의 심리를 염두에 둔다면 회색빛 미래를 애써 무시하며 장미빛 미래에 헛된 기대를 거는 오류를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나치면 안 되겠지만 일부러 회색빛 시나리오를 잊지 않으려고 되새기는 것도 필요하겠죠. 긍정적인 미래만 보려는, 부정적인 미래는 쉽게 망각하는 편향을 주의하기 바랍니다. 장미빛 미래가 품고 있는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참고논문)
Memory for Emotional Simulations:Remembering a Rosy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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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시인이자 과학자인 미로슬라프 홀룹(Miroslav Holub)이 쓴 시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젊은 헝가리 군 소대장이 자신의 소대원과 함께 알프스 산맥 어딘가에서 작전을 수행 중이었습니다. 소대장은 소대원 중 몇 명을 뽑아 온통 눈으로 뒤덮힌 곳으로 정찰을 내보냅니다. 헌데 정찰을 떠나자마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이틀 동안 지독하게 퍼부어댔습니다. 이미 복귀하기로 약속한 시간이 지났지만 정찰대원들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소대장은 정찰대원들이 필시 눈에 갇혀 죽음을 맞았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자신을 책망했습니다. 

헌데 정찰을 나간지 3일째 되는 날, 정찰대원들은 소대로 복귀했습니다. 그들의 복귀가 반갑고도 놀라웠던 소대장은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습니다. 정찰대원들은 정찰을 떠나자마자 내린 엄청난 눈 때문에 길을 잃고 말았다고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죠. 헌데 어떤 병사가 자신의 호주머니에 지도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 지도가 우리를 안심시켰습니다. 우리는 캠프를 설치하고 눈이 그치기를 기다렸죠. 지도가 있으니 눈이 그치면 그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서 말입니다. 바로 이 지도가 우리를 살린 거죠."

소대장은 정찰대원이 건넨 지도를 살펴봤습니다. 놀랍고도 엉뚱하게도 그것은 알프스 지도가 아니라 피레네 산맥의 지도였습니다. 피레네는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에 있는 산악지대라 알프스와는 한참 떨어진 곳이죠. 그런데도 정찰대원은 그 잘못된 지도에 희망을 가지고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겁니다.



이 일화는 희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에서 종종 인용되는데, 경영학자 칼 웨익(Karl Weick)은 미래를 대비하고 미래를 향해 전략을 실행하는 조직에 이 일화를 인용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잘못된 지도라고 있는 게 낫다. 왜냐하면 그 지도가 있으면 알지 못하는 곳으로 나아가는 데 참조할 만한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려고 애쓰기보다 다소 엉성한 예측이라 할지라도 미래를 가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엉뚱한 방향이라생각될지라도 일단 전진할 필요가 있음을 웨익은 역설합니다.

토마스 쳐맥(Thomas J. Chermack)이 쓴 책에는 이와는 반대되는 입장의 일화가 실려 있습니다. 1539년에 스페인 탐험가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서쪽 해안을 조사하다가 남쪽에 반도가 존재한다고 보고했습니다. 그곳은 오늘날 바자 반도(Baja Peninsula)라고 불리는 곳였습니다. 지도 제작자들은 이 정보를 기초로 미 대륙의 지도를 제작했습니다. 헌데 1635년에 스페인 탐험가들이 그 지도를 가지고 북쪽 해안을 조사하다가 지금의 푸젓 사운드(Puget Sound)라 불리는 만(캐나다 빅토리아와 미국 시애틀 사이의 만)을 발견했습니다. 탐험가들은 이 새로운 정보를 가지고 이렇게 결론 내립니다. "캘리포니아는 섬이다"라고 말입니다.

이 정보에 기초하여 지도가 다시 그려졌고 그때부터 지도에는 캘리포니아가 미 대륙과는 분리된 거대한 섬으로 표현됩니다. 아래의 지도가 바로 그것입니다(Jan Jasson, 1636).



그 후로 거의 100년 동안 발행된 지도들은 캘리포니아를 섬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중간에 캘리포니아가 섬이 아니라 반도라고 주장하는 지도가 몇 개 나타나긴 했지만, 1747년에 가서야 캘리포니아가 미 본토와 연결된 반도라는 옳은 정보가 지도에 최종적으로 반영됐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가 섬이라는 지도를 가지고 선교 활동에 파견된 선교사들은 골탕을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섬' 서쪽 해안에 내린 그들은 다시 나타날(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바다를 건너기 위해 배가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배를 분해한 다음 노새에 싣은 채 행군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가도 가도 바다는 나타나지 않았고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까지 이릅니다. 그 산맥의 건너편에 바다가 있으리라 생각하고서 행군을 이어갔지만 선교사들은 어느덧 네바다 사막의 한가운데에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고 말죠.

화가 난 선교사들은 스페인에 있는 지도 제작자에게 "지도가 잘못됐다. 캘리포니아는 섬이 아니다"라는 편지를 썼습니다. 그러나 지도 제작자들은 그럴 리 없다며 "당신들이 엉뚱한 곳에 있는 것이다. 지도는 맞다"라는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이 사례는 헝가리 소대원들의 일화와는 다른 입장의 시사점을 줍니다. 잘못된 지도라도 있는 게 낫다는 것과 달리, 잘못된 지도는 잘못된 길로 인도할 뿐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지도 제작자들처럼) 그 잘못된 지도를 믿고 나면 마음을 바꾸기가 아주 어렵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미래를 확실하게 예측하지 못한 채 앞으로 나아가면 엉뚱한 길로 들어서서 오도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정보에 기초하여 형성된 믿음을 굳게 믿고서 융통성 없이 전략을 밀고 나가다가 엄청난 실패를 겪게 됨을 경고합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잘못된 지도라도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잘못된 지도는 잘못된 결과만을 낳는다고 생각합니까? 잘못된 지도라도 있어야 어딘가로 전진하기 위한 출발점을 정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전자를, 완벽하지 못한 지도에 근거하여 종착점을 찾아나섰다가 바라지 않았던 곳에 갇힐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후자를 선택할 겁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느 것이 옳으냐를 따지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논쟁에 불과합니다. 이 두 가지 입장은 상반되거나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둘을 합쳐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라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을 정하지 못해 시간만 허비합니다. 전략의 속도가 중요한 요즘 같은 상황에서 이러한 완벽주의적 관점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지름길이 되고 맙니다. 따라서 알프스 산맥이 아닌 피레네 산맥의 지도를 가지고라도 출발점을 정한 후에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결단이 전략 실행의 중요한 모멘텀입니다.

하지만 잘못된 지도는 잘못된 곳으로 이끈다는 교훈을 잊지 않는다면, 지금 내가 가진 이 지도는 어디까지나 불완전한 정보를 기초로 만든 지도라는 점을 계속 상기하면서 새로운 정보가 나타날 때마다 지도를 지우고 새로 그리려는 전략적 융통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출발할 때 정했던 전략을 폐기해야만 하는 정보가 숱하게 들어올지라도 많은 경영자들은 처음의 전략을 고수하려는 관성을 보입니다. '이 산이 아닌가벼'라고 말하는 것이 자신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용기 없는 행위라고 여기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 산이 아닌가벼'라고 말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용기입니다. 선교사들이 전달한 정보를 접하고서도 지도가 맞다고 우긴 지도 제작자들의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미래는 예측 불가능한 대상입니다. 이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해 완벽한 예측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완벽함에 힘을 낭비하지 말고 일단 전진하자는 입장의 대립 관계를 해소하고 하나로 융화시키는 방법이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미래에 펼쳐질 여러 시나리오를 가지고 출발점을 정해 전략을 실행하다가 지속적으로 내외부 환경의 정보를 수집하면서 기존의 시나리오를 변경하고 대응 전략을 수정하는 과정입니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미지의 땅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면 시나리오라는, 불완전하지만 희망을 북돋우는 지도를 가지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기 바랍니다. 예상치 못했던 강과 산이 나타나면 정찰대를 내보내 정보를 수집하고 시나리오를 다시 그려가는 것이 미래를 향해 항해하는 우리들이 가져야 할 올바른 마인드입니다. 무엇보다 '이 산이 아닌가벼'라고 말할 용기를 가지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Scenario Planning in Organizations)
(*참고 사이트 : http://www.philaprintshop.com/cali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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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는 정말 '전략적 바보'였을까?   

2012. 1. 18. 10:57



소니와 마쓰시타 사이에 벌어진 ‘비디오 포맷 전쟁’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소니는 베타맥스라는 포맷을, 마쓰시타는 VHS란 포맷을 각각 비디오 녹화 방식으로 채택했는데 결국 VHS가 시장을 석권했다. 이 이야기는 경영의 세계에서 전략의 실패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베타맥스가 VHS보다 기술 면에서, 비디오 품질 면에서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녹화할 수 있는 분량이 영화 한 편을 다 담기에는 짧아서 영화 보기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외면했다는 이야기, 소비자의 니즈를 사전에 간파하지 못하고 오로지 기술적인 우위에 ‘취해’ 판매자 중심으로 사고했다는 이야기, 개방적인 포맷(VHS)이 폐쇄적인 포맷(베타맥스)보다 여러 VCR 제조업체에 매력적이었다는 이야기 등이 그 내용이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소니는 바보였고 마쓰시타는 영리했다’란 식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진짜로 소니는 ‘전략적 바보’였을까?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런 평가는 소니가 실패했고 마쓰시타는 성공을 거둔 후에 결과론적으로 내린 ‘사후 평가’에 지나지 않는다. 베타맥스와 VHS가 초기에 시장에 출시될 때는 베타맥스가 시장을 석권하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을 VCR로 녹화했다가 나중에 보려는 니즈가 강했기 때문이다. 사실 소니는 그런 니즈를 잘 파악했기에 그에 딱 맞는 베타맥스 포맷을 내놓은 것이었다. TV프로그램 녹화에는 분량이 특별히 길 필요가 없었고 VHS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테이프 가격은 좋은 화질이라는 장점으로 상쇄할 수 있었다.
 
비싼 테이프 가격, 폐쇄적인 포맷, 필요 이상의 화질 등 전략을 멍청하게 세워서 소니가 실패했다기보다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TV 프로그램 녹화에서 영화 대여를 통한 감상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점을 미리 간파하지 못해서 실패했다고 봐야 정확한 판단이다. 소니는 베타맥스를 출시하기 전에 CTI라는 회사가 영화 대여업에서 크게 실패한 것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자신들의 전략 방향을 나름대로 옳게 설정했다. CTI 사례를 통해 소비자들이 집에서 영화를 감상하기를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반면 VHS의 성공은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인 셈이다. 마쓰시타가 전략을 영리하게 세웠기 때문이 아니다.
 

 
소니가 과거의 사례와 소비자의 니즈를 철저하게 연구해 전략을 세웠는데도 마쓰시타와의 비디오 포맷전쟁에서 패한 이유는 바로 불확실성 때문이다. CTI가 영화 대여업을 시작하고 실패하는 동안 불붙지 않았던 영화 감상 니즈가 갑작스레 커지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이 불확실성이 소니의 실패를 옳게 지적하는 단어다.
 
소니는 베타맥스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1992년에 새로운 레코딩 기술인 MD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 기술 역시 실패하고 만다. 소니는 최근(2011년 7월)에 80분짜리를 제외한 모든 MD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해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CD보다 작은 크기의 MD는 내구성이 강하고 쉽게 녹음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역시 CD와 후에 나오는 플래시 메모리에 밀리고 말았다.
 
소니가 철저하게 전략을 수립했는데도 MD가 실패한 이유 역시 불확실성이다. 바로 곧이어 인터넷이 일반화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MD가 아니라 하드디스크에 음악을 저장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원하는 음악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번거롭게 MD에 따로 저장해 재생할 유인이 작았다. 소니의 전략은 훌륭했지만 인터넷이 야기한 불확실성에 대해서까지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이클 레이너는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잘못된 전략에 있지 않고 훌륭하게 수립된 전략이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을 만나기 때문이라고 정리한 바 있다. 훌륭한 전략은 환경의 불확실성에 따라 크게 성공할 수도 있고 크게 실패할 수도 있다. 성공과 실패 중 어디로 갈지는 사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여기에서 ‘내 그럴 줄 알았다’는 사후 가정은 전략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훌륭한 전략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훌륭한 전략이 처하게 될 미래의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훌륭한 전략을 수립할 때 “환경이 이러이러할 것이니 이렇게 하기로 하자”라고 했던 가정을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하는 과정이다. 훌륭한 전략이 처하게 될 미래의 여러 가지 상황을 몇 개의 시나리오로 구분한 다음에 각 시나리오에 맞게 전략을 따로따로 마련하는 ‘전략 포트폴리오’를 가져야 불확실성에 따른 전략의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시나리오 플래닝만 가지고 전략 리스크를 온전하게 헤지(hedge)할 수는 없다. 누가 봐도 훌륭하게 만들어진 전략일수록 ‘이것이 최선이다. 이것 이외에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다’는 고집을 유발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훌륭하게 수립된 전략이 가지게 될 경직성을 부드럽게 완화하는 효과를 가함으로써 불확실성에 크게 휘둘리지 않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소니의 전략은 진짜 멍청했을까? 진짜 멍청한 전략은 무엇일까? 요즘 소니는 상당한 위험에 처했다. 그동안 그들이 세운 전략이 멍청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불확실성 때문일까?


글쓴이 :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 jsyu@infuture.co.kr
필자는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퓨처(inFuture)컨설팅 대표를 맡고 있다. 전략 및 HR 분야에서 다수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시나리오 플래닝: 불확실한 미래의 생존전략>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등의 책을 썼다.
 
(*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97호(2012년 1월 15일자)에 실린 저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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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변수에 따른 시나리오 경영   

2011. 12. 22. 09:00



어제 KBS 제1 라디오 (FM 97.3 MHz) '성공예감, 김방희 입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북한 리스크와 시나리오 경영'이라는 주제로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2011년 12월 21일 08:40). 다음은 인터뷰의 주요 내용입니다.

 

사회자 멘트 : 한 일간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20대 그룹에 긴급설문을 했는데, 절반 가까이가 ‘2012 경영계획’에 북한리스크를 반영하겠다고 답했다죠. 그 만큼 ‘북풍’이 가져올 경영변수가 예사롭지 않다는 얘기일텐데요. 이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선, 닥칠 수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책을 찾는 것이 현명할 수 있겠죠. 이것이 바로, 어제, 3분 mba 시간에도 잠시 말씀드린 시나리오 경영인데요. 이 시간 좀 더 구체적으로, 북한발 변수에 따른 시나리오 경영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죠. 인퓨처컨설팅 유정식 대표와 말씀 나누죠.

유 대표님, 안녕하세요.


1. 우선, 시나리오 경영의 개념부터 정확하게 설명해주시죠.

개인이나 조직이 뭔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바로 불확실성 때문이죠.
불확실성은 말 그대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말합니다. 시나리오 경영은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즉 몇 개의 시나리오로 펼쳐질지를 따져 본 다음에, 각 시나리오 별로 별도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전략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시나리오 경영은 다리를 여러 개 걸쳐 놓는 ‘양다리 전략’이라고 볼 수 있죠. 그렇게 해야만, 특정 시나리오가 터졌을 때 당황하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길 수가 있습니다. 불확실성을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시나리오 경영이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입니다.



2. 미래에 닥칠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거기에 맞는 대비책을 세운다는 건데, 시나리오 경영이 어떻게 경영기법이 됐습니까?


시나리오 경영은 시나리오 플래닝, 이라고도 말하는데요, 원래 제2차 세계대전 때 군사물자를 보급하고 수송할 때 적용하던 방법이었습니다. 허먼 칸이라는 사람이 고안한 방법인데요, 이 방법을 1960년대에 로열 더치 셸이라는 정유회사가 들여와서 전략을 수립할 때 사용했습니다.

당시에 산유국보다는 정유회사가 더 힘이 셌는데요, 셸은 그런 시나리오가 유지될 수도 있고, 거꾸로 OPEC와 같은 카르텔이 형성되어 산유국의 힘이 강해질 거라는 시나리오를 또 하나 생각해 냈습니다. 그래서 투자전략이나 원유개발전략을 그에 따라 보수적으로 조정할 수 있었죠. 그 덕에 업계 7위였다가 2위로 급격하게 도약했습니다. 남들보다 시나리오 하나를 더 생각해서 말이죠.



3. 1996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신년사 때, "여러 상황을 가정해, 각각에 맞는 대비책을 세워라“고 해서 화제를 모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럼 이후로, 현재, 삼성이나 국내 기업들이 시나리오 경영을 도입해서 갖추고 있나요?
 

삼성이나 SK와 같은 대기업들은 시나리오 경영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삼성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세워서 그에 따라 신수종사업이나 제품개발전략을 조정해 나가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블루레이 전략’입니다. DVD 이후에 과연 어떤 것이 차세대 저장매체가 될지 모르던 상황이었는데요, HD DVD가 있었고 블루레이가 있었습니다. 삼성은 일단 두 개의 기술에 모두 투자했습니다. 쉽게 말해 양다리를 걸친 거죠. 그렇게 하다가 블루레이 쪽으로 힘의 균형이 몰리고 난 다음에, 그쪽으로 투자를 집중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SK그룹은 전 계열사에 시나리오 플래닝을 담당하는 임원을 두면서 시나리오 경영을 2008년부터 추진했는데요, 2008년에 유가 급등기 때 SK에너지가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밖의 기업에서는 아직까지 시나리오 경영을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알고 보면 , 그냥 긴축경영이나 비상경영인 것을 말로만 시나리오 경영이다, 그런 경우가 많죠.



4. 적어도, 많은 기업들이 당장 북한변수를 내년 경영계획에 포함시킨다는 입장이긴 한데요. 북한과 사업을 하든, 안하든, 글로벌 지정학적 정세에 영향을 받지 않을 기업은 없을테니까요. 과거, 북핵 실험, 금강산관광객 피살, 연평도 도발도,  재계엔 작지 않은 북한 변수가 됐습니다만, 이번 변수는 급이 달라서요. 이 상황은 어떻게 해석해야겠습니까?
 

결론적으로 말해,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신문 방송을 보니까 북한 전문가들이나 경제 전문가들이 하나 같이, ‘상황을 예의 주시하자’,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서 아무런 예측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북한 정권의 안정이 걸린 문제라서 그 파급효과도 대단히 크죠. 예전에 있었던 북한의 도발 사태는 한반도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상황이라서 그것은 ‘확실하게 안 좋아지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때는 불확실성이 오히려 작았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안개 속에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될 거야’, 이렇게 예측하기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시나리오로 그려야 할 때죠. 기업에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할 생각이라면, 길면 안 되겠지만 이 시점에서 재고하고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할 겁니다.



5.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선, 불완전한 예측보다는 닥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 안전하겠지요. 그것이 바로 말씀하신 시나리오 경영일텐데. 일단, 북한변수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 어떤 변수들이 불확실성을 크게 만드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그걸 위해서는 북한 내부의 정치적인 상황과 주변국의 이해관계 등을 면밀히 따지면서, 여러 전문가들이 모호해 하는 변수가 뭔지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바와 같이, 불확실성을 일으키는 가장 큰 변수는 김정은과 친위세력 간의 결속이 얼마나 강한가, 아니면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될 것인가입니다. 그에 따라 북한이 조기에 안정을 취할지가 결정되겠죠.

주변국에서 북한의 조기 안정화를 원한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는데요, 어쩌면 김정은의 취약한 권력 기반을 우려해서 사전에 문제를 봉합하려는 의도일지도 모릅니다. 주변국들의 움직임, 특히 중국과 미국이 북한과 언제, 어떻게, 얼마나 자주, 접촉하는지 분석하면 1년 내에 현실로 나타날 시나리오가 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6. 지금 상황에서, 현실 가능한 대표 시나리오는 어떤 것이고, 그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입니까?
 

아까 말씀드렸듯이, 북한 리스크와 관련해서 불확실성이 가장 큰 변수는 김정은과 친위세력, 즉 이너 서클 내의 조화 여부입니다. 순조롭게 과도기를 넘길 수도 있고, 반대로 중간에 뭔가 사단이 날 수도 있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 불확실성이 큰 변수는 유럽의 재정 위기가 조기에 안정될 것인가, 아니면 유로존 붕괴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연출되느냐의 여부입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조기 안정화 여부와 유럽 재정 위기의 해결 여부, 이 두 가지 변수 때문에 모두 4개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집니다.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한 대표 시나리오가 뭔지 감히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되죠. 당분간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자세입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 체제의 불안이 가중되고 유럽 재정 위기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치닫는, 그런 상황일 겁니다. 이 최악의 시나리오에 먼저 대비한 다음에, 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7. 그런데, 기업의 많은 CEO들은 이런 위기 상황을 해결할 하나의 정답을 원하지만 시나리오가 모든 것을 보여 주는 정답은 아니잖습니까. 시나리오 경영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도 짚어주시죠.

시나리오는 정답을 보여주기보다는 그 시나리오 하에서 최적의 정답을 찾아가도록 개인과 조직에게 기회를 준다고 봐야 합니다. 실패를 하더라도 더 큰 실패를 하지 않도록 어느 선에서 막아주는 역할도 하죠. 시나리오 경영을 하려면, 기업 경영자들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것 같냐’, 이렇게 조바심을 내면 안 되겠습니다.

그런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미래는 객관식 문제가 아닙니다. 정답이 수시로 바뀔 뿐만 아니라, 정답의 내용도 모호합니다. ‘나에게 정답을 달라’ 이렇게 말하지 말고,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를 일단 조망하고 차분하게 기다리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퓨처컨설팅 유정식 대표였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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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와 마쓰시타 사이에 벌어진 '비디오 포맷 전쟁'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소니는 베타맥스라는 포맷을, 마쓰시타는 VHS란 포맷을 각각 비디오 녹화 방식으로 채택했는데, 결국 VHS가 시장을 석권하게 됐죠. 이 이야기는 경영의 세계에서 전략의 실패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베타맥스가 VHS보다 기술 면에서, 비디오 품질 면에서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녹화할 수 있는 분량이 영화 한편을 다 담기에는 짧아서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외면했다는 이야기, 소비자들의 니즈를 사전에 간파하지 못하고 오로지 기술적인 우위에 '취하여' 판매자 중심으로 사고했다는 이야기, 개방적인 포맷(VHS)이 폐쇄적인 포맷(베타맥스)보다 여러 VCR 제조업체에게 매력적이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기술과 품질의 우수함이 전략의 전부라고 여기는 것은 구시대적인 마케팅 전략이라는 이야기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고는 '소니는 바보였고 마쓰시타는 영리했다'란 식으로 마무리짓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하지만 진짜로 소니는 '전략적 바보'였을까요?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런 평가는 소니가 실패했고 마쓰시타는 성공을 거둔 후에 결과론적으로 내린 '사후 평가'에 지나지 않습니다. 베타맥스와 VHS가 초기에 시장에 출시될 때는 베타맥스가 시장을 석권하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VCR로 녹화했다가 나중에 보려는 니즈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소니는 그런 니즈를 잘 파악했기에 그에 딱 맞는 베타맥스 포맷을 내놓은 겁니다. TV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데에 녹화 분량이 특별히 길 필요가 없었고, VHS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테이프 가격은 좋은 화질이라는 장점으로 상쇄할 수 있었죠.

비싼 테이프 가격, 폐쇄적인 포맷, 필요 이상의 화질 등 전략을 멍청하게 세워서 소니가 실패했다기보다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TV 프로그램 녹화에서 영화 대여를 통한 감상으로 옮겨갈 것임을 미리 간파하지 못해서 실패했다고 봐야 정확한 판단입니다. 소니는 베타맥스를 출시하기 전에 CTI라는 회사가 영화 대여업에서 크게 실패한 것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자신들의 전략 방향을 나름대로 옳게 설정했죠. 그 사례로부터 소비자들은 집에서 영화를 감상하기를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했던 겁니다. 반면 VHS의 성공은 소 뒷걸음 치다 쥐 잡은 격인 셈입니다. 마쓰시타가 전략을 영리하게 세웠기 때문이 아니죠.

소니가 과거의 사례와 소비자의 니즈를 철저하게 연구하여 전략을 세웠음에도 마쓰시타와의 비디오 포맷 전쟁에서 패한 이유는 바로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CTI가 영화 대여업을 시작하고 실패하는 동안 불붙지 않았던 영화 감상 니즈가 갑작스레 커지리라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는 불확실성이 소니의 실패를 옳게 지적하는 단어입니다.

소니는 베타맥스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1992년에 새로운 레코딩 기술인 MD를 출시합니다. 하지만 이 기술 역시 실패하고 맙니다. 소니는 최근(2011년 7월)에 80분 짜리를 제외한 모든 MD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하며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CD보다 작은 크기의 MD는 내구성이 강하고 쉽게 녹음이 가능했습니다. 그럼에도 역시 CD와 후에 나오는 플래시 메모리에 밀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니가 철저하게 전략을 수립했는데도 MD가 실패한 이유 역시 불확실성입니다. 바로 곧이어 인터넷이 일반화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MD가 아니라 하드디스크에 음악을 저장하고 다른 사람들과 음악을 공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인터넷을 검색하면 원하는 음악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됐기에 번거롭게 MD에 따로 저장하여 음악을 재생할 이유가 적었던 겁니다. 소니의 전략은 훌륭했지만 인터넷이 야기한 불확실성까지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죠.

마이클 레이너는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잘못된 전략에 있지 않고 훌륭하게 수립된 전략이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을 만나기 때문이라고 정리합니다. 훌륭한 전략은 환경의 불확실성에 따라 크게 성공할 수도 있고 크게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성공과 실패 중 어디로 갈지는 사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죠. 여기에서 '내 그럴 줄 알았다'는 사후 가정은 전략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훌륭한 전략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훌륭한 전략이 처하게 될 미래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훌륭한 전략을 수립할 때 "환경이 이러이러할 것이니 이렇게 하기로 하자"라고 했던 가정을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하는 과정입니다.

훌륭한 전략이 처하게 될 미래의 여러 가지 상황을 몇 개의 시나리오로 구분한 다음에 각 시나리오에 맞게 전략을 따로따로 마련하는 '전략 포트폴리오'를 가져야 불확실성에 따른 전략의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시나리오 플래닝만 가지고 전략 리스크를 온전하게 헷지할 수는 없습니다. 
누가 봐도 훌륭하게 만들어진 전략일수록 '이것이 최선이다. 이것 이외에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다'는 고집을 유발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훌륭하게 수립된 전략이 가지게 될 경직성을 부드럽게 완화하는 효과를 가함으로써 불확실성에 크게 휘둘리지 않도록 만드는 방법입니다. 

과거의 교훈, 경쟁자의 성공과 실패, 시장 조사 등을 통해 훌륭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 힘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대처는 전략을 유연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전략을 위한 전략이 되지 않도록 모든 시간을 불확실성을 생각하고 전략을 끊임없이 수정해 가는 것이야말로 유일한 최선입니다.

소니의 전략은 진짜 멍청했을까요? 진짜 멍청한 전략은 무엇일까요? 요즘 소니는 상당한 위험에 처했습니다. 그동안 그들이 세운 전략이 멍청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불확실성 때문일까요?

(*참고도서 : '상식의 배반', '위대한 전략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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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모 회사와 함께 일본의 대지진 사태에 따른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워크샵을 종일 진행했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고 참석하게 된 워크샵이었습니다. 제가 참석한 이유는 일본의 대지진 이후의 불확실성에 따라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비하자는 워크샵의 목적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시나리오 플래닝'의 방법론을 적용한 대응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였죠. 그만큼 이번 사태의 후폭풍이 기업들에게 미칠 영향이 클 것이고 그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 경영층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언론 보도나 경제연구기관의 리포트를 보면 일본 대지진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을 거란 의견이 꽤 많습니다. 대지진이 일어난 일본의 북동부 지역이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8% 밖에 안 된다는 사실, 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에도 상황이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었다는 점 등이 주된 근거이더군요.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것은 바로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라는 와일드 카드 (wild card)때문입니다. 냉각장치 고장으로 외벽이 붕괴되면서 상당한 양의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고, 그것이 도쿄 등 다른 지역에도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그 때문에 체르노빌 사태 이후 최대의 원전 사고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는 이번 폭발이 일본 경제를 장기간 침체에 빠뜨릴 거란 전망이 한쪽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방사능 확산으로 인한 생산시설의 가동 중지 가능성, 일본 국민의 심리적인 동요와 이탈, 재해 복구 시스템에 대한 불신, 일본산 제품의 방사능 오염 의심 등이 그 근거입니다.

사람들은 긴급하고 위험한 사건이 발발하면 처음에는 상황이 악화될 거란 생각에 불안해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비관론이 낙관론으로 바뀝니다. '설마 상황이 나빠지겠어? 잘 복구되겠지. 별 문제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사태도 그런 경향이 조금씩 나타납니다. 망가진 원자로 냉각장치에 전력을 공급했다는 소식, 소방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물 쏟아붓기 작전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저 자신도 '이젠 잘 처리하겠지?'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더군요.

물론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고 해결되면 좋겠지만, '만약에 그렇지 못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무시하려는 낙관론은 지금 이 시점에서 매우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비관론을 낙관론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일본 대지진이 지닌 향후 리스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본 대지진 자체의 리스크보다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다. 잘 해결될 것이다'란 낙관론의 리스크가 더 클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긴급하게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대응전략을 마련하기로 한 그 회사의 결정은 매우 현명한 조치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업으로 하는 저로서는 아주 고무적인 일이죠. 여기서 워크샵의 결과물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일본 대지진 사태에 따른 대응전략을 수립하고자 하는 기업을 위해 대강의 방법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먼저, 여러 언론 보도나 증권회사의 리포트 등을 검색합니다. 주로 산업별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에 관한 리포트가 많을 텐데, 그런 것보다는 일본 대지진 이후의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를 언급하는 글을 위주로 읽습니다. 글을 읽다보면 여러 가지 변수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향후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등의 서술어가 붙는 키워드가 바로 일본 대지진 이후의 변수들입니다. 이를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변화동인'이라고 부르죠.

예상컨대 여러분은 아마 10~15개 정도의 변화동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 변수들이 시나리오의 재료들인데, 그 중에서 핵심이 되는 변화동인을 2개 선택하기 바랍니다. 뽑아놓은 변화동인들을 보면 독립적이라기보다는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2개의 핵심변화동인으로 앞으로 벌어질 시나리오를 모두 설명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겁니다.

핵심이 되는 변화동인은 '영향도'와 '불확실성'이라는 2개의 잣대로 평가해서 찾아냅니다. 영향도와 불확실성이 모두 큰 것이 핵심변화동인이죠. 영향도는 '세계경제와 우리나라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질문을 통해 정성적으로 판단하고, 불확실성은 해당 변화동인이 일어날 것이냐 아니냐의 정도로 판단합니다. 만일 일어날 확률과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반반이라면 불확실성이 큰 것이고, 일어날 확률 또는 일어나지 않은 확률 중 어느 하나가 크다면 불확실성이 작은 것입니다.

이렇게 2개의 핵심변화동인이 추출되면 그것을 기초로 4개의 시나리오가 만들 수 있습니다. 하나의 핵심변화동인은 2개의 방향(이를 '극점'이라고 함)을 가지기 때문이죠. 4개의 시나리오를 들여다 보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눈에 들어올 겁니다. 모든 시나리오에 다 대응하면 좋겠지만(그리고 그게 정석이지만), 긴박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집중적으로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대응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까요? 먼저, 최악의 시나리오가 어떤 상황인지를 머리 속에 충분히 시뮬레이션한 상태에서 그것이 우리 회사에 어떤 리스크를 가져올지, 반대로 어떤 기회를 가져올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아무런 기준 없이 리스크와 기회를 판단하기보다는, 회사의 밸류 체인을 그린 다음 밸류 체인 상의 각 activity별로 리스크와 기회를 따져보는 것이 좋겠죠. 그래야 리스크와 기회를 MECE하게 도출할 수 있을 겁니다.

리스크와 기회가 정리되면, 두 가지의 대응전략을 수립합니다. 하나는 리스크 헷지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기회활용전략입니다. 기업에 따라서 두 가지 대응전략의 비중이 달라지겠죠. 대일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아무래도 리스크 헷지 전략에 치중될 겁니다. 대응전략을 수립할 때 한 가지 주의사항은 장기적인 전략에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2~3년 후에야 실현 가능한 전략들은 의미가 없습니다. 즉시 실행 가능한 전략들을 위주로 대응전략의 얼개를 잡아야 합니다.

이렇게 정리가 되면 일단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한 대응전략 수립 과정은 일단락됩니다. 향후의 작업은 '제목만 정해진' 대응전략들의 실행계획을 세우는 일이겠죠.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실행에 옮기는 것입니다. 대응전략을 수립해 놨다는 사실만으로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대응전략은 그저 종이 위에 나열된 글자에 불과합니다. 실행될 때만이 의미가 있죠.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대응전략을 수립해 놓고도 '이렇게 전략을 수립하긴 했지만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하는 낙관론에 다시 빠지고 맙니다.

무엇인가가 발생되고 나서 상황을 수습하는 것보다 미리 대비하는 것이 돈도 덜 들고 노력도 덜 소요됩니다. 상황이 닥쳐서야 임기응변하는 능력이 실행력은 아닙니다. 간단한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서 미리 대응전략을 마련해 놓고 실행에 옮길 줄 아는 능력이 진정한 '실행력'입니다. 항상 낙관론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것이 근거 없는 바람일 때 더욱 경계해야 합니다.


(*참고도서 : '시나리오 플래닝', 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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