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포스팅에서 동일한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을 가지는 해결책들 중에서 최고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방법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여러 상황 중에서 '완전히 확실한 상황일 때'만을 다뤘습니다. 오늘은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일 때'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리적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최고의 해결책을 선택할 때 처하는 상황 3가지

1) 완전히 확실한 상황일 때
2)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일 때
3) 완전히 확실하지도, 완전히 불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일 때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일 때의 의사결정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개인이나 조직이 처할 가능성이 있는 외부환경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다양한 외부환경에 비춰 볼 때 가장 가치가 큰 해결책을 찾아내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여러분이 집을 살까 말까를 결정하려는 행위는 주거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동기로부터 나옵니다. 그러므로 집을 구입하는 것과 집을 구입하지 않는 것은 각각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이 두 개의 해결책이 각각 일장일단이 있어서 그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다면, 여러분은 각 해결책에 외부환경이라는 변수를 자연스럽게 투영시킵니다. 외부환경의 변수 중에서 집 구매 의사결정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찾아서 집을 구매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전세나 월세로 지내는 게 더 나은지를 판단해야겠죠. 이렇듯 의사결정이란 외부환경의 맥락 속에서 각 해결책의 가치를 가려봄으로써 최종적인 해결책을 택하는 과정입니다.

집을 구매할까 말까라는 의사결정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바로 '향후에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일 겁니다. 집을 거주 목적으로 구매하건, 아니면 투자 목적으로 구매하건 부동산 가격 추이를 지켜봐야 합니다. 그러므로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가치 매트릭스를 그려서 어떤 해결책이 최고의 해결책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부동산 가격 오른다 유지된다  내린다 
 집을 구매한다      
 전세로 거주      
 월세로 거주      

그런데 문제는 위의 3가지 외부환경(오른다, 유지된다, 내린다) 중에 무엇이 현실로 나타날지 불확실하는 것입니다. 점쟁이가 예언을 했든, 뛰어난 전문가가 예측을 했든간에 '완전히 확실한 상황'이라면 3가지 외부환경 중 하나가 이미 주어지므로 최고의 해결책을 선택하는 일은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쉽습니다.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란, 각 외부환경의 발생 확률이 동일해서 무엇이 현실화될지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상황을 말합니다. 위의 예가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거나 유지되거나 내리는 각각의 '시나리오(즉, 외부환경)'가 1/3 씩의 발생 확률을 가진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최고의 해결책을 '구해내야' 할까요?

여러분이 취할 수 있는 첫 번째 전략은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것입니다. 최선의 해결책이란, 모든 외부환경에 대해서 다른 해결책보다 '더 좋은' 해결책을 뜻합니다. 아래의 매트릭스로 설명하겠습니다(숫자는 설명을 위해 임의로 기입한 것임을 염두에 두기 바랍니다).

   부동산 가격 오른다 유지된다  내린다 
 집을 구매한다 10  3
 전세로 거주  -5 0 2
 월세로 거주  -5 0  2 

위의 매트릭스에서 '최선의 해결책'이란 무엇일까요? 모든 외부환경에 대하여 다른 해결책보다 더 좋은 해결책이 발견되는지요? '더 좋다'는 말은 가치를 나타내는 수치가 더 크다는 말과 같습니다. 따라서 위의 매트릭스에서는 '집을 구매한다'는 해결책이 최선의 해결책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이를 선택해서 실행에 옮기고자 한다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해결책입니다.

그런데 위의 매트릭스처럼 최선의 해결책이 바로 발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로서 문제해결사에게는 행운과도 같은 일이죠. 대부분의 경우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전략은 실패로 돌아가곤 합니다.

그렇다면 문제해결사는 두 번째 전략인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는 방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만족스러운 해결책이란 말 그대로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해결책이야'라고 판단되는 해결책을 말합니다. 문제해결사는 자신이나 의뢰인이 만족할 만한 수준을 설정한 다음에 그것을 충족하는 해결책을 최고의 해결책으로 선택하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입니다.

만족스러운 수준은 문제해결사와 의뢰인이 합의하여 결정하면 되겠죠. 예를 들어 '가장 높은 값과 가장 낮은 값 사이의 차이가 가장 작은 해결책을 택하겠다'라고 정하거나 '평균을 내서 가장 높은 값을 나타내는 해결책을 취하겠다'라고 하면 됩니다. 만족스러운 수준은 정하기 나름입니다.

하지만 모든 해결책이 만족스러운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제해결사는 세 번째 전략을 취해야 하는데요, '안전한 해결책'을 취할지, 아니면 '모험적인 해결책'을 취할지 먼저 결정해야 합니다. 안전한 해결책이란, 최소 가치가 가장 큰 해결책을 의미합니다. 이를 다른 말로 'MinMax(최소최대) 전략'라고 부르기도 하죠. 아래의 매트릭스를 보기 바랍니다. 여기서 최소 가치가 가장 큰 '월세로 거주한다'가 안전한 해결책입니다.

   부동산 가격 오른다 유지된다  내린다 
 집을 구매한다 10  -10
 전세로 거주  -5 0  7
 월세로 거주  0 0  5

반대로 '모험적인 해결책'이란 최대 가치가 가장 큰 해결책을 말합니다. 'MaxMax(최대최대) 전략'이라고도 하지요. 위의 매트릭스에서 '집을 구매한다'는 해결책은 최대 가치가 10 이므로 다른 해결책의 최대 가치보다 큽니다. 따라서 그것이 모험적인 해결책이 됩니다.

안전한 해결책과 모험적인 해결책 중에 어떤 것이 더 좋은 해결책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좋고 나쁨을 따질 수 없다' 입니다. 다시 말해 '집을 구매한다'를 택할지 '월세로 거주한다'를 택할지는 '선호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문제해결사나 의뢰인이 위험을 회피하는 데 관심이 크다면 안전한 해결책을, 최대의 이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모험적인 해결책을 최고의 해결책으로 택하면 됩니다. 의사결정자의 선호에 따라 최고의 해결책이 다르게 선택됩니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고의 해결책을 찾는 방법

  1) 최선의 해결책 선택
  if not, then 
  2) 만족스러운 해결책 선택
  if not, then 
  3) 안전한 해결책 또는 모험적인 해결책 선택

오늘은 어떤 외부환경이 현실화될지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일 때의 의사결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개인이나 조직이 매우 위급한 상황에 처할 때 심리적으로 외부환경이 완전히 불확실하다고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외부환경이 먼 미래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불확실합니다.

그러나 외부환경이 가까운 미래의 일이라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지, 유지될지, 아니면 내릴지' 어느 정도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바로 '완전히 확실하지도, 완전히 불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입니다. 내일은 그런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도 즐겁게 문제해결 합시다!



  
,

지난 포스팅에서 해결책을 선정할 때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을 기준으로 삼아야 함을 설명했습니다. 만일 이 두 요소 모두가 좋은 해결책이 하나 뿐이라면 그것을 선택해서 실행에 옮기면 됩니다. 하지만 두 개 이상이라면 우리는 선택의 상황, '의사결정'의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효과도 좋고 효율도 좋은 해결책이 여러 개라면 그 모두를 다 실행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개인이나 조직이 가진 자원의 한계가 있습니다. 시간이나 돈이 부족하고 인력을 동원하기도 어렵다면 여러 개의 해결책 중에 가장 나은 '하나의' 해결책을 선택해야 합니다. 오늘은 이러한 선택의 상황에서 문제해결사가 어떻게 의사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일지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문제해결을 잘 하면 이런 노다지가 굴러올 수도...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이 동시에 높은 해결책이 세 개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셋 모두 효과와 효율이 다 좋다고 했으므로 이것만 가지고는 우열을 점치기 어렵습니다. 물론 효과와 효율에 대해 심층적으로 정량분석을 실시해서 그 중 어느 것이 가장 효과와 효율이 높은지를 가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효과와 효율이 정성적으로 동일한 해결책들을 정량적으로 다시 심층분석해서 나온 값들이 실제의 효과와 효율을 나타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해결책들이 계획된 단계일 뿐 실행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심층분석에서 효율이 50 이 나왔다 해서 그 해결책이 실행되고 나서도 효율이 50 이 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이상적인 상태가 아닌 이상, 실행 과정 상에서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돌발변수가 많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단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이 모두 높다고 한다면, 세 개의 해결책들은 동일한 선상에 놓고 효과와 효율이 아닌 다른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하나의 '최고 해결책'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 제 3의 잣대란 바로 '외부환경' 입니다.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은 외부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나왔습니다. '내'가 혹은 '우리 회사'가 해결책을 실행한다는 입장만 생각해서 효과와 효율을 따졌을 뿐입니다. 하지만 외부환경이란 차원을 고려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어떤 해결책이 A라는 매우 우호적인 외부환경에서는 100이라는 효과를 가졌다 해도, B라는 외부환경에서는 효과가 80 밖에 안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동전의 앞면에 내기를 거는 경우와 뒷면에 내기를 거는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오. 찢어지게 가난한 어떤 사람이 자신의 곤궁을 탈피하고자 동전 던지기라는 도박에 뛰어들 결심을 했다면, 이 두 개의 선택이 그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해결책일 겁니다. 이 사람에게 이 두 가지 해결책은 효과와 효율이 동일하겠지요. 둘 다 동전의 어떤 면이 나오는지 지켜보면 되고 이겼을 경우에 얻는 상금도 똑같기 때문입니다. '외부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 두 가지 해결책은 어느 면으로 모나 동일합니다.

이 사람에게 주어진 외부환경이란 바로 '앞면이 나올 때'와 '뒷면이 나올 때'입니다. 그가 앞면에 내기를 걸었는데 앞면이 실제로 나온다면, 최고의 해결책은 앞면에 내기를 거는 것입니다. 반대로 뒷면에 내기를 걸었더니 뒷면이 덜커덕 나온다면, 뒷면에 내기를 거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이죠. 

앞면이 나왔다 → 앞면에 내기를 거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
뒷면이 나왔다 → 뒷면에 내기를 거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

물론 그가 어떤 면이 나올지 미래를 예측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다시 말해 어떤 면이 나올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최고의 해결책을 동전을 던지기 전에 미리 골라내지는 못합니다.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최고의 해결책이 '그때그때 달라질' 가능성이 큼을 보이기 위한 예임을 양지하기 바랍니다.

세 개의 해결책(효과와 효율이 모두 동일한)이 제시되고 예상되는 외부환경이 세 가지라면 다음과 같이 3X3의 매트릭스가 만들어집니다. 이를 '가치 매트릭스(Value Matrix)'라고 부릅니다.

   환경 1 환경 2  환경 3 
 해결책 A      
 해결책 B      
 해결책 C      

매트릭스의 빈칸에는 각 해결책이 각 환경에 처했다고 가정하고 문제해결효과나 문제해결효율의 예상치, 즉 '가치'를 정성적으로 판단하여 기입합니다. 여기서 '정성적'으로 판단한다는 말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 말은 절대적인 값이 아니라, 상대적인 값임을 의미합니다. 아래의 매트릭스와 같이 가장 효과(혹은 효율)가 큰 조합을 100 혹은 10 이라고 놓고서 나머지 조합의 상대적인 가치를 판단하여 기입하면 됩니다. 물론 각각의 가치는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근거가 명확해야 합니다.

   환경 1 환경 2  환경 3 
 해결책 A  10  5  -10
 해결책 B  -5  10
 해결책 C  -10  -5  10

이 매트릭스를 놓고서 최고의 해결책을 선정해야 합니다. 이 셋 중 무엇이 최고의 해결책일까요? 언뜻 보아도 최고의 해결책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환경 1에서 해결책 A가 가장 좋지만, 환경 3에서는 해결책 C가 가장 좋기 때문입니다. "고가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라는 해결책이라고 한다면, 경제가 활황일 때는 높은 효과를 보이지만 불황이 지속되는 환경이라면 그다지 좋은 전략이라 말하기 힘든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좀더 과학적으로 의사결정을 진행해야 하는데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 접근방법을 취해야 합니다.

1) 완전히 확실한 상황일 때
2)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일 때
3) 완전히 확실하지도, 완전히 불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일 때

첫 번째, '완전히 확실한 상황일 때'의 의사결정은 아주 간단합니다. 완전히 확실하다는 말은 어떤 외부환경일지 확실하게 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예상 가능한 외부환경의 유형이 어떻든 간에, 확실하게 예상되는 특정한 외부환경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보이는 해결책을 택하면 됩니다. 이를 '최고가치전략'이라고 부릅니다.

위의 가치 매트릭스에서 환경 2가 펼쳐질 것이 확실하다면 나머지 환경은 고려할 필요도 없이 해결책 B를 최고가치전략으로 선택하면 됩니다. 하지만 완전히 확실한 상황은 현실적으로 별로 나타나는 '이상적인' 상황입니다. 동전의 앞면이 나올 것이 100% 확실하다고 미리 간파할 줄 아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아주 드물게 앞으로 어떤 외부환경이 득세할지 거의 확실하게 예상될 때에 한하여(예를 들어 항아리 속을 투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어떤 색깔의 공이 나올지 알 경우에 한하여) 최고가치전략을 취하기 바랍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상황은 첫 번째 상황보다는 현실적입니다. 현실의 일들이 다 그러하듯이 이러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이 포스팅의 분량을 마냥 늘릴 수 없으므로 그것들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습니다.

오늘도 최고가치전략과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해결책을 구상해 봅시다   

2009. 8. 21. 09:06

지금까지 올린 포스팅의 내용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문제해결 과정을 다시금 음미하면서 이번 포스팅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동안 설명한 문제해결의 과정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관찰 → 가설 → 실증(=분석) → 근본원인

개인이나 조직에 원인 모를 문제가 감지되니 이를 해결해 달라는 의뢰인의 요청이 들어오면, 문제해결사는 관찰을 통해 가설을 수립하고 그것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실증함으로써 문제의 근본원인을 결론으로 규명합니다. 그 동안 올린 포스팅은 모두 '문제의 근본원인 규명'을 위한 단계였습니다. 여기까지가 문제해결의 1부입니다.

문제해결의 1부를 끝내고 잠시 휴식을...


오늘부터는 문제해결의 2부인 '해결책 수립'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이 단계는 근본원인을 해소하거나 줄임으로써 지금보다 좀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입니다. 해결책을 수립하는 단계를 자세히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설 → 검증 → 채택

여기서 가설이란 말이 또다시 튀어 나와서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문제해결의 1부(문제의 근본원인 규명)에서의 가설은 '원인 규명의 가설'인 반면에, 여기서는 해결책들을 가설로 설정한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됩니다. 어떤 해결책이 문제해결에 적합할지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설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설은 '문제해결의 가설'이라고 말합니다. 

가설 수립하기
근본원인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 적용이 가능한 해결책들은 여러 가지가 제시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나태한 근무태도를 보이는 근본원인이 '팀장의 리더십 부재'라고 한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노련한 문제해결사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바로 제시합니다.

1) 팀장의 리더십을 향상한다
2)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
3) 팀장의 리더십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 수준을 낮춘다

이렇게 근본원인이 규명되자마자 곧바로 '툭툭' 튀어나오는 잠정적인 해결책들이 바로 문제해결의 가설을 형성합니다. 이 중 어떤 방법이 직원들의 나태한 근무태도를 개선시킬지는 아직 모르는 상태, 즉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가설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문제해결의 가설들이 과연 의뢰인의 고민(예:직원들의 나태함)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과정이 '검증' 단계입니다. 다시 말해 '적합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검증인데요, 그러려면 우선 가설의 내용을 상세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팀장의 리더십을 향상한다'라는 가설로는 무엇을 어떤 관점으로 검증해야 할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위의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라는 가설을 검증이 가능하도록 상세하게 수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설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

- 현 팀장을 리더십의 요구가 덜한 부서로 전보한다
- 일단 내부채용으로 새로운 팀장을 선임한다
- 적격자가 없을 경우, 헤드헌터로부터 팀장 후보를 추천 받는다
- 심층면접을 통해 새로운 팀장을 선임한다

위의 예는 가설 자체가 간단하기 때문에 상세 내용도 간단하게 구성되지만 "VIP고객에 판매를 집중한다"와 같은 가설을 수립했다면 그 안에 채워져야 할 내용이 녹록하지 않습니다. 이 가설의 상세 내용은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겁니다.

가설 "VIP고객에 판매를 집중한다"

- 전문점 판매에 집중한다. 동시에 할인점에서 철수한다
-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광고를 제작/방송한다
- 전문점의 VMD(비주얼 머천다이징)을 VIP고객 취향에 맞게 변경한다
- 전문점을 전국 주요도시에서만 운영한다
- '1:1 고객담당제'를 운영한다
- 高마진, No세일 정책을 도입한다
...

검증하기
문제해결의 가설들 모두에 대해 이렇게 상세 내용의 정리가 완료되면, 검증의 단계로 넘어갑니다. 검증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각 가설이 문제해결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따지는 과정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검증의 잣대인 '검증 요소'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가설들은 어떤 잣대를 가지고 적합한지의 여부를 따질까를 결정하자는 것이지요.

검증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첫번째에 놓여야 할 검증 요소는 바로 '문제해결효과'입니다. 지난 포스트에서 설명한 '효과'의 의미를 떠올려 보면 문제해결효과가 어떤 말인지 금방 깨달을 수 있습니다. 문제해결 과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문제의 해소'입니다. 따라서 가설 A를 적용하여 근본원인을 눈 녹듯이 사라지게 만들어 의뢰인을 괴롭히는 문제를 일시에 해소한다면, 가설 A의 문제해결효과는 높습니다.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는 가설을 적용한다고 가정할 때 직원들이 나태한 근무태도를 버리고 의뢰인이 원하는 수준의 생산성을 보일 거라 신빙성 있게 예상된면 이 가설은 문제해결효과가 높은 가설입니다. "이미 몸에 뱄는데 팀장 바꾼다고 해서 직원들의 태도가 바뀌겠어?" 라는 반론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면 이 가설의 문제해결효과는 높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문제해결효과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효율'도 가설을 검증하는 또하나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효율'이란 효과를 달성하는 과정을 얼마나 '잘 했는지'를 측정하는 척도라고 역시 지난 포스트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다른 가설들보다 적은 비용으로 빠른 속도로 효과에 다다를 수 있어야 문제해결효율이 높은 가설(해결책)입니다.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는 가설이 문제해결효과가 높다고 평가되더라도 그것을 실제로 실행하려면 돈과 인력이 상당히 많이 소요되거나 직원들의 나태한 근무태도를 척결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좋은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문제해결효과는 오직 '문제해결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는 단 한 가지의 차원을 가집니다. 반면에 문제해결효율은 그 안에 속도, 비용, 양과 같은 3가지 차원을 포함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지표로 표현됩니다. 문제해결사는 해결책을 실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돈, 인력, 중간산출물의 양 등의 지표들 중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들을 선정하여 문제해결효율을 대표하도록 해야 합니다.

채택하기
결론적으로 좋은 해결책이란 문제해결효과가 높고 문제해결효율도 높은 가설입니다. 여러 가설들을 이 두 가지 검증 요소로 이뤄진 매트릭스로 판단한 후에 우상단에 위치한 가설을 최우선적으로 채택하면 됩니다.


다행히 우상단(고 효과 & 고 효율)에 놓인 해결책이 오직 하나라면 그것을 곧바로 채택해 실행하면 됩니다. 그러나 2개 이상의 해결책들이 함께 위치한다면, 이제 문제해결사에게는 '의사결정'이라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그것들 모두를 실행할지, 아니면 하나만 골라서 집중적으로 실행에 옮길지가 고민이 됩니다. 최상의 해결책 하나만을 채택하기 위한 의사결정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습니다.

오늘도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해결책과 함께 하길 바랍니다.



  
,

(* 여행 때문에 잠시 미뤄둔 '문제해결의 미학'을 다시 이어갑니다.)

오늘은 자주 사용하면서 그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습관적으로 사용하기 쉬운 단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문제해결 과정과 결과를 기록한 보고서를 읽어보면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말들이 눈에 띕니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제일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효과적이다' 혹은 '효율적이다'라는 말입니다. 헌데 저의 경험상 많은 사람들이 각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모른 채 그저 '괜찮다, 좋다'의 뜻으로 사용하곤 합니다. 

적당한 수식어를 찾기 힘들 때, 문장의 구색을 맞추고 싶을 때, 혹은 무언가를 강조하고자 할 때, 거의 자동적으로 이 두 단어를 갖다 붙이는 것이죠. 그래서 "A라는 방안은 효과적이다" 라고 말을 해놓고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물어보면, "효과적이니까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라는 식으로 동어반복을 하면서 얼버무리거나 얼굴을 붉히는 경우(특히 윗사람이면)도 왕왕 발생하곤 합니다. 문제해결사의 세계에 입문한 여러분들의 기초를 다지는 취지로 이 두 단어의 차이를 알아보겠습니다.

효과를 원하십니까, 효율을 원하십니까?



효과와 효율의 의미
단어의 어원과 뿌리를 알면 훼손되지 않은 원래의 의미를 깨닫는 효과가 있습니다.(여기서도 '효과'라는 말이 쓰였군요. 정확한 의미로 쓰였는지 이 글을 읽고나서 판단해 보기 바랍니다.) 효과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effect는 라틴어인 effectus에서 유래했고, 효율을 의미하는 efficiency는 efficiens에서 나왔습니다. 이 두 단어 모두 'efficere' 라는 동일한 라틴어 어근을 가졌지요. 동일한 부모에서 태어난 형제지간인 셈입니다.

그런데 각각의 뜻은 옛날부터 확연히 달랐습니다. 둘 다 어떤 작업이나 조치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이는데요, 어원에 따르면 effect는 결과(result)나 성과(Performance)와 관련된 반면, efficiency는 작업(making)이나 성취(work out)의 뜻을 지녔습니다. 좀더 면밀하게 각각의 의미를 음미해보면 효과는 어떤 일의 '결과'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나타내고, 효율은 그 일을 해가는 '과정'이 얼마나 탁월한지를 뜻합니다.

효과(effect)         →  결과의 뛰어난 정도

효율(efficiency)   →  과정의 뛰어난 정도

이 의미를 통해서 '효과적이다'와 '효율적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확대해 보겠습니다. 

효과적이다?
어떤 작업이나 조치가 효과적이라는 말은 그것을 통해 얻어지는 '결과가 좋다'는 뜻입니다. '결과가 좋다'는 말은 성취하고자 한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음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전략이든 조치든 그것이 효과적인지 따지려면 궁극적인 목표(전략이나 조치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살펴보면 됩니다.

만약 여러분의 회사가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향후 1년 이내에 시장점유율을 지금보다 10% 포인트 높이려는 목표를 가졌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런데 마케팅 부서에서 시장점유율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면 소비자들이 자사나 경쟁사의 기존 제품을 가지고 매장을 찾으면 제품 가격을 30%나 파격 할인해 주는 보상판매전략을 실행해야 한다고 CEO에게 보고를 올렸습니다.

여러분이 CEO의 입장에서 마케팅 부서가 제안하는 '보상판매전략이 정말 효과적이구나'라고 판단하려면, 보상판매전략을 실시하여 시장점유율의 상승이 기대되거나 실제로 나타나야 합니다. 당초 신제품 출시만으로 6%P의 시장점유율 상승이 예상되는데, 보상판매전략을 추가적으로 실시하여 8%P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했다면 2%P 만큼의 상승이 보상판매전략이 가져다 준 '효과'입니다. 만일 시장점유율이 6%P 상승에 그치거나 미달한다면 보상판매전략은 절대 효과적인 전략이 아닙니다.

즉, '효과적이다'는 말은 어떤 작업이나 조치가 궁극적인 목표(예:시장점유율 10%P 상승)를 달성하는 데에 기여를 한다는 뜻입니다. 기여하는 바가 전혀 없거나 오히려 목표 달성에 해를 끼친다면 제아무리 근사한 전략이라 해도 '효과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고 붙이지도 말아야 합니다.

효율적이다?
그렇다면 '효율적이다'는 뜻은 무엇일까요? '보상판매전략이 효율적이다'라는 말의 의미는 '효과적'이라는 말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위에서 효율은 과정이 뛰어난 정도를 의미한다고 했으므로, 이는 보상판매전략을 실시하는 과정을 얼마나 '잘 했는지'를 말합니다. 

'잘 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방법, 즉 효율적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은데요, 따지고 보면 모두가 속도, 비용, 양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효율적이다'는 말은 어떤 작업이나 조치가 적은 노력(비용)을 들여서 빨리(속도) 많은 산출물(양)을 낸다는 뜻입니다.

효율의 3가지 범주

1) 속도   :  얼마나 빨리 성취했는가?
2) 비용   :  얼마나 인력과 비용을 적게 들였는가?
3) 양      :  얼마나 많은 양을 산출했는가?

보상판매전략을 기획해서 실행에 옮기려면 필연적으로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적어도 15일의 준비기간이 예상됐는데, 부서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해서 1개월 이상의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면 이 보상판매전략은 비록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해도 비효율적인 방안임이 틀림없습니다. 

또한 보상판매는 어쩔 수없이 비용이 동반합니다. 인력이 투여됨은 물론이고 기존 제품을 받아와서 폐기하거나 (중고로) 싸게 넘기는 데에 비용이 제법 소요됩니다. 당초에 마케팅 부서에서 보상판매를 하려면 10억원 비용이 예상된다고 보고했는데, 실제로 소요된 비용을 따져보니 모두 8억원이라면 마케팅 부서가 효율적으로 보상판매업무를 실시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 범주인 '양'은 과정 상의 결과물들이 얼마나 많이 산출됐는지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공정에서 중요한 지표인 '수율(yield)'이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동일한 재료를 투입해서 더 많은 양의 산출물을 냈다면 수율이 높다는 의미이고 그 공정은 효율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보상판매전략을 예로 든다면, '수거된 기존제품의 수'나 '신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양에 해당하는 효율 지표입니다.

효과와 효율은 관심의 대상이 다르다
효율은 효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효율은 궁극적인 목표와 관련된 단어가 아니라 수단(전략, 조치, 방안 등) 자체에만 관심을 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보상판매전략이 제아무리 효율적이라 해도 시장점유율의 추가적인 상승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면, 보상판매전략은 전혀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또한 역으로, 효과가 효율을 반드시 수반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점유율이 보상판매로 10%P나 상승했다 해도 비용이 10억원을 초과해 50억원이 소요됐다면 '효과적이지만 효율적이지 않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효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수단들의 잘잘못과 관련이 없고 오로지 궁극적인 목표의 달성 여부에만 관심을 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속도와 비용처럼 효율을 측정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은 데 반해, 효과의 측정은 오로지 하나, 궁극적인 목표의 달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여부 뿐인 점도 효과와 효율의 차이입니다.

효과(effect)         →  오로지 궁극적인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지의 여부만으로 측정

효율(efficiency)   →  수단의 탁월성 여부를 무수히 많은 지표로 측정

효과가 효율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이고 멋을 내기 위해 별뜻 없이 갖다 붙이는 미사여구로 오용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저는 가능하면 "~~이 효과적이다', '~~이 효율적이다' 라는 말을 보고서에 쓰지 않기를 권합니다. 어쩔 수없이 써야만 한다면 위에서 설명한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바랍니다.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싶으면 진짜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효과적인지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효율적이라고 말했으면 속도와 비용 관점의 지표들로 근거를 보여줘야 합니다.

보고서를 쓸 때는 별도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 보고서의 이해관계자들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 중 하나입니다.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사전(dictionary)가 필요한 보고서는 최악의 보고서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이제 효과와 효율의 차이를 명확히 습득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 글의 궁극적인 목표가 '효과와 효율의 차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므로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이해도를 높였다면 '이 글은 효과적'입니다. 게다가 이 글이 여러분이 읽기에 쉽고 간결해서 글을 읽음과 동시에 빠르게 내용을 이해했다면 '이 글은 효율적'입니다. 부디 이 글이 효과와 효율 모두에서 우수한 평점을 얻기를 기대합니다.

오늘의 문제해결은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

지난 번 포스트(소크라테스를 매번 죽이는 연역법에 대해)에서 연역법의 의미를 알아봤습니다. 연역법을 적용할 때 나타나는 오류에 대해서도 설명했지요. 오늘은 연역법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오류를 '타당성'과 '건전성'의 개념을 통해 좀더 체계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연역 논증은 반드시 타당하고 건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아무리 목소리가 큰 사람의 주장이라도 수용해서는 안됩니다.

저기 문제(?)가 달려오네요. 긴장하십시오~!


다음과 같은 연역 논증을 살펴보기 바랍니다. 어떤 세일즈맨이 고객에게 하는 말입니다. 

(대전제)  훌륭한 안목을 가진 분들(A)은 이 제품을 구입하십니다(B).
(소전제)  그런데 선생님(C)은 이 제품의 구입을 고려하시는군요(B)!

(결론)     그러므로, 선생님(C)은 훌륭한 안목을 지닌 분이십니다(A).

이 논증은 오류입니까, 아닙니까? 언뜻 보면 세일즈맨의 말이 옳게 보입니다. 이런 식의 말을 세일즈맨으로부터 자주 들어보셨을 텐데요, 만일 여러분이 세일즈맨에 이런 말을 듣고서 기분이 우쭐해진다면 문제해결사로서의 역량을 스스로 의심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지름신' 같은 세일즈맨의 현란한 입놀림에 현혹되어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 돈을 써버리는 건 아닌지 정신을 번쩍 차려야 합니다.

이 논증은 명백히 거짓이며 오류입니다. 굳이 훌륭한 안목이 없더라도 물건을 사게 될 이유는 무수히 많습니다. 제품 구입을 고려하는 것이 훌륭한 안목의 존재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이런 상황에 처하면 세일즈맨의 논리적인 오류를 당당히 지적해 주던가 그냥 듣기 좋은 소리로 웃어 넘기는 게 좋습니다. 아래의 논리식을 보면 왜 이런 논증이 오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연역의 오류 1 

(대전제)  A → B
(소전제)  C → B
(결론   )  C → A

이번엔 문제해결사가 다룰 만한 연역 논증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다음의 진술은 성과관리의 필요성을 연역 논증으로 주장하는 대목입니다.

(대전제)  기업들은 요즘 성과관리 도구인 BSC를 도입해서(A) 높은 성과를 달성합니다(B).
(소전제)  우리 회사(C)는 BSC를 도입할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A).

(결론)     그러므로, 우리 회사(C)는 절대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B).

이 논증은 참일까요, 거짓일까요? 만일 여러분이 이런 식의 논리가 가득 담겨 있는 프리젠테이션을 듣는다면, "이봐요, 문제해결사. 논리에도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려거든 당장 짐 싸세요!" 라고 독한 말을 해도 무방합니다. 명백히 오류이기 때문입니다.

BSC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회사의 성과가 반드시 저조해질 거란 이유가 있습니까? 설령 회사 성과가 나빠진다 해도 BSC를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고객 클레임이 늘었다든지, 시장 규모 자체가 축소됐다든지 등의 이유일지 모릅니다. BSC를 도입하지 않으면 그만큼의 비용을 아끼고 본업에 충실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회사 성과가 높아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시간이 되면 여러분의 회사에서 돌아다니는 보고서를 몇 개 살펴 보십시오. 내부 직원들이 작성했든, 비싼 수수료를 주고 컨설턴트로부터 받아냈든 이런 식의 논리적 오류를 금세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무엇무엇을 하지 않으면, 나빠질 것이다' 라는 식의 오류는 차라리 협박에 가깝습니다. 아래의 논리식을 보면 오류가 훤히 눈에 보입니다.

연역의 오류 2

(대전제)  A → B
(소전제)  C → ~A
(결론   )  C → ~B            ('~' 표시는 '아니다'라는 의미입니다)

위의 2가지 예는 연역법의 형식을 올바르게 적용하지 않아서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 낸 사례입니다. 이런 연역 논증은 '타당하지 않다(not valid)'고 말합니다. 연역 논증이 타당하려면 형식적으로 완벽한 연역을 갖춰야 합니다. 아래의 논리식은 타당한 연역이 무엇인지를 보여 줍니다.

'타당한(valid)' 연역의 올바른 형식

(대전제)  A → B
(소전제)  C → A
(결론   )  C → B

연역 논증이 타당하지 않으면, 즉 잘못된 형식을 갖추지 못하면 '건전하지 않다(not sound)'고 말합니다. 문제해결사가 위의 예시처럼 보고서를 쓴다면 BSC를 도입하려는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형식을 속인 것이므로 '건전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요.

그런데, 연역의 형식이 올바르다고 해서 항상 건전한(sound) 것은 아닙니다. 형식이 완벽해도 대전제와 소전제 중 어느 하나가 거짓이라면 건전하지 못한 논증입니다. 다음의 예를 보기 바랍니다.

(대전제)  사랑하는 사람들은(A) 항상 1~2년 안에 이별합니다(B).
(소전제)  나와 당신은(C) 서로 사랑합니다(A).

(결론)     그러므로, 우리는(C) 조만간 이별하고 말 겁니다(B).

이 논증은 위에서 제시한 타당한 형식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뭔가 잘못됐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대전제인 '사랑하는 사람들은 항상 1~2년 만에 이별한다'는 명제가 거짓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면서 죽을 때까지 해로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거짓인 전제를 가지고 결론을 이끌어 냈으니 비록 형식적으로 타당할지라도 건전하지는 않습니다.
 
이번엔 비즈니스의 사례를 보십시오.

(대전제)  업계에서 BSC를 도입하지 않은 회사(A)는 성과가 매우 저조합니다(B)
(소전제)  우리회사는(C) 업계에서 BSC를 도입하지 않은 회사입니다(A)

(결론)     그러므로, 우리회사는(C) 성과가 매우 저조합니다(B).

언뜻 수긍이 가는 이 논증 역시 올바른 형식을 지닌 연역입니다. 그러나 '업계에서 BSC를 도입하지 않은 회사는 성과가 매우 저조하다'는 대전제가 거짓으로 드러났다면 이 논증을 인정해도 될까요? '업계'라는 말은 상당히 애매한 용어입니다. 산업 전체를 말하는 것인지, 개별 산업(이를테면 전자산업)을 일컫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문제해결사와 의뢰인이 서로 자의적으로 해석할 만한 용어입니다. 또한 BSC를 도입하지 않아서 성과가 저조한 것이 아니라 업계 전체의 불황이 큰 원인이라면 대전제는 명백히 거짓이 됩니다. 따라서 이 논증은 건전하지 않습니다. 

건전한(sound) 논증이 되려면, 형식을 올바로 갖춰야 하고 결론을 이끄는 데 사용된 전제사항들이 모두 참이어야만 합니다. 

'타당하고 동시에 건전한' 연역

(대전제)  A → B  (참)
(소전제)  C → A  (참)
(결론   )  C → B

논증의 타당성과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아래의 도식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건전하지 못한 논리들이 독버섯처럼 곳곳에 퍼져있는지 문제해결사는 남이 만든 보고서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야겠습니다.

올바른 형식 → 타당함(valid) → 전제가 모두 참                → 건전함(sound)
                                        ↘ 전제 중 하나 이상이 거짓  → 건전하지 않음(not sound)

그릇된 형식 → 타당하지 않음(not valid) → 건전하지 않음(not sound)

이 도식은 귀납법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언급했듯이, 귀납법은 사례들이 죽 나열되고 거기서 일반화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 내는 논증인데요, 귀납법의 타당성과 건전성은 다음 글(아마도 내일)에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오늘도 건전한 마음으로 문제해결 하십시오.



  
,

비판적 사고란 무엇일까?   

2009. 7. 22. 13:53

그동안 문제해결의 기술적인 측면만을 강조해 온듯 하여 오늘은 조금 '철학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철학이라 말하면 우선 하품부터 나오거나 긴장하기 십상일 텐데요, 문제해결사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이 되는 역량이자 어떻게 보면 유일한 역량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에 관하여 가볍게 설명하고자 함이니 마음 놓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흔히 문제해결사들에게 필요한 사고(思考) 역량이 무엇이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곤 합니다. 약간씩 답변이 다르겠지만, 대개는 비판적 사고, 논리적 사고, 창조적 사고, 전략적 사고 등이 문제해결사가 지녀야 할 사고방식이라고 답변을 할 겁니다. 그런데 각각이 어떤 의미인지 구별해 달라고 질문을 다시 던지면 우물쭈물하거나 말문이 탁 막히고 맙니다. 서로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비판적 사고가 뭔지 한입 배어 먹어 봅시다.


여러 이견이 있겠지만,  이 4가지 사고방식 중에 가장 근본이 되면서 포괄적인 것은 바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입니다. 왜 그런지는 지금부터 설명하겠습니다. 

비판적 사고라고 말을 하면 '비판'이라는 단어의 뉘앙스 때문인지 우리는 이 말을 약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일상에서 비판은 "타인의 생각, 행동, 작품 등에서 헛점을 발견하여 공격을 가한다" 라는 의미로 통용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남을 헐뜯는다', 즉 '비난한다'란 뜻으로 비판이란 말을 오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비판은 그렇게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의미를 지니지 않았습니다. 비판을 뜻하는 영어 단어 critic은 라틴어인 criticus에서 유래했는데요, 본디 '판단할 수 있다(able to make judgements)'라는 뜻이었습니다. 비판(批判)의 한자어 뜻도 "옳고 가름을 가려 판단한다"는 의미입니다. 타인의 헛점을 공격하거나 비난한다는 의미와는 상당히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모든 이들에게 비판은 장려되고 권장돼야 할 태도입니다. 

비판적 사고란 한마디로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한 생각의 방법'입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려면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 근거는 논리적이거나 경험적인 기반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과정 속에서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판단을 얻습니다. 동그라미로 보이는 세계를 따지고 들어가니 실제의 세계는 네모라는 통찰을 얻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통찰과 기존 관점과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에까지 생각이 확대됩니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물을 관찰, 분석, 평가, 추리할 때 올바르고 엄정한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판단과 해석을 이끌어 내고 대안을 제안하는 과정

비판적 사고의 정의를 들여다 보면 그 안에 논리적 사고, 창조적 사고, 전략적 사고가 다 포함됨을 알아차릴 겁니다. 올바르고 엄정한 근거에 기반한다는 말은 바로 논리적 사고를 뜻합니다. 새로운 판단과 해석을 이끌어 낸다는 말은 창조적 사고를, 대안을 구상한다는 말은 전략적 사고를 일컫습니다. 한마디로 비판적 사고는 곧 "문제해결 과정에 적용해야 할 사고방식"입니다. 사물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는 말은 눈으로 보이는 것과 자신이 판단하는 것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겠다는 말과 같은데, 이 괴리가 바로 문제를 뜻하므로 비판적 사고는 곧 문제해결적 사고입니다.

비판적 사고의 개념

사물 또는 현상 
      → [논리적 사고] 근거 제시
                → [창조적 사고] 새로운 판단과 해석
                          → [전략적 사고] 대안 제안

비판적 사고의 의미론을 장황하게 설명한 느낌이 드는데요, 이제는 비판적 사고를 위해 문제해결사가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것일지 모르지만 상당히 중요하니 꼭 새겨 두기 바랍니다. 그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반성적인 자세
2) 진리를 추구하는 자세
3) 열린 마음의 자세

첫째, 반성적인 자세란 고정관념을 의도적으로 깨고 뒤집어서 생각하는 버릇을 말합니다. 앞면만 보이는 동전을 뒤집어서 뒷면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문제해결사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사물이나 현상을 목격하면 그것이 무엇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되는지, 다른 상황에 놓이면 그 당연함이 더 이상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이런 질문을 통해 문제해결사는 '의도적으로' 문제를 야기하고 발굴해야 합니다. 

둘째, 진리를 추구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진리란 '절대적으로 옳은 그 무엇'이 아니라, 문제를 둘러싼 상황(맥락) 하에서 상대적으로 옳은 그 무엇을 의미합니다. 문제해결사는 누구나 납득 가능하도록 논리적이고 경험적인 근거를 제시해서 옳고 그름을 반드시 가려내야 합니다. '옳을 수도,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어정쩡한 결론은 문제해결사가 취해서는 안 될 '비겁함'입니다. 나중에 비난이나 불이익을 당할까 염려되어 언제나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결론을 선호한다면 문제해결사로서의 길을 깨끗이 포기하는 게 좋습니다.

셋째, 열린 마음의 자세란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함을 뜻합니다. 문제를 관찰하고 분석하려면 주관적인 판단을 절대로 배제하지 못합니다. 주관적이란 말을 병적으로 싫어하면서 무조건 객관적이야 함을 주장하는 사람들 있는데요, 문제해결사가 직면할 문제의 세계는 수학으로 딱딱 떨어지는 세계가 아니므로 주관적인 판단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오히려 권장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주관적인 판단은 언제나 오류의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관점에 사로잡혀서 편협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자신의 오류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사이비 종교의 교주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들은 세상이 망할 거라는 둥, 반대로 신이 우리를 구원하러 UFO를 타고 올 거라는 둥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예언을 내뱉습니다. 그런 예언이 틀렸음을 지적하면 이렇게 변명합니다. "너그러운 신이 우리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주셨다." 또는 "신도들이 성심을 다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등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사이비 종교에서는 오류가 절대 용납되지 않습니다.

훌륭한 문제해결사라는 누군가가 오류를 지적하면 기쁜 마음으로 수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문제 해결이 최종목적이지 자신의 관점을 고수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이 실수를 하거나 오류에 빠지더라도 그를 심하게 몰아 세우거나 폭언에 가까운 논평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나의 주관도, 너의 주관도 모두 불완전"하므로 타인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서로 비난하기보다는 협의를 통해 좀더 나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비판적 사고를 함양하려면 논리학과 문제해결기법 같은 기술이 전부가 아닙니다. 위의 3가지 자세를 문제해결 과정 내내 견지하고 매번 체크해야 그런 기술을 적용하여 나온 산출물들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오늘 포스트는 도덕적인 이야기가 돼 버렸는데요, 문제해결사를 자칭하는 분들 중 많은 이들이 비판적 사고의 의미를 제대로 모를 뿐더러 비판적 사고를 위한 자세를 자주 망각하는 듯하여 이렇게 따로 강조해 봅니다.

오늘도 비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십시오.




  
,

지난 번 포스트에서 "문제해결 과정에서의 '분석'과 과학에서의 '실험'은 모두 '실증'을 위한 활동이므로 개념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한 과학 실험들은 일반적으로 실험군과 대조군을 설정한 후에 실험군에게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대조군에는 취하지 않는 방법으로 진행됩니다.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과학 실험
1) 실험 대상을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눈다
2) 실험군에는 계획된 조치를 취하고, 대조군은 그대로 유지되도록 통제한다
3) 실험군과 대조군에서 보이는 결과를 서로 비교한다
4) 통계적으로 유의한지의 여부를 따져 가설의 증명 여부를 판단한다

문제해결 과정에서도 과학 실험처럼 분석을 할 수 없을까요? 예를 들어 "직급체계가 너무나 세분되어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는 가설을 분석을 통해 실증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과학에서 하듯이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눈 다음에 실험군에는 직급체계를 3단계(이를 테면, 주니어-시니어-매니저)로 단순화해서 운영하고 대조군은 예전과 동일하게 유지해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면 가설을 실증할 수 있습니다. 

직급체계를 3단계로 단순화한 실험군에서는 하나의 결재가 완료되는 평균시간을 따져보니 예전에 비해 30%나 향상된 반면, 대조군은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해보죠. 만약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면, "세분된 직급체계가 의사결정 속도를 늦춘다"는 가설이 멋지게 입증됩니다. 이런 결과를 얻으면 실험군 뿐만 아니라 전사적으로 직급체계를 단순화하자는 전략을 곧바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문제해결력이 솟구치지 않습니까?


그러나 아쉽게도 실험군의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느려졌다는 결과를 얻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과거(세분된 직급체계)에는 결재 건에 대한 자기책임이 덜해서 바로바로 윗사람에서 넘겨버리고 다른 일에 집중하면 그만이었는데, 직급단계가 줄다보니 결재 건의 리스크 부담 때문에 검토하고 또 검토하다가 의사결정이 오히려 느려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런 결과를 얻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실험이 실패했으니 축소된 직급체계를 원래대로 되돌리자" 라고 간단히 말할 사안일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겁니다. 탄력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좋지만 확증되지 않은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매번 이랬다저랬다를 반복하면 경영시스템이 누더기가 될 뿐더러 구성원의 신뢰와 로열티를 얻지 못합니다.

이렇듯 문제해결 과정의 분석은 과학의 실험처럼 실제의 세계를 마음대로 조치하고 조작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녔습니다. 만약 과학 실험처럼 여러 가지의 시도가 가능하면 최고의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문제해결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직급체계를 줄여서 의사결정 속도를 빠르게 한 타사의 사례를 실험군으로 설정해서 우리 회사(대조군)의 경우와 비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과학의 실험 방법을 들여오는 것이 분석의 효과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이를 의류 회사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다음의 예시를 읽어보기 바랍니다(상세한 내용은 생략했습니다).

상황 : 이 회사는 각 점포의 매출액이 급감하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반면에 경쟁사들의 매출액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의류시장 전체의 규모도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영진들은 문제의 원인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가설 : 문제해결사는 이 회사의 매출이 줄어드는 원인으로 "매장의 디스플레이가 통일적이지 못해서 내점 고객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문제해결사는 통일적이지 못하고 난삽한 디스플레이를 개선하면 매출액이 늘어나거나 적어도 더이상 떨어지지 않으리란 새로운 가설을 수립했다.

분석
1) 이 가설의 참/거짓 여부를 증명하기 위해 문제해결사는 전국에 흩어진 매장들 중 20개를 골라서 실험군(10개)과 대조군(10개)으로 구분했다. 또한 각각에 포함되는 매장은 서로 규모나 지역이 비슷하도록 적절하게 안배했다.

2) 문제해결사는 실험군에 속한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통일성 있게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외부에서 VMD(visual merchandise) 전문가를 영입했다. 반면, 대조군에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3) 디스플레이 교체 후에 3개월 간 실험군과 대조군의 매출액 증가율을 각각 수집하고 비교했다.

결과 : 실험군이 디스플레이 교체 이후에 25%의 매출액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대조군의 매출액은 5% 증가에 그쳤다.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했다. 따라서 "디스플레이가 통일적이지 못한 것"이 매출액 감소의 원인 중 하나임이 입증됐다.

문제해결사가 실험을 통해 이런 결과를 내놓는다면 의뢰인을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습니다. 조치를 취한 실험군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 사이의 차이가 크고 명확할수록 분석의 설득력은 커집니다. 아마도 많은 문제해결사들은 "이런 방식으로 가설을 입증하면 논란도 반론도 없으니 얼마나 좋을까" 란 생각이 들 겁니다.

하지만 설득력을 높이는 데에는 그만큼 돈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위의 예시에서 매장 디스플레이를 바꾸려면 전문가에게 지급할 수수료 뿐만 아니라 공사비가 꽤나 많이 지출됩니다. 게다가 공사를 진행하려면 최소한 2주 가까운 시간이 들고 그 기간엔 고객을 맞을 수 없기 때문에 기회비용 또한 만만찮습니다. 만약에 디스플레이를 교체했는데도 매출액이 개선되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돈과 시간은 공중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위에서 든 사례(직급체계 축소, 매장 디스플레이 개선)들이 문제해결사에게 주는 시사점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가설 입증을 위해 분석을 행할 때 과학적인 실험 방법을 적용하려면 다음의 3가지를 떠올리십시오. 이 3가지 요소는 실험 결과가 현재의 상태를 변경시켜야만, 즉 가상이 아니라 실제의 것을 다뤄야만 가설의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을 때 반드시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1) 가역성
2) 비용
3) 윤리

가역성이란 말 그대로 '되돌리기가 가능한가'란 의미입니다. 가역성이 높은 실험이라야 문제해결사는 그것을 분석의 방법으로 채택할 수 있습니다. 직급체계를 축소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복구해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혹시 그런 조직이 있다면) 실험을 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분석 방법입니다. 허나 실제로 직급체계 변경 실험은 매우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문제해결사는 가설 증명을 위해 실험이 아니라 다른 분석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비용이란 실험을 하는 데 드는 돈, 시간, 인력 등을 말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바꾸는 일은 비용을 많이 소요하기 때문에 현금이 많지 않은 한 적절하지 못한 분석 방법입니다. 상품의 위치와 순서를 다르게 배치하는 것이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라면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대대적으로 공사하는 일보다는 비용이 매우 적게 들기 때문에 실험으로 적절합니다.

윤리는 실험을 위해 취하는 조치가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문제를 야기하느냐의 여부를 뜻합니다. 과학에서 윤리 문제를 야기하는 실험이 종종 회자되는데요, 줄기세포와 인간 배아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업무태도를 감시하지 않아서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팀장에서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니터링하도록 하면 생산성이 증가할 것이다"라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실시한다고 가정하죠. 

직원들이 업무 외의 사적인 일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해서 생산성을 측정하겠다는 것인데요, 상상해봐도 이러한 조치는 직원들의 인권을 압박해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야기해서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팀장과 팀원 사이의 반목과 갈등을 야기하기 때문에 극단적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비록 실험일지라도 이러한 방식의 실증은 배제돼야 합니다.

이 3가지 요소를 만족한다면, 즉 가역성이 높고 비용이 낮으며 부정적 기대효과가 적다면, 과학 실험처럼 실험군과 대조군을 나눠 분석을 실행하는 방법을 채택하기 바랍니다. 조치를 취한 쪽과 그렇지 않은 쪽 간의 명확한 차이는 가설 입증의 효과 뿐만 아니라 의뢰인을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해결책을 수용하게 만드는 힘을 뿜어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즐겁게 문제를 해결하기 바랍니다.




  
,